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재양성 기본계획 발표 : 전문관양성, 채용에서 면접강화 등


서울시가 2020년까지 한 부서에 장기 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전문관’을 시 전체 1만 명 공무원의 20%에 해당하는 2000명까지 양성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3년 1월 30일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재양성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서울시 본청 공무원 1만여 명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2000명을 전문관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 서울시가 2020년까지 한 부서에 장기 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전문관’을 시 전체 1만 명 공무원의 20%에 해당하는 2000명까지 양성하기로 했다. 이 중에는 전문지식이나 업무 이력관리가 필요한 직무에 새롭게 도입하는 800개의 ‘전문직위제’도 포함돼 있다. 


□ 올해부터 시의 7․9급 일반직 채용 규모의 10%내외를 관련 분야 민간경력자로 뽑는다. 기존에 전문계약직으로 한정됐던 전문가 채용영역을 일반 공개경쟁채용 부문까지 확대함으로써 우수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첫 해인 올해는 25명을 민간경력자로 채용할 예정이다.


□ 복지, 경제진흥, 교통 등 10개 전문분야 내에서 순환 근무하며 직무전문성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전문분야 ‘보직관리제’도 운영한다.


□ 아울러 기존공개채용시험에 있어 ‘블라인드 면접’, ‘인․적성검사 도입’ 등으로 면접비중을 대폭 강화, 수치화된 성적보단 인․적성을 고려해 공직적합성을 사전 검증하는 한편, 고위직에 대한 체계적인 리더십 교육과정을 신설해 조직․직원관리상의 전문성도 높이기로 했다. 


□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전문가 공무원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대 시민 행정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서울시 인재양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채용분야이다.


채용 : 전문성 특히 요구되는 업무에 경력자 채용. 7․9급 채용규모의 10%


□ 우선 7․9급 일반직 공개경쟁채용에 있어 시 채용규모의 10%내외를 국내․외 다양한 경력자로 지속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채용된 경력자는 전문직위로 지정되어 일반직이 수행하는 업무 중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는 업무분야를 장기간 담당하며 근무하게 된다.

     ○ 기존에는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에 주로 계약직을 채용해 왔으나, 이를 일반직 영역까지 확대하는 것. 계약직이 가졌던 신분 불안의 단점을 해소하면서도 역량 있는 우수인력을 유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용시험은 필기와 면접을 병행하며, 필기시험은 1차 선택형, 2차 논문형으로, 면접시험은 개인발표, 직무능력 검정 등 심층면접으로 이루어져 역량 있는 전문가를 선정하기 위한 다단계 평가로 실시된다.



□ 아울러 올해 공개경쟁채용시험부터는 공직 적합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방향으로 면접이 강화된다. 시험만 잘 보는 사람이 아닌 봉사정신, 창의성, 소통능력,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성,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함이다.


「인․적성 검사」도입하고, 필기시험 성적이나 스펙 등 선입관 배제를 위해 필기성적, 학력 등 개인별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공직적합성 검정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 민간기업 임원출신, 중소기업 CEO출신 등 민간전문가 면접 참여 폭을 넓힌다.


면접대상을 기존 110%에서 130%로 확대, 면접비중을 높이고, 면접시간도 5~10분에서 30분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채용 시부터 본인이 목표로 하는 보직경로를 설계토록 하는 경력개발(Career Path) 목표에 관한 면접 실시하고 영어면접 대상도 기존 행정 직렬에서 전 직렬로 확대한다.


□ 또한 인력수요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적정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채용 시기를 연 1회에서 2회로 유연화 하기로 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보도자료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참고기사)

서울시 보도자료 (2013. 1. 30) 

중앙일보 (2013. 1. 30)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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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월 29일, 고용노동부는 학력·스펙 보다 능력 중심의 채용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과 정부 및 기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능력중심 채용관행 확산을 위한 간담회」: 1.29(화) 11:30, 플라자호텔). 

이 날 간담회에서는 고학력화로 인해 왜곡된 고용시장을 정상화시키고 학력이 아닌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11년부터 추진해온「열린고용 대책」추진상황을 보고했다.  아울러 능력중심의 채용을 위해 지난 해에 개발한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설명하고, 기업에서 실제 업무를 맡고있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은 크게 (1)역량기반지원서, (2)역량테스트, (3)역량면접으로 구성된 채용도구로서, 우선 기업공통역량과 생산관리 · 경영지원 · 금융출납창구직 등 3개 직군을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다.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의 주요내용

 □ (역량기반지원서) 직무와 무관한 자전적인 기재사항을 최소화하고, 직무관련성이 높은 사 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 교내외 활동경험, ‘직무와 관련된자격사항, 인턴 등 근무경험 등

       - 지원동기, 성장과정 등 일률적인 자기소개서가 아닌, 기업의 인재상에 따라 기본적   으로 갖추어야 하는 역량과 관련한 경험의견 등을 기술하도록 설계

    □ (역량테스트) 기업공통역량 및 직군별 직무역량을 지필평가문항 형태로 평가하기 위한 도구

    □ (역량면접) 직무능력과 관련된 경험(경험면접), 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상황면접), 특정 직무관련 주제에 대한 의견(PT) 등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면접기법


이번에 제시된 역량기반 지원서에는 학력, 영어점수, 주민번호, 신체조건, 거주지, 재산내역, 가족사항 등을 적는 란을 없애고, 직무관련성이 높은 교내외 활동경험, 자격사항, 인턴 근무경험 등을 자세히 쓰도록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은 기업별로 채용수요가 다르고 적용여건이 상이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기업별 특성에 맞게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 대기업의 경우, 이력서 단계에서부터 직무에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등 채용과정에서 직무역량 평가요소를 더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 공공기관에는 실제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활용하여 채용함으로써 능력중심 채용을 실천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 중견·중소기업에는 채용경쟁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면접관교육 및 채용 컨설팅 등을 병행하여 맞춤형으로 보급을 하고 활용 가이드라인 보급 등 홍보형 보급을 통해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ㅇ 이와 병행하여, 현장에서 실제 채용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모집 직군에 대한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도 연차적으로 추가개발해 나갈 계획이이라고 한다.


<참고 기사>

연합뉴스 (2013.1.29)

고용노동부 (2013. 1. 29)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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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5일 '2009 서울시민의 취업현황 및 직업관'을 분석한 내용을 다룬 'e-서울통계 31호'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 통계를 통해 몇 가지 주목할 현상을 짚어 본다. 서울시 e-서울통계 보도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한다.(편집자 서형준 주)


서울시 취업인구의 고령화

2009년 서울시의 취업자는 총 483만 5천명이며, 이중 남성은 2,779천명(57.5%), 여성은 2,057천명(42.5%)으로 나타났다. 여성취업자의 비중은 1999년 41.4%에서 지난해 42.5%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취업자 인구의 연령대는 40대가 1,313천명(27.2%)으로 가장 많고, 30대 1,259천명(26.0%), 20대 926천명(19.2%), 50대 884천명(18.3%), 60세이상 413천명(8.5%)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5~34세 취업자 비중이 10년 전 31.3%에서 26.1%로 줄어든 반면, 45세 이상은 30.1%에서 40.3%로 증가하였고, 일하는 60세 이상도 증가(5.6→8.5%)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서울시민 취업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노동력이 빠른 속도록 고령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1. 2009년 서울시 연령별 취업자 비중



한국사회의 고령화 현상이 역시 서울시의 취업자 연령대별 분포에서도 가시적으로 나타난 조사하고 할 수 있다. 또한, 취업인구에서 40대 이상 고령자의 인구가 증가된 것은 상대적으로 20~30대 젊은층의 취업인구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이른바 청년실업 문제가 취업자 인구 통계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서울시민 취업자 중 대졸자 비중 증가

이번 조사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민 중 대졸자(대졸이상)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직장에 대졸자가 많아지면서 일하고 있는 분야로는 전문기술․행정․관리직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력별 취업자 비중을 보면, 대졸이상이 2,296천명(47.5%)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졸 1,866천명(38.6%), 중졸 379천명(7.8%), 초졸이하 294천명(6.1%) 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졸이상 취업비중은 10년 전 31.9%에서 2009년 47.5%로 빠르게(15.6%p) 증가하고 있으며, 고졸 학력자의 취업자 비중은 동일기간 45.1%에서 38.6%로 6.5%p 하락, 중졸이하 학력자도 23.0%에서 13.9%로 9.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15세 이상 서울인구 중 대졸이상의 비중은 1995년 23.97%에서 2005년 36.04%으로 증가했고, 전국 취업자 학력은 고졸(40.4%), 대졸이상(38.2%), 중졸이하(21.5%) 순으로 보고되었다.

그림2. 서울시 취업자의 학력별




서울시 취업인구의 고령화와 고학력화는 특히 젊은 층의 고학력 청년실업이 심각한 서울시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또한, 노동능력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문제, 임금피크제와 같은 탄력성있는 고용정책이 서울시는 물론 정부와 기업들, 노동계에서도 주목할 정책적 현안이라고 하겠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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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파 탓인지 이번 불황은 그 어느 때 보다 차갑기만 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도 불안감을 더한다. 이때 멀쩡해 보이던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한 기업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경영 여건이 좋을 때는 무난히 성과를 냈기 때문에 몰랐을 뿐이지, 이미 조직 내의 숨겨진 문제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가인 알바라도 교수도 “조직은 사람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평소 잘 관리하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라도 그냥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이라고 한다.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지만, 기업이 더 이상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회사의 건강을 챙겨야만 불황 극복은 물론 그 이후 새로운 도약도 기할 수 있다. 이에 위기 상황 속에서 조직을 더욱 병들게 하는 조직 병리 현상들과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방안들을 알아본다. ■
  
< 목 차 > 
  
Ⅰ. 건강한 조직이 위기를 넘는다  
Ⅱ. 극복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과 대응 방안 
Ⅲ. 적절한 긴장감이 면역력을 키운다
 
  
  
Ⅰ. 건강한 조직이 위기를 넘는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파가 매섭다. 불황의 그늘도 차갑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의 근심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게다가 멀쩡해 보였던 기업이 위기에 빠져 도산하거나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기업들은 불황을 더욱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불황 자체가 위기는 아냐!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불황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기업을 좌초시켰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 여건이 좋을 때는 어느 기업이나 무난히 성과를 낸다. 그래서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좌초되는 기업을 보면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을지 몰라도, 이미 속으로는 병(病)들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쉽사리 알아채지 못했던 것뿐이다. 따라서, 기초 체력이 튼튼한 건강한 조직(Healthy Organization)에게 있어, 불황은 그저 평소보다 힘들고 고된 상황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이들에게 불황은 경쟁자를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병을 키워온 조직이 문제 
 
하버드 대학의 켄터(Kanter) 교수는 “비난(Blame), 회피(Avoidance), 은닉(Secrecy),  무기력증(Feeling of Helplessness) 등과 같은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들이 회사의 조직 문화를 망친다. 특히, 이런 병리 현상들이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다시는 회생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이 꼭 명심해야 할 점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평소 기업이 얼마나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 왔는가?’가 불황을 넘어 향후 일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가인 앨버라도(Alvarado) 교수 또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평소 잘 관리하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라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病)을 키울 수 있다. 조직도 사람의 신체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조직 병리 현상도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황기일수록 숨겨져 있던 조직 병리 현상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감기를 잘못 방치했다 심각한 폐렴을 앓을 수 있듯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더 늦기 전에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회사의 건강을 세밀히 점검해 심신이 모두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글에서는 위기 상황 속에서 조직을 더욱 병들게 하는 조직 병리 현상과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극복 방안을 알아본다(<그림 1> 참조). 
그림 1 대표적인 조직 병리 현상들

  
 
Ⅱ. 극복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과 대응 방안 
  
 
1. 귀차니즘의 발동 :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뭐!’ 
 
기업을 위기에 빠지게 만드는 조직 병리 현상 가운데 하나는 귀차니즘이다. 귀차니즘이란 최근 신세대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는 인터넷 용어로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는 현상이 고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위기에 빠지는 기업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우리는 종종 성공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던 거대 기업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을 보면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 왔는데, 뭐!’,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별 문제없겠지’, ‘괜히 새로운걸 하면 귀찮고 힘들 뿐…’이라는 생각을 갖곤 한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며, 설상가상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는 정말로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미래 변화에 둔감한 귀차니즘의 발동은 기업이 경쟁 구도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어 쇠락의 길로 이끄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더듬이를 쫑긋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지런히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만 생존은 물론 불황 이후의 성장을 기할 수 있다.  
 
최근 경제 위기 속에서 시름하는 GM사는 이를 잘 실천하지 못한 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의 욕구 변화 등 시장 파악에 둔감하고 게을렀던 귀차니즘이 쇠락의 길을 걷는 계기로 작용했다. 예컨대 경쟁사가 첨단 친환경 기술로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를 내놓는 시점에 회사는 과거에 성공했던 사업에만 매달렸다. 혁신과 변화에 힘써도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판국에, 연비가 떨어지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는 고유가 시대에 직격탄을 맞는 계기가 되었고, 회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만다.  
 
혁신과 변화도 부지런해야 성공한다 
 
이와 달리 도요타사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회사는 이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2007년도에만 8만 9천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70%라는 매출 증가라는 성과를 올렸다. 시장변화에 둔감했던 GM이 뒤늦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미 이 시장은 도요타의 독무대였다. GM이 미래 준비에 소홀할 때 도요타는 시장 판도를 뒤집을 해법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혁신과 변화를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실패한 전략이 최소한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전략보다 낫다’는 말도 기억해 두자. 부지런한 혁신 노력은 실천의 결과이지,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실행력의 뒷받침 없이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필름 제조회사였지만 최근 회사채 신용 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급격한 쇠락 위기에 처한 코닥사를 보라.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닥은 초기 디지털 시장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때문에 2000년 1월 신임 CEO가 취임했고, 카프 사장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서 전통적 주력 사업인 필름 분야에서 디지털 분야로 사업 체제를 전격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내세운 조직 효율화, 세계 각지 생산 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해 지금은 시장에서 아예 도태되고 말았다. 
 
2. 설익은 자신감과 느슨한 경계심 : ‘나도 다 컸어! 이 정도면 충분해…’ 
 
설익은 자신감이 가져오는 느슨한 경계심도 치명적인 조직 병리 현상이다. 동물 세계를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소라게의 얘기를 음미해 보자. 소라게는 단단한 소라껍데기 속에 숨어 살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때문에 운둔자(Hermit)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신 몸집이 커질 때마다 기존의 좁은 단칸방을 떠나 새집을 찾는다고 한다. 소라게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성장했다는 기쁨을 맛보는 유일한 순간일 것이다. 그런데 그 때가 일생 일대에 가장 치명적인 위기의 순간이다. 포식자들에게는 소라게가 보금자리에서 나오는 그 순간이 이들을 집어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세렝게티 초원의 표범 얘기도 귀담아 볼만 하다. 표범은 어른이 다 되었다고 판단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하는 습성을 가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튼튼한 젊은 표범이 어미 곁을 떠난 직후에 가장 많이 죽는다는 것이다. 전체 표범 사망 원인의 절반이 여기에 해당된다. 어른이 되었다는 우쭐함과 설익은 자신감으로 가득한 젊은 표범들에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냥감을 쫓아다니지만 경험 부족은 먹이를 놓치기 일쑤이고, 결국 힘이 빠져 굶어 죽는 경우가 더 많은 탓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이렇듯 위기는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찾아온다. 기업 경영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 휴대용 컴퓨터를 개발했던 아담 오스본(Adam Osborne)이란 사람의 얘기를 살펴보자. 그는 1980년 휴대용 컴퓨터인 ‘오스본I’을 만들어 성공했다. 경쟁 제품이 속속 등장하자, 남들보다 더 빨리 신제품 개발에 나섰고, 1983년경에는 ‘오스본II’라는 신제품을 개발한다. 문제는 경계심을 풀었던 것이 화근이다. 그는 성공을 확신한 나머지 양산화도 시작하기 전에 이를 시장에 발표해 버렸다. 시장은 그의 생각과 달리,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업그레이드된 신형모델이 출시될 텐데 구식을 살 필요가 없지’라고 반응한다. 결국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존 오스본I 제품의 매출은 급감했고, 그의 회사는 순식간에 도산해 버린다. 이 같은 오스본의 실패를 거울삼아, 그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신제품을 선보일 때는 반드시 출시 직전이 아니면 신제품 발표를 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실리콘벨리에서는 이 같은 어설픈 자신감과 방심이 낳은 결과를 ‘오스본 이펙트(Osborne Effect)’라고 부른다. 
 
비행기 조종사들에게 ‘마(魔)의 11분’이라는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조종사들이 이륙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되는 ‘이륙 후 3분’과 이제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생각하는 ‘착륙 전 8분’이 가장 많은 비행 사고가 일어나는 데서 유례한 말이다. 그렇다! 위기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한 순간의 방심이 위기를 부를 수 있다. 한때 성공한 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 어느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3. 성공이 부른 편협의 함정 : ‘살 길은 이길 뿐이야!’ 
 
어설픈 자신감과 느슨한 경계심도 문제지만, 성공 경험에 기초한 지나친 과신도 두 눈을 멀게하고 귀를 닫게 한다. 이것이 편협이란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이 또한 조심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이다. 흔히 기업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선택했던 전략이나 조직 운영 방식이 크게 성공하면, 그 이후에도 ‘오로지 그 길만이 살 길’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성공 함정(Success Trap)’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의 성공 경험은 자신감을 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게 하는 편협함을 갖게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편협한 사고 방식은 그 동안 기업이 성공해 오는 과정에서 축적된 자산과 역량에 애착을 느끼게 만든다. 사실 기업이 성공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의 유일한 방법(One Best Way)’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방식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 더 적합한 방식을 간과하게 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사가 프랑스 유로디즈니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개장 2년 만에 3억 2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니, 기존 디즈니의 이미지와 경영 방식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버메이드사도 비슷하다. 회사는 증권가에서 ‘신제품 제조기’라 불렸으며, 경영학자들로부터 혁신 기법의 연구 대상이 되곤 했다. CEO 스탠리 골트(Stanley Gault)에게는 이것이 문제로 작동하였다. 더 많은, 더 빠른 신제품 출시를 위해 신제품 출시율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시장 조사에 투자하는 시간조차도 아까워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이는 고객 니즈에 맞지 않는 제품의 출시로 이어졌다. 결국 고객의 외면으로 팔리지 않는 상품을 팔기 위해 가격을 할인하게 되고, 그로 인해 수익 하락은 물론 기업 이미지도 나빠지게 되었다. 
 
4.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 : ‘어차피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닌데…’ 
 
조지아대 경영학과 하비(Harvey) 교수는 “누구도 원치 않지만 누구도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서, 모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는 현상을 에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다”라고 했다(<박스 기사> 참조). 물론 이런 현상은 조직 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만일 기술 조달의 어려움이나 터무니없는 투자 비용 등 99% 실패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보고도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조직에 당면한 문제를 보고도 ‘괜히 지적했다가 나만 이상해지는 거 아니야?’, ‘어차피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닌데…’라는 식으로 구성원들이 행동한다면... 기업은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에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


조지아대 경영학과 하비(Harvey) 교수는 그의 저서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 』에서 ‘에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텍사스주 수은주가 섭씨 40도를 웃도는 아주 무더운 여름날. 어느 집 가장이 가족에게 제안하길, “우리 에빌린에 가서 저녁이나 먹을까? 그곳의 스테이크가 부드럽다는데…” 가족들은 이런 제안을 받고 폭염 속에 85km를 달려갔다. 힘들게 에빌린에 도착했으나 음식점에서 나온 저녁은 정말 형편없었다. 사실 가장도 꼭 에빌린에 가고 싶어 한 이야기가 아니라, 저녁 때 특별한 대안이 없어서 ‘그냥 한 번 해 본 이야기’였다. 가족들도 아버지가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동의’한 것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저녁 한끼 먹으러 이 무더위에 그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반대했었다면… 이처럼 누구도 원치 않지만 누구도 거부하지 않아서 모두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 하는 현상을 에빌린 패러독스라고 말한다.
 
조직에서 습관성 책임 회피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선 직원들이 다수를 따르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갈등을 만드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내 생각대로 했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나 혼자 튀면 소외되지 않을까?’라는 자신감 부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영향을 준다.  
 
실패를 용인하고 존중과 상생으로 
 
혁신 기업들이 실패를 포용하는 조직 분위기(Blame-free Culture)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습관성 책임 회피 증세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조직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능력을 불신하거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는, 일을 믿고 맡기며 이들의 적극성을 이끌어 내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혼다사가 바로 그런 회사다. 혼다의 전 CEO인 혼다 소이치로는 ‘실패상’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혼다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내면 책임을 묻는 대신 상을 주어 격려함으로써, 연구원들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기업은 때로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만일 신임 CEO가 위기의 원인이 기존 CEO의 조직 운영 방식탓이라고 비난하며 기존 경영진들을 모조리 물갈이해 버린다고 상상해 보라. 이런 경험을 하게 된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몸을 사리고 작은 문제도 그 책임을 회피하거나 남에게 전가하려 들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의 리더는 비난과 책임 추궁보다는 존중과 상생을 외친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랜 인종 차별과 박해에 맞서 싸웠다. 그가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로 대통령이 되었을 때, 복수를 택하기 보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를 설립했다. 화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게 했고, 사람들은 서로를 더 신뢰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5. 집단 사고 : ‘오늘도 만장일치군!’  
 
집단 사고(Group Think)의 함정도 경계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 중 하나다. 이 개념을 처음 고안한 예일대 심리학과 제니스(Janis) 교수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는 사고의 경향이 바로 집단 사고이다”라며, “집단의 지나친 자부심(Overconfidence of Group),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는 좁은 시야(Tunnel Vision), 의견 일치에 대한 압력(Conformity Pressure)이 영향을 주어 집단이 그릇된 결정을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재앙을 불러온 여러 가지 끔찍한 결정을 보면, 어디서나 집단 사고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86년 NASA가 챌린저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한 것도 집단 사고 탓이다. 24회의 성공적인 발사로 NASA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정치인들과 대중의 발사 압력도 컸다. 이 때문에 NASA의 관료들은 저온에서는 오링(O-ring)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챌린저호를 발사해 참변을 낳았다.  
 
조직행동분야의 대가 로빈슨(Robinson) 교수는 “집단 사고는 기업 조직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데, 회사의 성과를 극적으로 저해하는 일종의 병이다”라고 지적한다. 만일 기업에서 어떤 대안을 고민할 때 반대 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일 처리가 이루어진다면, 그 조직은 집단 사고를 의심해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딴지 맨’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그렇다면 조직에서 발생하는 집단 사고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그림 2> 참조), 이 중에서도 최선의 방법은 리더가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반대 의견을 확실히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아예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을 ‘딴지 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의 역할은 제기된 주장에 대해 흠을
그림 2 집단 사고를 피하는 8가지 조언
잡아내는 일종의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다. 집단의 응집력이 높고 상하간의 위계질서가 강해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판단한 일본 기업들은 회의를 할 때 이 방법을 잘 활용한다고 한다. 항상 회의를 하면 직급이 가장 낮은 직원에게 먼저 의견을 구한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견해가 상사와 다르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상사는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불어 상사는 다른 집단에게 같은 사안을 논의하게 한 다음, 두 집단의 결론을 비교해 보거나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서 집단의 일치된 견해에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6. 사이코패스 상사 : ‘혹시 우리 상사가 양복 입은 사이코패스?’ 
 
얼마 전 비즈니스 위크가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았다. 내용의 골자는 “조직 내에는 은근히 많은 수의 나쁜 상사들이 활개치고 다니는데, 이들이 장기적으로 조직문화를 망치는 주범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상사의 10가지 특징도 함께 묘사한다(<그림 3 참조>). 이들은 구성원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엉뚱한 생각일지 몰라도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며 사이코패스(Psychopath)가 떠올랐다. 사이코패스란 의학적으로 감성을 관할하는 전두엽이 뇌 중심부와의 연결에 결함이 생겨, 공포에 반응하지 않고 자기 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증상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선량해 보일 수 있지만, 잔인한 행동을 해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림 3 나쁜 상사의 10가지 특징
 
 
그런데 직장 내에도 사이코패스에 버금가는 성향을 지닌 나쁜 상사 때문에, 말 못할 고민에 빠진 직장인이 많다.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건 회사의 주춧돌과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사들은 악성 바이러스처럼 구성원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 리더는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기도 하지만, 먼 장래를 위해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그런데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런데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어?’라며 부하직원을 다그치기만 하는 상사. 더욱이 당장 자신의 실적 챙기기에 급급해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 이들이 바로 조직 내에 숨겨진 사이코패스 상사들이다. 부하 직원을 쥐어짜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겠지만, 이들의 괴롭힘으로 부하 직원들은 지쳐 쓰러지거나(Burn-out) 좌절할지 모른다. 특히 이들이 전염시킨 강압적이고 경진된 업무 분위기는 직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 심리를 부추긴다. 
 
7. 이기심의 만연 :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누구나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때 조심해야 할 조직 병리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내 것부터 챙기자’는 식의 이기심이다. 이는 조직 내 협업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비윤리적인 행동까지도 초래한다. 과거 비윤리 경영의 대명사로 알려진 엔론사를 떠올려 보라. 한 사람의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회사의 분식 회계 사실을 세상에 알려져 파산하기 전까지, 회사 내부의 어느 누구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물론 구성원들 조차도 잘못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자기 살 길 챙기기에 바빴다.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에 무게 중심을 
 
사실상 선천적으로 이기심을 타고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런 성향을 익히게 된다. 조직이 지나치게 개인 성과를 중시하고 개인간 경쟁과 차별을 부추기게 된다면 이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건강한 조직일수록 개별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들의 열정이 팀웍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런데 팀웍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희생 정신과 이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철강회사 뉴커사는 개인보다는 집단 성과 중심의 인센티브 제도를 활성화해 구성원들이 팀웍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적으로 일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무리 개인의 성과가 좋더라도 같은 그룹 내의 다른 동료들의 성과가 저조하다면 그만큼 개인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협업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개별 구성원의 색다른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에서도 집단의 가치가 중시된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사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협력업체로 유명한 픽사사이다. 회사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샘솟고 서로를 도우며 일할 수 있는 사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 써 왔다. 그 첫 번째 조치는 다양한 지역에 분산되어 있던 구성원들을 샌프란시스코의 한 빌딩에 모여 일하도록 한 것이다. 창의성과 협력은 사람들이 함께 일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멀어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구성원들은 함께 모여서 일하면서부터 식당, 자판기, 주차장 등에서 자유롭게 만나 신변잡기에서부터 담당 업무에 대한 이야기 등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특히, 부서간에 정보 교류가 거의 없었던 엔지니어링과 생산 부문간 상호 협력적 분위기 조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8. 소통의 마비 : ‘뭔 말인지 알지? 글쎄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이 있다. 무엇이든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할 때 함께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임직원들 간 소통의 문이 활짝 열릴 때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한다. 반대로 소통의 마비 현상이 온다면 조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전쟁터에서도 필승 전략은 소통이라고 한다. 장군의 명령이 병사들에게까지 잘 공유되면 필승(必勝)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단절되거나 왜곡되면 조직은 반목과 갈등이 지속되어 반드시 필패(必敗)한다. 위기에 약한 조직의 병리 현상도 바로 소통의 양이나 질 모두가 부족한 경우라 하겠다.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이와 관련된 중국 고사를 한번 유심히 살펴보자. 전쟁터에서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은 다음의 4가지 유형에 해당한다. 첫째, 전후불상급(前後不上及)이다. 전방과 후방 부대가 잘 연결되어 있지 않는 조직으로, 기업의 경우 현장과 본사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는 경우다. 둘째, 중과불상시(衆寡不相恃)는 대규모 본진과 소규모 특수 부대가 서로를 믿지 못해 소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기업에서는 정규 조직과 이를 돕는 스텝조직이 갈등하는 모습이다. 셋째, 귀천불상구(貴賤不相救)는 귀족 지휘관과 평민의 병사가 서로를 구하지 않는 현상이다. 이는 상사와 부하, 핵심 인재와 보통 인재(B-player) 그리고 학벌 좋은 직원과 현장의 근로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아 대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하불상부(上下不相扶)는 장교와 병사가 서로를 돕지 않는 것인데, 이는 노사가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례> 인벤시스(Invensys)사의 조직 병리 현상 극복기


인벤시스는 1999년 BTR PLC와 시베 PLC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공장 자동화, 산업 동력 시스템 및 에너지 관리 분야로 유명하다. 2001년 5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2000년대 중반 파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다. 위기에 놓이면서 회사는 각종 조직 병리 현상을 경험했고, 신임 CEO 릭 헤이턴스웨이트(Rick Haythornthwaite)의 혁신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 What Happened : 인벤시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당시 회사의 고위층 임원은 “자금 경색으로 파산 직전에 몰리니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일단 위기는 모면했지만 조직 전반에 드러나고 있는 조직 병리 현상은 심각했다”고 증언한다. 최고경영진만 간헐적으로 회합을 가질 뿐 회사 전반에 걸쳐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경영진의 내부지향적이고 협소한 시각과 사업부문 간의 지나친 경쟁심은 조직 간의 벽을 만들었다. 몇몇 중간 관리자들은 회사가 또 다시 파산 할 것이라고 느꼈고, 물론 대부분 종업원들은 실직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을 모을 법도 한데, 회사에는 서로에 대한 비난과 책임 전가 그리고 무기력감만이 감돌았다. 신임 CEO가 임원들에게 ‘당신을 위해서 열정을 다해 일해줄 수 있는 사람 3명을 지목해 보라!’라고 했을 때, 단 한 명의 임원도 3명을 지목하지 못할 정도였다.

● How to Overcome : 어떻게 극복했을까?

(1) 진솔하게 소통하라(Promoting Dialogue)

CEO가 가장 먼저 시도한 노력은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일례로, CEO는 ‘릭에게 물어보세요(Ask Rick)’라는 전화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불만과 고충을 경청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의견을 내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지금도 그는 구성원들의 질문에 대해 일일이 응답한다. 의사소통이란 상대방의 말에 충분히 응답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CEO는 “만일 당신이 공을 떨어뜨렸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매우 빨리 눈치챈다”며, “엄청난 압력과 짐을 지우더라도, 매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내가 미쳐 조치하지 못한 것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다른 많은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소통시에 진솔한 대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번은 미국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한 타운홀미팅에서 한 직원이 “왜 당신은 직원들의 건강 검진 지원 계획을 삭감했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그 의사결정은 이미 자신이 오기 전에 이루어졌지만, 건강 검진 지원 비용이 삭감된 배경을 아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US 건강보험시스템을 바꾸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화가 지속되면서 경영층에 대한 직원들의 일방적인 불만의 눈초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2) 서로에 대한 존중감 키우기(Engendering Respect)
또한 CEO는 “조직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정확히 말해야 한다. 우리가 위기에 빠진 책임을 직원의 탓으로 돌려서도 안되지만, 잘못을 무조건 부인하고 발뺌하게 두어서도 안됩니다”라며, “과거의 실수에 대해서 단순히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동료들 간의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가 처음 취임했을 때 모든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누구나 한두 번쯤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인간이니까요”라며, “인벤시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것입니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리고 단 한 부서만을 제외하고 경영층의 자리를 하나도 변경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인벤시스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3일간 이루어졌던 회사 개혁을 위한 워크샵이 열렸고, 한 임원이 이에 대해 “분위기는 정말 그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워크샵에 참석한 임원들은 그 이전과 달랐고, 보고서의 질도 매우 전략적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밖에 없었죠”라고 말한다.

(3) 서로 돕는 분위기 조성(Sparking Collaboration)

일반적으로 협력적인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직 구조를 획기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CEO는 그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기존의 조직 구조를 물리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협력적으로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내가 취한 유일한 방법은 생산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팀을 만들고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취임한 첫 달에 9개의 고객 영역별로 대응하는 전략그룹을 신설했다. 그리고 각 그룹의 인원은 대부분 사내의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일하던 베테랑 직원들로 채웠다. 그 수는 무려 400명으로 회사는 이들을 ‘변화의 사절단(Ambassadors for Change)’이라고 칭했다. 또한 SCM이나 구매, 고객 개발,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 등의 분야에는 외부의 전문가를 엄선해 배치해 주었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각 고객 영역별로 관련된 조직의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단 각 사업 부문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CEO의 생각을 전달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테랑들이 일하는 방식과 협업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4) 구성원들의 자발적 주도성 이끌어내기(Inspiring Initiative)
마지막으로 중요한 조치 가운데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CEO는 “독재와 독선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이 회사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9개의 전략그룹의 사람들을 활용해 조직 전반에 그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INVEST (identify, nominate, validate, evaluate, start, track)’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넘쳐날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개선 프로젝트나 신규 프로젝트 모두가 새롭게 설정한 회사의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기준에 부합할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지원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CEO는 “나는 우리 회사의 5만 3천명 직원 모두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이를 좋은 결실로 만들 수 있길 원한다”라고 말한다. INVEST 프로그램에 등록된 프로젝트의 모든 리더들은 33명의 최고 전문가들에게 6개월 가량 교육을 받는 기회가 제공된다. 그리고 모든 변화 관리와 시스템 운영에 도움이 되는 웹 기반의 지원 서비스도 받고 있다.

자료 : Leadership and the Psychology of Turnarounds, Rosabeth Moss Kan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03. June.

 
Ⅲ. 적절한 긴장감이 면역력을 키운다 
  
 
지금까지 조직을 망치는 조직 병리 현상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위기에 굴하지 않는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매일 운동을 하는 등 규칙적인 건강 증진 활동이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의 몸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마음마저 느슨해지면 금세 포기하고 만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의 결정적 차이도 ‘긴장감을 얼마나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가?’에 있는 듯하다. 일례로, 망하는 기업들을 보면 성장 곡선이 끊어져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그림 4> 참조). 이렇다 보니 ‘우리는 절대 죽지 않아,
그림 4 망하는 기업과 흥하는 기업의 성장곡선

오늘도 내일도 살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변화보다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반면에 흥하는 기업의 성장 곡선을 보면 단절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우리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갖는다. 이것이 새로운 방식을 탐색하고 변화를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닌텐도사 또한 “우리 회사는 죽음을 아는 회사다. 우리 회사는 영원하지 않다”라며,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길 바란다. (LGERI. 2009. 3. 24. 김현기 책임연구원)
 
< 참고문헌 > 
 
Leadership and the Psychology of Turnarounds, Rosabeth Moss Kan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03. June. 
Groupthink : How Not to Run A Company, Executive & Organizational Development, 2007.  
If an Organization Has a Memory Will it Need a Therapist?, John R. Landry, Proceedings of the Thirtieth Annual Hawaii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ystem Sciences, 1997.  
Organizational Behavior, 11th Edition, Stephen P. Robbins, Prentice Hall, 2005. 
Orgnaizational Crisis : The Logic of Failure, Gilbert Probst and Sebastian Raisch,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2005, Vol. 19. No. 1.  
Organizational Pathology, Sergio Monroy Alvardo, Proceedings of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nagement Science, 1988. 
CEO가 걸리기 쉬운 5가지 병, 최병권, 주간경제, 2006. 8. 18.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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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육성에 있어 일을 통한 육성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그러기에 많은 기업들이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을 잘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일을 통해 육성한다고는 하지만 그 실상은 그저 일을 맡겨두고 방임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근본 원인은 인재 육성에 대해 잘못된 통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 육성의 책임자는 HR이다', '전문가가 되려면 한 우물을 파야 한다' 등이 그 대표적인 고정 관념이다. 인재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이런 잘못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재 육성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고정 관념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 목 차 > 
  
Ⅰ. 인재 육성은 일을 통해서 
Ⅱ. 잘못된 고정 관념들과 극복 방안 
Ⅲ.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
 
  
  
Ⅰ. 인재 육성은 일을 통해서  
  
 
영어로 전문가를 뜻하는 ‘Expert’란 단어는 라틴어의 ‘시도하다, 실험하다’를 의미하는 ‘Experiri’가 변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시도와 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과 지혜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이것이 인재 육성에 대해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현장의 업무 수행 과정 속에서의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례로 ‘Deep Smart(역서 명: 비즈니스 내공 9단)’의 저자인 도로시 레오나르드는 “리더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통찰력 있는 지혜로움(Deep Smart)’은 독서나 교육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다. 오로지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통찰력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인데, 이는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현장에서의 인재 육성이나 리더십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과 경험을 통한 육성을 자사의 리더십 개발과 핵심 인재 육성 방안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시스코사의 경우 자사의 인재 육성의 기본 원칙으로 ‘3E Development Framework’를 내세우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번째 E에 해당하는 경험(Experience)을 통한 육성으로 70%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세 번째 E에 해당하는 노출(Exposure) 역시 업무 수행 과정 속에서 주어지는 리더의 코칭/멘토링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볼 때, 사실상 시스코사의 인재 육성 활동의 90%는 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그림 1> 참조).   

 
그런데,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일을 통한 육성을 표방하지만, 실제의 모습은 그저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방임해둔 것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일을 통한 육성이란 것에 대해 우리가 잘못된 고정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Ⅱ. 잘못된 고정 관념들과 극복 방안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는 말처럼 일을 통한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인재 육성에 대한 기본 생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회사 안의 어떤 규정집에도 ‘이렇게 해야만 한다’라고 적혀 있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고정 관념을 깨지 않고서는 일을 통한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우리 기업의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가지 고정 관념을 하나씩 살펴 본다. 
 
고정 관념 1 : 인재 육성의 책임자는 HR이다  
 
가장 대표적인 고정 관념 중 하나는 인재 육성에 대한 모든 책임을 HR 부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말마다 이루어지는 회사의 성과 리뷰 미팅을 한번 상상해 보라. 의례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실패하거나 성과가 저조한 사업에 대한 원인의 하나로 ‘인재가 제대로 육성되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틀린 분석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은 자연스럽게 HR 부서로 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인재 육성은 더 어려워지고 또 다시 사람이 없어서 사업이 실패했다는 반성이 되풀이될 뿐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보다 앞서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R&D 부문 구성원들의 역량 수준이 부족해서, 즉, 인재가 육성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HR 부서에서 R&D 인재 육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HR 부서원들이 연구 인력을 대상으로 첨단 기술 동향을 가르칠 수 있을까? 아니면, 눈 앞의 연구 과제를 풀어갈 작은 힌트라도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사실, HR이 연구 인력 육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나 일을 통한 인재 육성에는 더욱 그러하다. R&D 인재 육성은 R&D 부문의 리더나 선배들의 역할과 책임이 더 크다 하겠다. 비단 R&D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서 마찬가지다.    
 
인재 육성에 있어서 HR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인재 육성을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이에 필요한 제도나 시스템과 같은 외형적인 틀을 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재 육성이 활성화되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해 HR이 인재 육성을 위한 기본 토양을 만든다면, 그 틀 안에서 실질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책임자는 일선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선 현장의 리더들이 사람을 키우는데 무관심하면 인재 육성은 이루어질 수 없다. 맥킨지 컨설팅의 2006년 조사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9개 기업의 경영진과 HR 담당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여 도출한 인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의 상위 8개 요인 중 7개 요인이 리더들과 관련된 것이었다(<그림 2> 참조). 비단 일을 통한 육성뿐 아니라, 인재
육성에 있어서 리더들의 역할과 책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이 일을 통한 인재 육성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일선 리더들이 인재 육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를 키우고자 노력하는 리더들이 인정받고 우대되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개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의해 뛰어난 경영 사상가 중 하나로 꼽혔던 데이비드 마이스터는 “많은 경우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 인재 육성형(People Oriented) 리더들은 성과 지향적(Businesslike)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한다”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 말처럼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이 조직에서 살아 남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람을 못 키웠다고 경영진으로부터 야단을 맞는 경우는 없지만, 사업 성과를 못 내면 100% 야단을 맞게 되는 문화에서 누가 사람을 키우는데 신경을 쓰겠는가?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일선 리더들의 인재 육성에 대한 책임감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더들의 성과 평가에 인재 육성 성과를 반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몬산토사는 리더들의 인센티브 중 50%는 리더 본인의 자기 개발과 팀원의 육성 성과에 의해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 펩시콜라사의 경우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사업 성과와 별개로 육성 성과를 평가하는 ‘이중 평가(Dual Performance Rating)’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평가 결과는 보너스는 물론 기본급 인상에도 반영된다고 한다(<그림 3> 참조).  

 
고정 관념 2 : 인재를 육성할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가운데 하나는 인재 육성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중에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해져 버린 것들도 적지 않은 듯 하다. 다양한 강의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GE의 육성 담담 임원이었던 노엘 티치 역시 강의실 교육은 대개의 경우 지적 유희(Intellectual Entertainment)에 그칠 뿐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인재 육성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을 통한 육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처럼 여전히 인재 육성을 논할 때에는 제도와 시스템의 도입이 먼저 언급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나 시스템의 도입은 매우 구체적인 것들이기에 눈에 잘 보인다. 예를 들어, ‘올해 CDP(Career Development Plan)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다’라는 식의 예산 계획을 수립하기도 용이하고, ‘강의실 교육에 몇 명이 참여했다’ 혹은 ‘전 구성원 중 00%가 CDP를 수립했다’ 등으로 성과를 측정하기도 쉽다. 반면, 일을 통한 육성은 계획을 수립하기도 성과를 보여주기도 애매하다. 그렇다 보니, 일을 통한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경영진으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인재 육성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는 HR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손쉽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후계자 육성 계획을 세우는 등의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인재 육성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재 육성 시스템과 제도 또한 이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또한 시스템이나 제도만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인재들이 육성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맥콜 교수도 “멋진 공식적인 시스템이 인재 육성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효과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선진 기업들이 잘 하는 점도 여기에 있다. 이들 기업은 제도나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육성 활동을 더욱 강화한다. 일례로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델의 경우, ‘일하는 중간에 모르는 것이 생기면 10분 이내에, 5~10분 정도의 짧은 교육’을 가장 이상적인 육성 방법론으로 추구하고 있다. ‘10분 이내’를 강조하는 것은 업무를 수행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겨서 답답함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높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동사의 글로벌 인재 육성 담당 임원인 존 콘은 이를 ‘On-demand Learning’이라고 부르면서 인재 육성의 핵심은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의 학습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동사에는 약 100여 개에 달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고정관념 3 : 전문가가 되려면 한 우물을 파야 한다  
 
흔히 전문가가 되려면 하나의 일을 오래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한 우물 파기’식의 업무 부여는 숙련도를 높이고 충분한 경험이 쌓인다는 점에서 나름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첫째, 업무가 반복될수록 이를 통한 육성 효과는 적어진다는 점이다. 맥콜 교수는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깊이는 조금 더 생길 지 모르지만, 학습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즉, 두 번째 이후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처음 경험보다 적으며, 대개의 학습은 유사한 내용의 복습이라고 한다.   
 
둘째, 한 직무에서만 오랜 경험을 쌓은 경우, 나중에는 다양한 경험이 부족해 폭넓은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을 키운다. 따라서 문제가 조금만 복잡하고 변형된 형태로 발생할 경우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특히, 다양한 부서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복잡성이 높은 이슈를 다뤄야 하는 경영진의 자리에 올라가는 경우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같은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당연히 일에 대한 몰입도 떨어지고, 업무 수행도  ‘이미 여러 번 해봐서 뻔히 아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대충하게 되기 십상이다. 또한 한 직무에만 너무 오래 근무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 새로운 직무를 기피하는 성향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성향은 직급이 높아갈수록 더 커진다. 사원 대리 시절에야 새로운 업무를 맡아 수행하던 중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져줄 리더들이 있다. 그러나, 리더급이 된 이후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새로운 직무로 옮겨가 또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인재들이 조직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직무를 맡아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게끔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리더십 개발 전문 기관인 CCL의 앤 모리슨 이사도 "새로운 직무 이동이 제공하는 변화의 폭이 클 수록 인재가 받게 되는 도전의 강도도 증가하고, 도전의 강도가 높을수록 이를 제대로 극복한다면 배우는 것도 많다"고 조언한다.  
 
이런 맥락에서 구성원들이 한 직무에 지나치게 오래 머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일을 통한 육성을 잘하는 기업의 특징 중 하나다. 좋은 예가 바로 제약 회사인 엘리 릴리사다. 이 회사는 일을 통한 육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직무 전환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직무에 배치된 시점에 상사와 당사자간에 ‘육성 합의서(Developmental Agreement)’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그림 4> 참조). 육성 합의서에 담긴 육성 목표가 달성되면 또 다른 직무로 이동하여 새로운 경험을 통해 육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선 리더들의 저항이다.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부서의 리더는 인재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타 부문으로부터 인재를 받게 될 리더는 아무리 다른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발휘했던 인재라 하더라도 이곳에 와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여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인재의 육성을 위한 인재 이동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기업에서는 최고 경영진이나 본사의 HR 부서에서 인재의 이동 배치에 깊이 관여하기도 한다.  
 
미국의 통신 회사인 프로스트사의 사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로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프로스트사에는 ‘핵심 인재 중개인(HIPO Broker)’이라는 독특한 직책이 있다. 중개인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회사 내의 핵심 인재들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향후 육성 포인트를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회사 내에서 인재 육성을 위해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할 수 있는 주요 포지션에 공백이 발생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셋째, 공백이 발생할 주요 포지션에 육성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인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들의 잠재성을 파악하는 것이나, 인재별로 적절한 육성 경험을 부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인재 중개인은 주로 사업 조직과 스탭 조직을 두루 거치면서 20년 이상 동사와 일해온 경력이 있는 상위 HR 임원이 담당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주요 포지션의 업무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을뿐더러, 인재의 이동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일선 리더들과 원만한 교류 관계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 관념 4  : 직무에 맞는 인재 배치가 최고다  
 
일을 통한 육성이 이루어지려면 사람을 배치할 때도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맥킨지가 6천 여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10%만이 ‘우리 회사는 직무 배치를 사람 육성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경영진이 중요한 자리에는 그 일에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을 앉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설문 결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업무를 부여함에 있어서 첫 번째로 고려하는 요인은 ‘누가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즉, 성과를 창출함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단기 성과만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인재 육성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성과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버드 대학의 에드몬슨 교수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나치게 단기 효율만을 극대화하려는 방식은 잠시 동안은 높은 성과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또한 에드몬슨 교수는 일시적인 성과 하락은 장기적인 관점의 성과 향상을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투자 비용이라고 말한다. 이 말처럼 일을 통한 육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육성 관점의 인재 배치와 더불어 효율 중심의 업무 수행에서 벗어나 학습과 육성 관점에서 일상 업무 수행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표> 참조). 

 
그렇다고 해서 효율 중심의 접근 방법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직 전체 차원에서 본다면 단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재 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며, 인재 배치의 80~90%는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인력 이동이 육성 관점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조직의 장기적인 성공은 커녕 지금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성과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 효율과 장기적 인재 육성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전체 중 일정 부분은 육성 관점에서 단기 성과의 하락을 감내하는 인재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슐룸버그사가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슐룸버그사에는 핵심 인재들의 배치를 2종류로 구분한다. 하나는 대부분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 보유 여부를 중심으로 사람을 배치하는 ‘통상적인 이동(Obvious Move)’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업부장이 공석이 되면 그 사업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이 사업부장으로 승진하는 경우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재를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업무에 배치하는 ‘비통상적 이동(Non-Obvious Move)’이다. 공석이 된 A사업부의 리더로 B라는 전혀 생소한 사업부에서만 일해온 사람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동사의 경영진은 비통상적 이동이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에 더 적은 비용 부담과 높은 사업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통상적인 이동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육성 비용이나 사업 실패 비용 등이 적게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얻을 수 있는 육성 효과가 적어 인재들이 충분히 육성되지 않아 추가 육성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을 써야 된다는 것이다(<그림 5> 참조). 슐룸버그사의 방식은 어찌 보면 너무 위험한 사고 방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법도 하다. 그러나, 동사의 HR 임원인 피에르 버무스는 “비통상적 이동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육성된 인재가 없어서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아무런 지원 없이 배치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고정 관념 5 : 일을 부여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육성된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장 오랜 시간 근무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주 40~50시간 이상씩 죽도록 일하지만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은 잘 되지 못한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아마도 막연히 일만 오래한다고 해서 능력이 개발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을 통한 육성에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얼마나 오래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가 아닐까? 
 
“연습이 천재를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라고 하지만, 모든 연습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플로리다 대학의 에릭슨 교수는 말한다. 단순 반복적인 연습이 아니라 ‘신중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연습을 할 때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중한 연습은 이와는 달리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면서 지속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면서 연습하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혔던 나탄 밀슈타인이 소개한 일화를 보자. 어릴 적에 자신의 스승인 아우어 교수에게 하루에 몇 시간이나 연습해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스승의 답은 ‘손가락만으로 연습을 한다면 하루 종일 연습해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머리를 쓰며 고민과 집중이 곁들여진 연습을 하면 하루 2시간이면 족하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 조언으로 인해 밀슈타인은 평소의 연습 방식을 바꾸게 되었고, 뛰어난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면서 일하게 할 수 있을까? 조직 심리학자인 조지 홀렌백이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도했던 방법이 부족하나마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승진한 경영진을 1년간 관찰하면서 연구진은 매주 다음과 같은 2개의 질문을 던졌다. “지난 주에 어떤 일들을 하셨습니까? 그리고 그 일들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 한 동안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경영진이 없었다고 한다. 바쁜 일상에 치여 지내다 보니,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조차 잘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영진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연구 프로젝트가 종료될 시점에 한 경영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도전적인 성과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하루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 후로부터는 나의 업무로부터 배울 만한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부하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2개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의 학습을 자극하고 있다. 구성원들 역시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학습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바둑의 복기(復碁)와 같은 반성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복기란 한 판의 바둑을 끝낸 후에 처음부터 다시 바둑돌을 놓아보면서 ‘이렇게 두었으면 어땠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복기는 바둑 서적을 통해 정석이나 묘수를 배우는 것 이상으로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킹스턴 대학의 진 우드웰 교수도 ‘체제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의 반성회(Institutionalize Disciplined Reflection)’가 이루어질 때 학습의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반성회의 일환으로 담당했던 업무의 실전 매뉴얼을 만들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무 전반을 되짚어 보고 정리하면서 나름의 체계를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적절한 시점에 그 간의 경험을 통해서 배웠던 것들을 돌아보면서 정리하는 기회를 주는 것은 일을 통한 육성 과정에서 자칫 지쳐버리기 쉬운 인재들에게 일종의 휴식과 재충전의 과정이 될 수가 있다. 우드웰 교수는 "안타깝게도 반성회와 같은 시간을 갖는 것을 장려하는 회사가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반성회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구성원들이 업무 수행에서 잠시 벗어나야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반성회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반성회를 통해서 인재들이 학습할 때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부터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꾸준히 추진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고정 관념 6 : 강한 Challenge만이 인재를 키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일을 통한 육성은 개인이 기존에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업무를 부여 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 초기에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혹독한 챌린지만이 인재를 키운다’는 믿음으로 리더들이 강하게 챌린지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육성의 효과를 거두기는 커녕 잠재력 높은 인재들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자신을 지원해주지 않는 리더나 조직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재는 상처만 받고 조직 성과의 급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만 얻을 가능성이 크다. 챌린지도 적절한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란 얘기다.  
 
일을 통한 육성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새로운 직무를 부여 받은 초기에 부드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실수나 실패를 어느 정도 감싸 안아 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일을 하다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을 통한 육성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없이 높은 도전적인 업무가 주어지고, 리더의 강한 질책만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일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큰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시도를 함으로써 배우기보다는 남들이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는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 이에 더하여 남들과의 상대적 비교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남들이 못하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나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호 학습을 위한 정보 공유나 협동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것이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온정주의나 낮은 성과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구성원들은 즐겁게 일을 하기는 하지만, 일에 대한 몰입이 낮아지고 학습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대학의 에릭슨 교수도 사람의 속성 상, 자신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자극은 육성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Ⅲ.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 
  
 
피터 드러커는 “어떤 결정이 실제로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는 한, 그것은 의사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기껏해야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인재 육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이라는 것을 표방하는 것은 기업의 의지이다. 그러나, 이런 의지는 실제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모든 기업이 어려운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을 통해 육성하자면 다소의 실패는 불가피한 것이란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기가 일을 통한 인재 육성에 있어서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어수선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역할, 소비 침체로 적자에 빠진 사업을 되살리는 역할 등 사업이 잘 되고 있는 시기라면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업무 기회가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전적인 업무를 통해 단련되는 인재는 미래에 기업의 성공을 이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끝> (LGERI, 2009. 3. 2. 한상엽)
  
 
< 참고문헌 > 
  
Acceleration Executive Development, Corporate Leadership Council, 2000 
Developing Executives Through Work Experience, Morgan W. McCall Jr. Human Resource Planning 1988  
Establishing Performance Management as an Organizational Priority, Corporate Leadership Council, 2002 
The Competitive Imperative of Learning, Amy Edmondson, Harvard Business Review 2008. July-August  
The Making of an Expert, Ericsson et al. Harvard Business Review 2007. July-August   
Toward Effective Management of High-potential Employees, Corporate Leadership Council, 2000 
The People Problem in Talent Management, The McKinsey Quarterly, 2006.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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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재가 있지만 기대한 만큼의 기업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현재의 동기부여 강화 방안들이 구성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몰입을 이끌어 내는 실천 방안과 리더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지식 경제의 시대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수한 인재의 확보와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고액의 연봉과 다양한 복리후생의 제공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확보한 우수 인재들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성과급 제도의 마련, 일하기 편한 업무 환경 제공, 각종 이벤트 개최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인재 관리 노력이 기대한 만큼의 결과, 즉 조직 성과 향상으로 연결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HR 관점에서 보면 우수 인재를 제대로 동기부여하고 있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 하겠다. 사실 기업의 성과는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게 하는가인 동기부여 수준이 크게 영향을 준다. 미국의 인사관리 기관인 CLC(Corporate Leadership Council)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성과 향상의 약 40%가 직원들의 동기부여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동기부여란 조직 내에서 개인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하여 바람직한 행위를 유발하고 지속시키는 과정으로, 그 핵심은 구성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고 열정적으로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선택한 방식은 주로 평가와 보상에 관한 제도들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평가, 보상을 통해 구성원들의 직장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인사관리의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구성원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구성원들이 업무에 보다 열정적으로 ‘몰입’하게 유도하는 방향으로 인사관리가 전개되고 있다.  
  
성과 창출의 원동력은 몰입 
 
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Jack Welch) 역시 “기업의 건강 정도를 측정하는 3가지 요소는 고객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기업의 재무 건전성, 직원들의 업무와 회사에 대한 몰입도이다. 그 중에서도 직원들의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구성원의 몰입도가 직장 만족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일까? 만족은 말 그대로 욕구가 충족이 되어 불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비해, 몰입은 개인이 맡은 업무에 높은 수준의 정신적, 물리적 노력을 추가하려는 태도로서 보다 성과 지향적인 자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그림> 참조).  

 
실제로 몰입도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의 성과 차이가 큰데 반하여, 만족도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의 성과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사관리 컨설팅 기업 왓슨 와이어트(Watson Wyatt)에 의하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평균 수준의 직원에 비해 ROI(Return on Investment)측면에서 3배 정도의 성과를 창출한다고 한다. 또 다른 인사관리 컨설팅 기업 휴잇 어소시어츠(Hewitt Associates)도 구성원들의 몰입도가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인당 매출액이 평균 3,800달러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반면 높은 직장 만족도가 낮은 이직률 및 결근률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직장 만족도가 업무 성과 혹은 기업의 재무 성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울러 몰입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몰입한다는 것은 일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감성(Emotion), 창조(Creativity), 상상(Imagination) 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 몰입은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애머빌(Teresa Amabile) 교수도 창의성 발현의 한 축으로 몰입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몰입도가 높은 구성원이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도 주목하자. 제품을 구매하고 단순히 거기에 만족한 소비자처럼, 구성원 만족감은 개인에서 그치기 쉽다. 이에 비해 한 기업에 대해 고객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가 다음 번에도 해당 기업의 제품들을 구매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것처럼,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주변의 동료들과 유익한 정보 및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직장 내의 사기를 북돋아 준다. 또한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조직 내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부 고객과도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갤럽(Gallup)의 연구 결과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실제 기업 현장에서 구성원들의 몰입 수준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DDI(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 CEB(Corporate Executive Board), 타워스 패린(Towers Perrin) 세 연구 및 컨설팅 기관의 직원 몰입에 관한 설문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현재의 업무와 조직에 몰입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각각 19%, 11%, 17% 수준으로,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엄청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하여 만들어 낸 다양한 정책과 제도들이 직원들의 몰입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동기부여 강화의 방향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동기부여 강화 방안들은 구성원들의 만족감 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성과급 마련, 근무시간 단축 등의 물리적 방안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 만족하는 직원들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라는 가정과 달리, 현실에서 이러한 방안들은 구성원들을 일과 조직에 몰입시키는 데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프레드릭 허쯔버그(Frederick Herzberg) 교수는 2요인 이론(Two Factor Theory)에서 ‘임금, 직업안정, 승진, 작업조건, 경영방침, 지시와 지도 등의 외부 자극 요인은 조직에서 얻는 기본적 욕구로서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족을 초래하지만, 많이 충족된다고 해서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구성원들의 단순한 만족을 넘어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불만족 요인을 줄이는 노력과 더불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열정을 자극하는 동기부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구성원 몰입을 이끌어내는 핵심 포인트  
 
구성원의 진정한 몰입은 외부 요인이 아닌 일 자체의 의미와 재미에서 온다는 주장이 있다. 일본 동경대의 다카하시 노부오 교수 역시 구성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구성원을 믿고 자기 완결적 일을 맡기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행 방안이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1)기업의 비전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업무의 명확한 목표 제시, (2) 일의 시작부터 결과 도출까지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책임 및 권한 위임, (3) 필요한 정보의 공유와 인적, 물적 자원의 제공, (4) 업무 진행 과정 전반에 대한 피드백과 인정 제공 등이다. 
  
1.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 업무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수행하고 있는 일의 결과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공헌을 한다고 느낄 때 구성원의 몰입도는 올라간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문서를 복사해서 옆 부서에 전달해주고 있다”라고 답하는 사람과 “나는 우리 제품에 대한 시장에서의 반응을 동료들과 공유하여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일에 정성을 다 할 것인가는 쉽게 알 수 있다. 
  
2. 책임 및 권한 위임 
  
개인은 자신이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 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하다고 인정받을 때 일에 몰입하게 된다. ‘이 일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 책임을 남에게 미루기 마련이다. 피엔지(P&G)의 경우 신입사원이라 해도 특정 지역에서의 구매, 판촉 등 한 분야 전체를 담당할 수 있는 업무를 맡긴다고 한다. 업무의 결과물과 완료시기가 합의된 후에는, 업무 처리에 관한 대부분의 권한을 주고 업무 성과의 책임을 담당자가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직원은 ‘과연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하겠지만, ‘회사가 도전적 업무를 맡기는 것은 곧 나의 유능함을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업무에 몰입하게 된다. 
  
3. 정보의 공유 및 자원 제공 
  
또한 충분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받아 일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때 구성원의 몰입도는 높아진다. 리츠 칼튼(Ritz-Carlton) 호텔의 경우 고객의 불평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별도의 승인 없이 최고 2,500 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호텔의 고객서비스 담당자가 한 고객이 아침식사에 시리얼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상사나 지배인의 별도 승인 없이 아침식사 비용뿐만 아니라 하루 숙박비 전체를 환불해주어 신속하고 효과적인 고객 대응을 한 일화가 있다. 이 직원은 200달러 정도의 숙박비를 손해 보는 대신에, 그 고객이 불평을 퍼뜨렸을 지도 모를 수 많은 주변인들을 이 호텔의 고객이 되도록 유도하여 궁극적으로 기업 성과에 기여한 것이다. 또한 수 년이 지난 후에도 여러 곳에서 인용이 되는 고객 만족 우수 사례를 만들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올려 놓았다고도 볼 수도 있다. 
  
4. 피드백 및 인정 
  
흔히 피드백은 일의 결과에 대해서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 하였을 때 이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구성원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은, 일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일을 하는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을 경우 이에 대한 인정도 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선의의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두려움 없는 자세로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놓치지 말아야 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피드백의 주체를 확대하여 동료와 고객으로부터도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소통의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업무에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동료들과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하여 더욱 업무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기업 현실에서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 
 
그런데 사실 이러한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직무재설계(Job Re-design), 직무충실화(Job Enrichment), 권한위임(Empowerment), 직원참여(Employee Involvement) 등의 이름으로 많은 학자들과 컨설턴트들에 의해 이미 수 차례 강조되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업 현장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정착되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업무 부여가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맞춤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기업 자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중요성과 시급성 그리고 결과물의 수준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맡길 구성원의 강, 약점 및 적성 그리고 그가 어떠한 경력 개발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빈번한 의사소통을 통해 리더는 구성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되고 구성원들은 더욱 리더를 믿고 따르게 되는 상호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  
 
둘째, 구성원들의 역량 부족에서 오는 지시와 통제 중심의 문화이다. 어느 조직에나 믿고 일을 맡기기에는 아직 역량이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구성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기업에서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예전에 그와 유사한 일을 해서 성과를 냈던 직원에게만 일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성과가 높은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고 반대로 업무 역량이 부족한 직원이 성장의 기회를 갖지 못하여, 조직 전체의 역량이 낮은 수준에서 머물게 될 우려가 있다. 믿고 맡기지 않는다면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구성원이 실수에서 배울 수 있도록 역량이 조금 미흡하더라도 다양한 기회를 주어 일을 통해 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수가 많은 기업이 오히려 성과가 더 좋다는 역설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애이미 에드먼드슨(Amy Edmondson) 교수는 업무 방식의 차이와 환자 건강 호전도에 관한 두 병동의 비교 연구에서, 실수가 10배나 많이 보고된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건강 호전도가 다른 병동의 그것보다 더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업무에 서투른 직원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을 찾아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앞서 말한 몰입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단기 실적의 저하가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 필연적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생긴다. 구성원들의 장, 단점 및 업무 적성이 여실히 드러나 여태까지 생각해 왔던 바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고, 구성원 간 직무 범위 및 책임, 권한의 한계에 대한 혼란이 생기며, 새로운 업무 접근 방법에 대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리더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감하게 사람에 투자하여 차세대 리더를 키우려는 의지를 가지고 초기의 성과 저하를 미리 예상해야 한다. 지금의 작은 혼란은 앞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환경을 대비하여 구성원들의 내성과 역량을 키워 미래의 성공을 위한 기반을 닦는 인고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넷째, 권한 위임을 하면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행사하는 영향력과 통제권을(Power/Control)을 잃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역할이 없어져 조직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완결적 업무 부여를 하게 되면 오히려 리더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이전처럼 단편적인 지시와 명령을 통해 일의 결과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구성원의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일을 하는 방법에는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일을 잘 하기 위하여 어떠한 자원을 지원해 주면 좋은지, 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등을 항상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끊임없는 의견 교환을 통해 리더는 구성원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있게 된다. 리더가 명령을 내리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 구성원을 비난하기만 한다면 그 존재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구성원들의 성장과 상호 협력을 도울 수 있는 리더라면 많을수록 좋다. 
  
리더의 시각 변화와 믿음이 필요 
 
위에서 알아본 것처럼 구성원 몰입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된 기사에서는 동기 부여와 관련하여 리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요인별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직속 상사의 영향력이 기업의 보상 제도와 문화 등의 영향력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속 상사가 회사의 프로세스와 제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구성원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더들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리더들이 구성원들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내 부하 직원은 아직 능력이 모자라고, 일을 하기 싫어하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리더는 억압, 통제, 지시, 위협을 통하여 조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게 된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여 나의 부하는 앞으로 엄청난 발전 가능성이 있으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게 된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이러한 신뢰에 느리지만 착실하게 학습하고 성장하여, 궁극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스타가 되어 보답할 것이다. 리더를 양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구성원 모두를 리더로 대하고 리더로서의 책임을 맡기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구성원들의 손으로 성공을 체험하도록 배려하여 미래의 성공을 함께하는 리더가 되도록 하자.  <끝> (LGERI, 2009. 2. 24. 박진성)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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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0일, LG경제연구원의 노용진 연구위원이 <중소 가족경영 기업의 승계 성공 포인트>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고용의 80%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경제주체인 중소기업이 세대를 이어 영속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승계의 실패라고 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족기업의 성공적인 승계방법이 중요한 이유이다. 핵심내용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

Ⅰ. 중소 가족 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우선, 가족 기업의 수가 매우 많다는 것, 그리고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 역시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구구팔팔’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고, 취업 인력의 88%를 중소기업이 고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06년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수가 300만 2000개로 전체의 99.9%를 차지하고, 고용 인력은 1,088만 5000명으로 87.5%를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국내 생산의 50%, 수출의 32% 그리고 국가 부가가치의 51.5%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중소기업의 70%는 가족 소유 기업이라고 한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영국, 미국 등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75~85%, 미국의 경우에도 국내 생산의 절반 정도를 가족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사실 가족 기업의 정의에 대해서는 학자나 연구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
다. 좁게 보면 가족 기업을 ‘가족들이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
에 직접 참여하는 기업’으로 한정지어 정의할 수도 있다. 반면에 ‘가족이
지분의 규모와 무관하게 기업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
는 기업’으로 보다 광의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90% 이상이 가족 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가족 기업의 가장 기본적이고 뚜렷한 두 가지 특징인 소유
권과 경영권을 기준으로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즉, 가족 기업(Family-owned Business, Family Business)은 ‘가족 구
성원이 (지분 규모와는 무관하게)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복
수의 가족 구성원이 기업의 실제 운영(Operation)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
는 회사’의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즉, 가족 구성원이 실제 경영활동에
구체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하더라도 완전 공개된 기업 등은 제외
한 개념이다
<참고: 가족기업의 정의>

 
다음으로, 2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의 대부분이 가족 기업이라는 점이다.
도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의 포드나 듀퐁, 노드스트롬, 뉴욕타임즈 그리고 유럽의 로스차일드, 일본의 호시료칸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명 기업들도 모두 가족 기업들이다. 기업의 목적은 계속 기업(Going Concern)이라고 한다. 즉, 기업은 지속 성장, 발전하면서 이윤과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에도 건전한 기업 시민 정신을 가진 장수 가족 기업이 많아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체질을 강화하는 데 있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장수 기업 중 가족 기업의 비중이 높은 연유는 과연 무엇일까? 
  
 
II. 가족 기업의 강점과 도전 과제 
  
 
1. 가족 기업의 강점/경쟁력 
 
가족 기업은 비가족 기업에 비해 여러 가지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 ‘세계 장수 기업(Centuries of Success)’의 저자인 윌리엄 오하라(William O’hara)에 의하면, 가족 기업은 가족 고유의 가치와 사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으며,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하며,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줄 알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한다고 한다.
 
우선, 가족 기업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필자가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보험회사의 사례를 살펴 보자. 이 회사의 당시 영업 조직은 크게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어, 지방은 전문 경영인 출신의 임원이 책임지고 수도권은 가족 출신 임원이 책임을 지는 구조였다. 그리고, 당시까지만 해도 보험 사업의 특성상 영업 채널 중 보험설계사의 비중이 매우 높은 시절이었다. 따라서 이 가족 출신 임원은 당장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벤트나 시상을 내거는 마케팅 활동보다는, 보험설계사를 신규로 유치하고 이들을 교육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럴 경우 당연히 단기 성과는 일정 부분 희생할 각오를 해야만 한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에는 큰 성과가 없었지만, 2, 3년이 경과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영업 실적이 경쟁사 대비 양호한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이었다. 이렇게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 결정하는 경우 자기 재임 시기에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에서 그런 결정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경영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그 임원도 취임 후 약 2년 만에 다른 직책을 맡아 이동을 했고, 그 과실은 새로 부임한 본부장이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타사에서 보험설계사를 스카우트해 오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던 시절에, 장기적 관점의 접근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나는 모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과감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가족 기업의 강점이다. 전문경영인에 의해 움직이는 비가족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당 사업 분야에 대한 정통한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과감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도 또한 발생할 수 있다. 선량한 재산관리자로서의 책무(Stewardship)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족 기업의 경영자는 자기 책임하에 과감하게 도전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기가 의사 결정을 할 권한을 갖고 있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을 지면 되기 때문이다. 가족 기업의 최대 강점은 바로 이러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 있다. 그래서 가족 기업은 도전과 모험정신을 장려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고 유지하기가 쉽다. 
 
이 외에도 장수하는 가족 기업들의 공통점을 연구한 바에 의하면, 가족 내 단합과 갈등관리 능력, 명확한 지배구조 등 다양한 특징을 보여 준다고 한다(<표 2> 참조). 이런 공통점 역시 가족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참고) 가족 기업의 강점
 1. 가족의 단합
 2. 인간의 기본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의 개발 능력
 3. 장자 상속
 4. 여성의 중요한 역할
 5.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려는 의식
 6. 가족 소유권을 영속화하기 위한 입양
 7. 가족보다 사업을 우선시
 8.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고객 서비스 의무의 충실한 수행
 9. 갈등 관리 능력
10. 문서화된 계획의 구조
11. 확실한 지배구조
 출처 : 윌리업 오하라, 세계의 장수기업. 예지출판, PP. 395~396


2. 가족 기업의 도전 과제 
  
우선, 우수한 인재의 영입과 유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가족 기업의 속성상 재산 상속과 관련하여 가족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마지막으로, 가족기업의 경우 승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장기적 생존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가족 기업의 가장 큰 실패 이유가 바로 승계에 있어서의 실패라고 한다.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권의 승계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가족 기업이 효과적으로 승계를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III. 가족 기업의 후계자 승계 전략 
  
후계자의 육성을 위한 제언 
 
(1) MBA 등과 같은 산업 교육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2)
교차 훈련 프로그램(Cross-Training Program)을 활용하는 방법
(3)
 멘토(Mentor)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4) 
가장 좋은 스승은 결국 창업자 내지 부모 세대의 경영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주의의할 점은 부모가 코치(Coach)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코치는 수직 관계에서 후계자를 지도해 주는 멘토나 상대에게 정답을 제시해 주는 컨설턴트가 아니다. 즉, 후계자에게 일방적으로 답을 제시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가족 기업에서 임원 코칭(Executive Coaching)은 이런 관점에서 창업자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하겠다. 이는 특히 사고로 인한 사망 등 갑작스러운 창업자의 은퇴 직후에 후계자가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매우 유용한 대안이라고 하겠다.   
 
IV. 자신에 맞는 해법을 찾는 노력이 중요 
  
모든 사회과학이 그러하듯 가족 기업의 승계에도 최선의 방안이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가족 기업의 비즈니스 특성, 가족 내 역학 관계, 비가족 구성원의 인식, 기업 문화 등 많은 변수에 따라 최적의 선택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이다. 특히, 가족기업의 승계는 감정적인 부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스웨덴의 Investor AB사는 ABB, 일렉트로룩스, 사브 등 세계적 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면서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국내 가족 기업도 미래에는 스웨덴 Investor AB와 같이 탁월한 기업 성과를 내면서도 존경 받는 기업 그리고 장수하는 기업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끝>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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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전세계 모든 인류의 일상에 그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부여되고 있다. 가깝게는 1~2년 후, 길게는 10~20년 후 세상은 오늘과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개인과 기업, 조직 등이 맞닥트린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이다. 당면한 글로벌 경제위기 말고도 지구촌에는 인류의 미래에 더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중장기적인 세계경제의 판도 변화와 이에 따른 강대국간 대립, 기후변화와 자원, 에너지의 고갈, 최첨단 과학기술의 진보가 불러 올 윤리적 갈등, 지역분쟁과 빈곤 등 글로벌 차원의 수많은 도전 과제들을 지구촌 사회는 어떤 식으로 극복해야 할까?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시장 트렌드에 어떤 변화를 야기 할까? 전지구적 차원의 변화 흐름 속에 숨어 있는 기회와 위험 요인은 어떤 것일까? 이 글에서는 해외 유력 미래예측 기관들의 최신 미래예측 보고서에 제시된 10, 20년 후 미래상을 통해 우리 기업이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의 단서를 찾아 보기로 한다.
  
< 목 차 > 
  
Ⅰ. 머리말 
Ⅱ. 2025년의 세계경제 구도 
Ⅲ. 21세기 글로벌 이슈와 과제 
Ⅳ. 미래 세상을 바꾸는 트렌드 
Ⅴ. 맺음말
 
  
  
Ⅰ. 머리말
  
 
글로벌 경제위기의 심화와 함께 미래에 대한 전망도 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 21세기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 변수로 꼽혀 온 지구온난화와 자원 및 에너지의 고갈, 선후진국 사이의 빈부격차와 일부 지역의 인구 과잉 및 실업 문제, 그리고 종교 및 문화권간 대립과 테러리즘 등의 난제들이 다수 상존해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심화가 불러올 주요 경제 대국들 간의 이해 충돌이 더해질 경우 지구촌의 21세기는 향후 10여 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지적한 지구촌 인류의 중대 당면이슈들은 세계의 수많은 선후진국들의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지만, 당면한 경제난은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프로세스를 상당기간 지연시키거나 아예 프로세스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회오리 바람이 지나간 10년 후 세상은 과연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이하에서는 미국 정부의 미래전략기구인 국가정보위원회(NIC,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가 2008년 11월 발간한 ‘Global Trends 2025’ 보고서와 UN 산하 밀레니엄프로젝트의 ‘2008 State of the Future’ 보고서, 그리고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가 발간하는 미래예측 전문지 ‘The Futurist’에 게재된 ‘Trends Shaping Tomorrow’s World’ 등에 나타난 10~20년 후 세계경제 구도와 함께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문제 등 글로벌 차원에서 풀어야 할 주요 도전과제, 그리고 세상을 바꾸어 나갈 핵심 트렌드 등을 살펴본다.  
  
 
Ⅱ. 2025년의 세계경제 구도
  
 
미래 세계경제의 세력판도와 주요 경제권역별 위상에 대한 큰 그림은 2008년 11월 미국 NIC(국가정보위원회,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가 발표한 미래예측 보고서 ‘Global Trends 2025’를 중심으로 살펴 보기로 한다. NIC의 동 보고서는 2004년의 ‘Mapping the Global Future: Global Trends 2020’에 이어 4년 만에 발간한 것이다. NIC는 미래의 핵심 트렌드와 그 배후의 요인들에 대한 인식과 이들 상호간의 작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미국 정부기관들의 전략적인 사고를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미래 예측보고서를 작성, 발표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강대국의 부상으로 초래될 미래 글로벌 경제 세력 판도 변화와 중동 문제, 에너지 자원 문제 등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걸린 이슈들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미국의 관점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예측으로 전세계 미래예측 전문가 등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하에서 동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글로벌 다극화 시대 개막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경제 질서와 시스템은 2025년이면 거의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변화할 것이다. 신흥시장 경제의 부상과 글로벌화의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세계의 부와 경제적 영향력은 서구 국가들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며, 국가보다는 기업과 종교, 문화, 비정부단체 등의 조직과 개인의 영향력이 점차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5년에는 글로벌 다극 체제(Multi-polar system)가 형성되는 동시에 선진국과 후발개도국들 사이의 국력의 격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세계 최강 국가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상대적인 영향력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그림1 글로벌 세력지형도의 변화
  

 
이 경우 미국의 공백을 미국 이외의 여타 국가나 조직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무너진 구체제로부터 신질서로의 불완전한 이행 과정에 나타날 국제안보상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자적인 협력 요구가 증가할 것이지만 주요국의 정책결정자들과 대중들이 이러한 요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역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다극 체제는 양극(bi-polar) 체제, 또는 단극(uni-polar) 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정성은 문제해결의 이니셔티브를 쥘 강력한 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킨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화의 일시적인 중단을 야기했던 1914~18년 기간과 같은 국제경제 시스템의 파국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국제질서로의 이행이 지속될 향후 20여년은 여러 가지 위험(risks)으로 충만한 시기가 될 것이며, 국제 무역과 투자, 기술 진보와 인수합병을 둘러싼 전략적인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19세기와 같은 군비경쟁과 영토확장, 그리고 군사적 경쟁이 재현되는 시나리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아시아로의 부의 이동 가속화 
 
향후 나타날 서구 국가로부터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의 글로벌 부와 경제력의 이동은 규모나 속도, 방향의 측면에서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될 전망이다. 이 세기사적인 전환은 다름아닌 두 가지의 이유에서 비롯되는 데, 첫째는 원유와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중동국가들과 러시아가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어들일 것이라는 점, 둘째는,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의 중심이 저임금 아시아로 옮겨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브릭스(BRICs)국가들의 경제규모(GDP)는 2040~2050년 경이면 현재의 G7 국가들의 GDP와 비슷한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특히 중국은 향후 20년 동안 세계경제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큰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며, 군사력 측면에서도 초강대국의 위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인도의 경우 경제적 고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향후 중국과 더불어 글로벌 다극체제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025년까지 중국과 인도의 GDP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가의 GDP를 합한 것보다 커질 것이다.  
 
러시아는 인적자본 투자 확대, 경제구조의 다변화, 글로벌 시장으로의 편입 등을 차질없이 추진할 경우 2025년 경에는 현재보다 더 부강하고 자기 확신에 찬 나라가 될 것이다. 다만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 수준에 머물 경우나 앞에서 지적한 경제구조의 개선에 실패할 경우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침체를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2025년 세계경제 판도와 관련해 볼 때 중국, 인도, 러시아에는 분명히 못 미치겠지만 인도네시아와 이란, 터키 등의 정치경제적 영향력도 현재보다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2025년의 8대 경제대국 순위는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순이 될 것이다.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확산 
 
주목할 점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발전 모델은 지금까지 서구 국가들이 사용한 자유주의 모델이 아닌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모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국가자본주의는 기업과 개인이 아닌 국가가 경제발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경제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과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 등이 사용했던 자본주의 모델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경제규모가 워낙 크고, 체제 민주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여타 국가들과 달라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발전이 세계에 미치는 잠재적 파급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실제로 민주화 역사가 길지 않은 일부 국가들의 경우 더딘 경제발전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민주주의의 원칙과 기반을 흔드는 사회경제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으로 규제 받지 않는 시장의 기능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국가의 역할을 새롭게 강조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만큼, 많은 후발개도국들이 중국의 모델을 본받아 국가차원의 산업정책의 재강화, 민영화정책의 후퇴 및 공기업 부활 등을 통해 시장과 경제주체들의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 및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상태(Global imbalances)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국시장 보호주의 부활, 국가자본주의 모델 확산에 따른 정치적 민주화의 후퇴,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퇴락과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 국부펀드의 영향력 강화, 달러화의 위상 하락 등과 같은 거대 이슈들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선진기업 인수합병은 당사국간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잠재적으로 국제무역과 투자에 대한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화의 불균등한 이익에 대한 대중들의 우려가 확산될 경우 국제무역 전반에 보호주의 성향이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성장세 크게 둔화 
 
한편 지역적으로 볼 때 우선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득에도 불구하고 경제 혼란과 정치 불안, 부패, 인구 압력과 종족분쟁 등으로 인해 2025년에도 경제적으로 매우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브라질 등 라틴 아메리카의 주요국들은 중간정도의 소득수준을 지닐 수 있을 것이나, 대중 영합적인 정책기조를 보이고 있는 베네주엘라, 볼리비아 등 여타 중소국들은 지체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2 중국과 인도의 경제규모 예상
전반적으로 라틴 아메리카국 들은 경쟁력 측면에서 아시아와 여타 고성장 지역에 비해 뒤쳐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인구 1인당 부(per capita wealth)에서 유럽과 일본은 중국과 인도를 여전히 크게 앞지르겠지만, 근로연령대의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경제전반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데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한편 유럽과 달리 미국의 경우는 높은 출산율과 이민증가 등으로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겪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2025년에는 사회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옮겨 가려는 이민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늙어가는 북반구 
 
인구 측면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이 향후 20년간 전세계 인구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서방국가들은 전체 인구증가의 3% 정도를 차지하는 데 불과할 것이다. 2009년에서 2025년까지 약 12억명의 인구가 증가해 세계인구는 약 80억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데 증가율은 과거 20여년에 비해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한편 전세계 인구 대비 서구국가 지역 거주 인구는 1980년의 24%에서 2025년에는 약 16%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인 인구 비중의 변화와 함께 고령층과 젊은 층의 비율이 변화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30세 이하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3 미만인 늙은 국가들이 북반구에서 늘어날 것이며, 반대로 30세 이하의 그룹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인 젊은 국가들이 사하라 이남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도시화로 인한 거주인구 비중의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의 도시화 트렌드가 계속된다면 2025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57%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50% 정도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2025년까지 현재의 19개에 8개의 메가시티가 추가될 것이다. 이들 중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들이 작은 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이들 도시에서는 종종 일자리나 각종 필수 서비스의 부족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림3 2025년 주요국 인구 전망

 
미국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까 
 
중국과 같은 새로운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출현과 국제기구들의 재정상태 악화, 지역 블록의 잠재적인 확산, 그리고 국제 민간 조직과 네트워크의 강화 등으로 지난 20여 년간 계속되어 온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도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다가올 20년 동안에는 전후 국제질서를 담당해 왔던 조직들의 노후화와 파편화, 비효율화 등을 대체하고자 하는 다양한 행동주체(actors)들이 생겨나면서 국제사회가 당면한 초국가적인 도전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래의 신흥강자로 주목 받고 있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우 과거 독일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서방국가들이 정해놓은 기존의 규범(norm)을 고분고분히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즉 자신들의 지정학적, 경제적인 파워를 배경으로 기후변화, 테러리즘, 핵 확산, 에너지 안보 이슈 등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세계무대에서 구현해 나가는 높은 수준의 자유도(high degree of freedom)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5년 미국은 현재보다 ‘한층 덜 압도적인(less dominant)’ 나라가 될 것이다. 여전히 가장 힘있는 나라이기는 하겠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여러 주요국들 가운데 하나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군사력 면에서 보더라도 여타 외국에서의 과학기술 발전, 비정규전의 광범위한 채용, 장거리 정밀무기의 확산, 사이버 공격의 증가 등이 과거에 비해 미국 군사력의 파괴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20년 후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미국은 중동과 아시아에서 지역 균형자로서의 긴요한 역할을 지속할 것이며, 글로벌 테러 대응력으로서의 중요성도 유지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와 같은 새로운 안보 이슈에서도 미국의 리더십은 글로벌 차원의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 매우 결정적인 요소이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발전에 따른 글로벌 다극화 추세는 향후 미국으로 하여금 대외정책 수행 시 좀 더 많은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과 공조를 요구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Ⅲ. 21세기 글로벌 이슈와 과제 
  
 
다음으로 UN 산하 밀레니엄 프로젝트(Millennium Project)의 ‘2008 State of the Future’ 보고서를 중심으로 세계인류가 당면한 주요 도전과제와 해법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의 미래예측 기관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래과제 발견 및 정책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미래 예측 및 국제사회의 정책추진 현황과 관련된 ‘State of the Future’ 보고서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특히 밀레니엄 프로젝트팀은 인류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현안과제의 근본원인과 현상 진단, 그리고 국제사회의 올바른 해결 방안  제시와 관련해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그 권위와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2008 State of the Future’ 보고서에 제시된 15개 글로벌 과제를 ▲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 과학기술 진보의 명암, ▲ 인류의 삶의 질 개선, ▲ 지역분쟁 및 테러 억제, ▲ 글로벌 민주주의 강화와 윤리 수준 제고 등의 5개 범주로 요약, 소개한다.  
 
과제 1.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그리고 이로 인한 대기 온도의 상승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 예측하던 것보다도 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1970~2000년까지 연평균 1.5ppm씩 상승하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년 이후 2.1ppm씩 상승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전세계 감축목표로 제시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550ppm으로는 온실가스의 피해를 막는 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NASA 과학자에 따르면 350ppm을 목표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안정화 된다고 하여도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인해 지구는 더욱 더워질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경제적 손실은 10년 이내에 매년 1,500억~3,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제는 미국, 중국과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환경에 대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추진되던 정책 외에도 연 5%의 연료 효율 개선, 조세 및 금융제도 개편, 자동차 연비 강제 개선 조치 등이 요구된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전기자동차, 염수(鹽水)농업, 탄소격리, 태양발전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4 1인당 연간 물 소비량
물과 농작물의 부족 또한 심각하다. 현재 7억의 인구가 물기근(water scarcity: 1인당 1년에 1,000㎥ 이하)을 겪고 있고 2025년에는 30억의 인구가 물기근을 겪을 전망이다. 한편 물의 약 70%가 농업에 사용되기 때문에, 물 부족은 필연적으로 식량부족을 가중시킬 것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현재 37개국에서 식량위기를 겪고 있고 곡물의 가격은 2006년 이래 벌써 129%나 상승하였다. 식량 수요는 2013년까지 50%, 30년 이내에 2배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인구의 도시집중과 농지의 잠식 등에 의해 식량공급은 줄어들 것이다.  

 
장기적으로 농업에서의 방울관개(灌漑)(drip irrigation) 뿐 아니라, 조림, 물 저장, 물 재처리 등 물 사용을 최적화하는 여러 가지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식량부분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 FAO는 급격한 식량부족을 막기 위해서 연 150억~20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는 최근 20년 동안 2배로 증가하였다. 핵심적인 기술진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는 화석연료를 통해 1차 에너지 수요의 81%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30년까지 석유에 대한 수요는 40% 가까이 늘어날 것이고,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총 22조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석유 생산은 이미 정점에 달했고 향후 40~70년 내에 석유가 바닥이 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화석연료 가격의 급등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가 점차로 경쟁력을 확보하겠지만 현재 약 3.4%의 전기만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2007년 약 1천억 달러가 소요되었고 앞으로도 2030년까지 추가적으로 7조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에너지 문제의 중장기적인 해결을 위해 수송연료의 탈탄소화, 바이오 연료, 태양발전위성, 열암(熱岩)을 이용한 지열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너지원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다. 
 
과제 2. 과학기술의 진보, 축복인가 저주인가 
 
IT 및 과학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삶과 사회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예를 들어 전자정부 시스템의 확산은 민주주의, 사회 정의, 창의성 교육의 효과적인 구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이메일, 휴대폰, 메신저, 협업 소프트웨어의 보편화로 인해 봉사, 과학, 사업 등 다양한 공동 프로젝트에 전세계인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센서, 카메라, RFID의 상호 연동을 통해 “사물들의 인터넷”이 생겨나고, 세컨드 라이프 같은 사이버 세계는 현실 세계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다. 인터넷 주소는 3년 내에 포화될 것이고,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사이버 범죄, 불법 복제나 사이버 공격도 문제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인터넷이 테러리스트들의 결집 및 훈련의 장이 될 수도 있다. 
 
IT의 발전은 의사결정 과정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다. 개방적 시스템, 민주화, 쌍방향 미디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향후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집단지성 시대의 도래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지식을 즉각 얻을 수 있게 만들어 의사결정의 질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슈 추적 및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와 같은 다양한 의사결정 지원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문화는 여전히 의사결정 효율화의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미 다양한 의사결정 지원 소프트웨어가 존재하지만 잘 활용되지 않고 있음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또한 쓰레기 정보의 난립과 선택지의 복잡성 증가는 향후 의사결정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다. 
 
한편 과학기술 혁신의 가속화와 나노, 바이오, 정보통신, 인지과학 간의 융합도 인류의 문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이미 수퍼 컴퓨터는 1초당 1천조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하며, 주사전자현미경으로 0.01 나노미터의 세계를 관측할 수도 있다. 또한 이미 염색체 합성이나, 광자 텔레포트 시도가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한 상태이다. 새로운 생물체의 창조와 사물의 순간이동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래에는 난자 채취 없이 피부 세포 만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구현될 것이다. 또한
나노, 바이오, 정보통신의 결합은 다양한 신개념 기술들을 낳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는 생체 배터리도 나올 것이다. 전도성 금속으로 코팅된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를 연결해 나노 와이어로 만들고 이를 배터리의 음극 재료로 사용해 배터리의 용량은 늘리고 부피는 종이처럼 얇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인공장기가 잉크젯 3D 프린팅 방식으로 생산되고, 유기 트렌지스터도 실용화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과학기술 혁신과 학제간 융합이 새로운 위험과 윤리적 이슈를 낳을 수도 있음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인체에 대한 나노 기술의 부작용 가능성이나 바이오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 존엄성의 위협 문제는 대표적인 예이다. 세계 차원의 집단지성 시스템을 구축해 과학기술을 전파하는 동시에 그 위험성과 윤리문제를 사전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과제 3. 인류의 삶의 질 개선 
 
건강 악화와 질병은 인류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만성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변종 조류독감을 비롯, 지난 5년간 천여 개가 넘는 유행성 질병이 보고된 바 있다. 콜레라, 흑사병 등 과거의 질병들도 다시금 나타나는 상황이다. 빠른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질병의 패턴도 바뀌는 중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HIV/AIDS의 경우 보균자 수가 2006년 3천4백만~4천7백만명 수준에서 2007년 3천만~3천6백만명 수준으로 감소하고는 있지만,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의 감염 일반화 및 동유럽, 아시아 국가의 감염자 증가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동사망 감소, 모성건강 향상, HIV/AIDS 및 말라리아 감소 등 인류공동체의 당면 목표는 단시일 내에 쉽게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스(SARS)와 같은 전염성 질병의 위협에 대해 규제, 면역 프로그램, 글로벌 정보 공유 및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인류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분배의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되고는 있지만, 빈곤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2015년경 전세계 절대빈곤층은 사하라 이남 지역을 제외하면 2000년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소득불균형은 아직도 심각하다. 하루 1달러 또는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2달러로 생활하는 사람의 수는 전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중국의 경우 2007년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가 되었지만, 도농간 소득 격차(상위 10%가 45%의 도시 부를 독점)는 여전히 심각하다. 최근 저개발국 빈곤층에 소액 대출을 제공하는 마이크로크레딧 등은 빈곤 해결을 위해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여진다. 부패 감소, 경제적 자유의 증대, 생산수단에 대한 균등한 접근 보장 등으로 “동일한 출발선”을 보장하는 것이 빈곤 감소를 위한 근본적 대응이 될 것이다. 
 
과제 4. 지역 분쟁 및 테러 억제 
 
최근의 유가 및 곡물 가격 상승, 물과 식량, 에너지 공급 부족, 기후변화, 이민자 증가 등은 전세계적으로 민족/종교간 갈등, 사회불안, 테러, 범죄 등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요소라고 할 수 있다. 2008년에만 해도 연초부터 중반까지 대규모 분쟁이 14차례 발생했으며, 연간 1조 3천억 달러가 군비로 지출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핵무기가 2만기, 우라늄 1,700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500톤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래에는 개인이 소규모 실험실에서 생화학 무기를 만들거나, 국제 범죄조직이 소규모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이버 무기 역시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와 UN의 조기 경보 시스템은 NGO 및 각종 미디어와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다양성, 평등권, 공통된 윤리적 가치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특히 사회적 통합을 해치는 감정적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랑, 열정, 영감과 같은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다. 핵, 화학, 생물무기 관리 방안 및 국제적인 반테러 전략, 그리고 생물학적 테러(bioterrorism)를 막기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현존하는 생물학적 무기 비축량을 폐기하고, 위험 물질 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사회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과제 5. 글로벌 민주주의 강화와 윤리 수준 제고 
 
민주주의는 지난 수년간 전세계 국가의 약 1/5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의 자유도 2007년까지 6년 연속 뒷걸음질하는 양상을 보였다. 민주주의의 확산과 발전은 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지구촌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민주적인 체제는 시민사회의 성장, 언론매체 활동의 자유, 장기적인 경제 안정, 시민 참여, 투명한 사법시스템, 엄격한 정부 평가 시스템, 그리고 국제사회의 관심 등을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국지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약이나 개입절차를 구체화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며,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차원의 감시와 압력도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건강한 글로벌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정보유통의 자유가 긴요하다. 
 
세계 식량부족과 기아,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 지구 온난화 등은 글로벌 차원의 장기적 관점과 대응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잠재적인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피해로부터의 조기 회복을 도모하는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국의 정부와 의회 차원의 미래 예견 능력은 물론 UN 등 국제기구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점하에 문제를 인식하고 전략적 해결방안을 찾아 나가는 글로벌 공조체제가 필요하다.  
 
정책결정자들이 단기적이고 자국 이익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다양한 도전과제 극복에 적극 동참하며, 글로벌 차원에서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대중이 나서서 압박하는 일도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인간복제, 유전자 조작, 인터넷 발전 등 기술진보와 더불어 생겨나는 복잡 다양한 윤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부여하는 인간능력의 확장에 상응하는 정서 교육 및 도덕률의 강화가 필요하다.  
  
 
Ⅳ. 미래 세상을 바꾸는 트렌드  
  
 
앞에서 살펴본 미래 세계경제 구도와 글로벌 도전과제 등의 거시적 변화상에 이어 이 장에서는 개인 및 사회와 관련된 마이크로 트렌드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를 위해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의 기관지인 ‘The Futurist’에 2008년 두차례 게재된 ‘내일의 세상을 바꾸는 트렌드(Trends shaping Tomorrow’s World)의 내용을 종합 정리한다. 동 보고서는 미래 세계의 모습을 좌우할 주요 트렌드들을 추출하고, 다양한 실증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아티클의 필자인 Marvin Cetron과 Owen Davies는 오랜기간 시장트렌드 분석가로 활동해 온 미래예측 전문가들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극적인 변화 
 
먼저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의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와 교육수준 향상, 사회 민주화 등으로 기성 권위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가 변화하면서 불변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선진사회를 중심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시대가 가고,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 주도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또한 이들 세대가 경제적 성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면서 소규모 창업도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 세대가 취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예방의학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국 흡연인구는 1983년 전체 인구의 30% 수준에서, 2005년 21% 수준까지 낮아졌다. 또한 2007년 현재 흡연인구의 42.5%가 금연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건강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응답자의 2/3가 10년전에 비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지출을 늘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세계적으로 비만인구가 증가하면서 정부차원의 대응도 강화되는 추세다. 현재 6세 이하 비만인구 비율은 약 18%에 육박하며 이는 1980년에 비해 3배나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개발도상국에서 ‘서구화’된 식단이 늘어나면서 비만의 문제는 더 이상 부자 나라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영양과 건강 관련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특히 고령화와 맞물려 더욱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나아가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스트레스 등 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힘 센 소비자들의 천국 
 
소비자 중심주의(Consumerism)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웹 활용이 증가하면서 현대 사회는 소비자들의 천국이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가격, 서비스, 배달 시간 등의 정보를 어디서나 접할 수 있으며, 사용후기 등을 통해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광고의 영향으로 미국의 어린이들은 이미 2~3세에는 브랜드를 인지하는 수준에 이르며, 6세 정도가 되면 소비자로서 행동하게 된다. 충동적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세대 전체의 10% 정도가 충동적 소비자라는 조사가 있다. 이는 X세대 5%, 베이비부머 세대의 3%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힘 센 소비자들의 증가는 전세계적인 상황이며, 이 때문에 저가 도매점, Walmart와 같은 대형 할인점, Home Depot과 같은 ‘카테고리 킬러’ 기업들이 기존의 소매점들을 대체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권익 보호기관 등이 늘어나면서 성분표시, 경고문구, 영양정보 등이 제품의 포장 및 TV, 인터넷 등에 공개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또한 모든 제품의 가격이 범용품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정비용이 낮은 온라인 상점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족 구성도 더욱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다세대(Multigenerational)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특징적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비용절감 등을 위해 조부모, 부모 및 자녀세대가 모여 사는 가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서는 AIDS로 부모를 잃은 손주들을 보살피는 조부모가 늘어나면서 다세대 가정이 늘고 있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점도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예고한다.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 뉴저지, 코네티컷 등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거나 유사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덴마크, 독일, 영국 등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추세다. 핵가족도 여전히 가족 형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가족 형태 변화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독신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도국 도시화로 메가시티 급증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블로그에 포스팅 된 글이나, 웹 포럼에 올려진 정보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테러와 범죄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감시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예고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911 이후 ‘미국애국법(The USA Patriot Act)’ 등 테러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이 나타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일상화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 증가하는 해커도 프라이버시의 위협이다. 영국의 경우 현재 4천 2백만 개의 감시카메라가 거리, 빌딩, 학교, 쇼핑센터 등에 설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인은 하루 평균 300회 정도 감시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이로 인한 환경과 사회 문제들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조회국(Population Reference Bureau)에 따르면 2006년 전세계인구의 48%가 도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는 21억명이 늘어난 전체 인구의 60%가 도시 거주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증가는 특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 거대도시는 더욱 거대해질 것이다. 1950년 인구 5백만을 넘는 메가시티(Megacity)는 8개였으나, 2015년에는 59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
48개는 저개발국에서 나타날 것이다. 도시화와 도시로의 인구 집중은 도시거주자들에게 적절한 주거, 깨끗한 식수, 화장실과 전기 등 생활환경의 저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더욱이 환경연구기관 월드워치연구소(Worldwatch Institute)에 따르면 인간 활동에서 나타나는 탄소배출의 75%가 도시의 연료에서 배출된다고 한다. 즉 도시화는 사람들의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글로벌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시는 주변 지역의 물 부족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는 도시에서 물이 지표로 스며들지 못하고 상하수관을 통해 사용 및 처리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재취업 보편화 
 
인력과 직업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화가 산업과 인력 전반에서 확산될 것이다. 글로벌화와 기술 발전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시키고 있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개별 시장에 특화된 컨설턴트나 전문가들이 더욱 세분화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소규모 비즈니스에 의한 새로운 니치 시장들이 확산될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롱테일(Longtail) 현상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직업에 있어 지식회전율(Knowledge turnover)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자들의 지식 반감기(half-life)는 5년에 불과하다. 10년 이내에 기술자들이 가진 지식의 90%가 컴퓨터를 통해 활용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성인 대상의 재교육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재교육은 증가 추세다. 인터넷을 통한 교육의 기회가 증가하면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지식기반 사회로 이행하면서,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인력에게 새로운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은퇴에 대한 기존의 개념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OECD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조기은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2004년에 OECD 국가 54~60세 인구 중 직업을 가진 사람은 60% 이하였다. 전문 시장조사기관 퓨 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2006년 평균적인 미국 노동자는 61세 은퇴를 계획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57.8세에 은퇴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은퇴 현상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퍼트넘 인베스트먼트(Putnam Investment)의 연구에 따르면 은퇴한 미국인의 1/3이 2년 내 비슷한 수준과 책임을 갖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은퇴 후 재취업 및 은퇴 연기와 같은 현상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개인적 관점에서 여행이나 재교육 등을 위한 ‘일시적 은퇴’ 등은 늘어나겠지만, 완전히 일을 그만두는 ‘진정한 은퇴’는 현재보다 더 늦어지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2~3개 이상의 커리어 패스를 갖는 것도 일상적인 현상이 될 것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될 것이다. 
 
직업 윤리는 점차 소멸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55%의 최상위 경영자들은 직업 윤리의 침식이 미래 기업의 성과에 악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응답한바 있다. Enron, WorldCom, Tyco International과 같은 기업들의 회계 부정 사례는 직업 윤리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인 이동성이 증가하고 직업에 대한 만족감을 중요시하면서, 직업의 안정성이나 높은 보수 등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의 핵심계층을 이룰 X세대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 비즈니스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X세대는 이미 30 중반으로 접어들었으며, 밀레니얼 세대는 20대에 들어섰다.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15~24세의 인구가 약 5천만명에 달한다. 25~29세 인구는 3천만명이다. 유럽 인구의 22%가 30세 이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X세대는 사업가적(Entrepreneurial) 기질을 의미하는 E세대로 명명될 필요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들 X세대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더욱 비즈니스 중심적 성향을 가지고 있음이 입증된 바 있다. 이들 세대는 고위 경영진이 되고 싶다는 답변보다 2배 이상으로 창업을 선호했다. 정부 기관에 취직하고 싶다는 답변보다는 5배 이상으로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래에 시간은 가장 비싼 재화가 될 것이다. 컴퓨터, 전자통신 및 인터넷 등의 기술이 비즈니스의 글로벌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직장인들은 10년전에 비해 10%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할애한다. 시간의 압박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단순화시켜줄 수 있는 제품이나, 스트레스를 보상할 수 있는 사치재 등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는 선진시장만의 현상은 아니다. 경제성장의 속도가 빠른 중국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빠른 변화와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뉴스포털 시나닷컴(sina.com)에 따르면 56%의 응답자가 시간 부족을 느끼고 있다. 인도의 경우 기술자나 경영진들이 선진시장 수준의 시간 스트레스를 겪기 시작했다. 일과 삶의 균형은 향후 노동시장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또한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터넷과 메일을 통한 상거래가 전통적인 소매업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중국, 인도 및 다른 개도국에서도 선진시장에서와 같이 인스턴트 식품, 가사노동 대체 서비스, 작은 사치재 등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될 것으로 보인다. 
  
 
Ⅴ. 맺음말 
  

이상에서 해외의 주요 미래예측기관들이 제시하는 10~20년 후 세계의 미래상과 주요 도전과제, 그리고 개인과 사회차원의 핵심 트렌드들을 살펴 보았다. 국내외에 많은 미래예측기관들이 주기적으로 미래예측을 발표한다. 국제 정치경제 상황의 변화나 사회적 이벤트, 또는 중대 과학기술의 진보가 실현되었을 경우 이와 관련된 미래 이미지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수정된다. 때문에 미래를 어떤 특정한 이미지에 고착시키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발전하고 진화하는 유기체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좀 더 바람직한 접근자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래를 향한 변화의 큰 줄기와 작은 가지들을 구분하는 식별력을 키우는 일도 요구된다.  
 
미래는 개인, 기업, 국가에게 새로운 위협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기업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세계경제 구도의 변화, 주요 글로벌 과제, 그리고 소비자와 사회 차원의 트렌드가 미래의 생존과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동일한 미래라 할 지라도 각자 처한 상황이나 해석 방식, 대응 양상에 따라 미래는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변화의 실마리들을 포착하고, 이러한 변화의 싹이 미래의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예측하여 선제 대응하는가의 여부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상의 이면과 파급 효과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노력은 미래 성공의 열쇠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끝> (LGERI, 2009.1.20. 조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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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모습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위안해 보지만, 불황은 회사를 좌초시킬 위험성도 그만큼 높이기 때문에 CEO의 근심이 크다. 좋았던 시절 보다 더 많이 사업과 사람 챙기기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위기 극복 CEO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던 월가 파생 상품의 거품이 꺼져버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미국 금융 시스템은 붕괴하고 말았다. 그 여파로 전 세계 금융 시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우리 국민들도 삽시간에 반 토막 난 KOSPI 지수를 목격하며, 충격에 휩싸였던 지난 가을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금융 시장의 공포감은 다소 진정됐지만, 실물 경기의 침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비 위축과 부실 기업의 도산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짙게 드리워진 글로벌 경제 불황의 그늘이 쉽게 가실 것 같지 않다. 
  
짙어만 가는 불황의 그늘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는 우리 경제는 물론 기업 경영에도 부담 요인이다. 그 만큼 우리 기업의 해외 수출 의존도가 큰 탓이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각종 경제 전망 수치들은 암울함만을 더한다. 일례로 지난해 말 국제금융연합회(IIF)는 ‘2009년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0.4%)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아울러 국내 경제 전망을 내놓는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년 우리의 경제성장률도 2%대 또는 그 아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도 점친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뒷걸음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기업도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  
  
한파 속 기업의 행보 무겁기만 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해를 맞는 기업의 표정이 어둡다. 최근 경총이 국내 188개사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가 ‘우리 경제는 현재 극심한 경기 침체 국면이다’라고 답했다. 또 절반 가량(49%)은 ‘지난 IMF 외환위기 때보다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고 응답했다. 실제로도 우리 기업의 수출 둔화세가 뚜렷하다. 그 동안 순조롭게 성장하며 내실을 다져온 기업조차도 소비 위축으로 인한 급격한 매출 감소를 실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금 흐름마저 급격히 나빠지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인지 기업 경영자나 실무자들은 자금 여력이 있어도 내년도 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이다. 이미 세워두었던 투자 계획까지도 취소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심지어는 “그나마 여건이 좋은 기업은 몸이라도 사리면 그만이다. 허나 이미 도산 위험에 놓인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라며 무거운 마음을 표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위기가 따로 없는 것 같다. 
  
CEO의 진가를 시험 받는 무대 
 
이 같은 위기의 시대를 흔히 난세(亂世)라고 한다. 난세에는 잘 나가던 기업이나 그렇지 못한 기업 모두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최고 수장인 CEO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CEO들은 좌불안석으로 하루 하루를 맞이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때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불황은 회사를 좌초시킬 위험성도 그만큼 높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게 된다.   
그렇다고 새해를 맞는 CEO들이 걱정만할 수 없는 노릇. 불황의 한파가 더 거세지기 전에 위기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꼭 유념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위기의 시대에는 시스템적인 요소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에서는 시스템만으로도 별 사고 없이 잘 돌아갔지만, 지금과 같은 불안한 위기 속에서는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것이 지금의 위기 상황 속에서 CEO의 리더십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이다.  
따라서 2009년은 기업 CEO들이 자신의 진가(眞價)를 시험 받는 무대가 될 것 같다. 좋았던 시절보다 더 많이 사업을 챙기고 조직과 사람 돌보기에 매진해야 한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리더십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CEO는 어떤 모습일까?  
불황 극복 CEO의 리더십 포인트 7

  
불황 극복 CEO의 리더십 포인트 7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흔히 난세에 적합한 리더로 ‘변혁적 리더(Transformational Leader)’를 꼽는다. 이미 1978년도부터 이 개념을 소개한 바 있는 제임스 번스(James M. Burns) 교수는 “변혁적 리더는 비전을 향해 구성원들의 의식과 가치관, 태도를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카리스마적인 특성’과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관심’ 그리고 ‘구성원에 대한 끊임 없는 지적 자극과 격려’ 등이 남다르다.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변화와 위기로 가득한 현대 조직의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라고 말한다. 
 
실제 불황기에 위기를 돌파한 리더들의 다양한 사례와 진면목 속에도 이와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 ‘흔들림 없는 소신’, ‘희망의 불씨가 되는 진정성’, ‘무난함에 대한 경계심’, ‘사소함에 대한 관심’, ‘바닥을 두루 살피는 소통’, ‘용맹정진의 초심’ 등이 바로 그것이다(<그림> 참조). 이하에서는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본다.  
  
1.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
 
  
불황기에는 모두가 두려운 마음을 갖기 마련이다. CEO에게는 ‘이러다 부도가 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를,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혹시 실직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문제는 두려움의 전염성이다. 특히 CEO에게서 보이는 두려운 기색은 일파만파로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CEO가 직원들에게 두려움이 전염되지 않게 하려고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근거는 없는 기대감을 심어주려 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적다거나 두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두려움을 지배할 줄 아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CEO들은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면 좋겠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 이후 8년간 포로로 잡혀 있으면서 생존한 미국의 3성 장군이다. 20회가 넘는 심한 고문을 겪는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부하들의 정신적·실질적 리더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가 수많은 포로들이 죽어가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이 흥미롭다. 그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풀려나겠지라는 식의 낙관적 태도가 처참한 포로 생활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모호한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실망과 절망으로 바뀌고, 결국 삶에 대한 미련마저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스톡데일은 계속되는 고문 속에서도 언젠가 가족의 품에 돌아가서 이런 현실을 회고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란 확고한 믿음만을 간직했다. 끔찍한 현실만을 직시하며 고스란히 그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두려움을 다스리는 스톡데일의 지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거짓된 낙관주의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 보자’는 메시지로 부하들을 독려했다. 
  
2. 흔들림 없는 소신
 
  
위기에 빠진 닛산社를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은 회사가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한 CEO로 유명하다. ‘버릴 것은 철저히 버린다’며 어려운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진가는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였던 그의 소신과 어려운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했던 용기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닛산과 같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에게는 구조조정이란 카드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평소에는 인재와 구성원의 소중함을 외치던 회사들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쉽사리 정리해고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소신도 없이 ‘남들이 하니까’라든지, ‘줄이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절대 금물이다.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불황을 대하는 CEO들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일본전산社의 성공 신화를 만든 CEO 나가모리 시케노부는 “평상시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호통치지 않는 CEO! 직원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공부시켜 경쟁력을 갖추게 해주지 않는 CEO! 이들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은근슬쩍 ‘정리해고’ 카드나 내미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CEO 자격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소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여유가 있을 때는 기회도 많으니 적당히 하면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불황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인재는 어려울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 어렵다고 함께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사람을 움직이고, 그 사람들은 또 자신을 움직여서 회사를 살려야 한다. 스피드가 5할이고, 중노동이라 할 만큼의 노력이 3할이다. 능력은 1할 5푼, 학력은 고작 3푼이다" 이것이 10년 불황에도 10배의 성장을 이룬 일본전산社의 불황 돌파 비결이다. 
  
3. 희망의 불씨가 되는 진정성
 
  
불황 극복을 위해서는 CEO의 흔들림 없는 소신도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그 안에는 꼭 진정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희망의 불씨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CEO가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해야만 희망이 싹틀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것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고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거창한 비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때로는 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말장난이란 냉소적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오히려 구성원들은 CEO의 진정성에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곤 한다. 진정성은 구성원의 마음을 얻고 희망을 심어주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조건 ‘너부터 졸라매라’라는 식이 아니라, CEO가 ‘나부터 졸라매겠다’라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를 실천할 때야 비로소 구성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위기 극복의 신,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위기 극복의 神이라고 하는 파나소닉社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보라. 그는 23살에 회사를 창업해 94세에 사망할 때까지 70여 년간 그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불황을 극복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929년 대공황기에 회사는 매출 급감과 쌓여만 가는 재고로 위기에 직면했다. 한 회사 간부가 “종업원을 반으로 줄여야 합니다”라고 하자, 당시 병상에 누워있던 고노스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장래에 마쓰시타를 더욱 키우려고 한다. 때문에 한 사람도 해고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사는 생산을 반으로 줄이고, 반일 근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직원의 월급은 전액 지급하는 대신 휴일에도 전 사원이 재고품을 팔기로 한다.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2개월 후 재고는 모두 처리되었고, 직원들의 사기는 충만해졌다. CEO의 진정성이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결과이다.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경올림픽 이후 과잉설비, 수요정체, 판매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회사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고노스케는 아타미 호텔에서 영업점 사장들을 모아 놓고 모든 불만 사항을 경청한다. 고노스케는 지금의 위기가 회사가 소매점들에게 밀어내기식 영업을 해온 결과라는 것을 확인한다. 간부진과 3일간의 열띤 토론 끝에 고노스케는 소매점으로 넘긴 제품을 전량 회수해 회사가 직접 관리하며 소매점이 현금으로 대금 지불시 판매장려금까지 지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회사는 2년에 걸쳐 300억 엔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고노스케는 이를 감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아 회사는 구성원들이 앞장선 경비절감 등의 효과에 힘입어 손실이 아닌 이익을 기록한다.  
  
4. 무난함에 대한 경계심
 
  
호황기에는 사업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핵심역량을 발굴하고 이에 집중하기보다 주주나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에 휩쓸려 사업을 확장하기에 바쁠 수 있다. 좋은 시절이다 보니 어중간하고 무난한 리더십만으로도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황의 위기 앞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CEO에게 무난함은 독(毒)일지 모른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를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기업은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난함의 함정에서 벗어나 보다 빠른 결단력과 일관된 실행력으로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모토로라社의 사례는 이에 대해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당사는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발명하는 등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였다. 그런데 2000년 당시 CEO였던 크리스토퍼 갤빈은 PC사업, 메인 프레임 컴퓨터, 인공위성 사업 등 여러 분야에 역량을 분산시킨 바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휴대폰 시장의 위기 속에서 때마침 휴대폰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졌고, 이는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노키아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2003년 갤빈은 해임되고 만다. 평소 그의 무난한 리더십은 호황기에는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위기가 느껴질 때라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었던 탓이다. 
  
5. 사소함에 대한 관심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창조적 영감을 자극해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CEO들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창의성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社의 빌 게이츠나 애플社의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사실 이를 모르는 CEO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반전의 기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곳에 깃들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 면도날을 갈아야 하는 불편함처럼 사소한 문제가 킹 질레트(King Gillette)에게 일회용 면도기를 개발하게 했다. 위기의 시대에는 이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활용할 줄 아는 CEO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
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CEO들도 기존의 관행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무언가 대단한 것만이 창조적 영감을 자극하고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사소함 속에서도 ‘안 되는 일’보다 ‘되는 일’을 찾으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하나마나 소시지社의 흥미로운 사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이 회사는 우연한 기회를 살려 80년대 중반 일본의 불황기를 견뎌낸 대표적인 기업이다. 당시 회사는 매출이 급감하며 곤경에 처하자, 궁여지책으로 대대적인 가격세일을 펼쳤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속이 타던 사장이 하루는 공장을 돌아보다가 부러진 소시지를 재가공하는 공정을 목격하였다. 조금은 내키지 않았지만 사장은 “그것 말이야, 그냥 팔지. 가격도 많이 내렸는데…”하고 부러진 것들도 그냥 포장해서 팔도록 지시한다. 며칠이 지나자, 의외로 부러진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게 나타났다. ‘싼 이유가 부러진 것 때문이라면,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소비심리가 제품 판매를 부추긴 것이다. 우연한 발상으로 회생의 기회를 맞이한 사장은 오히려 “다 부러뜨려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6. 바닥을 두루 살피는 소통
 
  
9·11테러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는 재앙 속에서 직원들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많은 리더들이 위기에 직면하면 몸을 사리게 된다. 잃지 않으려는 심리 탓이다. 그런데 인명 구조와 잔해 해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장 대원들과 긴밀히 의사소통하며, 이들을 격려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현장에서는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장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통이 부족한 조직만큼 위험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켄터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놓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은닉, 비난, 회피, 무기력증과 같은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들이다. 이는 회사의 조직문화를 망쳐 다시는 회생하기 어려운 길로 이끈다”라고도 경고한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소통이다. 특히, CEO가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그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Mach3라는 블록버스터급 제품들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질레트社도 2000년대 초반 조직 병리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자 소매상들에게 분기 마지막 날이면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재고를 밀어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그런데 회사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문제를 감추며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 회사의 어려움을 키우게 했다. 사실상 현장 가까이에 있지 않는 CEO들이 이러한 문제를 좀처럼 알아채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그게 문제였구나!’라고 뒤늦은 후회를 할 뿐이다. 그런데 2001년 2월 짐 킬츠라는 새로운 CEO를 맞이하면서 회사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취했던 행동은 조직 전반에 원활한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그는 모든 임원과 직원들을 만나 본인이 손수 만든 ‘My Style’이라는 보고 장표로 자신을 소개했다. 몇 달 전부터 외부인의 시각에서 질레트의 강약점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성원들과 진솔하게 대화하였다. 그리고 주간 스텝 미팅, 주간 글로벌 경영자들과의 사업 리뷰 미팅, 분기별 경영층과의 이틀짜리 오프 사이트 미팅, 사내 인트라넷에 CEO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해 현장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홈페이지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올리면 CEO가 직접 답변을 해주었다. 사실 킬츠가 더욱 신경 썼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양보다 질이었다. 투명한 대화로 숨겨진 사실들을 노출시키는데 주력했다는 얘기다. 과거 실수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해결책 마련에 집중했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위기 돌파의 묘책을 구상한 것이다. 이것이 질레트의 악순환 고리를 끊은 계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불황일수록 민심은 흉흉해지고 얼어붙기 마련이다. 질레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평소 CEO가 구성원들과 얼마나 친밀하게 소통해 왔는지가 중요하다. 현장 속 깊이 들어가 바닥을 두루 살피며 문제 해결을 게을리한 CEO라면 지금부터라도 위축된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직원들과의 소통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7. 용맹정진의 초심
 
  
사실 CEO는 경쟁사를 이기고 고객, 종업원,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뇌하며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그 와중에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이 때 일이 순순히 잘 풀리면 좋겠지만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더 많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는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뛰어야 하나’,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처럼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진 상황에서는 적지 않은 CEO들이 좌절을 하거나 깊은 회의 또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불교에서 말하는 초심(初心)은 CEO들에게 혜안을 줄 것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첫 마음을 초심이라고 한다. 첫 마음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반드시 도를 깨친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이 첫 마음이 차츰 퇴색하게 마련이어서 수행 과정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 한다.  
 
어찌 보면 위기를 대하는 CEO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심으로 일관하는 작은 마음가짐 하나가 ‘불황을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고노스케는 위기때 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을 자주했다. 리더십의 대가 로버트 퀸 박사도 “위대한 리더는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자신이 보유한 근본적인 리더십 상태(Fundamental State of Leadership)를 점검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CEO들이 처음 그 자리를 맡았던 초심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닐까. 따라서 요즘 CEO의 가슴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어떠한 시련도 극복하겠다는 ‘용맹정진(勇猛精進)’의 초심이 깊이 새겨져 있길 기원한다.  <끝>
(LGERI, 2009. 1. 5. 김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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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침묵 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이란 리더 혼자 이야기를 하고 구성원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는 현상을 말한다. 직장에서 우리는 구성원들의 침묵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으레 그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그러기에는 침묵의 폐해가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침묵은 구성원간 아이디어 교류를 차단시킴으로써 협력을 통한 창조적 결과 창출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리더의 계획이나 의도가 부하 직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못하게 하여 실행이 잘못 일어나게 할 뿐 아니라 구성원 냉소주의 만연이라는 문제도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왜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일까? 구성원 침묵의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 ① 감정 손상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회피 ② 말을 해봤자 반영되지도 않는다는 무기력감 ③ 소신 있게 이야기했다가 대다수의 구성원에게 왕따가 될 것 같은 두려움 ④ 괜히 틀렸다가 리더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⑤ 윗사람에 대한 복종과 침묵이 미덕이라고 여겨졌던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 등이 그것이다.  
  
침묵을 깨고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리더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리더들은 자기 과신에서 벗어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은 쌍방간의 활동이므로 부하 직원들 역시 지혜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익히고, 무조건 복종하는 예스맨을 지양하며 주인의식 또한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Ⅰ. 입 다무는 구성원, 쇠퇴하는 조직 
Ⅱ. 구성원 침묵의 이유 
Ⅲ.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방안
 
 


  
조직 생활을 하면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를 꼽자면, 리더는 혼자 말하고 구성원들은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가 간혹 리더가 답답한 듯 “왜 대답이 없어?”라고 호통이라도 치면, 눈치를 보던 구성원들 중 한두 명이 적당히 대답을 하며 상황을 마무리 짓곤 한다. 이렇듯 주로 리더 홀로 이야기 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는 현상을 ‘조직 내 침묵 현상(Organizational Silence)’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침묵’이라는 현상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으레 그런 것’으로 생각해 왔던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A 기업 입사 동기들 중에는 아이디어가 많은 톡톡 튀는 인재들이 몇몇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살펴 보니, 소신 있게 의견을 개진하던 이들은 임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조용히 참고 견딘 사람들이 임원이 되더라는 것이다. 참고 견디며 침묵하는 것이 직장 생활의 요령이라면, 과연 이런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성원들의 침묵을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이러한 현상이 조직에 미치는 폐해가 적지 않다. 본 고에서는 침묵에 따른 문제점과 함께, 무엇이 구성원들을 침묵하게 만드는지 그 원인 및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방안들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Ⅰ. 입 다무는 구성원, 쇠퇴하는 조직
  
 
절에는 스님들이 말을 하지 않는 ‘묵언 수행’이라는 것이 있다. 묵언 수행은 너무 쉽게 내뱉는 말을 통해 나도 모르게 짓게 되는 온갖 죄업을 피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내뱉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야기를 꺼내기 전,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정리하여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분명 일정 시간의 침묵은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침묵이 일상화된다면, 즉 단지 잠시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의도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히 매우 위험한 신호다. 침묵이 조직에 미치는 폐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 내에 집합적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이 발휘되기 어렵다. ‘집합적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것은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한 사람이 고민하는 것보다 더욱 창조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에서 집합적 창의성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 입장에서 무엇보다 더 필요한 것은 ‘새롭고 차별화된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한 사람의 탁월한 천재를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기업에 있어 그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그렇게 탁월한 천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업들이 ‘천재’에서 눈을 돌려 ‘집합적 창의성’이 발휘되는 조직 구축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식 경영 분야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그의 저서 ‘지식 창조 기업(Knowledge Creating Company)’에서 ‘앞으로는 각 개별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융합(Converge)시켜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창출해 내는 조직 체계를 만드는 기업만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합적 창의성이 발휘되는 프로세스는 크게 4단계로 구성된다(<그림 1> 참조). 
 

그 첫째 단계는 바로 표출(Externalization)이다. 즉, 각 구성원이 자신의 지식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여 전달하는 단계다. 이 과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집합적 창의성이란 발휘될 수가 없다. 침묵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침묵은 표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로, 구성원들간의 대화를 단절시켜 서로의 아이디어가 교류될 기회 자체를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직은 각 개인의 지식 수준에 의존해야 할 뿐, 보다 나은 해결책과 성과를 창출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둘째, 리더의 계획이나 의도가 부하에게 명확히 전달되기 어렵다. 이 경우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것은 고사하고 리더의 계획/의도에 따른 실행조차 제대로 안될 수도 있다. 리더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 부하들은 질문을 통해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질문을 하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추정하여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A사의 한 임원은 “다들 열심히 적고 있길래 내 말을 다 알아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전혀 엉뚱한 일을 해 놓은 걸 보곤 황당했다”라며 침묵 현상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B사의 또 다른 임원은 “내 밑의 부장한테 분명히 내 의도를 제대로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밑의 과장급은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조직 운영이 리더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이코노믹 리뷰가 코칭 전문기관인 CMOE 코리아와 공동으로 리더급과 팀원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리더와 부하의 인식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이나 달랐다고 한다. 상호 인식의 차가 계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잘못된 실행에 따른 시간 및 자원 상의 불필요한 손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구성원들의 냉소주의(Cynicism)를 확대 재생산시킨다. 냉소주의란 구성원들이 조직/일에 대한 열정이나 주인 의식을 잃고 반감을 갖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침묵은 그 자체가 사람에게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에서 보듯 말 못하는 스트레스란 울화병으로까지 치닫기도 한다. 사실 구성원들이 침묵하는 것은 할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말을 못하고 있거나 안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표현하고 싶은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억누르면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스트레스가 심해지게 되면 “왜 내가 이 조직에 충성해야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조직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감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적당주의’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저 수동적으로 적당히 일처리를 하게 될 뿐 아니라, 조직 내 불합리한 일이나 경영 상의 위험 등 각종 문제들을 알고 있더라도 ‘어차피 내가 직접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닌데’라며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 조직의 전체적인 생산성 저하는 필연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Ⅱ. 구성원 침묵의 이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성원의 침묵은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구성원의 침묵 조짐이 보인다면, 그들이 침묵하게 되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왜 구성원들은 굳게 입을 다무는 것일까? 침묵이 나타나게 되는 대표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기분 나빠서 말 안하고 만다” 
 
첫째, 커뮤니케이션 상에서 받게 되는 감정적 손상이나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떨어질 경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회의 시 팀원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발언을 했을 때, ‘넌 그것밖에 생각을 못하니’라고 말한다든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건 아냐’라고 소리를 치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준다든지, 또는 ‘아무 생각도 없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 구성원들은 모욕감이나 무시 받는 기분을 느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러한 소모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부정적 피드백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발생하여 결국은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말을 하면 할수록 회의 시간만 길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욱 커지니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말을 안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말할 때 칭찬이나 인정 등 내가 기대한 만큼의 보상이 나타나줘야 하는데 보상책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게 되면 굳이 내가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껏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제공했는데 그 자리에서는 아이디어를 비판하거나 무시하고, 나중에 리더가 그 아이디어로 보고를 하면 구성원은 아이디어 제공자로서의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억울함만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 결국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내놓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게 된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 상하느니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심정으로 말을 않고 결국에는 리더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만 맞장구를 쳐주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2. "소 귀에 경 읽어봤자 입만 아파” 
  
둘째, 말을 해 봤자 반영도 안되고 바뀌지도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말을 하지 않게 된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란, 내 의지로 통제나 제어가 안된다고 생각하여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상황을 말한다. 서커스단에서 키워진 코끼리의 예를 들어보자. 서커스단은 아기 코끼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놓는다. 이때 아기 코끼리는 자기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쇠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후 아기 코끼리가 커서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 코끼리로 성장하더라도 더 이상 도망갈 생각도 않고 쇠사슬에 얌전히 묶여 있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내 힘으로는 쇠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학습된 무기력이 내 의지로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데도 시도조차 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애써 아이디어를 얘기했는데, 리더가 열심히 듣고 나서도 전혀 반영을 하지 않는 행동이 반복되면 부하 직원들은 ‘말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그냥 말하지 말자는 행동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사 스스로가 ‘내가 부하 직원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특히 고학력자인 상사들은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따라서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들이 발생할 수 있다.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기 생각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자존심이 강한 리더들은 내 의견과 다르거나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하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면, 마치 '내가 부하 직원에게 졌다'는 생각에 자존심의 상처를 입게 된다. 신입사원들이 의견을 내면 ‘신입사원이 뭘 알아~’라며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이런 경우 단지 듣기만 하되 올바른 경청은 일어나지 않게 되고, 결국 구성원들은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3. "소신 있게 말했다가 왕따되면 피곤하다” 
  
셋째, 왕따나 조직 내 이단자로 찍히는 것이 두려워서 말을 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은 우선 뿌리깊은 조직 논리가 형성되어 조직 이기주의가 발생하게 된 데 있다. 조직 이기주의는 조직 내부의 논리를 우선하게 되어 새로운 환경 변화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결과 관성에 젖어 타성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성공 체험에 매몰되어 전례만 중시하는 조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조직 논리에 익숙해져 변화 없이 편하게 안주하려는 습성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조직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 구성원들은 조직 논리를 깨는 이야기를 하는데 상당한 위험을 안게 된다. 전례가 없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직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전례를 부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새롭게 변화하고 움직여야 하는 귀찮은 제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신 있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놈’이나 ‘조직 이단자’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들은 ‘내가 침묵하고 기존 조직 논리에 묻어가기만 하면 회사에서 문제 없이 지낼 수 있고 안정적인 수입도 들어올 수 있다’는 편안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왕따에 대한 두려움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조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동조 현상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의 예를 보자. 심리학자인 Asch는 하나의 막대기를 제시하고 이어 길이가 각기 다른 세 개의 막대기를 제시한 후 처음 제시한 막대기와 동일한 길이의 막대기를 알아 맞히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그림 2> 참조). 실험은 약 7~9명이 참가하여 원탁에 둘러앉도록 하고, 진짜 실험 대상자는 제일 마지막 자리에 앉혔다. 진짜 실험 대상자를 제외한 다른 참가들에게 일부러 동일한 오답을 말하게 한 후, 진짜 실험 대상자가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평균적으로 3명 중 1명이 앞서 참가자들이 답한 오답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답이 틀렸음을 뻔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잘못된 견해에 동조한 것이다. 이때 집단의 압력이 강해지면 이보다 더 높은 비율로 자신의 뜻과 맞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단 압력에 굴복하게 된다고 한다
. 집단에서 인정 받고 싶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는 동조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정서적 유대가 강한 내집단(In-group)에서 동조 현상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집단 속에서 관계적 갈등을 형성하게 되면 결국 나만 피해자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은 대다수의 의견에 대한 비자발적 동조를 침묵을 통해 표출함으로써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4. "괜히 틀리게 말했다가 부정적으로 평가를 받느니…” 
  
넷째, 상사에게 내 본연의 능력보다 더 안좋은 평가를 받게 될까봐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노력한다(Impression Management). 특히 조직은 실력이 곧 좋은 인상이기 때문에 평가권을 지니고 있는 상사에게는 똑똑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회의 석상에서 잘못된 의견을 내거나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의견에 대해 공격을 받으면 상사에게 부정적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평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까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회의의 분위기나 상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있다. 즉 서로의 아이디어를 북돋우며 칭찬하는 분위기가 아닌, 아이디어를 바로 비판하고 평가해 버리는 회의 분위기에서는 구성원들이 오히려 침묵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상사가 ‘누구는 틀렸고 누구는 맞았다’고 회의 석상에서 바로 개인별 평가를 하거나 이러한 평가를 공공연하게 말할 경우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 특히 상사의 전문성이 상당히 뛰어나 내가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논쟁해서 이길 자신이 없을 경우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틀렸다’고 지적 받고 부정적 고정관념을 형성하느니, 차라리 말을 안하고 상사의 의견에 고개나 끄덕이며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면 중간이나 갈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만약 상사가 포함되어 있는 내집단(In-group)에 속하지 못하고 외집단(Out-group)안에 속해 있다면, 침묵은 더욱 강화된다. 내집단 사람들끼리는 서로 관대하게 평가하고 친근함의 강도가 높지만 외집단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히 내집단 안에 포함되지 못한 구성원들은 상사에게 괜히 내 의견을 말했다가 평가가 왜곡될 위험을 감수하느니, 동조하진 않더라도 내 의견을 참고 상사 의견에 그저 맞춰주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5. "윗사람에 대한 복종이 미덕…” 
  
이 외에도 말을 아끼고 침묵하는 것이 미덕이자 예의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성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커뮤니케이션 할 때 침묵을 하면 이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매우 무례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들에게 말대꾸하는 것이 매우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배워왔다. 그 결과 어른의 의견에 동조하지 못하더라도 말대꾸를 하지 않고 무조건 복종을 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직적이고 윗사람에게 복종해야 하는 우리 사회문화적 특징들이 조직에서는 반드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조직 변화를 보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고, 나이와 관계 없이 실력을 갖춘 자가 우대 받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표현 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사회문화적 미덕에 젖어 있던 구성원들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의 아이디어에 반론을 제시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윗사람은 여전히 권위적인 태도를 가지고 아랫사람들이 말대꾸하는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향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직은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며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분위기를 요구하지만, 여전히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가치관들은 구성원들이 입을 다물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Ⅲ.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방안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본적으로 쌍방향적인 활동이다. 어느 한 쪽이 침묵하고 다른 한쪽만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없다. 의미 있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위자인 리더와 구성원들 모두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침묵을 깨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위해 리더와 구성원들이 해야 할 노력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리더의 변화가 먼저다 
 
변화의 물꼬는 리더가 먼저 터야 한다. 리더들은 ‘왜 항상 리더에게만 뭐라고 하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더 본인의 변화 없이는 조직의 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조직에서 모든 의사결정의 키는 리더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리더부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① 자기 과신에서 벗어나라 
 
먼저 리더들은 자신이 ‘자기 과신(Inflated Self-Perception)’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기 과신이란 대다수의 상황에서 ‘내 판단이 옳다’라고 확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확신은 리더들로 하여금 인내심을 잃게 만든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부하들의 말을 듣다 보면 짜증부터 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바빠 죽겠는데,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하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그건 아니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라는 말이 불쑥 튀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 시점부터 부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절되게 된다.  
 
리더들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부터 가져야 한다. 부하들이 자신보다 경험이나 연륜이 부족하지만, 그들의 새롭고 참신한 시각을 통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들을 마음 자체가 생길 수 있고 부하들과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이러한 인식(Perception)상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리더들이 끊임없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 없이 행동의 변화만을 추구할 경우 리더 본인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장기간 지속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진실된 감동을 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 과신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타인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360도 평가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전에서 직접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은 가능한 모든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보통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서는 받아 들이기보다 “나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그런 식으로 나를 나쁘게 평가해”라며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을 보여서는 자신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한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다. 물론 본인의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오늘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개선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장기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 코칭을 받는 방안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모습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반추해 볼 수 있고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개선 방안을 실행해 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팁(Tip)들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 중 하나다. 코칭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고 개선 정도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주기적인 상담이 아닌 일회성 코칭은 그다지 높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한 심리상담 전문가는 “특정한 상황에서의 대처 요령, 행동 방법 등에 대해서는 한 두번 만나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인식, 가치관의 문제를 다루는 사안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 만날 경우, 보통 6개월 이상 걸린다고 봐야 한다”라며 보다 주기적이고도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②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리더가 부하들과 대화를 지속할 마음을 갖더라도, 적절한 스킬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쌍방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란 어렵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버럭 화를 낸다든가 비난을 한다면 부하들은 더 이상 말을 잇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리더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 큰 소리도 못 내느냐. 화를 낸 게 아니다. 그 정도에 대처도 못하면 조직 생활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리더의 호통 소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부하란 흔치 않다. 결국 가능한 많은 구성원들과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류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보다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체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리더들은 부하들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잘해야 한다. 첫째, 질문과 경청이다.  
  
이는 상대의 말하는 바와 그 논지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 대화를 하려면 일단 상대의 견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앞의 몇 마디만 듣고 부하가 말하려는 내용을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는 반드시 “당신 의견은 ~~~ 하다는 것이죠?”라며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야 상호간 명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대에게 ‘아, 리더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구나’라는 신뢰감을 더해줌으로써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하의 견해에 대한 비난보다는 함께 개선하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부하 직원이 말한 내용에 논리상 허점이 있더라도 이를 지적하며 ‘당신이 틀렸다’고 비난(Criticize)하지 말고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개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옳고 그름을 가리는 비난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경우 부하들은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라며 자신을 방어하기에 바쁠 것이고, 리더나 부하 모두 감정만 상한 채 더 나은 대안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때문이다. C사의 한 임원은 “부하 직원들이 보고를 할 때 마음에 안들어서 왜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했어?라고 따지듯 물으면 다들 당황해서 변명하기에 바쁘더라”라며 상호간에 도움이 되는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는 방식의 이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은 리더의 전문 지식 및 현장 지식 부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하 직원에게 개선을 위한 적절한 코멘트를 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비난을 하거나 심지어는 화를 내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부하 직원들은 ‘문제가 있는데, 그래서 우리보고 어쩌라고?’라는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리더들은 전문 지식과 현장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리더들은 대화 중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부하들의 견해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화가 나더라도 이를 그 자리에서 바로 표현해서는 곤란하다. 리더가 화를 내게 될 경우 대화 분위기 자체가 싸늘해져 더 이상 이야기가 진행되기 어렵다. 화를 내는 사람에게 대꾸해 봐야 역효과만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하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사람의 감정은 주로 얼굴 표정, 목소리 톤(Tone), 동작의 세 가지를 통해 표현되는데 리더들은 이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통제해야 한다. 나름 완급 조정을 위해 얼굴 표정을 적절히 관리하더라도, 목소리 톤이 좋지 않거나 신경질적인 동작을 보이면 오히려 부하들은 ‘언제 터질지 몰라’라며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되어 있다. 리더들은 대화 중 부정적인 감정이 전달되지 않도록 자신의 외적 상태를 스스로 잘 관찰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넷째, 구성원들의 성격/성향을 알고, 그에 따라 맞춤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혹 리더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성향을 구성원들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지시적인 리더는 부하 직원에게도 항상 빨리 말할 것을 요구하고 짧고 명쾌하게 이야기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성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려면 리더들은 획일적인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성원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스킬을 갖추어야 한다(<표> 참조).  

 
③ 사실(Fact)에 근거한 평가를 해야 한다 
 
리더들의 인식의 변화, 커뮤니케이션 스킬 학습 등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리더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느냐’이다. 리더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결국 부하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평가와 이에 따르는 보상이기 때문이다. 상하간 커뮤니케이션을 잘해 보려고 리더가 갖은 노력을 기울였더라도 ‘결국 말 한마디 잘못하면 찍히게 되더라’라는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리더의 모든 노력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소문이 나면 부하들은 아예 상사를 가급적 직접 만나지 않으려 들 수도 있다. 만나서 괜히 실수해서 찍히는 것보단 차라리 만나지 않고 추후에 성과만 가지고 평가를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숨어서 지내는 것이 ‘중간’ 정도로 ‘길게’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리더는 무엇보다 사실(Fact)에 근거하여 평가를 해야 한다. 부하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그 실제적인 활동 및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 및 피드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하로 하여금 ‘내가 상사와 견해가 달라 설령 밉보일지라도, 평가는 사실에 근거하여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해줄 것이다’라는 최소한의 믿음을 갖도록 해 줘야 한다. 그래야 부하들이 상사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 불안감 없이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특히 리더는 ‘듣기 좋은 말’을 잘하는 부하들을 평가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자기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인사 평가에까지 반영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 경우 아첨꾼들은 자기 세상을 만난 듯 리더에게 아첨하는 데 바쁠 것이고, 아첨을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다. 리더라면 자신의 평가가 구성원들의 인식과 추후 언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평가에 임할 필요가 있다.  
 
④ 상징적인 언행(Symbolic Action)도 중요하다 
 
리더는 평소 언행을 통해 ‘나는 사람을 볼 때 얼마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나 관점을 보여 주느냐를 중시한다’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새롭게 평가 항목을 만들고 공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보다 더 영향력 있는 것은 본인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리더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자기만의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에 대해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칭찬해 주고, 때로는 ‘여행 상품권’이나 ‘하루 휴가’ 등의 소소하지만 구성원들이 좋아할 만한 방식의 보상을 해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에 틀린 의견이나 논리가 미흡한 이야기를 한 사람에 대해서도 타박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며 웃어 넘길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언행을 통해 리더는 암묵적으로 ‘조용히 침묵하는 사람보다는 아예 엉뚱한 이야기를 할지라도 한 마디라도 말을 더 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이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구성원들에게 억지로 말하라고 강요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강요하면 무리수가 나기 마련이다. 말을 막 배우려는 아이에게 “너 왜 말 못해, 옆집 애는 말을 잘하던데”라고 다그치면, 말을 더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저 자신이 ‘말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모습만 확실히 보여 주면 충분하다. 
 
⑤ 존칭을 써라 
 
이 외에, 가급적 상하간 존칭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말은 존댓말과 낮춤말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상사는 보통 부하에게 낮춤말을 쓰고 부하는 상사에게 존댓말을 쓴다. 이러다보니 어느 정도 상사는 부하 위에서 명령하고 지시하는 존재처럼 자연스럽게 인식되기도 한다. D사의 한 임원은 “상사와 회의를 할 때 영어로 하면 내 의견을 끝까지 다 듣고 합리적으로 대화를 하는데, 우리나라 말로 하면 상당히 권위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영어로 대화를 한다”며 언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패턴이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리더가 존칭이 아닌 낮춤말을 쓸 경우 무의식적으로 위계 관계로 인식하게 되어 부하들이 상사에게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행동 그 자체를 ‘부적절’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리더와 부하간에 항상 존칭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공식적인 회의나 미팅 장소에서는 쌍방간 존칭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부하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더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와 함께 부하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리더 홀로 동분서주해 봐야 적절히 대응해줄 수 있는 부하들이 없으면 그 모든 노력은 무위에 그칠 따름이다. 부하들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살펴 보도록 하자. 
 
① 지혜롭게 말하는 법을 배워라 
 
부하들 역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보다 효과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와의 커뮤니케이션 시에 자꾸 감정이 상한다는 이유로 입을 닫아버리면 결국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부하 스스로도 리더와 대화를 할 때 갖춰야 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적절한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즉 조직 분위기상 리더들이 부하에게 기대하는 말투와 태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리더의 의견을 반박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필요하게 리더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어 오히려 일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E사의 한 임원은 “똑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그 이치를 잘 모르거나 배우질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리더에게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지 못하곤 한다”라며 적절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이 임원은 자신의 견해를 상사에게 밀어 붙이다가도 상사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자리에선 절대로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상사의 화가 가라 앉았겠거니 싶을 때 다시 찾아가서 “이렇게 한번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견 중 상당 부분을 설득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부하 입장에서 조금만 지혜롭게 접근하면 보다 효과적
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둘째,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눈치 없이 아무 때나 리더를 붙잡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 놓아선 곤란할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일수록 무리하게 밀어 붙이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적절한 때를 택하는 지혜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리더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여 자신의 관심사와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리더와 대화를 효과적으로 풀어 나가려면, 일단 리더가 관심을 갖는 주제 중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을 찾아 잘 연계시켜야 한다. 별 관심 없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봐야 시간 낭비만 할 따름이다.  

 
시간과 감정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상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스킬에 대한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개방적인 리더라 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부하를 참아내기란 쉽지 않은 법이기 때문이다.  
 
② 주인의식을 가져라 
 
두번째는 부하 직원들 스스로가 회사와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주인의식이 부족한 부하들은 일을 제대로 하기보다 상사의 비위를 맞춰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하려고 하거나 조직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런 부하들은 리더가 하지 말라는 일은 무조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 생각보다도 상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기대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의식을 잃은 구성원은 상사에게 반론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은 침묵하며 충실하게 예스(Yes)만 외치는 예스맨이 될 따름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무엇보다 환경 탓을 잘한다는 것이다. 때로 이들은 “상사들이 너무 보수적이라서, 새로운 일을 하기 힘들다”라고 불평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는 책임 회피적인 발언일 따름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을 상사에게 떠넘기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상사도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일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G사의 한 임원은 부장 시절 상사가 하지 말라고 한 일을, ‘잘못 되면 옷을 벗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라며 수차례에 걸쳐 설득한 끝에 조심스레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상사의 적극적인 지원은 받아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일이 잘 진행되어 성공했고 그 결과로 임원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주인 의식이 투철한 부하들은 설령 상사가 자신을 좋게 평가하지 않더라도 혹은 실패가 걱정되더라도 자신이 담당한 일을 성공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뒤에 가서 “그 때 그 일을 했어야 했는데, 상사가 막았다”라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혹시 본인이 이러한 말을 하고 있다면, ‘내가 혹시 예스맨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부하된 입장에서 상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감히 일을 벌일 수 있었겠어. 당신 탓이 아니야”라며 누군가를 감싸주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봉급쟁이와 예스맨 습성을 길러주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사에게 반론을 제기하며 자신의 의견을 설득해 나가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는 물론 다른 구성원들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일을 추진해 나가는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상하간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보다 나은 아웃풋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리더들은 침묵하는 구성원을 보며 단순히 ‘조용한 성격’ 탓이라든지, ‘아무 생각 없는 구성원’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실상 침묵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침묵이 지속된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 또한 한두 번 부딪히다가 이내 쉽게 포기하고 침묵해 버리면 안된다. 이 방법으로는 불만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결국 자신의 실력도 약해지고 조직 내 입지도 약해지는 문제만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당당한 한 명의 주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명확히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서로 의견을 나눌 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 언제나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사람들은 제각기 생각과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 하기 전에 1초 동안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을 되새겨 보자. 그러면 보다 활발하고 생동감 넘치게 말하는 조직으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 (2008. 12. 2. LGERI, 황인경 책임연구원. 박지원 책임연구원)
 
  
< 참고문헌 > 
 
노나카 이쿠지로(1998), 지식 창조 기업, 세종서적 
크리스 라반·쥬디 윌리암스(2005), 심리학의 즐거움, 휘닉스 
토니 알레산드라·필림 헌스커(2003), 행복한 일터의 커뮤니케이션, 한언 
E.W. Morrison·F.J. Milliken(2000), Organizational Silence : A Barrier to Change and Development in a Pluralistic World,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M. R. Banaji et al(2003), How (Un)ethical Are You?, Harvard Business Review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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