지난 2015년에는 글을 한 편도 쓰지 않았습니다. 여러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거니와 점점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몇 마디 쓰다가 지우기도 했었지요.


새해 2016년을 한 두시간 앞 둔 시점, 갑자기 새해를 추운 곳에서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몇 해전에 가서 맞이했던 임진각으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경기도 타종행사도 하고 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도 있기 때문입니다.


낡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의식은 인디언식으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해까지 버리지 못한 낡고 나쁜 나의 모습이나 행태는 '죽음의 화살'이라 이름 붙인 종이에 썼고, 새해 얻고자 하는 바는 '생명의 화살'이라 이름붙였습니다. 인디언식대로 '죽음의 화살'은 원을 그리고 북쪽(죽음을 상징)을 향해 문을 만들어 그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한 가운데에 죽음의 화살 3개를 놓고 불에 태워 날려 보냈습니다.

새해 얻고자 하는 세 가지는 생명의 화살이라 어딘가에 파묻고 왔습니다. 생명의 화살은 1년간 그 곳에 묻혀 있으면서 나의 의의 바탕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생명의 화살  

 

 

임진각은 서울 보다 북쪽이고 자정이라 꽤 추웠습니다. 그 곳에서도 2016년의 개막을 알리는 타종을 하고 불꽃놀이를 했습니다. 우리 삶도 제 각기 자기 멋대로 피는 꽃과 같듯이 불꽃들도 저마다의 모양으로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찬 바람에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인파 보다 조금 늦게 돌아오는 길 가로등이 꺼지더니 칠흑같은 어둠이 내려 앉았습니다. 저만치 멀리 보이는 작은 불빛이 우주선이 착륙한 산너머처럼 빛났습니다. 우린 그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아마 새해 2016년도 불꽃처럼 환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때로는 칠흑같이 어두운 길일지라도 꾸준히 걷고 또 걷는 모양새 같습니다. 새해 잘 헤쳐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힘을 내겠습니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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