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나 직장에서 ‘프로답다’는 얘길 듣고 싶어한다. 경영자 또한 회사에 프로답게 일하는 인재들이 넘쳐나길 희망한다.  프로들의 남다른 특징과 프로 인재를 키워내는 일터의 조건에 대해 알아본다.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의 줄임말인 프로는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또는 전문가, 직업 선수’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물론 우리가 프로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곳은 야구, 축구, 농구 등 주로 스포츠 세계이다. 최고만이 살아남는 프로 세계의 스포츠맨들을 보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철저히 외면 당한다. 관중의 기억 속에서 쉽게 사라져 버린다는 얘기다. 반면, 1인자의 자리에 선 프로 스포츠맨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프로 스포츠맨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가며, 최고가 되기 위해 구슬 땀을 흘린다. 자기 자신과의 한판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열정과 프로 근성을 보면서, 우리는 박수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프로다워야’ 인정 받는 시대 
 
그런데, 이와 같은 프로들의 열정과 근성이 꼭 프로 스포츠 세계만의 전유물일까? 그렇지 않다! 일반 직장인들의 세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 컨설턴트나 애널리스트 등과 같은 일부 전문 직종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냉혹하리만큼 철저한 성과 및 역량 중심의 인사 관행이 이루어져 왔다. 근속년수나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그 분야에 필요한 전문성을 토대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만이 ‘초고속 승진’과 ‘고액 연봉’을 보장받는다. 더불어 높은 사회적 지위까지도 뒤따른다. 그러나, 최고가 되지 못할 경우 그 세계에서 자리잡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이들 분야에서 프로페셔널에 대한 얘기가 많다. 심지어 ‘일중독자(Workaholic)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반드시 일부 전문 직종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들어 ‘프로(Pro)’는 경영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은 ‘프로답게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이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프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테면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좋은 예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직장인들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나 직장에서 프로페셔널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다운 근성과 열정으로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피터 드러커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저서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지식 근로자들은 어떤 분야에서건 프로페셔널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프로답게 일한다’는 것 
 
과연, 직장인들에게 있어, ‘프로답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여기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운동 선수의 차이를 한번 떠올려 보자. 아마추어 운동 선수들은 경기를 즐기는데 목적이 있다.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고도의 전문성이나 책임감이 그리 중요치 않다. 그저 그 운동이 좋아서 즐기며 행복한 느낌을 받으면 족하다. 이에 반해 프로 스포츠맨들은 돈을 받고 환상적인 게임을 관객에게 선사해야 한다. 관객에게 즐거움의 가치를 주어야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매우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실력/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고된 훈련과 스트레스의 고통을 견뎌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인들이 프로답게 일한다는 것은 ‘뜨거운 열정과 투철한 승부 근성으로(= 프로다운 근성), 진정한 실력에 입각해 기대 수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답게 일해) 인재’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더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본받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차질 없이 하는 정도로는 프로 인재가 될 수 없다. 아울러 성과를 냈다 하더라도,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이 프로답지 못했을 때도 진짜 프로로 인정 받기 어렵다.
 
프로 인재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에는 이 같은 프로 인재가 얼마나 많을까? 이에 대해 주요 기업의 임원들이나 HR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글로벌 선진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이 프로 인재를 잘 키워내지 못한다. 인력의 생산성이나 고객 가치 창출 역량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 빨리 우리 기업들도 프로들이 일하는 프로 일터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일등 기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프로 인재의 수혈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에 일하는 방식이 남다르다는 글로벌 선진 기업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 인재, 글로벌 기업의 HR 관리자를 비롯해 국내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프로다운 인재는 어떤 사람’이고, ‘이들을 키우는 일터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 기업들이 프로답게 일하는 인재들이 잘 양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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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를 키우지 못하는 HR 시스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사항 가운데 하나는 프로 인재를 키워내고 있지 못한 조직 운영 시스템의 문제였다. 많은 기업들이 강도 높은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역량과 성과에 기초한 보상 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있지 못하며, 권한위임이 충분치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 그릇된 기업 풍토와 문화 
 
둘째, 그릇된 기업 풍토나 조직 문화도 프로를 키워내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인맥이나 학연, 지연 등 아직도 관계 중심적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인식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정도(正道)’보다는 ‘정치(政治)’ 논리에 치우친 기업 풍토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불투명한 관행이 자리잡게 되고, 이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프로 인재들이 우리 기업에서 당당히 설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 부족한 프로 리더 
 
셋째, 프로 인재를 리드할 수 있는 진정한 프로 리더가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항상 프로의 뒤에는 좋은 스승이자 든든한 멘토가 있다. 프로에게 있어 훌륭한 스승은 ‘정신적 지주’이자, ‘역할 모델’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인들에게 있어 프로 리더는 그 사람의 근성과 열정, 그리고 일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은 역할 모델로써 매우 중요한 존재라 하겠다. 따라서 기업에 프로 근성으로 투명하게 일하는 프로 리더가 많다면, 프로 인재들도 자연스럽게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의 현실은 아직 이와는 거리감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비록 리더들이 성과를 내긴 했지만 그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력이나 소신에 입각해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더욱이 강압적이었거나 단기적 시각, 임기응변식의 무엇이었다면 구성원들이 이를 보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지적은 우리 기업의 리더들이 깊이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프로 인재를 키워내는 일터 
 
프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인재 스스로가 프로답게 일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하다. 회사도 이들이 잘 양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하에서는 프로 인재의 남다른 특징과 프로 일터 구축 포인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본다(<그림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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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최고를 향한 열망과 추진력 
 
첫 번째, 프로 인재는 ‘최고를 향한 열망과 추진력’이 남다르다. 예컨대, 아마추어 야구 선수에게 있어 야구는 즐김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들이 야구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될게 없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에게 있어 야구는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열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역시 최고를 향한 열망과 추진력이 넘치는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좋은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인재들이 더 나은 가치와 성과를 창출하고 프로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일례로 IBM은 동일 직급에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단력이나 혁신적 사고 등 13개에 이르는 역량을 평가하여 상위 10%와 하위 10% 사람들 간에 최고 4배의 보상 차이를 둔다. 이처럼 실력과 능력에 따른 파격적 보상 차등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IBM이 중요시 하는 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라고 한다. IBM의 사례에서처럼, 향후 우리 기업들도 파격적인 보상 차등도 중요하지만,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프론티어 정신으로 무장 
 
두 번째, 최고를 향한 열망과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최고’ 이상으로 중요한 ‘최초’가 되고자 하는 개척자의 자세도 필요하다. 일명 ‘프론티어 정신(Frontier Spirit)’을 갖추어야 프로 인재라는 말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블루오션 전략을 상기해 보자. 경쟁자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싸우는 레드오션은 치열한 경쟁, 성장 둔화, 수익률 하락만이 있을 뿐이다. 반면, 블루오션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무경쟁의 시장이자 기업이 진출해야 할 새로운 개척지이다. 어느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최초가 될 수 있는 남다른 생각과 발상의 전환, 그리고 차별화가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프론티어 정신의 본질이다. 프론티어 정신으로 무장된 프로 인재들은 언제나 남다른 생각과 차별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한다. 이러한 인재가 많을 때, 기업도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인재의 창의성이 자랄 수 있는 기업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현재의 업무에서 벗어나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도전적인 일을 부여하며, 건설적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균형 감각의 절묘한 조화 
 
세 번째, 프로 인재들의 또 다른 특징은 균형 감각이다. 우리 기업의 직장인들이 부족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균형 감각은 우선 ‘공과 사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데 있다. 일례로, 우리 직장인들을 보면 개인과 회사 일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직원들 간의 돈독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을 서로가 터놓고 지내야 한다. 때로는 서로에게 느끼는 깊은 유대감이 탁월한 팀웍의 기폭제가 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온정주의나 이기주의를 낳고, 조직 운영의 장애물이 될 때도 있다. 더욱이 불분명한 공사 구분은 회사와 상관없는 개인의 일을 회사의 업무 시간에 처리하는 등 부작용도 낳게 된다.
 
이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나 IBM과 같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예컨대, 회사가 직원들의 이메일과 메신저 내용 모두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기록한다. 여기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와 직장인들은 “우리는 개인 이메일과 회사 이메일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회사 업무를 위해 제공한 모든 것은 회사의 지식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다음으로,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챙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진정한 프로 직장인들은 마치 일중독자처럼 무섭게 일에 파묻히지만, 개인 삶과 가정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특징도 있다. 일중독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성과 제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는 먼 미래를 두고 볼 때 반쪽짜리 프로를 양산할 따름이다. 가정 생활이 행복하지 못한 직장인이 진정 훌륭한 인재로 거듭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정과 개인 삶의 행복이 프로 인재의 근원적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일과 삶의 균형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감수성과 다양성 수용 능력 
 
네 번째, 다양성을 수용하는 동시에 변화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감수성도 프로 인재가 갖추어야 할 남다른 특징이다.  
 
국가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고함은 물론 행동할 수 있는 인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다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언어 습득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인재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세계를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 역시 다양성과 관련한 직원들의 감수성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예컨대, 존슨앤존슨사는 ‘다양성 대학’을 설립해, 직원들에게 글로벌 및 이(異)문화 이슈에 대한 감수성 훈련을 시키고 있다. 엑손모빌사의 경우, 리더들의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다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민족간 리더십과 문화적 차이를 학습시키고 있다.
 
5.올곧은 품성과 자기 절제 
 
우리는 종종 프로 스포츠맨이 그릇된 행동과  무절제로 정상의 자리에서 좌초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다시금 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이치는 직장인들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프로 인재는 바른 길을 걷는 올곧은 품성과 주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자기 절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프로 인재가 갖추어야 할 마지막 덕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피터 드러커도 “정직한 품성과 도덕성에 기반한 자기 절제 능력을 갖춘 경영자만이 오래도록 존경 받는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가 투명하고 정직한 품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은 ‘정치(政治)’ 논리에 치우치기 보다 ‘정도(正道)’를 걷는 기업의 풍토를 조성하는데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비윤리적이고 불투명한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프로다운 인재들이 키워질 수 있다.
 
프로 일터 구축의 적(敵), ‘프로답지 못한 리더’ 
 
지금까지 프로 인재들의 남다른 특징과 이들이 자랄 수 있는 일터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프로 일터 구축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敵)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 인재가 잘 성장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프로답지 못한 리더’ 때문이다. 이창호 9단의 뒤에는 조훈현 9단이라는 좋은 스승이 있었다. 인재들도 마찬가지이다. 본받고 싶은 좋은 리더만이 잠재 인재들을 프로 인재로 키워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프로답지 못한 리더가 누구인지 가려내지 못한다면, 프로 일터 구축이라는 꿈은 요원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끝>

(LGERI, 2007. 12. 17. 김현기)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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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성공을 위한 바람직한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조직 운영 시스템으로 다가올 미래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요즘 기업 경영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최대 이슈 중 하나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불안정한 경영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튼실한 조직 체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전략이 있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조직 시스템이 탄탄하지 못하면 애초 기대했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신 기술로 제작된 수준 높은 설계도와 품질 좋은 재료가 있더라도 건물의 뼈대가 부실하면 결국 붕괴되고 마는 건축물의 이치와 같다. 따라서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비전 달성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미래 조직의 설계는 현재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직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완벽한 조직 운영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경영 환경의 큰 변화 흐름을 포착하고 조직의 강점과 약점, 역량 수준과 전략적 목표를 충분히 고려하는 진화론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 목 차 > 
 
Ⅰ. 現 조직은 미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가?
Ⅱ.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미래 조직의 키워드’
Ⅲ. 맺음말
 
 
 
I. 現 조직은 미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가? 
 
 
오늘날 기업들은 저마다 고유의 조직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조직 운영 시스템을 일일이 열거한다면 아마 기업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마다 사업 전략이나 규모, 특성이 다르고, 경쟁하는 시장과 고객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기업들의 조직 운영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크게 두 가지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상하간의 명확한 계층을 기반으로 하는 ‘피라미드형’조직 운영 시스템을 첫 번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이는 20세기 초 독일의 막스 베버(Max Weber)에 의해 최초로 체계화된 조직 형태로서 계층별로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으며, 위에서 아래로의 지시와 통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 형태이다. 의사 결정 시에는 개개인의 판단이나 감정보다 이미 설정된 역할이나 규정이 우선된다. 상하간 계층 구조에 입각한 피라미드형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위에서 명령을 해야만 움직이는 ‘관료주의(Bureaucracy)’라는 병폐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 형태는 여전히 월마트(WalMart)나 맥도날드(McDonald) 등의 글로벌기업을 지탱하는 조직 운영 시스템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 번째로 사업 단위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부제 조직 운영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사업과 제품이 다양화되면서 나타난 것으로서, 각 사업이나 제품 단위의 조직이 개별 기업처럼 운영되는 형태이다. 즉 연구개발, 생산, 영업, 물류 등 주요 기능들을 각 사업부 조직에 포함시키고, 이들 조직이 사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독립적 운영 체계이다. 사업부제 조직 운영 방식은 1920년대 GM을 이끌던 알프레드 슬로언(Alfred Sloan)에 의해 체계화되었고 수십 년간 GM 성장의 견인차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로 확산되었다. 그 인기의 주된 비결은 사업부제 조직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예컨대 사업부별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성과 제고를 위한 사업부간 경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특징은 오늘날 많은 기업에서 조직 운영의 기본 사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이라면 “피라미드형 조직, 사업부제 조직 운영 시스템으로 미래에도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상하간 명령이나 명확한 성과 책임에 기반한 자기 완결형 조직이라는 면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뒤따르는 치명적인 한계점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라미드형 조직 체계에 익숙해진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직면할 때마다 창조적이고 자율적 판단 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변화된 고객과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매번 다시 설정하고 교육하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다시 말해 피라미드형 조직의 합리적 운영 방식은 경영 환경이 안정적일 때에는 강점이 되지만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업부제 조직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부간 경쟁의 심화로 기업 전체 차원에서의 협력과 시너지 창출이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업부들은 각기 자신들의 성과 목표 달성에 급급하기 때문에 타 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창출한다거나 외부 변화에 미리미리 대응하는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의 속도와 예측불가성을 고려해 볼 때 새로운 조직운영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기업경영자에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고 있다. 현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공을 담보할 새로운 체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미래 통찰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래조직의 트렌드와 효과적인 공략포인트를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Ⅱ.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미래 조직의 키워드’ 
 
 
성공하는 조직을 위해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미래 조직의 키워드는 변화(Change), 지식(Knowledge), 조화(Combination), 그리고 인간(Human)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하에서는 각 키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사례를 중심으로 시사점을 모색해 본다.

1. 변화 (Change) 
 
미래 조직의 첫 번째 성공 키워드는‘변화(Change)에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성공에 매몰되어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시대이다. 경영 환경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의주시 하면서 남보다 먼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시대라는 의미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페로 시스템(Perot Systems Corporation)의 회장으로 조직 변화 일원의 권위자인 제임스 챔피(James Champy)는“조직은 끊임없는 여행과도 같다. 성과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면서, 지속적으로 민첩하고 유연하게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변화 대응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장과 고객 중심의 조직 운영이라 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날로 다양화되고 있다. 또한 고객 니즈의 변덕스러움과 까다로움도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다. 예컨대 핸드폰 경우‘통신 수단으로만 여기던 과거와 달리‘액세서리’,‘ TV’,‘ 인터넷 검색’등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방식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또한 한 조사에 의하면 고객들의 핸드폰 교체 주기는 약 6개월이라 할 정도로 고객의 입맛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고객과 시장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미래 조직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포인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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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징후의 선도적 포착 
 
시장 변화 대응의 선결 요건은 변화 감지 역량이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주파수가 고객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일선의 모든 직원이 고성능의 안테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직접 신제품을 체험해보는 고객들의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기호나 생각의 생생한 변화를 파악하여 제품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경영진이 일선 현장을 체험하거나 고객 체험관을 운영하는 등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고객지향성이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객 접촉이 지속적으로 체질화되도록 조직 운영 시스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였던 갈브레이스는 기존의 제품 중심(Product-centric)조직에서 고객 중심(Customer-centric)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품과 고객를 두 축으로 하는 하이브리드형 조직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에는 제품 자체보다 제품을 둘러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키아(Nokia)는 고객의 니즈를 재빨리 파악하고 반영하기 위해 전후방 하이브리드형 조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그림 2> 참조). R&D 분야의 경우에도 고객 또는 시장 관점의 제품 개발과 원천 기술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전후방 분리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일례로 도요타(Toyota)는 최종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전방의 개발센터와 별도로 후방에 기술센터 및 도요타 중앙연구소(Toyota CRDL)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06년 미국 내 전기/전자 업종의1위에 오른 에머슨(Emerson Electric)의 경우에도 4개의 기술센터(Advanced Technology Center)를 후방에 두고 전방 사업 조직과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환경의 변화가 기술 연구에 반영되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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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대응력의 체질화 
 
변화를 감지했다면 이에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변화 대응력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능력으로 체질화되어야 한다. 이는 평소 고객 접점에서 적절한 의사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팀 조직’활성화를 들 수 있다. 일선 현장 구성원들이 해당 팀의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율적이고 즉각적인 결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평소에 훈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조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Google)이다. 구글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소규모 자율 조직에서 출발한다. 여러 계층의 대규모 조직 대신 3명 정도의 작고 자율적인 엔지니어링 팀을 만들고 각자 작업 진행에 대해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들 팀간에는 관리자의 개입 없이 정보교환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상황과 여건에 최적화된 의사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일본 기업 교세라(Kyocera) 역시 최근‘아메바’라는 소규모 자율경영 팀조직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그림 3> 참조). 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창업 당시부터 경영 여건이 여의치 않아 한정된 인재와 설비로 시장 동향에 따라 최적의 임기응변을 발휘해야만 했다. 따라서 현장 리더의 판단에 따라 수시로 팀이 이합집산 할 수 있는 체제가 불가피하였다. 그 결과 시장 상황이나 내부 전략 또는 성과 달성 정도에 따라 사업부 등 큰 규모뿐만 아니라, 아메바 단위 조직까지도 통합과 분할이 빈번한 조직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교세라는 지금도 조직도가 매달 새로 작성되어 배포될 정도로 변화 대응의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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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식 (Knowledge) 
 
기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 조건 중 하나는 혁신(Innovation)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적 혁신이 성공하려면 구성원 개개인의 지식과 창의성에 기반한 조직 창의력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루어야 한다. 결국 남들이 아직 하지 않은,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상품화 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 생존의 근간이 된다.
 
조직의 지식 창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 운영 방식도 남달라야 한다. 즉 지식의 흡수와 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지식 창출’프로세스가 체계화되어야 한다.  
 
사실 지식은 20세기 후반부터 조직 성공의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경영학의 권위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미래에는 지식이 기업의 가치 창출과 개인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지식 근로자가 조직의 핵심이 되는‘지식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라고 예견한 바 있다. 또한 앤더슨 지식역량센터(Anderson Center for Thought Leadership)의 대표이자 최고경영자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아이언 소머빌(Iain Somerville)은 “향후 최고 경영자의 역할은 지식 자산을 평가하고, 인정하고, 그것에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시장을 창조하는 지식 자본가의 역할로 변할 것이다”라며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 역량의 효과적 제고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대표적인 부문으로 R&D 조직을 들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대부분의 R&D 분야는 제품 중심적 조직으로 적절한 타이밍의 제품 출시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반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대부분 기술 중심적 메트릭스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이처럼 기반 기술 즉, 전문성을 중시하는 미래형 R&D 조직 구조의 대안 중 하나로 기술 중심의 메트릭스 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등극한 도요타는 CE(Chief Engineer)라고 불리는 최고 엔지니어를 제품 개발의 총괄 담당으로 운영하는 독특한 메트릭스 조직 구조를 발전시켜 왔다(<그림 4> 참조). 제품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CE가 총괄하되 각 개발 단계별로 기술 조직으로부터 지원과 협력을 통해 하나의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가는 형태이다. 일본 제일의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생활용품 업체 가오(Kao) 역시 기술 중심 메트릭스 조직을 통해 핵심 기술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중앙연구소인 Kao Global R&D는 상품개발 연구소와 기초 기반기술 연구소가 서로 협력하는 전형적인 기술 중심적 메트릭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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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재창출 프로세스의 정착 
 
보다 발전된 형태의 지식 창출 조직은 이른바 지식경영 조직 또는 학습형 조직으로 알려진‘하이퍼텍스트형 조직(Hypertext Organization)’이다. 지식 이론의 전도사로 불리는 일본의 노나카 이쿠치로 교수가 저서 「지식창조기업 (The Knowledge-Creating Company)」에서 소개한 하이퍼텍스트 조직은 사업단위, 프로젝트팀, 지식기반이라는 세 개의 층을 주요 단위로 한다. 각 계층은 상호 연결되어 마치 인터넷에서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하이퍼텍스트 문서 형태와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동일 조직 내에 존재하는 완벽하게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층에서 외부로부터의 지식 습득, 체화, 재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전자 기업 샤프(Sharp)를 들 수있다(<그림 5> 참조). 조직의 중심은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사업 단위로 기능 중심의 계층 구조이다. 최상층은 프로젝트팀으로 여러 부서에서 모집된 인원이 프로젝트 조직을 이루어 신제품 개발과 같은 지식 창조 활동에 집중한다. 맨 아래 계층은 지식기반층으로 위의 두 계층에서 생성된 지식을 재분류하고 재구성한다. 지식기반층은 조직적인 실체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비전, 문화, 기술 등에 구현되어 나타나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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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화(Combination) 
 
이미 많은 경쟁 영역에서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경영대학원 프라할라드(Coimbatore K. Prahalad) 교수는“미래에는 대규모에서 소규모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다국적 기업들이 탄생할 것이다. 기업의 성격과 크기를 결정하는 데 세계화의 영향은 더욱 더 커지게 될 것이다”라며 글로벌화의 영향력을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화는 필연적으로 사업의 지리적 확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조직 운영 측면에서 여러 지역에 퍼져있는 조직이나 기능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조화(Combination)’또는‘통합(Integration)’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경영을 글로벌 현지에 너무 위임만 할 경우에 소위 탈중심화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브랜드의 호텔임에도 지역마다 동일 메뉴에 대한가격과 서비스가 상이하여 고객 불만이 발생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다른 예로 1992년 실적 악화로 파산 위기에 놓였던 IBM에서는 전사적인 목표와 개별 사업부 목표가 일치하지 않아 일어나는 부작용을 경험하였다. 판매사원들이 고객 앞에서 타 사업부의 제품을 비방하는가 하면 동일 고객에게 IBM의 각기 다른 사업부가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등 폐해가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널리 퍼져있는 다양한 조직들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기업의 전략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통합 정보 시스템’을 들 수 있다. GE, 지멘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중전기 업체로 꼽히는 ABB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시스템인‘ABACUS’는 전 세계에 5천여 개의 이익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분권화 조직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ABB는 필리핀의 복합 싸이클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4개국의 ABB 자회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었으며 영국/프랑스 해협의 해저고속철도 환기 시스템 사업에는 30여 개 국의 ABB자회사들이 협력하는 등 글로벌 통합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기업 내부의 수평적 통합과 조화 
 
위와 같이 IT를 활용한 정보 시스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운영시스템 관점의 근본적인 대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의 다양한 기능들이 별개로 움직이지 않고 일련의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횡적 통합이 그것이다. 1990년 함머(M. Hammer)는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 프로세스 조직을 소개하였는데, 그 핵심 사상은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 이론이다. 기업이 획기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조직 구조뿐만 아니라 사람, 직무, 경영관리 시스템, 가치관 등 총체적인 비즈니스 시스템이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세스 조직에서는 전통적인 조직의 기능별 세분화와는 다른 조직 분화가 일어난다. 즉, 임무의 진행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기존의 종적 계층 구조가 아닌 횡적인 다기능(Cross-functional) 구조로 구성되는 것이다. 조직 운영의 초점은 상하간의 지시와 통제보다는 수평적인 업무 협조와 조정에 맞춰져 있다. 직무는 세분화, 전문화보다 통합과 시너지 효과가 중시된다. 또한 내부적인 관리보다는 고객의 요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조직 내 원활한 정보의 흐름도 자연스러워져 조직간 장벽 현상이 최소화될 수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이다.
 
프로세스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로 포드(Ford)사의 고객서비스 부문(FCSD)를 들 수 있다(<그림 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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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별 조직이었던 FCSD는 1990년대 들어 부서간 장벽의 발생으로 부문간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고객 요구에 대응이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 서비스가 표준화되지 않아 지역에 따라 고객 만족도의 편차도 커지고 있었다. 신차 구입 1년 후의 고객 만족도는 독일 자동차 회사의 절반도 안되었고 10년 후 만족도는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였다. 문제를 인식한 회사는 1995년‘Ford 2000’을 선포하면서 고객 가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4개의 핵심 프로세스를 규명하였다. 이에 따라 기능 조직으로 운영되던 고객서비스 부문을 프로세스 조직으로 개편하였다. 그 결과 FCSD의 고객만족도 및 생산성은 크게 증가하였으며 종업원 만족도 역시 다른 기능 부문에 비해 프로세스 조직에서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외부와의 연결과 협력 
 
또 다른 형태의 수평적 조직의 형태로‘네트워크 조직’을 들 수 있다. 향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차별화된 핵심 역량의 보유는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 조직은 중요한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고 필요한 다른 역량은 아웃소싱 등을 통해 외부 전문 역량을 활용하는 형태로 핵심 역량 확보에 매우 유리하다. 네트워크 조직의 이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1995년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와 부품업체 연합체가 구성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인터넷 정보망 ANX(Automotive Network Exchange)를 들 수 있다(<그림 7> 참조). ANX를 통해 자동차 회사는 부품 공급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 동시에 자사 내 필요한 곳에 역량을 집중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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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형태의 조직 운영 시스템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부문 중 하나가 제약 분야이다. 제약 기업의 특성 상 신약 개발을 위해 다른 제약 기업, 바이오벤처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과 공동 연구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지식 생산 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약회사인 머크(Merck)는 뉴저지와 펜실베니아 등 미국내 연구소 외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지에 8개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카(Zeneca)라는 제약회사와 항생제 연구 제휴를 맺는 것을 비롯하여 12개의 바이오 벤처기업 및 2개의 대학교, 1개의 병원 연구소 등과 네트워크 형태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PC업계의 돌풍을 몰고 왔던 델(Dell) 컴퓨터 역시 네트워크형 조직 구조가 성공의 견인차로 평가되고 있다. 칩 생산자와 부품 생산자, 악세서리 생산자와의 완벽한 정보 네트웍트를 구축하였던 것이다. 고객의 주문이 바로 협력업체로 전달되도록 하고 포장과 운송 등 물류 관리는 아웃소싱함으로써 델컴퓨터는 오직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마케팅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120여 개국의 5천 개 이상의 소매점을 거느릴 의류 회사 베네통(Benetton) 역시 본사와 본사 내 자체 공장, 하청 공장, 판매 대리인과 소매점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 조직의 혜택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4. 사람 (Human) 
 
마지막으로 미래의 기업 환경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로 ‘인간 가치(Human Value)’를 들 수 있다. 종업원 개인 가치는 조직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된 경향이 있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로 이윤 극대화가 강조되었던 탓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 기업에서는 전통적인 조직의 추구 가치에 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토마스 말론(Thomas Malone)은 저서 「노동의 미래(The Future of Work)」에서“미래에는 인간적 가치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놓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에는 부의 축적이 비즈니스의 유일한 목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수만트라 고샬(Sumantra Ghoshal) 교수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석좌 교수인 크리스토퍼 바틀렛(Christopher Bartlett)은 공동 저서인 「개인화 기업(The Individualized Corporation)」에서 제도적인 장치보다는 개성과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본주의적 가치의 중시 
 
실례로 윤리 경영의 모범으로 회자되고 있는 존슨앤존슨(Johnson and Johnson)은 사훈에서 고객, 종업원, 지역사회의 이익을 주주의 이익보다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존슨앤존슨에는 정직(Honest), 존경(Respect), 공정(Fairness), 신뢰(Trustworthy) 등의 요소를 포함한 크레도(Credo)라 불리는 60년 이상 다듬어진 조직의 가치 체계가 있다. 사실 존슨앤존슨의 모범적인 윤리경영은 크레도가 조직 내에 체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계 굴지의 전력 회사로 1981년 설립된 미국의 AES(Applied Energy Services) 역시 기업 경영의 목적을 공정(Fairness), 정직(Integrity), 사회적 의무(Social Resposibility), 재미(Fun)라는 비경제적인 가치로 천명하고 있다. 이런 원칙은 모든 종업원이 작은 CEO가 되어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정보의 외부 유출 위험보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위해 직원 모두가 경영자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구성원을 경영자로 신뢰하는 AES는 지난 20년이 넘도록 눈부시게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활력 넘치는 회사로 주목 받고 있다.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미래의 조직 모델로‘민주화 조직’을 들 수 있다. 구성원 개인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형태이다. 고어텍스(Gore-tex) 방수천으로 잘 알려진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W. L. Gore & Associates)에서 볼 수 있는 민주적 의사 결정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는 사장과 비서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공식 직함 없이 서로를 동료(Associate)라고 부른다.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기보다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동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한 관리자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프로젝트는 진행할 수 없다. 심지어 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급여 결정의 주된 고려 사항은 동료들이 쓴 업무 평가서이다. 직원의 됨됨이는 동료들이 가장 잘 안다는 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참여적 의사 결정 시스템은 활기차고 창조적인 일터를 조성하는 근본 동력이 되고 있다. 고어사의 직원 97%가 근무조건에 만족하고 있으며 공식적 R&D 부서가 없는데도 회사는 일반 직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 덕분에 매년 혁신적인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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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조직의 또 다른 형태로 인터넷 경매 회사 이베이(eBay)를 들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 구매자와 매매자간 활발하게 교류되는 다양한 의견은 회사의 중요한 지식 자산이 된다. 또 회사의 고객인 구매자와 매매자 모두 마치 사이트의 운영자인 것처럼 회사의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이베이의 웹사이트와 온라이 커뮤니티에는 수십 개의 토론장이 갖추어져 있으며 중요한 결정은 온라인 토론을 통해 사용자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된다. 이런 운영 시스템 덕분에 1995년 피에르 오미디아르(Pierre Omidyar)에 의해 설립된 이베이는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바탕에는 대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온라인 민주주의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 운영 방식이 있다.
 
 
III. 맺음말 
 
 
피터 드러커는 미래 조직에 관한 비유로 오케스트라형 조직을 자주 인용하였다.“ 훌륭한 오케스트라처럼 미래에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와 최고경영진이라는 두 개의 계층이 존재하는 조직만이 남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구성원 모두가 일류 전문가인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연주 하나하나를 지시하지 않는다. 각 연주자는 자신의 악기가 가진 최대의 표현력으로 전체 흐름에 기여한다. 변화와 지식, 조화와 인간이라는 미래 조직 키워드가 모두 녹아 있는 조직 모델의 비유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내, 외부적 환경에 적절한 조직 운영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최고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최고경영자의 조직 설계 역량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 구조 개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을 검토할 때에는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접근하거나 특정한 성공사례를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오류를 주의해야 한다. 현재의 문제점에만 집착하는 대증요법적 대처나 임기응변도 피해야 한다. 지나치게 혁신적, 급진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반발을 야기하거나 수용도가 지나치게 낮아 문제 해결은커녕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든 니즈를 충족시켜줄 이상적인 조직 운영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조직 설계는 지금까지의 성공 요인과 강점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당면하고 있는 제약 조건과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에서 출발해야 한다. 동시에 조직의 역량 수준과 분위기는 어떠한지, 조직이 기대하는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려하는 진화론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참고 문헌> 
 
이쿠지로 노나카, 히로타카 다케부치, “The Knowledge-Creating Company,” (Oxford University Press Inc., 1995). 
 
Ghoshal, Sumantra, Bartlett, Christopher, “The Individualized Corporation,” (1997). 
 
Hesselbein, Frances, “The Organization of the Future,” (Jossey-Bass Inc., 1997). 
 
Malone, Thomas, “The future of work: How the new order of business will shape your organization, your management, and your lif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5). 
 
Mohrman, Susan A., Glbraith, Jay R., Lawler, Edward E. III, “Tomorrow’s Organization; Crafting winning Capabilities in a Dynamic World,” (Jossey-Bass Inc., 1998). 

(LGERI, 2007. 12. 10. 강진구)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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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4일 밤 보도를 통해, 한국 봅슬레이 대표선수들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파크시티에서 열린 2008 아메리카컵 2차대회에서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서 3위(동메달)에 입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림픽처럼 큰 대회는 아니지만 국제대회에서 첫 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에 모두들 기적 또는 한국판 '쿨 러닝(Cool Running)'이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놀라움을 떠나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왜 우리는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워 하는가?
팀구성을 본다.
1명만이 순수 봅슬레이 선수(이진희), 1명은 코치(감독)겸 선수(강광배)이고, 다른 2명(김정수, 조인호)은 다른 종목(스렐레톤) 선수로 구성된 팀.
그나마 이진희 선수는 대표팀이 된 지 2개월 밖에 안 된 선수.
1억원 가까이 넘는 봅슬레이를 살 수 없어 500달러(한국돈 약 47만원)을 주고 현지에서 대여한 중고 썰매.
선수들 복장은 제각각. 유니폼과 헬멧의 색상과 디자인이 다름.
출발선상의 선수들 모습을 보면 "한국(KOREA)"마크 식별이 전혀 안됨.
썰매 외면에 "SALT LAKE 2002" 표식만 선명함. 앞면과 옆면의 'GUARD' 표식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안전요원들의 구호용 썰매인 것으로 추정됨.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에서 캐나다, 미국에 이어 3위에 입상하다!
믿기지 않는 뉴스이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출발연습장도 없고 체육회 진흥기금이 겨우 1년에 2천만원만 지원되는 팀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쿨러닝 선수들 : 쿨(Cool) 하게 달린(running) 선수들

강광배 선수 겸 감독의 불굴의 의지와 낙관성이 훌륭한 성과를 가져왔다고 믿는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조차 자신들의 하고자 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비인기종목이란 말 자체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강광배 선수 겸 감독의 긍정적 마인드가 좋은 성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1천억원에 달하는 경기장은 강광배 선수 겸 감독도 반대한다면서 연습장만이라도 있고,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장비만이로 갖추었으면 하고 바라는 선하디 선한 선수들.

꿀러닝 당국 (꿀하게 배우는=learning 정부당국과 기관들)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하여 기적같은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비해, 정부당국 및 이른바 관계기관은 부끄럽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렇게 목을 맨 동계올림픽 유치에서 두 번이나 탈락해 놓고도 교훈을 찾기는 커녕 무사 안일이다.

우리는 어제 1월 15일자 기사 또는 보도를 통해 정부가 봅슬레이 대표팀에게 썰매구입과 해외전지훈련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사실에 기쁘기 보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실 이번 동메달 획득도 규정상으로는 없을 것이다. 규정을 잘 몰라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메달획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작 이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연습장, 썰매가 고가라면 유니폼과 헬멧마저 구입해서 입히지 못하는 것도 핑계가 있을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경기연맹

정부는 그동안 비인기종목에 대한 예산타령으로 방패를 삼았겠지만, 이미 구성된 해당경기연맹은 도가 더 심각하다.
이번에 쾌거를 이룩한 봅슬레이팀을 주관하는 대한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고 깜짝 놀랐다. 동메달 획득 소식이 가장 빨리 국내에 보도된 것은 2008년 1월 13일 10:48 (연합뉴스)였는데, 14일 위 연맹 사이트를 방문해도 출전소식은 물론 경기결과도 없었다. 이 소식은 15일에야 위 연맹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놀란 김에 연맹 임원현황도 보았다.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이사, 감사까지 총 18명이나 되었다. 이번에 강광배 선수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출전한다는 사실은 알았을 지 의문이 들 정도다.

스포츠에 굉장한 팬도 아니고, 스포츠전문가는 더욱 아니지만 이번에 봅슬레이 선수들이 이룩한 성과가 워낙 놀라워서 약간 적어보았다.
제발 무슨 일이나 경험에서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8-1-16 서형준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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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원화 강세, 고유가 등은 여전히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일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설문 조사를 통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살펴 본다. 
 
다사다난했던 2007년도 이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왔다. 한 해의 농사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농부의 심정처럼, 기업들도 그 동안의 성과를 되돌아 보고 다가올 2008년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KOSPI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경기 회복의 신호들이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상당수 기업들의 매출이나 이익 증가세가 지난 해에 비해 두드러졌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모처럼 웃으며 연말을 맞이하는 풍성했던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다가오는 2008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 원화 가치 상승, 고유가 시대의 지속 등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걸림돌이 도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올해의 성과에 만족하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외 경영 환경의 어려움이 예상될수록 기업은 경각심을 갖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대응 방안들을 강구할 수 있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행복한 직원들이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고 이것이 경영환경 악화를 극복하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직원이 성과 창출의 원동력 
 
얼마 전 국제노동기구(ILO)가 54개국을 대상으로 근로시간과 생산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2,305시간으로 가장 긴 반면,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68% 수준에 불과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많지만, 일한 시간만큼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많은 선진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의 해답을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서 찾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직장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때 기업의 성과도 향상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매년 포춘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Place to Work)’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웨그먼스 푸드 마켓(Wegmans Food Markets)도 ‘고객보다 직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동사의 CEO인 대니 웨그먼(Danny Wegman)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때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즐겁게 쇼핑할 수 있다. 그래서 최고의 매장을 만들기에 앞서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는데 더욱 노력한다”고 말한다. 행복한 직원이 고객의 만족을 낳고 이것이 기업 성과 창출의 원동력이 되는 일련의 연결고리를 기업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직원들의 행복을 챙기려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각종 휴가 제도나 사내 이벤트 등을 통해 높은 업무 강도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지쳐 있는 직원들에게 활력을 북돋우는 기업도 있다. 사내 심리 상담실이나 육아시설, 탄력 근무제 등을 도입하는 회사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저마다 ‘신바람 경영’, ‘펀(Fun) 경영’, ‘휴(休) 경영’ 등 기업들이 내세우는 모토는 각양각색이지만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고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만족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설문 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2007년 직장인 행복 지수 조사 개요 
 
금년도 직장인 행복 지수 조사는 한국갤럽의 자회사 ㈜베스트사이트에 의뢰하여 20대~50대 직장인 548명을 대상으로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본 조사는 ‘직장 생활의 비전’, ‘직장 상사/동료와의 관계’, ‘업무 만족’, ‘보상과 인정’,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 등 다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총 20개 설문 문항에 대해 직장인들이 느끼는 만족도 수준과 직장 생활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각 문항의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물었다. 또한 올해는 조직 문화와 행복 수준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12개의 관련 문항들을 추가하여 설문 조사했다.
 
2007년 직장인 행복 지수 51.5점...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51.5점으로 작년(49.7점)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어느 해보다 기업들이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 다양한 노력을 했던 것에 비해,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행복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항목별로 보면, ‘직장 상사/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57.2점)가 가장 높은 반면, 적절하게 여가 시간을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는 만족도(45.8점)가 가장 낮았다. 여가 활동 및 가정 생활에 대한 관심과 기대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업무 강도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남성(51.9점)과 여성(50.8점)이 느끼는 행복 수준은 비슷했으나, 상대적으로 여성이 직장에서의 성장 비전(‘직장 생활의 비전’ 항목 중)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성의 경우는 과거에 비해 업무가 많아져서 야근, 휴일 근무가 증가했다(‘일과 삶의 균형’ 항목 중)는 응답이 많았다.  
 
업종별로는 최근 증시 활황 등 금융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금융/보험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55.2점)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회사의 장래 성장 가능성(‘직장 생활의 비전’ 항목 중)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직군별로는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53.5점)가 가장 높은 반면, 생산/제조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가(49.1점) 가장 낮았다. 영업/마케팅의 경우, ‘보상과 인정’ 항목에서 다른 직군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는데, 이는 상사의 주관적인 판단 보다는 매출액 등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 가능한 지표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 기업(51.1점)보다는 외국계 기업(55.2점)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가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직장에서의 성장 비전이나 자율, 주도적인 업무 수행 문항에서 만족도 차이가 컸다.
 
● 행복한 직장인의 3대 키워드는 ‘성장 비전’, ‘회사의 장래성’, ‘업무 적성’  
 
주변을 돌아보면 자신을 쳇바퀴 속 다람쥐에 비유하는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하루 일과를 바쁘고 신바람 나게 일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행복한 직장 생활의 비결, 과연 어디에 있을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직장인들(행복 지수 상위 25%)과 그렇지 않은 직장인들(행복 지수 하위 25%)을 비교해 본 결과, 행복한 직장인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회사의 장래성)에서 뚜렷한 목표 의식(자기 성장 비전)을 가지고 적성에 맞는 업무(업무 적성)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성장성 만큼이나 자신이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앞으로의 경력을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명확한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두 집단 사이에 ‘직장에서의 자기 성장 비전’에 대한 만족도 차이가 44.5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나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 표류하는 30대 직장인 
 
연령대별로 행복 지수를 보면, 40~50대 점수가 높은 반면, 30대가 50.2점으로 가장 낮게 조사되었다. 특히, 3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현 직장에서의 자기 성장 비전(‘직장 생활의 비전’ 항목 중)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48.7점)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결과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갤러리족(주인 의식을 갖기 보다는 구경꾼처럼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 ‘메뚜기족(한 직장에서 계속 경력을 쌓기보다는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직장인)’이 증가하는 원인을 설명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흥미로운 결과는 30대 ‘대리’의 경우 행복 지수가 46.6점으로 나타나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 수준이 크게 낮은 것이었다. 역시 현 직장에서의 불투명한 미래가 불만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되었으며, 이직 의향도 56.3%로 나타나 전체 평균(44.5%)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직장 생활의 등대 역할을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고 직장 생활에 흥미를 잃으면서 쉽게 이직을 고려하는 세태가 반영되어 나타났다.
 
● 대기업 과장,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 많아 
 
갈수록 성과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면서 직장인들이 느끼는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과장의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급별로 ‘성과 스트레스 점수’를 살펴본 결과, 과장이 65.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대기업 과장의 경우에는 71.0점으로 스트레스 정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발탁과 퇴출이 일상화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과장 때부터 엄격한 승진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수록 개인 생활보다는 직장 업무에 매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장 직급의 경우, ‘업무 과다로 인해 야근, 휴일 근무가 증가했습니까?’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50%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 자투리 업무 때문에 일할 의욕 상실 
 
남들과 똑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핵심적이고 성과에 직결되는 일을 한다면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직장 생활에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이 자투리 업무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 일할 의욕을 잃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과에는 큰 영향이 없는 쓸데없는 일이 늘었습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직장인들 10명 중 5명은 ‘그렇다’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서면 보고를 중시하는 기업 분위기, 매일 되풀이 되는 잦은 회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자업체에 다니고 있는 K씨도 “하루에 보통 3~4번 회의를 하는데, 내가 왜 참석해야 하는지도 잘 모를 때가 있다. 회의에 참석하고 나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회의가 부서간 의견 조율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할 수 있으나, 뚜렷한 목표나 주제 없이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직장인들의 생산성 향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젊은 세대일수록 현 직장의 안정성 낮다고 인식 
 
IMF 이후, 10년 동안 직장인들 사이의 두드러진 의식 변화 중 하나는 아마도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 직장인들은 한 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일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현 직장을 경력 개발을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3~4번의 이직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런 생각은 젊은 세대일수록 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 직장에서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20~30대의 젊은 직장인들 중 약 30% 정도만 ‘그렇다’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30대 전후의 대리, 과장을 중심으로 한 경력직 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 그 원인으로 판단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 직장은 없다’라는 사고가 퍼지면서 실제로 이직 기회를 찾는 직장인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직장인들 중 약 46% 정도는 ‘실제로 이직 기회를 찾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젊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입사원 이탈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핵심 인재 유지 비율을 부서장들의 성과 평가에 포함시키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조직 문화와 직장인 행복 사이의 관계 
 
성격 느긋한 김대리, 민첩한 고과장, 고집 센 이부장 등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조직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 관계가 튼튼해서 팀웍이 잘 발휘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어떤 조직은 엄격한 상하 관계가 형성되어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도 있다. 이처럼 조직 전반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를 조직 문화라고 부르는데,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곤 한다. 때문에 조직 문화 또한 직장인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직장인들 중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따돌림을 당하거나 이직하는 경우도 상당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 문화는 내/외부 중심적이냐, 자율/통제 중심적이냐에 따라 크게 네 가지, 가족적인 문화, 서열 중시 문화, 일 중심 문화, 혁신 지향 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 본 설문에서는 12개의 문항으로 직장인들이 인식하는 조직의 문화를 조사하고, 조직 문화와 직장인 행복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 가족적인 분위기가 행복 에너지의 원천 
 
상대방의 말 한마디, 마음 씀씀이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아닐까? “그것밖에 못해?”라고 질책하기 전에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내가 좀 도와줄까?”라는 말이 직장인들에게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상사, 부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동료와의 갈등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상사, 금성에서 온 부하’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했을까? 상사들도 요즘은 ‘후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조직 문화와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서로 비교해 본 결과,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조직의 직장인들이 가장 행복(54.1점)한 반면,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 분위기의 직장인들은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46.3점)가 가장 낮았다. 협력과 팀워크를 중시하면서 상사, 동료 사이에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가족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인들의 행복 에너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 대기업일수록 서열 중시 문화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가족적인 문화’라고 응답한 직장인들이 39%로 가장 많았으나, ‘서열 중시 문화’라고 응답한 직장인들도 32%로 상당히 많았다. 서열 중심의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 있을 경우,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는데, 특히 직장 내 차별이나 성과에 대한 평가, 보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또한, 조직 규모가 클수록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많았다. 종업원 500명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10명 중 5명이 자신의 조직이 위계 질서와 공식적인 절차를 중시한다고 응답했다. 과거 관료주의 등으로 문제시되었던 대기업병이 잔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규모가 커질수록 일관성 있는 조직 운영을 위해 규칙과 질서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나, 그에 따라 계층간 또는 부서간 장벽이 생기거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부작용들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소라 생각된다.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위한 제언 
 
행복한 직장 생활은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일할 의욕이 넘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높은 직원들이 많을수록 회사의 성과는 좋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매년 포춘에서 발표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과 ‘S&P 500’ 기업의 7년간 연평균 성과 지표들을 비교했을 때, 전자가 후자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직원들이 좀 더 직장 생활에 만족할 수 있도록 회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올해 기업들이 보여준 노력에 비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은 많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복리 후생이나 휴가 제도 등의 개선에 기업의 노력이 집중되었고, 이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소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직장인들이 정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비전만큼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중요 
 
해를 거듭할수록 직장 생활에서의 비전이 중요해 지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고,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직장인들도 자신의 위치에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보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도 한다.
 
한편, 비전 못지않게 요즘 직장인들은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에 비해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보상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금액의 차이가 커지다 보니 직장인들도 자신이 창출한 성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고 공정하게 보상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장인들의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평가, 보상 제도의 운영 방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제도는 서구 선진 기업들의 것을 도입하면서, 기존과 같이 승진 대상자 중심으로 평가하거나 연공서열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보상 제도를 운영한다면 직원들의 불만족을 초래할 뿐이다.
 
● 일하는 방식의 구조조정 
 
정해진 업무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만 있다면 일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직장인들이 ‘내가 왜 이 업무를 해야 할까?’,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업무에 대한 몰입도나 만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실제 성과에는 큰 영향이 없는 자투리 업무 때문에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성과 관점에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LG전자의 경우 사람과 일하는 방식에 있어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 부수적인 일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각 부서별로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낭비 제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원 페이지 보고서 만들기, 집중 근로 시간 제도, 불필요한 업무의 아웃소싱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기업들도 있다.
 
● 직장 생활의 ‘웰빙’ 지원 
 
지난 해에 비해 소폭 개선이 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주 5일 근무제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야근에 허덕이고,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주말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들이 이처럼 휴식 없이 일에 내몰릴 경우,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고 생산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스트레스 관리 학회(Stress Management Society)의 창립자인 네일 사(Neil Shah) 박사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의 뇌는 정보의 20~40% 밖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직장인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진 기업의 경우, 구성원들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적절하게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재택 근무 제도나 탄력적인 업무 시간 제도, 장기 휴가 제도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관리자의 평가 항목에 구성원들의 휴가 사용 여부를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관계’를 경영하는 지혜가 필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직장 상사, 동료와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직장에서의 대인 관계 갈등이 이직 사유 1위라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들은 부모 같은 상사, 형, 누이 같은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조직 분위기를 갈구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들의 노력이 우선되어야겠지만 기업 차원의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직원들이 성과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간에 대인 관계 갈등이나 스트레스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면 기업의 손해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GE의 경우, 직장 상사와 부하 간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Employees-Leader Connection Program)을 운영 중에 있다고 한다. 평소 직장 생활에서 상사와 부하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이나 기대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피드백을 줌으로써 갈등 없는 인간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스스로의 행복 만들기도 중요 
 
올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었고, 지난 해에 비해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위해 기업의 남다른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덧붙여 직장인 스스로도 회사에 무엇을 기대하기 전에 자신의 행복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흔히 치열한 전쟁에 비유되는 직장 생활이라고는 하나,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심리적인 만족도는 크게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할 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지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5년, 10년 뒤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고, 단계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보자. 목적 없이 방황하는 직장 생활은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약간의 충격에도 심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직장인들이 행복한 일터에서 웃으면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
(LGERI, 2007.11.23 조범상)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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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벌써 4일째이지요.

게을러서인지 머릿속 생각이 많아서인지 쉽게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해마다 12월 31일 자정과 1월 1일 첫시각은 밖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맞이합니다.
괜히 마음이 들떠서일까요? 집에서 TV속의 종소리만 듣기엔 너무 아쉬워서 무작정 밖으로 나갑니다.

종로 보신각앞에는 인파가 너무 많고 요란한 폭죽이 흡사 시가전을 방불케 해 몇 해 전부터는 가지 않습니다.
그대신 교외로 나가 임진각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습니다.

2007년 12월 31일 마지막 밤을 다하고, 2008년 무자년 새해의 첫 시각의 시작은 종소리로 시작합니다.
춥고 어둡고 밤이 깊은 시각 새로운 시작이라니 얼핏 생각하면 모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해도 여지없이 새해 새날 새 시각은 한 밤중에 시작되었습니다.
일출이 있어야 참된 시작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게는 정확하게 2008년 1월 1일 0시로 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출은 몇 시간 더 있어야 겠지만 새해와 새날의 바뀜은 한밤중에 이루어지는 것을 오늘 새삼 알겠습니다.

따뜻한 날씨도 언제 그랬냐는 듯, 역시 새해 맞이는 칼바람 속에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장 어두운 시각을 지나 새해와 새날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나 새해가 시작되는 것도 지난해의 낡은 찌꺼기가 동장군을 이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지요.

지난 해 다 버리지 못한 낡은 찌꺼기를 한밤 중에 버리고, 시급히 새 것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개인으로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새해 맞이는 그래서 뜻깊습니다.

제가 하는 일 가운데서도 낡은 찌꺼기들이 많습니다.
사실은 초라한데 화려한 척 하는 것들도 많고, 취업시장과 직업생활은 어려운데 무조건 긍정하라 말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어딘가에 가서 누군가를 향해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저는 낙관을 이야기 합니다. 희망에 대해 나즈막이 또는 강렬하게 말합니다. 그래도 어두운 그림자를 각자 걷어내라고 당부하는 것이 내내 미안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시스템적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가령, 발표되는 실업률보다 우리가 체감하는 실업률은 몇 갑절은 될 것입니다. 일할 의사가 있고 능력이 있어도 전부 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도 경쟁사회니 각자 경쟁력을 갖추라고 열변을 토하는 이 연사는 사실은 초라한 것입니다.

새해 새 아침에 저는 작은 바람을 가집니다.
사람이 자기 운명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그 지혜와 힘을 모아 좀 부족한 사람도 일깨워 주고 함께 하는 꿈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나만 잘 산다고 잘 되는 세상이 아닙니다. 모든 관계가 다 얽혀있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운명을 슬기롭게 개척해 나갈수록 옆의 이웃, 동료, 벗들은 힘겨워 하지 않는 지 조금씩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제가 주장하는 커리어경영의 영역들이 균형있게 채워져 나갈 것입니다.
행복은 모든 것을 무조건 긍정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현실에서도 구체적으로 그것을 이길 지혜와 힘으로 당당히 맞설 용기로 가득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08년 무자년 한 해는 자신의 인생에서 올해가 차지는 위치를 잘 파악하고, 목표를 높이 세우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매일 매시각 행할 때 아름답게 수놓아 질 것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일을 하면서 한 단계 높고, 구체적인 방도를 찾아 새로운 모습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 서형준 2008년 1월 4일)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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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여성들이 성공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성공하기 위해 여성들이 취해야 할 전략들에 대해 살펴보자. 
 
여성들의 사회 각 분야로의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기업 일선에서 일하는 여성들 역시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규모 5인 이상 사업체의 대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노동부의 최근 조사 결과, 2000년 전체 임직원의 19% 수준이던 여성 인력의 비중이 2006년에는 24%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사회 각층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여풍 현상과 맞물려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업이라는 조직체에서 여성들이 성공하기란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여성 인력의 비중이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나, 이는 주로 하위 직급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여성 인력 비중은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여전히 기업의 상층부는 대부분 남성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여성들에게 있어 기업의 ‘별’을 따기란 과거와 별반 다름없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렇듯 기업에서 성공을 이루어 내는 여성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기업이라는 곳이 여성에게 그다지 우호적인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과 처우가 적지 않아, 어지간한 뚝심과 실력을 갖춘 여성이 아니고서는 버텨내기가 쉽지 않은 곳이 기업인 것이다. 실제로 노동부의 ‘남녀 고용 평등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과거에 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직장 내 남녀 차별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56%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승진 기회를 부여하는 데 있어 차별적 관행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으로, 여성이 동일한 조건의 남성에 비해 조직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현대캐피탈의 첫 여성 임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수경 이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자 직원들이 100% 일한다면, 여직원들은 120% 일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 속에서 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려면 보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즉 ‘어떻게 해야 조직에서 나의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들을 살펴 보도록 하자.  
 
1.개척자 마인드부터 갖춰라 
 
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은 ‘나는 개척자다’라는 마인드부터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무릇 모든 일의 성패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달라지곤 하기 때문이다. 개척자 마인드를 갖는다는 것은 다음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먼저 길을 닦아 놓은 선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성공’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즉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웬만한 시련쯤은 가볍게 넘기겠다는 낙천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성장이나 커리어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사안들, 예컨대 사소한 여성 차별적인 발언, 처우 등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태연히 웃고 넘길 수 있어야 한다. 한국 EMC의 박재희 이사는 과거 상사가 ‘담배 한갑 사오라’는 말에 한 보루를 사다 주고 “선물이예요. 저는 나중에 스타킹 한 박스 사주세요.”라며 재치있게 웃어 넘겼다고 한다. 이런 배짱과 유머감각이 필요하다.  
 
둘째, ‘내 분야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자기 확신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 비록 성공이 평탄한 길은 아니겠지만, 후배 여성들은 위해서라도 끈기있게 노력하여 뜻한 바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와 목표 의식이 필요하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하다가 안되면 집에 들어 앉아야지”라고 농담삼아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회 정서상 여성들이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기는 하지만,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그러한 마음가짐은 절대 금물이다. 사람은 어려움을 당할 때 피할 구석이 있으면, 피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임전무퇴의 마음으로 ‘이 직장에서, 이 분야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야 한다.   
 
2.프로페셔널의 이미지를 살려라 
 
여성들에 대한 대표적인 고정 관념 중의 하나는 ‘집안이나 개인적인 일을 우선시하고, 회사 일을 뒤로 미룬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철저히 일과 성과로 구성원을 평가하는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여성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여성들이 이러한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불편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으려면, ‘저 여성은 프로’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맡은 일과 업무 태도에 있어 철저해야 한다. 우선 일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최종 결과를 보고 받을 상사나 고객의 입장에서 궁금하게 여길 부분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답변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태도와 관련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평가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팀을 이루어 일을 할 경우에는 먼저 퇴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남성 동료들이 배려해 준다고 “먼저 들어가세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정말로 가방을 챙겨선 곤란하다. 끝까지 함께 남아 일해야 ‘책임감 있는 여성, 믿을 수 있는 여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프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지만, 이 외에 한가지 더 유의해야 할 사항은 복장과 관련된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을 평가할 때 상당 부분 외모, 복장 등 외양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의 복장 코드에 맞추어 가능한 세련되고 깔끔하게 자신을 꾸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펩시콜라의 CEO인 인드라 누이는, 자신은 물론이지만 동료 여성들에 대해서도 복장에 유의하도록 챙긴다고 한다. 특히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복장, 업무에 불편한 복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여 반드시 주의를 준다고 한다.   
 
3.나를 드러내는 Skill을 익혀라 
 
직장에서 여성들이 능력을 제대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일만 잘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자신의 역량이나 성과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 리더십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PR 능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겸손해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면 안된다’는 식의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나 행동은 여성들로 하여금 탁월한 역량과 성과를 갖추고 있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여성들은 자신의 존재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는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성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표현하는 법, 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주장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자신의 성과와 관련해서는, 이를 잘 포장하여 전달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서 의미와 중요성을 찾아야 한다. “별 것 아닌데요, 뭐.”가 아니라 “OO한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고,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지나치게 과장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최소한 80점 받을 수 있는 일을, “별 것 아녜요.”라고 말해서 70점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여성 리더십 전문가인 도나 브룩스 박사는 성공하려면 꺼려하지 말고 ‘자기 나팔’을 불 기회를 끊임없이 찾고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여성이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명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으려면, ‘여성성을 유지하면서도 단호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을 익혀야 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희석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사회적으로 ‘여성은 OO해야 한다’라는 성 역할 고정 관념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말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여성이 특정 사안에 대해 강한 확신을 비추며 감정적으로 몰입하여 ‘내 의견이 옳다, 왜 이해를 못하느냐’는 식으로 밀어 붙일 경우 사람들은 ‘저 여자는 너무 공격적이다’라며 거부감을 갖게 될 수 있다. 동일한 강도의 주장을 남성이 할 경우에는 설득력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성성을 유지하면서도 단호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객관적인 데이터, 자료를 근거로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되 거칠거나 공격적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여성들은 구성원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 미국 골드만 삭스의 임원인 수잔 존슨은 “회의 시, 여성들이 논의되는 문제의 본질보다 공격적인 태도 등 스타일적인 것 때문에 제외되는 경우를 보는데, 그럴 때 몹시 안타깝습니다.”라며 여성이 조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익혀야 함을 강조했다.  
 
4.남성들과의 프렌드쉽을 만들어라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은 다른 남성들과 협업을 잘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향후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남성 동료, 선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료애를 만들어 나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여성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왜 남성들은 담배방에 가서 자기들끼리 중요한 이야기를 다하고 오는지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들은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동료로서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불만만 이야기하면서 남성 동료들이 먼저 다가오기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상 남성들이 남성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일부러 그런다기보다, 여성들과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같은 남성들끼리는 허물없이 하는 이야기도 여성인 동료가 앞에 앉아 있으면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걸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와 같이 망설이는 등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먼저 다가가 편안하게 어울리려면, 무엇보다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지 않도록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미있는 사람, 유익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풍부한 화제거리를 확보하려면 평소 신문이나 잡지 등 여러 정보매체들을 꼼꼼히 섭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각 사람들의 관심사와 함께 유익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취미 활동 모임, 예컨대 산악회, 재테크 동아리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5.멘토를 찾아라 
 
여성들이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리더십을 발휘하더라도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소위 말하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리 천장이란 ‘성과나 장점에 관계없이, 여성이 기업의 고위직에 오르는 것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지만 통과하기 어려운 장벽’을 뜻한다. 여성이 이러한 유리 천장을 뚫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탁월한 정치적인 역량을 갖춰야 한다. 즉 누가 조직에서 핵심적인 인물인지를 파악하고,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잘 알아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소수이면서 중요 정보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성들이 누군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성공을 원한다면, 여성들은 무엇보다 조직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후원자, 멘토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성공한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결 같이 ‘멘토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예로, 어떤 여성 관리자는 “나의 멘토는 회사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모임을 가질 때 나에 대해 좋은 말을 해 주거나, 내가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초대받게 만들어 주었다. 이를 통해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존재로 보다 쉽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라며 멘토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물론 멘토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멘토와 멘티의 관계는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즉 서로간의 가치관이나 성격이 잘 맞아야 진정한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직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인맥이 넓은 사람들 중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맥킨지 컨설팅의 파트너를 지낸 낸시 카치는 “누구든지 의식적으로 멘토를 찾아야 합니다. 그 관계는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니까요.”라며 계속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과 잘 맞는 멘토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6.슈퍼우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많은 여성들이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 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장애 요인 중 하나로 ‘가사/육아에 대한 부담’을 이야기 한다. 이는 여성들이 회사 일을 하면서도, 집안 일 역시 완벽하게 잘 해내야만 한다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생명보험업계 국내 최초 여성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프루덴셜 생명의 손병옥 부사장은 “여성들이 가사 부담 때문에 자기 일에 대한 프로 정신이나 경력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라며 이러한 집안 걱정으로 인해 여성들이 직장에서 잃어버리는 것이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여성들이 자신의 일과 경력에 보다 강력히 몰입하여 높은 성과를 내려면, 슈퍼우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 집안 일을 여성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여성들이 집안 일에 대한 노력을 줄인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하고 싶다면 슈퍼우먼이 되길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집안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면서 회사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집안 일을 제대로 못해낸다는 죄책감을 뒤로 하고, 조금 더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100점 만점 아내,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면 좀 어때? 70점, 80점 정도도 괜찮아. 대신 집안의 경제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잖아.”라며 마음을 편히 먹는 게 낫다.
 
슈퍼우먼 콤플렉스에서 원만히 빠져나올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가족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편이나 아이들, 부모님들과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일을 함으로써 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 집안 일을 조금 줄이려 하더라도 가족들이 “회사 때문에 집안에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면 곤란하다.”라고 이야기하면 슈퍼우먼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LG CNS의 이숙영 상무는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로 인해 몇날며칠을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많았는데, 그 때마다 가족들이 따뜻하게 배려해 줬기 때문에 집안 일에 대한 걱정이나 죄책감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7.떠나는 것도 전략이다 
 
성공을 원하는 여성들이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현 직장이 여성에게 성공의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 곳이라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인의 향후 성장과 진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속 상사가 남성 중심적/우월적 사고를 가지고 있고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 여성 리더십 전문가인 코니 글레이저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여성들의 출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사들이 있다. 이러한 상사 밑에서 여성들은 직업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내기 어렵다.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다 우호적인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이 여성의 성공에 훨씬 도움이 된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사가 “여성인데 할 수 있을까?”, “여성한테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맡겨도 될까?” 등과 같은 태도와 언행을 보인다면, 직장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참고 견디는 것도 직장 생활을 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아 여성에 대한 평가, 처우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성장 기회를 찾아 새롭게 닻을 올려보는 것도 괜찮다.  
 
‘승리자는 포기하지 않고, 포기하는 자는 승리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아직까지 기업의 제반 여건이 여성들에게 녹녹치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반드시 좋은 열매를 거두리라 생각한다. 환경이 좋아지기를 막연히 기다리기 보다는 성공하여 환경을 바꾸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끝>
(LGERI, 2007. 11. 5. 황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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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리더 계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미래 경영자 양성에 대한 관심이나 체계적인 육성 노력의 부족으로 인해 리더 계층의 안정적 재충원에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리더 계층의 공백이 가시화될 경우 기업들 사이에 역량있는 리더급 인재를 뺏고 빼앗기는 ‘리더 전쟁(War for Leader)’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글에서는 리더 육성에 뛰어난 선진 기업에서 어떻게 경영자 후보를 선발하고 육성하는지를 살펴보고, 미래 경영자 육성과 관련한 우리 기업들의 향후 과제와 대응책을 짚어보고자 한다. GE, P&G 등 경영자 공장(CEO Factory) 또는 인재 육성 기계(Talent Machine)로 불리는 기업들은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에게 실제 사업을 중심으로 폭 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최고 경영진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코칭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는 등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선진 기업들의 성공 노하우를 거울 삼아 인재의 육성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최고 경영진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것은 물론, 최고 경영진의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 부문과 인사 담당자들의 역량 강화 및 적극적 실행 노력도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 목차 > 
 
Ⅰ. 차세대 경영자 육성, 왜 중요한가
Ⅱ. 선진 기업의 경영자 육성 비결
Ⅲ. 모방이 아닌 재창조의 지혜가 필요
 
 
I. 차세대 경영자 육성, 왜 중요한가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신인사제도, 연봉제, 역량 중심 평가제도, 성과 인센티브 제도 등 사원 계층의 인사 제도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책임을 지닌 리더 계층의 육성에 대해서는 의외로 많은 논의가 부족한 듯 하다. 주로 임원 계층의 필요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리더십을 평가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리더의 양성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경영자 육성의 문제가 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인재 확보와 유지, 지배구조 고도화, 인구구조 변화 등의 관점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임원의 경쟁력이 곧 그 회사의 경쟁력(Organizations are only as strong as their leaders)’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임원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 의사결정과 구성원을 리드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이는 당연한 얘기일지 모른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리더 육성 측면에서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상위 20개 기업과 S&P 500 기업의 5년 평균 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s Return)은 매우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리더 계층의 개발은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기업 내의 인재를 확보, 유지하는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리더 육성에 열성을 기울이는 기업의 경우, 그러한 노력 자체가 인재들이 떠나지 않게 만드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좋은 리더가 많은 조직은 그러한 명성이 고용 브랜드(Employer Brand)에도 영향을 미쳐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편, 최근 지배구조 개선과 맞물려서 소유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체제로 바뀌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문경영체제로의 전환은 3가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책임 경영과 규율의 강화, 둘째는 경영 관리 시스템의 정비, 셋째는 경영자의 개발이다.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기업 고유의 가치와 경영 방식을 체계화하고, 이를 전략 수립 및 실행과 관련한 경영 관리 시스템에 반영함으로써 비교적 단기간에 기본적인 체제를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영자의 개발은 단기간이 아니라 10년 정도의 육성 기간이 지나야 결실을 볼 수 있는 장기적 과제이다. 따라서 전문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경영자 개발과 관련한 실행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인구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리더 계층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이면 현재의 CEO 및 임원 계층의 절반 이상이 은퇴할 연령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더 이상 남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베이붐 세대가 이미 중년을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재 전쟁(War for Talent)에 이어, 조만간 우리 기업들은 ‘리더 전쟁(War for Leader)’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경영자 인력 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내 기업의 경우에도 외국계 기업 출신의 최고 경영자들이 영입되어 성공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아직 일부 소수에 불과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미국과 달리 경영자 특히, CEO 인력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한 우리 실정을 감안하면 외부 영입을 크게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이제 우리 기업들도 내부 경영자 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영자를 성공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 먼저 선진 기업들은 경영자를 어떻게 육성하고 있는지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II. 선진 기업의 경영자 육성 비결 
 
최근 인사분야 컨설팅회사인 헤이 그룹(Hay Group)에서 매출 80억 달러 이상의 전 세계 564개 기업을 대상으로 리더 육성에 있어 성공적인 기업들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GE, P&G, 펩시코(PepsiCo), 시티그룹(Citigroup), Johnson & Johnson 등이 상위 20위 기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GE는 전통적으로 경영혁신 방법론의 선구자라는 명성과 함께 경영자 사관학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회사다. 그리고 GE에서 출발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은 여타 많은 기업에 영향을 미쳐 유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나타날 정도이다. P&G 역시 ‘P&G 출신을 데려다 쓰면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재 영입의 타겟이 되는 대표적인 회사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GE와 P&G를 비롯한 이들 회사들은 어떻게 인재 양성의 최고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일까? 이들 기업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요인을 분석하여 종합해 보면, 인재 파악 노력을 통한 조기 인재 발굴, 개인별 육성 계획을 토대로 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경험의 부여, 최고 경영진의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 등이 주요한 공통점이다.
 
1. 인재의 조기 발굴과 검증 
 
리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 분야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미래 리더를 파악하는 데 3년, 그리고 CEO로 양성하는 데 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따라서, 미래 리더를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원 단계에서부터 핵심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십 개발 분야 자문회사인 나인스하우스(NinthHouse)사가 포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의 기업들이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 리더(High Potential Leader)를 선발하고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생활용품업체인 콜게이트(Colgate)사도 그 중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회사는 입사 1년차인 신입 사원들에 대해서도 장래 CEO감으로 키울만한 인재인지를 검토한다. 그래서 잠재력이 있는 사원에 대해서는 빠른 승진 기회의 부여와 더불어 체계적인 육성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IBM도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 CEO인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도 미래 리더(High Potentials)로 선발되어 1989년 당시 CEO였던 애커스(Akers)의 보좌역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따라서, 미래 경영자를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재 선발과 육성에 일찍 투자하여 각 계층 단계별로 풍부한 리더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객관적인 리더 검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도 검증할 인재가 부족하다면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① 미래 잠재력을 기준으로 한 선발 
 
미래 리더를 선발하는 단계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 중 하나는 개인의 잠재력을 어떻게 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과거에 높은 성과를 창출했다는 성공 경험만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그리고 새로운 직무 책임을 맡고도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스러운 접근일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가 반드시 최고의 명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의 내용과 고객, 활동 범위 등에 따라 필요 역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능력을 벗어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본인의 무능력을 드러내 보이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 성과가 미래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상황에만 특수한 성과였는지를 면밀히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잠재력(Potential)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하나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미래 역할간의 적합성 관점이다. 조직 책임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CEO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개인의 현재 역량과 비교해 보아야 한다. 그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선발의 기준으로, 장기적으로는 육성의 기준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 요소들(Growth Factors)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식이나 스킬이 아니라, 폭넓은 사고와 학습 열망 등 보다 근본적인 자질을 검증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② 제 3자적 관점의 객관적 평가 
 
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개인의 잠재력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많은 기업들이 과거 평가 결과나 어학 능력을 기본 요건으로 하여 직속 상사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직속 상사로 구성된 관리자팀의 논의 과정을 통해 미래 리더 후보를 선발하고 있다. 이는 직속 상사의 주관적 판단과 고려 요인에 따라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한 사례로 GE사의 경우를 살펴볼 수 있겠다.
 
흔히 GE내부에서 ‘Session C’로 불리우는 인재 논의 과정은 2단계의 평가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먼저, 매년 20~25명의 미래 리더 후보들이 선정되면, 이들을 2명의 타 사업본부 인사 책임자들이 3~4시간동안 구조화된 인터뷰를 진행한다. 성장한 지역, 사고방식에 대한 부모의 영향, 성공 및 실패 경험 등이 주 내용이 된다. 구조화된 인터뷰를 통해 신입 사원 채용을 진행해 본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해 1~2시간만 대화를 나누어도 그 사람의 장단점과 가치관 그리고 직업에 대한 열망과 기대 등을 매우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은 인재를 파악하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360도 피드백과 평판 조회(Reference Check), 상사 및 부하, 동료 그리고 고객 인터뷰 등 조직 내·외부로부터 광범위한 사실 중심의 자료 수집(Fact-finding Mission)이 실시된다.  
 
여기서 한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인사담당자들이 충분한 면담과 평가 스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의 요건과 특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구체적인 행동이나 이야기 속에서 판별해 내는 일은 전문적인 지식과 스킬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미국의 대형 보험회사인 시그나(Cigna)사의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평가 인터뷰(Structured Evaluation Interview)’ 스킬을 훈련시키는 워크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사담당자들은 개인에 대한 심층 평가 기법, 평가 결과 작성 스킬 및 개발 실행 계획 수립에 대한 스킬을 배우게 된다. 특히, 이들은  과거 성과를 바탕으로 각 개별 후보자들의 미래 잠재력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런 평가의 전 과정에는 시그나의 핵심 가치(Core Value)와 바람직한 리더십 행동들이 반영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사람이 진정 미래 리더로서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③ 단계적 검증을 통한 선별 
 
미래 리더의 선발은 인재의 조기 선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상위 단계로의 성장 가능성을 검증해 나가는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 잠재력 있는 인재를 조기 발굴하여 중간 관리자에서부터 CEO 후계자 단계까지 전사적인 인재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사례로 미국 최대의 의료보험 업체인 웰포인트(WellPoint)사를 들 수 있다. 2007년 가장 존경받는 미국 기업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이 회사는 각 직급별로 후계자 군을 구축하여 전사적인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2월에 부장급 전원을 대상으로 업적과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여 사업부 후계자 군을 선정한다. 연이어 3월에는 지역 본부장 후계자, 4월에는 부사장, 사장급 후계자, 5월에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CEO 후계자를 선정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대로, GE도 매년 4월과 5월에 각 사업부에서 사업 책임자와 인사 담당자들이 모이는 ‘Session C’를 통해 사원 단계에서부터 미래의 리더 후보자들을 엄격히 검증해 나간다. 이 회의를 통해서 현 종업원들의 강약점, 향후 개발 포인트, 장단기 육성 목표, 상사의 평가 기록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미래 GE의 성장을 책임져 나갈 리더와 핵심 인재들을 선별해 나간다.
 
2. 직무 경험을 통한 체계적 육성 
 
잠재력 있는 미래 리더 후보를 선발하는 것은 경영자 양성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육성 활동의 실행이다. 특히, 준비된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향후 리더가 되었을 때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리더 육성 모습을 보면 주로 훌륭한 리더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리더십 역량을 분석, 정의하고 이를 리더의 선발이나 교육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공 리더의 자질을 파악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며, ‘성공한 리더십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개념 규정만으로 리더가 개발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성공 리더의 특성을 주로 활용할 경우 비록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더라도 개별 회사가 처한 고유한 상황에는 잘 들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따라서 역량을 개발시킬 수 있는 직무 경험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접근 방법이 될 것이다.
 
① 폭넓고 다양한 직무 경험 기회 부여 
 
자사의 특수한 상황이나 미래에 예견되는 변화 방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실전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재로 하여금 일을 통해 경험을 체득하게 하고, 자사의 고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현장에서 스스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상위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스킬을 체계적으로 학습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도 제공해 주어야 한다.  
 
특히 경험을 통한 리더 육성이 성공하려면, 미래 리더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부문간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인재의 부문간 수평적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사 관점에서 인재를 전환 배치시키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헤이 그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 중 45%의 기업들이 미래 리더(High Potential Leader)들이 폭넓은 리더십 스킬을 배울 수 있도록 직무를 순환시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사내 인력의 이동을 보다 유연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 A사에서는 커리어 마켓(Career Market)제도를 통해 구성원이 희망하는 부서를 지원하면 ‘선(先)전보, 후(後)충원’함으로써 부서 이기주의가 작용할 여지를 없애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 기능 분야를 경험하기 위한 이러한 직무 순환과 더불어,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도전적인 업무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고 나아가 개인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리더십 관련 연구로 유명한 맥콜(Morgan McCall)교수는 CEO에게 필요한 경험의 예로, 쓰러져 가는 위기의 조직을 재건하고 당면한 시련을 극복한 성공 체험, 훌륭한 리더 혹은 나쁜 상사와 근무한 경험, 까다로운 부서원을 관리하는 경험 등을 들고 있다. GE의 이멜트(Jeff Immelt) 회장의 커리어 성장 과정도 이러한 요소들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사례> ‘GE 이멜트 회장의 성장 과정’ 참조).  
 
② 실효성 있는 육성 계획의 수립과 실행 
 
다양한 직무 경험을 부여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육성 계획의 수립과 실행일 것이다. 현실성 없는 개발 계획이나 실현되지 못할 개발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경영자 후보 개발 계획은 대체로 창의적이거나 통찰력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다.
 
B사의 CEO 사례를 살펴 보자. B사는 지난 1990년대 말 후계자군에 대한 평가를 통해, 담당 사업 분야에 정통하며 성과도 탁월했던 한명의 후보를 발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점은 해당 후보의 경력이 한 분야(silo)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해당 후보에 대한 면접을 담당했던 고위 경영자는 향후 개발과 육성 차원에서 타 사업 경험이나 해외 경험 등을 통해 이 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러나, 이 제언은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그 후보자는 CEO로 선임된 후 상대적으로 경험이 없던 분야의 사업 성과 부진으로 몇 년만에 퇴임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지적될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입 임원 시절 등 적절한 육성 시기를 이미 놓치고 난 때늦은 육성 조언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단기적인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육성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실천 노력의 부족이다.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미래 리더를 선발한 이후 적절한 시기별로 직무 순환과 담당 직무에서의 해결 과제 부여, 성과 리뷰를 통한 자기 성찰(After Action Review) 등 다양한 방안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 실제 사업 이슈에 기초한 육성 프로그램의 활용 
 
반면, 리더 양성에 효과적이지 못한 제도에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헤이 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임원 계층에 대한 EMBA(Executive MBA) 연수나, 웹 기반의 리더십 자기 학습 프로그램 등은 실제 육성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구미 기업보다 일본과 한국 기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야외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 역시 그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야외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에는 주로 극기 훈련식의 프로그램 등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국내 한 기업은 리더십 과정 입소자들에게 과정 첫날 한강 도하(渡河)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력과 자신감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일회성 이벤트는 실제 경영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웰포인트(WellPoint)사의 경우, 향후 부장급 이상의 리더십 포지션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인재들을 대상으로 ‘경영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경영 체험 프로그램’은 1주일 정도 워크샵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들에게는 향후 경영자가 되었을 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CEO를 비롯한 선배 경영진들이 패널 토의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프로그램 기간 내내 이들의 멘토가 되어 교육의 효과를 크게 높이고 있다.
 
3.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 
 
이와 같은 미래 경영자 후보의 선발과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최고 경영진의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다. GE의 전 CEO 잭 웰치(Jack Welch)가 자신의 시간의 절반을 인재 육성에 할애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P&G의 CEO인 앨런 래플리(Alan G. Lafley)는 리더 개발에 1/3 또는 1/2의 시간을, 펩시코의 전 CEO인 웨인 컬러웨이(Wayne Colloway)는 미래 리더 발굴에 2/3의 시간을, IBM의 전 CEO인 루 거스너(Lou Gerstner)와 현 CEO인 샘 팔미사노(Sam Palmissano)는 잠재 리더(High Potential Leaders) 검토만을 위한 시간으로 일년 중 최소 2주를 할애한다고 한다. 인재 육성에 뛰어난 조직에서는 이처럼 인재 육성에 헌신적인 최고 경영자를 반드시 찾아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리더 양성은 하위 조직의 각 조직책임자가 담당해야 할 몫이라는 인식을 최고 경영자가 갖고 있는 경우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훌륭한 리더의 배출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또한, 자신의 임기 연장이나 안위에 급급한 CEO가 있다면, CEO 후계자 육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영진은 단기적인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재능 있는 인재들이 경험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향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에 부합하고 미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GE의 전임 CEO인 잭 웰치가 재직시절에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은 GE의  주가 상승이나 회사의 매출 확대가 아닌 이멜트(Jeffrey Immelt)라는 유능한 CEO의 발굴이었다고 평가되는 배경이나, 이멜트의 CEO 선임 시 그가 의료 사업부 책임자 시절에 보여준 인재 발굴과 육성 노력이 높이 평가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 기업들도 이사회의 최고 경영자 선발 시에 개별 후보자들의 인재 육성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보다 비중있게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III. 모방이 아닌 재창조의 지혜가 필요 
 
지금까지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리더 육성에 대한 주요 접근방법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선진 기업들의 구체적인 경영자 육성 방법은 그다지 많이 공개되어 있지 않은 탓에, 이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훌륭한 육성 방안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육성의 구체 방법론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기업 고유의 인재 육성 노하우(Know-how)가 공개될 경우 경쟁사에서도 리더십 개발에 활용하게 될 것이고, 자연히 기업의 경쟁 우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반면, GE나 존슨앤존슨 등과 같이 아무 꺼리낌 없이 자신의 방법론을 공개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여기에는 이 기업들의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즉, 진정한 성공은 구체적인 기법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그 열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GE와 존슨앤존슨 등과 같은 회사는 바로 그 실행 단계에 있어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자신들의 비결을 다른 기업들이 쉽게 흉내낼 수는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이들이 똑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별로 사업의 성격과 처한 상황 등이 다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친 경험과 시행 착오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기업에 딱 맞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 육성 머신(Talent Machine)이라 불리는 GE의 인사 정책과 제도들도 대부분 랄프 코디너(Ralph Cordiner)를 비롯한 4명의 역대 CEO에 의해 지속적으로 구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랄프 코디너가 기초를 닦았다면, 인사 제도 및 관행을 체계화시킨 공로는 보쉬(Borsch)와 존스(Jones)의 몫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시스템을 최고의 성과로 연결시킨 사람이 바로 잭 웰치(Jack Welch)다. 즉,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여러 사람의 전폭적인 지원과 스탭들의 고민,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되어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도 이들 기업의 기법을 단순히 배워오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자기 조직의 문화와 구조에 맞게끔 실행함으로써 사업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인사 담당자들은 경영진의 지원과 관심 부족을 탓하기 이전에, 주도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경영진의 시간은 유한하다. 그들에게 경영자 후보들에 대한 일상적인 멘토링과 정기적인 리뷰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히 추가적인 부담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경영진이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인사 부문은 보다 구조화된 방식으로 유용한 정보와 데이터를 생산해서 지원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 참고문헌 > 
 
C. A. Bartlett, A. N. McLean, GE’s Talent Machine : The Making of a CEO, 2006. 
 
M. R. Sobol, P. Harkins, T. Conley ed., Linkage Inc’s Best Practices for Succession Planning, 2007. 
 
M.W. McCall, G.P. Hollenbeck, Getting Leadership Development Right, Leadership Excellence, Feb. 2007. 
 
R. Charan, Ending the CEO Succession Crisis, Harvard Business Review, Feb.2005.

(LGERI, 2007. 9. 18. 노용진)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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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회의를 효과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CEO가 염두에 두어야 할 회의 비결을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CEO들의 회의법을 통해 살펴보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CEO. 이들은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쓸까? 통상적으로 하루 일과 시간의 절반 이상을 회의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유명한 경영학자 헨리 민쯔버그(Henry Mintzberg)가 5주간 IT 기업의 CEO 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일과의 약 70%, 하루 평균 약 8건의 회의 참석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회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일까? 전략 수립,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 인재 육성, 일선 현장의 경영 환경 파악 등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의 대부분이 회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쟁 가속화, 고객/시장의 다양화 등 CEO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요소가 증가하면서, CEO의 회의에 대한 시간 투자 비중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경영학자 월터 그린(Walter A. Green)과 해롤드 라자루스(Harold Lazarus)가 1000여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약 72%는 5년 전에 비해 회의 시간이 훨씬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50%는 5년 후에는 더 많은 시간을 회의에 투자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회의 잘하는 CEO가 성공한다 
 
회의에 대한 CEO의 시간 투자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CEO가 회의를 잘 하는 것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다.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유능한 경영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회의를 생산적으로 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회의 목적을 명확히 알아야 하며 회의가 쓸모 없는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회의를 효과적으로 잘 이끌어가야 성공하는 CEO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회의를 잘 함으로써 성공한 대표적인 경영자로 IBM의 전임 회장인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를 들 수 있다. IBM의 성공적인 회생에 대한 연구나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회의 문화 개혁이었다. 루 거스너가 몰락해가던 IBM에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개혁의 칼을 댄 것이 바로 비효율적 회의 문화였고, 이는 IBM 부활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CEO들은 회의에 대해 그리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경영학자 폴 라이스(Paul L. Rice)가 600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약 33%의 CEO는 투자한 시간 대비 회의가 비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73%의 CEO는 사전 계획 부족, 안건의 부적절성 등으로 생산적 회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탁월한 CEO들의 회의 비결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주요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올바른 회의 문화 형성에 CEO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회의의 성공 여부는 CEO가 어떤 스타일로 회의를 운영하고 회의 석상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CEO가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회의 비결을 탁월한 CEO들의 회의법을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1. 들어야 할 때는 입을 닫는다 
 
회의(會議)는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논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CEO의 생각이나 회사 정책의 일방적 지시/전달이 아닌, 회의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해 논의하는 것이 회의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회의 본연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CEO가 참석하는 회의를 보면, 회의 참석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CEO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CEO라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회의 석상에서 위축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CEO가 권위를 내세우거나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여 말할 경우, 참석자들은 솔직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 경영학자 캐슬린 란(Kathleen D. Ryan)과 다니엘 오스트리치(Daniel K. Oestreich)가 미국의 관리자 26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약 70%의 관리자들은 회사의 문제나 이슈를 상급자에게 솔직히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EO가 회의 석상에서 귀를 닫고 말을 많이 하게 되면, CEO 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조용한 회의 (Silent Meeting)’가 될 가능성이 높다(<박스 기사> 참조).  
 
활발한 토론과 논의를 위해서는 회의 시에 CEO가 때로는 입을 닫을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도 들으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구성원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회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CEO가 말하기 보다는 듣는 것을 더 많이 해야 한다. GE의 회장 제프리 이멜트(Jeffrey R. Immelt)는 “회의를 하다 보면 이미 내 머리 속에는 의사결정의 답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하는 답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듣는다. 회의 참석자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도록 그냥 놔두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말하지 않고 그냥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GM의 전(前) 회장이었던 알프레드 슬로안(Alfred Sloan)은 회의에서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중시했던 경영자였다. 슬로안은 일주일 중 6일 정도를 경영위원회 멤버들과 중요한 전략 사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이때 그는 회의 안건을 소개하는 역할만 할 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간혹 잘 모르는 내용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하곤 했지만, 그 이외에는 회의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슬로안은 자신이 토론 과정에 개입하면 참석자들이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기 위해서는 자신이 입을 다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3M의 CEO였던 디시몬(DeSimone L. D) 역시 구성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기 위해 특별한 회의 방식을 사용했다. 보통 회의에는 약 30~100여 명 정도가 참석했으며 사전에 안건을 정하지 않았다. 참석자들도 고직급자 중심이 아니라 참석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회의 방식도 사전에 특별히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의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가장 중요한 점은 회의를 할 때에 CEO인 디시몬은 발언을 가급적 자제하고 오직 듣기만 했다는 점이다.  
 
2.토론의 불을 지핀다 
 
CEO가 회의 시에 ‘토론’의 불을 지피는 것도 회의 참석자들간에 활발한 논쟁이 오가도록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진실은 사람들간의 논쟁을 통해 나온다”라고 말하면서 격의 없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피터 드러커 역시 “한 사람만의 지식과 경험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경험과 지식이 모아져야 한다”며 회의 성공 여부는 토론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 때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그저 ‘활발하게 토론합시다’라는 식으로 말한다고 해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CEO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토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미국의 첨단 기술 제품 생산 업체인 이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의 전임 CEO, 찰스 나이트(Charles F. Knight)는 전략 회의 시에 논쟁을 이끌어 내기 위해 황당하거나 비논리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예컨대 상대방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거나 거칠고 전투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과 격론을 펼치도록 유도하였다. 나이트는 이러한 자신의 회의 스타일을 ‘비논리의 논리(Logic of illogic)’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인지 능력을 키우고 생각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차원에서 때로는 이러한 유형의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장비업체 코닝(Corning Incorporated)의 전임 CEO인 제이미 휴턴(Jamie Houghton)도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토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예컨대 그는 경영진과의 회의 시, 대등한 입장에서 허심탄회한 토론을 하고자 할 때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휴턴이 카우보이 모자를 쓴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CEO와 다른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카우보이 모자는 휴턴이 CEO의 신분이 아니라 다른 참석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동이었다고 한다.
 
인텔(Intel)의 전(前) CEO인 앤디 그로브(Andy Grove) 역시 독특한 방식으로 토론 중심의 회의를 유도했다. 예컨대 활발한 토론이 없이 회의가 일찍 끝날 기미가 보이면, 그는 의도적으로 ‘토론광’을 회의에 불러들였다. 소위 ‘싸움닭’을 투입한 것이다. 즉 회의 안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이나 거친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을 회의에 참석시켜 논쟁 없이 합의되어 가던 회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토론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이러한 토론식의 회의가 되기 위해 CEO가 한 가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CEO가 참석하는 회의에서 CEO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공명심에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깎아 내리고 자신만이 돋보이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CEO가 참석자들에게 상호 존중과 진실한 대화를 통해 최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로 회의의 목적임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표> 참조).  
 
3.앵무새식 발표는 금지한다 
 
보통 CEO가 참석하는 회의를 보면 회의 탁자 중앙에 CEO가 앉아 있고 발표자는 앞에서 빔 프로젝터를 켜고 슬라이드 내용을 읽는 경우가 많다. 소위 ‘자, 준비해 온 것을 읽어봐라. 한번 들어보자’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회의에서는 CEO와 발표자간에 격의 없는 토론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따라서 생생한 토론 중심의 회의를 위해서는 회의 시에 발표자가 자신의 ‘생각’을 직접 말하도록 해야 한다. 사전에 만들어 온 수십 페이지의 보고서를 회의 석상에서 그대로 소리 내어 읽는 소위 ‘앵무새’식 발표는 지양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전(前) CEO 스콧 맥닐리(Scott McNealy)는 “우리 회사에는 12.9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파워포인트 보고서가 있다. 내 생각에 이것이 우리 회사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쓰레기다”라고 말하면서, 1997년 파워포인트에 의존해 발표하는 회의 방식을 금지하였다.
 
앵무새식 발표에 따끔한 일침을 놓은 또 다른 CEO로서 모토로라(Motorola)의 에드워드 잔더(Edward Zander)를 들 수 있다. 잔더가 모토로라의 신임 CEO로 부임한 직후, 경영 회의의 일화이다. 한 임원으로부터 전략에 대한 보고를 받던 중, 잔더는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에 “당신이 말하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였다. 발표하던 임원은 슬라이드를 3 페이지 정도 뒤로 돌려, “네. 이 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러자 잔더는 “그 페이지는 좀 전에 보았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전략의 본질이 무엇이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일세”라고 다시 질문하였다. 그러자 그 임원은 다시 1 페이지 가량을 뒤로 돌리면서, “네. 그건 이 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잔더는 화가 나서 “당장 빔 프로젝터를 꺼라. 언제까지 슬라이드에 적혀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할 것인가? 나는 현재 우리 회사 전략의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P&G의 CEO 알랜 래플리(Alan G. Lafley)가 CEO로 처음 부임했을 당시의 상황도 모토로라의 경우와 비슷했다. 당시 P&G의 전략 회의는 ‘극장(Theater)’과도 같았다고 한다. 사업부장들은 자기 순서가 되면 단상으로 나가 이미 CEO 및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앵무새처럼 읽기만 했다. 이러한 극장식 회의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건설적인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모든 사업부장들은 “여기 슬라이드를 자세히 보시면, 왜 우리 사업부의 성과가 올해 좋지 않았는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와 같이 변명만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에 래플리는 이러한 비효율적 회의 방식을 개혁하기로 하였다. 우선 각 사업부장들에게 발표할 자료는 보고 전에 자신에게 먼저 제출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궁금한 사항이나 잘못된 점은 직접 적어서 피드백 해 주었다. 둘째, 실제 회의에서는 3장짜리 보고서로만 발표하게 하였다. 래플리는 “전략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했다면 1페이지까지 보고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두꺼운 보고서보다는 생각이 담긴 간결한 보고서를 요구했다. 셋째, 전략 안건에 대해 사업부장들은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닌, ‘어느 사업/시장에서 경쟁할 것인가’,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2가지 이슈에 대해 상호 토론과 논쟁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4.회의 장소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다 
 
회의 장소는 사무실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는 것도 생산적 회의를 위한 포인트이다. 현장과 단절된 사무실에 파묻혀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기 보다는 직원과 고객이 있는 현장에 직접 나가서 거기에서 현장을 느끼고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사무실 중심의 회의를 하다 보면, 현장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CEO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료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비효율적 보고 문화가 싹 틀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는 CEO들은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도요타(Toyota)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회장은 “문제가 생기면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장에서의 회의를 강조하고 있다. 월마트(Wal-Mart)의 창립자였던 샘 월튼(Sam Walton) 역시 “회사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싶다면, 직원에게 물어봐라. 그러면 답을 알 것이다”라는 말하며, 보고서에 적힌 글보다는 현장의 말에 더욱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화이자(Pfizer)의 전(前) CEO인 존 맥킨(John McKeen)은 사무실 밖에서 구성원과 직접 만나서 대화하며 회사의 경영 현황이나 문제를 파악하는 활동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사내의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옆에 있는 구성원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지요? 잘 되갑니까? 문제는 없습니까?”라고 질문하곤 했다. 한번은 엘리베이터에서 한 지역에서 페니실린의 이월 주문을 담당하는 관리자를 만났다. 맥킨은 “페니실린 이월 주문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잘 처리되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관리자는 “네?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라며, 그러한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맥킨은 현장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회사의 문제나 경영 현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스타벅스(Starbucks)의 CEO 짐 도날드(Jim Donald) 역시 사무실 위주의 회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CEO 중 하나이다. 그는  업무 시간의 약 45% 이상을 스타벅스 매장 방문이나 직원들과의 만남에 사용하고 있다. 보통 일주일에 20개의 매장을 방문하여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하는가 하면, 매장의 카운터에서 앞치마를 입고 고객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고객 니즈를 경청하고 있다.   
 
5.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그 이후는 다 틀어지기 마련이다. 회의를 시작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가장 중요한 참석자인 CEO가 자리에 없다면 회의는 어떻게 될까? 다른 회의 참석자들은 이 회의가 정말 중요한 회의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거나, 기다리다가 지쳐버릴 것이다. 생산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CEO 자신부터 회의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CEO들이 회의를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회의 시간 지각’은 CEO들에게 나타나는 만성적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프라우드풋(Proudfoot)이 2,700여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CEO들은 10번 중 6번 꼴로 회의에 지각한다고 한다. 물론 바쁜 CEO이기 때문에 회의에 늦을 수는 있다. 그러나 CEO의 만성적인 지각으로 인해 버려진 시간들은 그 원인이 어떻다 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상당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씨티그룹(Citigroup)의 전임 CEO 샌포드 웨일(Sanford Weill)은 4명의 경영진과 회의 시, 자신이 15분 늦으면 4천2백여 달러가 손실이라며 회의 정시 도착을 매우 중시 여기고 있다.
 
인텔의 전(前) CEO인 앤디 그로브는 회의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었다. 그는 회의는 인텔의 생산성 향상의 기본이라는 신념 하에 이미 1970년대에 생산적 회의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였다. 예컨대 모든 회의는 반드시 시작 시간을 사전에 정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에 늦게 도착한 사람은 절대로 참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스타벅스의 CEO 짐 도날드 역시 회의 시간을 중시하여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CEO 중의 하나이다. 그는 통상적으로 회의 시간을 1시간으로 계획하되 실제 회의 시간은 45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15분을 절약함으로써 그 시간 동안 회의 결과를 머리 속에 정리하거나 다음에 할 일을 미리 생각해 두는 등 다른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도날드는 1주일에 8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회의는 이제 CEO의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특히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바로 이 회의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회의 문화는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적인 회의, 고품질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CEO가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2007. 8. 31. LGERI 최병권)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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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개인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적극 받아들였다. 이로 인한 기업 문화의 변화는 긍정적인 성과와 아울러 전통적 가치관과 충돌하는 부정적 양상도 함께 보이고 있다. 서구식 경영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기업문화의 변화 트렌드를 짚어보고, 성공적인 변화 관리 포인트를 살펴 본다. 
 
과거에 비해 직장 내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가 그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는 듯 하다. 예컨대, 과거 팀워크 다지기와 직원들 간의 유대감 증진의 중요한 매개체였던 회식 문화에 대한 생각만 보아도 ‘팀 회식을 갖지 못하면 직무 유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끼는 상사들과 회식 문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부하 사원들’ 서로 간의 생각이 너무도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세대 차이 탓으로 돌리기에 무리가 있다. 요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뿌리부터 바뀌고 있는 한국의 기업문화 
 
저명한 비교문화학자인 오이스만(Oyserman)은 2002년 국가 간 문화를 비교한 80여 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미국인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1970년대 초 IBM 전세계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가치관을 비교한 홉스테드(Hoefstede)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개인주의 점수는 18점으로 미국의 91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표 1>참조).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인의 가치관은 근본적으로 바뀐 모습이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집단주의적 성향이 퇴색하고 있는 반면 개인주의적 가치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영호 교수(중앙일보, 2007)는 집단주의 성향에 대해 ‘회사는 제2의 가정이다’라고 직장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1995년에는 약 97%가 동의하였으나, 2007년 조사에서는 긍정응답률이 약 80%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변화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 볼 수 있겠지만,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글로벌화를 하나의 원인으로 꼽아 볼 수 있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개인주의적 가치와 합리주의에 기초한 소위 서구식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전통적인 관행이나 시스템을 버리기 시작했다. 대신 미국 등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로써 발 빠르게 도입해 왔으며, 이는 우리 기업의 조직 문화는 물론 가치관의 변화도 함께 가져왔다.
 
서구 경영 시스템의 확산으로 가치관 변화 
 
우리 사회에서는 서구화 트렌드라면 보통 미국식 경영 시스템과 미국 기업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말한다.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제도, 통합 정보 시스템의 활용,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 등 미국 기업들 사이에 보편화된 체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불리며 우리 기업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통해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등 장점도 있다, 하지만, 미국식 사고 방식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정서와 맞지 않아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식 경영 시스템이 확산됨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우리 기업 가치관 변화의 특징을 살펴 보면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이하에서는 가치관 변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살펴 보기로 한다.
 
1.산업보국/가족 경영 → 주주 가치 중심
  
한국 기업의 사사와 이념에 대한 경영사학회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과거 우리 기업들의 역사가 국가와 민족의 발전이라는 이념적인 바탕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던 1960년대에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 기업의 향배를 결정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기업들의 경영 이념에 ‘민족’ ‘국가’ ‘산업’ 등의 키워드가 유독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기업 이념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적 기업관에서 벗어나, 주주 가치, 사회 공헌, 고객 등 서구적 기업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2005년 회원사의 경영이념을 분석한 결과 ‘고객’ ‘가치’ ‘인간’ ‘사회’ 등 서구적 가치중심의 키워드가 각각 20~40%를 차지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잘 말해 준다.  
 
특히 ‘주주 가치’는 정부가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을 내어 놓은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가 발표한 「기업 불투명성 지수(Opacity I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 지수는 2000년 초에 35개국 중 최하위였으나 불과 5년 만인 2004년에는 48개국 중 20위로 급상승하였다. 이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등 외부 통제뿐만 아니라, 내부 회계 관리 제도, 내부 신고 제도 등 내부 통제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 구조 측면에서도 38개 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등 복잡한 출자 관계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반면 지나치게 주주 이익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주가를 높이기 위해 실질적인 성과 개선 노력보다는 실적을 부풀리거나 대외적 이미지만 신경을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보다는 단기 실적에 매달려 주가 상승만 이끌어내면 된다는 식으로 주주가치 중시가 잘못 비춰지기도 한다.  
   
2.연공 서열 → 성과 중시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연공서열’은 매우 중요한 기업 문화의 요소로 여겨져 왔다. 2005년 노동경제연구원을 통해 발표된 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관행으로 인해 일정 기간 근무하면 급여를 일정 비율 올려주는 이른바 ‘정기승급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사무직의 경우 약 70%, 생산직의 경우에는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구 기업들은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와 ‘경쟁’을 통한 성과 향상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경쟁의 결과 더 나은 성과를 낸 사람이 더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성과와 관계없이 연봉을 더 높이 주는 연공서열식 급여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서구식 성과주의 인사 제도는 연공을 중시하던 한국 기업의 인사 관행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2005년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하여 결정하는 연봉제 도입 기업이 1996년 약 2%에 불과했던데 비해, 2000년 23%, 2005년에는 약 48%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였고, 향후 도입할 계획인 기업도 약 20%에 달한다고 한다. 승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승진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 중 근속 연수가 차지하던 비율이 1996년 17%에서 2005년 14%로 감소했다. 반면 개인 실적이나 전문 지식은 10년 만에 14%나 증가한 53%를 차지하였다.  
 
연공주의 사회 풍조를 뒤바꾸고 있는 성과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성과주의로 인해 구성원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 즉 의식이 변화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연봉제로 인해 ‘종업원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응답이 45%에 이를 정도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성과주의 제도인 연봉제의 경우 일각에서는 ‘평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저성과자의 퇴출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강한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도가 기존의 기업 문화와 맞지 않아 직원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 결과 구성원들이 이직을 준비하거나 자기 개발 활동에 집중하는 등 오히려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3.인치(人治)주의 → 시스템 중시 
  
한국의 전통적인 기업 문화는 ‘인치(人治)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새로운 계약을 발주할 때, 잘 아는 사람이 다니는 기업을 우선시 하기도 하였던 것도 이같은 정서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를 정하기에 앞서, 그 일을 해낼 만한 사람을 찾아 내는 데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서구 기업의 문화는 누가 그 일을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규정과 절차를 사전에 정해 두는 ‘매뉴얼’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서구 기업은 담당자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매뉴얼에 정의해 두거나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러한 행동 양식은 서구 문화를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던 로마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로마에서는 일반 병사들이 성을 지을 때 높이, 두께 등을 상세히 적어 둔 매뉴얼을 보고 그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개별 병사들의 기량의 차이가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구 기업의 앞선 일 처리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영 시스템을 들여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맞추어 일하도록 업무를 혁신하였다(< 그림 3>참조). 가장 관심을 끌어온 경영 시스템이 바로 전사적 자원 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시스템이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2007)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으로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약 80%가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서구식 정보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등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성공한 경우 못지 않게 부작용을 경험한 경우도 많은 데에는 문화적 격차를 이해하지 못하여 실행력이 떨어졌던 데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은 개인주의적 관행으로 담당자가 제안해서 일이 처리되기 때문에 비용 한도 내에서는 사전 지급하고 사후 결재를 하게 된다. 반면 한국은 상사의 비용 집행 결정이 이루어져야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진 회계시스템을 도입하고서도 예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선진 시스템 도입초기에 관행을 무시하고, 서구식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여 상당한 저항에 부닥칠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정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4.위계 조직 → 수평적 조직 중시 
  
홉스테드의 조직 문화 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위계적인 조직을 중시하여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미국 직장인들의 경우, 상사와 친구처럼 지내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이 경우 한국 기업문화처럼 일사분란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담당자의 역량을 충분히 이끌어내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의 경우, 선진 기업을 따라잡아 경쟁에서 이기려면 목표 달성을 위해 한마음으로 매진할 수 있는 한국적 정서가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위계 조직은 경직된 상하관계로 인해 현장의 문제가 경영진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관리자 역할만 수행하는 중간 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위계 조직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직급, 직책을 줄여 단순화하고, 수평적인 팀제 조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계층 축소는 담당자들이 업무에 대해 책임지고 일하는 방식으로 업무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업무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져 회사 성과가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중간 계층이 감소하게 됨에 따라, 선배들의 역할이 줄어들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한국 기업은 선배가 후배를 육성하고 끌어주는 도제식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선배가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때로는 선후배 관계가 역전되어 후배가 팀장이 되고, 팀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전통적 위계 문화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결국 선배들이 조기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젊은이들이 연공 중심의 인사 철학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세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 하겠다.  
 
서구화, 문화 충돌을 극복하라  
 
지금까지 미국식 경영 시스템 확산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한국 기업문화와 직장인들의 의식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 보았다. 서구식 경영 시스템 확산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장점과 함께 기존의 한국적 조직 정서와 충돌하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구적 가치관에 기반한 경영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겪게 되는 문화 충돌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포인트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뉴욕에서는 전세계 모든 사람을 만나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화 간 갈등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가치관의 차이를 상호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도 여러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 문화적 특성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Microsoft사는 인종, 성별, 신체적 장애 등 사회적 편견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자발적인 커뮤니티(Employee Resource Group)의 조직과 운영을 적극 지원한다.  
 
같은 문화를 가진 직원들끼리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더 나아가 사업을 기획하기도 한다. 예컨대, 중국인 커뮤니티는 중국 문화에 대해서 공유하고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에서의 사업과 기술 개발을 제안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여 업무상 문제 해결과 자발적인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둘째, 선진 기업의 시스템을 도입할 때 무조건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에 맞추어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인 위계적 문화를 깨뜨리기 위해 수평적인 팀제를 앞다투어 도입했다. 반면 1980년대 미국 기업의 경우, 일본 기업에 실적이 뒤지면서,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구성원들 간의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깨닫고, 일본 조직 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여 미국식 팀제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최근 미국 기업들도 일본, 한국, 중국 등의 기업 문화를 연구하여 동양적인 가치에 기반한 여러 가지 조직 관리 기법들을 도입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문화의 서구화가 단순히 과거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미국식 경영 기법을 들여오는 것이라면 ‘양복을 입고 갓을 쓴’ 어색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문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구 기업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법들을 접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Bristol-Myers Squibb(이하 BMS)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기업문화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세계에 펴져 있는 각 지사까지 장기간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수행하였다. 초기에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글로벌 조직별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구체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 수준을 정하는 등 구성원들의 수용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현장에 실행할 때에는 각 국가에 위치한 지사별로 현지의 문화적 정서에 맞추어 구성원들이 갖춰야 할 가치관, 태도 등을 정하게 하였다. 이러한 체계적인 변화 과정 관리를 통해 BMS가 실시했던 다른 혁신 프로그램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될 수 있었다.  
 
한국식 경영 시스템을 꿈구며 
 
우리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서구식 경영 시스템은 서구 문화, 가치관이 녹아 든 산물이다. 이들 경영 시스템의 도입이 실험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구성원들의 의식이 서구 가치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이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잘 소화하고, 한국적 가치를 담아 발전시켜 한국식 경영 시스템을 역수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끝>
(2007. 8. 27. LGERI 천성현)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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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인사는 기업의 전략과 연계된 창의적 인사를 전개해야 한다.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는지 살펴 본다. 
 
기업의 인사가 거듭난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경영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의 전략과 비전에 맞는 창의적 인사를 전개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파트너로 변모하기 위해 인사 부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사, 왜 거듭나지 못했나? 
 
마찬가지로 인사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정작 그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머서 컨설팅(Mercer Consulting)에서 ‘인사 혁신(HR Transformation)’을 주제로 2006년 5개 대륙의 약 1,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인사 부서에서 실제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각각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한 결과, 아직 인사 기록과 같은 단순 업무에 필요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은 경영진이 바라는 수준의 절반밖에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그림 1> 참조).   
 
이 같은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인사가 기업의 성과에는 당장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경영진의 단기 성과 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실제 경영 활동에서는 인사의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 ‘인사가 만사(晩事)’가 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직원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대해 ‘지금은 그런 일을 벌일 사정이 못 된다’며 미루는 것도 그러한 모습의 한 예가 될 것이다. 또, 인사와 관련한 활동을 비용의 관점으로 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인사 부서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 중의 하나다. 재무적 상황이 나빠지면 임금이나 교육 예산의 삭감, 나아가 인원 정리부터 단행하는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의 체계적 인재 육성 등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된 이러한 현상들을 탓하기 전에, 인사 부서가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했는지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고 경영자를 비롯해 현업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사 부서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해 왔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은 경영자들이 사업가적 인재 부족이나 성과 관리 제도 개선 등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인사가 사전에 이런 현상을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또한 그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 등 필요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어떤 역량을 강화시킬 것인가?  
 
인사가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사 부문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향후 어떤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코넬(Cornell)대학 연구팀에서는 포춘(Fortune) 100대 기업 중 19개의 미국 대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기존 인사의 역량 중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인사에 대한 전문성’을 현재 수준보다 발전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그림 2> 참조).  
 
●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란, 마케팅·재무·R&D 등의 영역에 대한 기본 지식과 현업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이러한 역량이 인사 담당자들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이유는 인사 부서에서 하는 일들이 그 기업의 전략과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는 기업의 전략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이는 현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내의 모 대기업에서는 인사 부서장을 선발할 때 다른 부서에서의 직무 경험을 높이 산다고 한다. 특히, 핵심 비즈니스 영역의 일선에서 근무한 경험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이것은 사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전략을 통찰할 줄 아는 사람이 인사 부서에서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 인사에 대한 전문성  
 
그 다음으로 강조되고 있는 역량은 인사 분야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문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던 행정성 인사 업무는 자동화되거나, 아웃소싱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제는 인사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한층 발휘하여, 특화된 인사 서비스를 조직에 제공할 필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령, 급여 담당자의 경우 정확한 급여가 지급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에 가치를 제공해줄 수 없게 됐다. 급여 시스템에서 파악된 인상률의 패턴 등을 분석함으로써 기업에 가치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인사에 대한 전문 지식을 토대로,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에 대한 이해, 리더쉽, 실행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다. 더불어, 끊임없이 변하는 지식에 대해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업데이트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대표적인 역량 개발 방법으로는 직무순환제, 인사 실무와 연계된 육성, 그리고 현업과의 활발한 네트워킹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 직무순환제 
 
인사 담당자의 전문성과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선진 다국적 기업에서 가장 많이 실시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HR 리더쉽 개발 프로그램의 활용이다. 이것은 인사 부문의 리더가 될 만한 인재들을 발굴하여, 인사와 인사 외의 직무를 고루 경험하도록 하여 사업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리더로 양성시키는 프로그램이다(<표> 참조).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British American Tobacco사의 경우, ‘비즈니스 리더 양성 과정’이라는 이름 하에 이 같은 직무순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인재의 사관학교를 잘 알려져 있는 GE사는 올해로 벌써 50년이 넘도록 이 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기업체 교육 분야 잡지인 「트레이닝(Training)」誌에서는 2004년 인재개발 분야에서 선진적인 100개 기업들 중 50% 이상이 이와 같이 경력 계획을 토대로 한 체계적인 직무순환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도 아우르고 있는 다각화된 인재가 환영 받는 현재의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 실무와 연계된 육성  
 
직무순환제는 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핵심인재에 대한 투자의 성격이 짙은 프로그램이다. 또한 이미 업무 경험이 많은 중간 관리자 이상의 직원들에게 적용하기에 다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사 담당자들이 맡고 있는 실무와 직접 연계하여 역량을 개발하는 방안은 어떨까? 기업의 교육·개발 전문가인 허메즈-브룸(Hermez-Broome)과 휴스(Hughes)는 “기업의 교육·개발 전략은 임직원의 평상시 직무 안에 녹아 들어있을 때,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며 그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이론을 도입시킨 대표적인 회사가 독일의 도이체뱅크(Deutsche Bank)였다. 글로벌화로 인해 급변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 도이체뱅크는 인사의 전문성을 격상시킬 필요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 위한 혁신의 일환으로, 이 회사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평상시 그들의 직무에서 파악된 문제나 한계점을 짚어내서 해결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가령 임직원의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단순한 제도의 운영을 넘어 제도를 조직의 가치에 맞도록 재편하는 과제를, 그리고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핵심인재에 대한 선발 규정을 보다 투명화시키는 과제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맡은 업무를 ‘운영’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 그치면 배울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근거한 육성 방법이었다. 실제로 도이체뱅크의 인사 담당자들은 변화를 직접 주도하고, 인사가 부딪히는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문제 해결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개선하고자 하는 것들을 실제 조직에 적용했을 때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인사와 전체 조직간의 연계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현업과의 활발한 네트워킹  
 
인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차·부장급 관리자들의 역량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들이 기업 내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인사 관리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업이 인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일찍 간파하여, 그에 맞는 인사 전략을 기획하고 이를 경영진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관리자 스스로 타 부서에서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어떤 인사 전략이 필요한지 판단하여 전개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현업과의 활발한 의사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업의 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나 보험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지점장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 기회를 통해 영업 현장의 이슈도 파악하고, 인사 관련 고충도 수렴하는 자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부서의 회의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또한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인사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IT업체인 퀀텀(Quantum)사도 인사 기능의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인사 부서장들로 하여금 직접 현장을 찾아가 현업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해주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덧붙여 현장과의 네트워킹뿐 아니라, 같은 직무를 하는 타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과 네트워킹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 중의 하나이다. 이를 통해 최근 인사의 트렌드와 타사의 선진기법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런 자생적인 현업 인사 담당자들끼리의 커뮤니티나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 
 
인사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얼리치(Ulrich)교수는 ‘지금처럼 인사 부서에 몸 담고 있기 좋은 때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앞으로 인사 부서가 충분히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게다가, 임직원들의 육성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가 바로 인사이기 때문에 인사가 거듭 나기 위한 자기 혁신의 노력은 소홀히 될 수 없는 일이다.  
 
인사 담당자 스스로 ‘인사가 바로 서야, 기업의 경영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신념을 토대로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진에게 보다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도록 과감하게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사 담당자들의 이같은 노력이 축적된다면, 멀지 않은 시점에 지금까지 인사의 변신에 장애가 되어온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이나 조직의 풍토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2007. 8. 24. LGERI 이세원)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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