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분제사회에서 사람의 귀천은 그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갈렸습니다.
근대를 넘어 현대사회에서 귀천은 무엇으로 구분할까요?
보통의 시각은 부(富)에 따라 귀천이 나뉜다고 보는 것이 현실일 것 같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 법앞의 평등과 같은 근대 천부인권사상의 기준은 한낱 보기좋은 문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재벌들의 과도한 횡포는 그것을 절감하게 합니다.
전근대 사회에서 신분이 세습되었다면 요즘은 부(富) 즉, 돈이 세습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왕이 그의 아들 향에게 하는 말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싱그러운 말이었습니다.
정조의 아들 향은 당시 천한 신분인 어미 성씨의 소생으로 대궐 안에서 천한 신분의 소생임을 수근거리는 것을 듣고 시무룩해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아버지 정조가 아들에게 그 연유를 묻자.
사람의 귀함과 천함에 대해 오래 남을 말을 들려줍니다. 그 대사의 대목을 잠시 다시 봅니다.

향- 아바마마 천하다는 것이 무엇이옵니까?
산- 무슨 소리냐. 왜 갑자기 그런 것을 묻는 게야?
향- 제가 그림배우기를 좋아하는게, 그것 때문이옵니까?
산- 누가 원자한테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아비가 아주 혼을 내줘야겠구나. 틀렸다. 천하다는 것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란다. 자, 이 아비가 귀한 것과 천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일전에 원자가 기르던 새가 죽었을 때 원자는 어찌했더냐?
향- 너무 슬퍼서 제 손으로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산- 또 일전에 한 나인의 실수로 원자의 얼굴에 상처를 내었을 땐 어찌했더냐?
향- 저 때문에 벌을 받을까봐 걱정이 돼서 누구인지 아무한테도 말을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산- 그래. 그랬었지. 그런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귀한 사람이란다. 천한 사람은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하고 누군가를 약하고 힘이 없다고 그것을 손가락질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야. 자, 이 아비의 말대로라면 원자는 귀한 사람이냐 천한 사람이냐?
향- 귀한 사람이옵니다.
산- 그래, 그렇다. 원자는 세상 누구보다 귀한 사람이다. 그건 네가 이 아비의 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바로 네가 어마마마의 고운 심성을 물려받아 어진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아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향- 예, 아바마마.

우리는 오늘과 같이 물질만능과 속도만능의 시기에도 사람의 진정한 귀함에 대해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이 워낙 고되고 험해서 그것을 뒤로 물려놓을 뿐입니다.
힘(權)과 부(富)로 유지되는 인위적 질서는 그리 아름다운게 못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향이와 같은 어진 마음이 세상으로부터 다치지 않도록 정조같은 훌륭한 아버지들이 좀더 힘내기를 바랍니다. 평범한 아버지들이 더 힘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성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c)서형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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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월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받을때 돈을 벌 때와 같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때의 뇌의 활동과 유사한 반응을 나타냈다고 일본 연구진이 밝혔습니다.
이는 좋은 평판이 사람들에게 심리적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가정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라고 합니다.

일본 오카자키의 국립생리과학연구소의 노히리로 사다토 박사에 의하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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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News Photo Illustration)

평판과 금전이라는 서로 다른 보상은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신경구조를 지닌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다토 박사는 이 연구결과가 개인적인 평판이 보상으로 느껴지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의 생물학적 기초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다토 교수팀은 19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 장치(fMRI)를 이용해 실험했습니다.
실험참가자들은 첫실험에서, 현금이 걸린 카드놀이 게임을 했으며, 두번째 실험에서는 낯선 이들이 좋은 평판을 내린다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이 때 연구진들은 각각의 뇌의 영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유사한 반응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사다토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이타주의와 같은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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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모대학 인터넷 신문에서 우연히 발견한 기사입니다.
사건.사고와 좋지 않은 뉴스들이 가득한 사회이지만, 가끔 조용하게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기사는 만학을 꿈꾸는 50대 여성의 꿈과 생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학우"란 말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블로거 주)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누구보다 꼼꼼히 받아적는 학우가 있다. 빼곡이 필기한 노트를 들고 집에 가서 다시 워드로 정리하며 그날 배운 것을 되새겨본다는 52세의 양정숙(국문·2)씨.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학우들보다도 나이가 많은 아들을 둔 어머니이자 대학생으로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양정숙씨를 만나 대학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낮았던 시절, 양정숙 씨는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학구적인 탐구심과 호기심이 넘쳤던 그녀는 늘 공부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몇 년 전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며 쉬지 않고 공부하던 그녀에게 남편이 쉬엄쉬엄하라며 책 한권을 건넸다. 양정숙씨는 “책을 펼쳐든 순간 남편 친구의 부인이기도 한 작가의 화려한 약력에 눈길이 먼저 갔다”며 “대학을 못 간 것이 항상 콤플렉스처럼 여겨졌는데 그것을 보자 내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남편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고 대학진학을 권유했다. 남편의 권유에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이는 그녀에게 아들도 “미국에서는 60~70대도 대학에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힘을 보태주었다. 양정숙씨는 가족들의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입시공부에 매진했고 지난해 우리대학 국문과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양씨 가족은 학업을 위해 김포에서 연희동으로 이사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날이면 남편은 그녀를 배웅해준다.

어떤 사람은 여행하고 좋은 음식 먹으며 즐길 나이에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말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양정숙씨는 “대학생활을 통해 지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 내 나름대로 젊고 건강하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했다”며 미소 지었다. 가사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들지는 않은지 묻자 그녀는 “동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부하는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하루하루 즐겁다”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국문과 동기(?)들도 그녀의 대학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양정숙씨는 “집에 가면 남편에게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며 “동기들이 스스럼없이 대해줘 대학생활이 한층 수월하다”고 고마워했다. 끝으로 동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녀는 손수 쓴 시와 사무엘 얼만의 ‘청춘’이란 시의 한 구절을 보여줬다. “동기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보냈으면 해요” 그녀가 내민 두 편의 시에는 인생선배로서 동기들을 향한 진심어린 조언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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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소실되었습니다.
어젯 잠 저녁에 화재발생했다는 소식듣고 화면을 본 후 5시간여만에 완전히 소실되었습니다.

처음엔 연기만 조금 나기에 약간 훼손만 되고 금방 진화될 줄 알았습니다.
누가 보아도 방화임에 틀림없어 보이는 사건입니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들이 여럿 있겠습니다만 옛 사람들의 땀과 혼이 밴 사적이 불탄다는 것은 무척 가슴아픈 일입니다. 평소 문화재에 관심있어 한 분들은 더더욱 그렇겠지요.
지난해 서울국제 마라톤대회 때 세종로 이순신장군 동상 앞을 출발한 대오가 숭례문을 지날 때 본 모습이 그 온전한 마지막 모습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달리는 바람에 바라 본 숭례문의 모습이 제 기억에 남는 마지막 모습이라니.

600년 역사를 살아 숨쉬어 온 문화재가 5시간 화마에 날아가다니 참 어이 없는 일입니다.
불을 놓은 사람이나, 관리당국과 소방당국이나 웬지 아끼는 마음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아쉽습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가 너무 돈에 치중한 까닭은 아닐런지 우려스럽습니다.
문화재를 잘 보존하는 것은 얼핏 보면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다시말해 돈되는 일이 아니겠지요. 그것을 관광산업에 도움된다 운운하는 것은 웬지 그 가치를 절하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우리가 오늘 있기까지 훌륭하든 그렇지 못하든 조상들의 땀과 혼이 서린 문화재는 현재의 살아있는 보물인데 말입니다.

몇 년 전 낙산 의상대가 불탈 때도 한숨이 절로 나왔는데, 오늘 새벽 벌어진 참상은 더 어이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엔 무너져내리는 것이 왜 이리 많은 지 모르겠습니다.
도처에서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희망을 일구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아름다운 모습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조물들은 너무도 쉽게 무너져 내립니다.

이제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우리가 솟구쳐 오를 건 소중한 건조물과 문화재의 불기둥이 아닙니다. 희망의 불기둥이고 열정의 불기둥이어야 겠죠.

서울에서 가장 오랜 목조건축물 숭례문을 잃어 버린 날 가슴에 담긴 바를 나즈막히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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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을 마치고 저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이 뉴스를 심야에 시청하는 경우가 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듣는 뉴스의 대부분은 아쉽게도 불행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룹니다.
사건.사고, 정치이야기 등.

밤늦은 시간에 이런 뉴스들은 행복한 삶을 방해합니다.
편히 자는 것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정상적인 도덕관념이나 보편적인 시민사회의 정서로 보면 이해 안되는 뉴스거리들이 머리를 어지럽히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는 작은 뉴스이지만 정상적인 도덕관념이나 정서에 치명적 상처를 입히는 뉴스도 있습니다.

어제는 한 어린이집 교사가 다섯 살 여자 어린이의 옷을 벗겨서 추운 날 문 밖에 세워 놓은 뉴스를 접했습니다. 또, 탄식이 나왔습니다.
세상 소식을 닫고 살아가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이처럼 범위와 행동이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할지라도 우리의 건전한 도덕과 정서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는 불행한 사회의 지표일 수 있습니다.

잠정결론입니다.
가급적 늦은 밤에 뉴스 프로그램을 보지 않겠다.
좋다. 나도 이 사회의 일원인만큼 세상이야기에 억지로 눈감지는 않겠다.
내가 전문으로 하는 일과 직업,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펼쳐야 하는 세상은 또 얼마나 중요한 환경인가?

오늘 [비망록]이라는 저의 블로그 분류제목을 "세상의 창"으로 개칭합니다.
앞으로 가끔 세상의 이야기에 관한 짧은 의견을 낮은 목소리로 적어볼까 합니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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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4일 밤 보도를 통해, 한국 봅슬레이 대표선수들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파크시티에서 열린 2008 아메리카컵 2차대회에서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서 3위(동메달)에 입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림픽처럼 큰 대회는 아니지만 국제대회에서 첫 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에 모두들 기적 또는 한국판 '쿨 러닝(Cool Running)'이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놀라움을 떠나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왜 우리는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워 하는가?
팀구성을 본다.
1명만이 순수 봅슬레이 선수(이진희), 1명은 코치(감독)겸 선수(강광배)이고, 다른 2명(김정수, 조인호)은 다른 종목(스렐레톤) 선수로 구성된 팀.
그나마 이진희 선수는 대표팀이 된 지 2개월 밖에 안 된 선수.
1억원 가까이 넘는 봅슬레이를 살 수 없어 500달러(한국돈 약 47만원)을 주고 현지에서 대여한 중고 썰매.
선수들 복장은 제각각. 유니폼과 헬멧의 색상과 디자인이 다름.
출발선상의 선수들 모습을 보면 "한국(KOREA)"마크 식별이 전혀 안됨.
썰매 외면에 "SALT LAKE 2002" 표식만 선명함. 앞면과 옆면의 'GUARD' 표식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안전요원들의 구호용 썰매인 것으로 추정됨.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에서 캐나다, 미국에 이어 3위에 입상하다!
믿기지 않는 뉴스이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출발연습장도 없고 체육회 진흥기금이 겨우 1년에 2천만원만 지원되는 팀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쿨러닝 선수들 : 쿨(Cool) 하게 달린(running) 선수들

강광배 선수 겸 감독의 불굴의 의지와 낙관성이 훌륭한 성과를 가져왔다고 믿는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조차 자신들의 하고자 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비인기종목이란 말 자체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강광배 선수 겸 감독의 긍정적 마인드가 좋은 성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1천억원에 달하는 경기장은 강광배 선수 겸 감독도 반대한다면서 연습장만이라도 있고,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장비만이로 갖추었으면 하고 바라는 선하디 선한 선수들.

꿀러닝 당국 (꿀하게 배우는=learning 정부당국과 기관들)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하여 기적같은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비해, 정부당국 및 이른바 관계기관은 부끄럽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렇게 목을 맨 동계올림픽 유치에서 두 번이나 탈락해 놓고도 교훈을 찾기는 커녕 무사 안일이다.

우리는 어제 1월 15일자 기사 또는 보도를 통해 정부가 봅슬레이 대표팀에게 썰매구입과 해외전지훈련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사실에 기쁘기 보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실 이번 동메달 획득도 규정상으로는 없을 것이다. 규정을 잘 몰라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메달획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작 이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연습장, 썰매가 고가라면 유니폼과 헬멧마저 구입해서 입히지 못하는 것도 핑계가 있을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경기연맹

정부는 그동안 비인기종목에 대한 예산타령으로 방패를 삼았겠지만, 이미 구성된 해당경기연맹은 도가 더 심각하다.
이번에 쾌거를 이룩한 봅슬레이팀을 주관하는 대한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고 깜짝 놀랐다. 동메달 획득 소식이 가장 빨리 국내에 보도된 것은 2008년 1월 13일 10:48 (연합뉴스)였는데, 14일 위 연맹 사이트를 방문해도 출전소식은 물론 경기결과도 없었다. 이 소식은 15일에야 위 연맹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놀란 김에 연맹 임원현황도 보았다.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이사, 감사까지 총 18명이나 되었다. 이번에 강광배 선수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출전한다는 사실은 알았을 지 의문이 들 정도다.

스포츠에 굉장한 팬도 아니고, 스포츠전문가는 더욱 아니지만 이번에 봅슬레이 선수들이 이룩한 성과가 워낙 놀라워서 약간 적어보았다.
제발 무슨 일이나 경험에서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8-1-16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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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벌써 4일째이지요.

게을러서인지 머릿속 생각이 많아서인지 쉽게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해마다 12월 31일 자정과 1월 1일 첫시각은 밖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맞이합니다.
괜히 마음이 들떠서일까요? 집에서 TV속의 종소리만 듣기엔 너무 아쉬워서 무작정 밖으로 나갑니다.

종로 보신각앞에는 인파가 너무 많고 요란한 폭죽이 흡사 시가전을 방불케 해 몇 해 전부터는 가지 않습니다.
그대신 교외로 나가 임진각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습니다.

2007년 12월 31일 마지막 밤을 다하고, 2008년 무자년 새해의 첫 시각의 시작은 종소리로 시작합니다.
춥고 어둡고 밤이 깊은 시각 새로운 시작이라니 얼핏 생각하면 모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해도 여지없이 새해 새날 새 시각은 한 밤중에 시작되었습니다.
일출이 있어야 참된 시작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게는 정확하게 2008년 1월 1일 0시로 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출은 몇 시간 더 있어야 겠지만 새해와 새날의 바뀜은 한밤중에 이루어지는 것을 오늘 새삼 알겠습니다.

따뜻한 날씨도 언제 그랬냐는 듯, 역시 새해 맞이는 칼바람 속에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장 어두운 시각을 지나 새해와 새날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나 새해가 시작되는 것도 지난해의 낡은 찌꺼기가 동장군을 이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지요.

지난 해 다 버리지 못한 낡은 찌꺼기를 한밤 중에 버리고, 시급히 새 것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개인으로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새해 맞이는 그래서 뜻깊습니다.

제가 하는 일 가운데서도 낡은 찌꺼기들이 많습니다.
사실은 초라한데 화려한 척 하는 것들도 많고, 취업시장과 직업생활은 어려운데 무조건 긍정하라 말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어딘가에 가서 누군가를 향해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저는 낙관을 이야기 합니다. 희망에 대해 나즈막이 또는 강렬하게 말합니다. 그래도 어두운 그림자를 각자 걷어내라고 당부하는 것이 내내 미안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시스템적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가령, 발표되는 실업률보다 우리가 체감하는 실업률은 몇 갑절은 될 것입니다. 일할 의사가 있고 능력이 있어도 전부 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도 경쟁사회니 각자 경쟁력을 갖추라고 열변을 토하는 이 연사는 사실은 초라한 것입니다.

새해 새 아침에 저는 작은 바람을 가집니다.
사람이 자기 운명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그 지혜와 힘을 모아 좀 부족한 사람도 일깨워 주고 함께 하는 꿈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나만 잘 산다고 잘 되는 세상이 아닙니다. 모든 관계가 다 얽혀있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운명을 슬기롭게 개척해 나갈수록 옆의 이웃, 동료, 벗들은 힘겨워 하지 않는 지 조금씩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제가 주장하는 커리어경영의 영역들이 균형있게 채워져 나갈 것입니다.
행복은 모든 것을 무조건 긍정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현실에서도 구체적으로 그것을 이길 지혜와 힘으로 당당히 맞설 용기로 가득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08년 무자년 한 해는 자신의 인생에서 올해가 차지는 위치를 잘 파악하고, 목표를 높이 세우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매일 매시각 행할 때 아름답게 수놓아 질 것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일을 하면서 한 단계 높고, 구체적인 방도를 찾아 새로운 모습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 서형준 2008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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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제가 2년 6개월간 온라인 게시판을 통하여 경력관리상담을 해오던 페이오픈(스카웃)의 게시판에 오늘(2007년 3월 31일)고별사로 남긴 글입니다.(글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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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페이오픈의 직장인 여러분.
저는 (주)오케이커리어  대표 서형준입니다.

그동안 페이오픈의 경력관리상담 게시판에서 2004년 10월 19일부터 오늘 2007년 3월 31일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의 상담활동을 이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헤드헌터와 커리어코치로서 현업에서 일하면서 수만통의 이력서와 경력소개서, 수천 명의 인터뷰와 커리어코칭을 하는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경험에 바탕하여 여러분의 고민과 과제를 함께 풀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에게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여러분에게 다시 돌려드리는 과정이었습니다. 마침 기간이 2년 6개월이 다되어 가는 시간이 군대를 제대하는 기분같기도 합니다. 이제 이 곳에서의 상담은 마무리하고, 제 본연의 일터에서 계속 활동하겠습니다.

그동안 직장인 여러분의 땀이 스민 직장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슬기롭게 경영해 나가려는 성의있는 노력이 저를 복무토록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다른 어느 곳의 상담보다 어렵고 깊이있는 내용들이 많아 답변드리기 어렵거나, 고민되는 사안들이 꽤 많았습니다. 고민하는 분이 느끼는 어려움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저의 지혜와 경륜의 모자람으로 인해 느끼는 배움의 새로운 동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시대로, 다시 커리어시대로 진입하였습니다. 우리가 원친 않아도 우리는 평생 최소한 50년에서 60년간 일하며 인생을 마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상담의 대부분은 주된 직장에서의 커리어 즉 20년 이내의 것에 국한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바로 그 점입니다. 자신만의 커리어를 확고히 틀어쥐고 변화무쌍한 시대에도 굴함없이 나아가는 것 말입니다.

저는 평소에 커리어코칭과 강의 및 글들에서 이야기 해 왔습니다.
1)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일
2)최고가 될 수 있는 일
3)경제엔진(돈)을 가동할 수 있는 일

이 세 개의 원이 만나는 곳, 적어두 두 개의 원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신만의 커리어 키(key)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5~60년 변함없는 열정과 전문적 식견으로 커리어를 빛내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인생의 다른 영역인 가정과 사랑, 친구와 사회, 건강과 운동, 마음의 평화 영역들에서도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세상과 환경은 거칠지만 자신만의 커리어 키를 단단히 잡고 나가는 사람에겐 재밌고 신기한 새로운 세상일 뿐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건투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믿음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커리어코치 서형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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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참 훈훈한 뉴스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뇌사상태에 빠진 40대 가장이 자신의 장기를 여섯 명에게 나눠주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달 갑자기 쓰러진 49세의 남병현씨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생로병사를 거쳐 이 세상을 하직할 때 무엇을 남길 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름을 남길까? 가족도 남기겠지요. 가족은 또 하나의 자신의 생명이니까요.
그런데 위 뉴스의 남병현씨 처럼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생명의 씨앗으로 골고루 나눠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이들도 있습니다.

뉴스화면에 나온 그의 아내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미련없이 남편을 떠나보내는 남은 아내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애들 잘 키울게 걱정하지마. 진짜 걱정하지 마"
남병현 씨 아내의 말도 진한 감동을 더해 줍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낼 때 많이 슬퍼하고 미련을 남기는 것은, 진짜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혼자 남게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더 사랑하면 이렇게 편안히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장기를 여섯 명에 나눠준 남병현 씨도, 경황없는 와중에 아름다운 결정을 한 그의 아내와 가족들도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년 전 문득 내가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면 무엇을 어디에 남길까 하고 걱정아닌 걱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도 그 때 이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장기기증서약을 하였습니다. 제가 만든 조그만 회사의 직원들도 수는 적지만 모두 장기기증서약에 참여했습니다. 그 때 조금 든든한 믿음이 가슴에 채워지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아무 것도 남길 게 없어도 건강한 내 육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경쟁, 속도.. 이런 말의 한가운데서 전쟁을 치르는 많은 직업인들과 상대하는 저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작은 여유입니다.

그래서 새 봄의 3월 셋째 날 고 남병현 씨와 그의 가족들에게서 아름다운 사랑을 배웁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고 남병현 씨의 기사와 뉴스 동영상보기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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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007년 2월 12일은 제법 뜻깊은 날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만든게 1월 19일이니까, 꼭 23일만이죠.
저의 블로그 방문객이 하루 1천명을 처음 돌파한 날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부담적게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다른 분들과 글로써 접촉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닌 걸 알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저의 글을 담아서 소중하게 활용해 주시는 것을 보면 보람되기도 한 나날입니다.
이전에 다른 블로그와 달리 티스토리의 블로그는 그야말로 인터넷의 검색과 오픈 세상을 맘껏 느끼게 해준 고마운 저의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세상을 향해 제 이야기를 천천히 해 나가고 싶어집니다.

하루 1천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자세히 읽건 흘려 보내건 그것은 제게 사뭇 흥분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제 생각과 글을 아끼는 만큼, 다른 분들의 글과 창작도 열심히 읽고 보고 배우겠습니다.

어제는 또 하나 기억할 날입니다. 제 아들이 유치원을 졸업한 날입니다. 아빠들은 별로 참석하지 않는다기에 바쁜 핑계를 대고 저도 참석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들녀석이 대견하게도 건강하게 자라줘서 참 고마운데 유치원을 졸업했다니 기특합니다. 아들이 큰 만큼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1천명을 훌쩍 넘어섰나 봅니다.

우리 아이도, 저도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2007년 1월 19일 이후로 매일 포스트를 올리며 숨가쁘게 달려온 듯합니다. 그런데, 달리기를 즐겨하는 이디오피아의 마라톤 소년 꿈나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숨이 차면 더 빨리 달리면 돼요! 그건 결승점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하하, 마라톤을 조금 해본 저로서는 숨이 차면 더 빨리 달리면 조금 위험하단 생각을 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 소년 마라토너의 말에는 소박한 진리가 담겨있어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숨이 차면 쉬거나 천천히 가야할텐데 이 소년은 결승점, 미래를 보고 달린 것이니까요. 제 나이가 소년의 기백을 따를 수야 없겠지만 소년을 배우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달려볼 생각입니다.
풀코스 마라톤에서 이제 겨우 1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한 것일까요? 앞으로 달리기를 즐기듯이 블로그와 더불어 세상과 더불어 커리어와 삶에 관한 너무 무겁지 않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는 앞으로 내용과 형식을 좀더 알차고 재미있게 꾸며서 저의 생각과 느낌, 일과 사랑을 기록하는 나만의 미디어로 만들어 볼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만나게 될 블로그 이웃, 동료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2007년 2월 13일 서형준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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