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07.2.7) 오후 기쁜 문자가 내 핸드폰을 울렸습니다.
지난 주에 면접대기 교육을 마친 2기생 가운데 한 명인 J 아가씨의 숨가쁜 목소리인 듯 했습니다.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JOO 올림.

정말 기쁜 승전보입니다. 2006년 11월경부터 그동안 도외시하던 면접에 관한 교육에 관심을 가진 이래 많은 분들의 합격소식을 듣는 건 빼놓을 수 없는 기쁨입니다.
제가 여러 응시자들과 대화하고 면접관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만든 '스스로 깨우치는' 면접교육과정의 작은 승리이기도 합니다. 물론 응시자 여러분들이 한결같이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 꼭 합격할만한 인재들이어서 좋은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합격소식을 알려온 J양은 교대편입에 합격했습니다. 이제 2~3년 후면 어엿한 선생님으로 재출발 할 것입니다. 4주 동안 장장 12시간을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한 노력과 성의라면 꼭 합격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J양은 함께 면접과정에서 학습한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깨우치는 면접교육과정은 제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비중은 극히 적고 대부분 응시자들끼리 연습하고, 일깨워주고 경험을 교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계속되는 면접시험에서 나머지 분들도 모두 합격할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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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열흘 전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전화벨에 잠이 깨어 친구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며칠 전에 간암으로 위독하다는 친구 소식을 듣고 중환자실이라 면회도 안된다고 마음 속으로 안타까와 했던 순간이 스쳤습니다.
멍하니 이불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일단 내 생각은 접어둔 채 많은 친구들에게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연락을 했습니다.
내가 임종을 지킨 것도 아닌데 나한테 묻는 친구들에게 나는 그냥 그대로 1월 초에 말기 간암 판정을 받았는데 3주만에 운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연말 동창 모임에서 술도 제법 마시던 친구였습니다. 워낙 모범생 스타일의 친구여서 과음을 하거나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친구였죠. 술은 그 친구의 간암의 발병 원인일 수 없었습니다.

나는 명색이 직업세계의 전문가라고 해서 최근 2년여간 그 친구의 커리어에 관해서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와 몇 년간의 수험생활과 실패, 다시 대기업 입사와 오랜 기간 근무, 퇴사후 다시 수험생활, 다시 다른 대기업에 입사한 지 수개월 되는 터였습니다.
안색이 많이 안좋았는데 어디 아프냐고 하면 그냥 피곤해서 그런다고 하면서 전혀 본인도 병색을 눈치채지 못하였던가 봅니다.
재작년엔 이른 새벽 귀가길에 사고로 운명을 다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40대에 접어들어 가까운 곳에서 운명소식이 들릴 때마다 섬뜩함을 느낍니다. 벌써 그럴 수도 있는 나이인가 하고 말입니다.

사고이든 병이든 한국의 40대는 죽음과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연일 술로 고객과 상사,동료, 부하직원들과 몸을 지치게 합니다. 쌓이는 스트레스는 피할 길 없어 끊지 못하는 담배는 몸을 병들게 합니다. 지친 몸은 주말마저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방에 묶어 둡니다. 자상하지 못한 남편, 아빠로 낙인찍히며 가족들에게서도 따뜻하게 대접받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40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은 아닙니다.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40대는 정말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직업세계의 길목에 서 있는 나는 이런 상황을 자주 봅니다.
10여년간 충성을 바친 회사에서도 더이상 고용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전날 과음하면 지각하고도 웃으면서 상사에게 아양을 부리면 넘어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부하사원들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면서 눈치를 보는 일이 흔치 않다고 합니다. 회사는 노련한 사원을 원치 않나 봅니다. 아까운 인재들을 말입니다.

나는 커리어코칭이나 커리어컨설팅 하게 된느 40대에게 말합니다. 아직도 적어도 30년을 넘게 일해야 하는데 벌써 지치시냐구요. 일한 경력을 잘 정리해서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떠냐구요. 30년이면 최소한 몇 개 분야에서 전문가로도 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보통 한 분야에서 2천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루 2시간 씩 어림 계산해 보면 3년이면 가능한 시간이지요.

40대는 위기를 기회로 맞이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의지와 열정이 남다르고, 경험이 모자르지 않는 40대여 죽음의 그림자를 거두고 새 삶의 굳센 뿌리를 내려봅시다.
친구 J야, 병마가 너를 데려 갔지만 그곳은 조금 편히 쉴 수는 있겠다. 나중에 내가 아주 많이 일해서 이제 쉴만하다 싶어 그 곳에 가게 되면 다시 만나자.
안녕.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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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2006년)따라 송년모임이 많아졌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고교동기회, 반창회, 대학 학과동창회, 동아리 송년회, 옛직장 후배들송년회, 또 다른 모임 송년회들. 어떤 모임에서 강의한 수강생들과의 종파티 겸 송년회 등.

30대 초반에는 동창회, 송년회 이런 모임이 재미가 덜 했다.
그런데 요즘 모임은 제법 인간미가 묻어나서 아주 재밌다.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은 고교동기회, 반창회다. 심지어는 고교 2학년 반창회도 올해는 했다.

40을 넘어서니 친구들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회사원, 공무원, 사업가, 학자, 예술가, 정치가 직업도 다양하다. 모임마다 특징도 있는데 고교동기회나 반창회는 그 세월의 크기로 보면 아주 오랜 세월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허물없이 가까워지는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못마시는 술을 조금씩 홀짝거리며 쟁쟁 잔을 부딪히며 마시는 술은 그대로 우정을 마시는 것일게다.

고1때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20년이 훨씬 지나서 만났다. 그 시절 한강 둔치에서 하던 야구시합도 기억해 냈다. 그 친구다 던지다 난조에 빠지자 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둥의 이야기는 너무 재밌고 신나는 기억들이다. 같은 반인적이 없어서 얼굴도 생경하던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 주기도 하고, 내가 일하는 업무를 알고 앞으로 재밌게 해보자는 전화도 받게 된다. 그 당시 서로 좋은 인상으로 호감을 가졌던 친구로부터 기회를 잡아 소주 한잔 하자는 메일도 받았다. 뛸듯이 기쁜 일이다. 마치 오랫동안 짝사랑한 남녀가 한 쪽의 고백으로 만남을 앞둔 사람들처럼.

앞으로 늙어 이 생명을 허공에 날릴 때까지 친구들을 다 기억하고 기억속에 자리잡을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한 해 한 달 하루를 살면서 조금씩 친구들 삶을 지켜보고 때론 마음으로 거들기도 할 거다.

옛직장 후배들이 잊지 않고 1년에 서너번 모임을 갖는 건 또한 참으로 기쁜 일이다. 이번엔 딱딱한 탁자와 자욱한 술자리를 벗어나 와인파티를 한단다. 재밌는 아이디어다. 어느 스튜디오 하나를 가볍게 빌릴 수 있어서 각자가 와인 한 병씩을 가져오란다. 그런데 참 그 중 선배격인 나는 술을 못마신다고 그냥 맨 손으로 와도 좋단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난 언제나 술을 잘 마실 수 있을까.

어제는 대학친구들 송년회 였는데 나더러 술 좀 늘었단다. 아닌데~ 그냥 똑같은데.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송년회들이 한 해를 마감하는 자리이기도 한데, 그건 결국 나의 몫이란 걸 안다. 그 친구에겐 그 친구의 몫이고. 송년회는 내게 친구란 것, 믿음이란 것, 의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요즘 경제경영, 자기계발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때 인맥관리 운운하는 말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소중한 친구들, 선후배들과의 인연과 믿음을 인맥이란 경제자산과 같은 말로 대치하는 것은 너무 값싸서 안내킨다. 믿음과 의리로 이어지는 인맥 이상의 가치, 그것이 우리들 사람들에겐 우정이다. 사랑이다. 사람들 사이다. 사람이다.  (2006/12/06 00:17 작성)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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