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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7 되돌아 보는 CEO 리더십의 기본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모습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위안해 보지만, 불황은 회사를 좌초시킬 위험성도 그만큼 높이기 때문에 CEO의 근심이 크다. 좋았던 시절 보다 더 많이 사업과 사람 챙기기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위기 극복 CEO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던 월가 파생 상품의 거품이 꺼져버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미국 금융 시스템은 붕괴하고 말았다. 그 여파로 전 세계 금융 시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우리 국민들도 삽시간에 반 토막 난 KOSPI 지수를 목격하며, 충격에 휩싸였던 지난 가을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금융 시장의 공포감은 다소 진정됐지만, 실물 경기의 침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비 위축과 부실 기업의 도산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짙게 드리워진 글로벌 경제 불황의 그늘이 쉽게 가실 것 같지 않다. 
  
짙어만 가는 불황의 그늘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는 우리 경제는 물론 기업 경영에도 부담 요인이다. 그 만큼 우리 기업의 해외 수출 의존도가 큰 탓이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각종 경제 전망 수치들은 암울함만을 더한다. 일례로 지난해 말 국제금융연합회(IIF)는 ‘2009년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0.4%)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아울러 국내 경제 전망을 내놓는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년 우리의 경제성장률도 2%대 또는 그 아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도 점친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뒷걸음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기업도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  
  
한파 속 기업의 행보 무겁기만 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해를 맞는 기업의 표정이 어둡다. 최근 경총이 국내 188개사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가 ‘우리 경제는 현재 극심한 경기 침체 국면이다’라고 답했다. 또 절반 가량(49%)은 ‘지난 IMF 외환위기 때보다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고 응답했다. 실제로도 우리 기업의 수출 둔화세가 뚜렷하다. 그 동안 순조롭게 성장하며 내실을 다져온 기업조차도 소비 위축으로 인한 급격한 매출 감소를 실감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금 흐름마저 급격히 나빠지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인지 기업 경영자나 실무자들은 자금 여력이 있어도 내년도 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이다. 이미 세워두었던 투자 계획까지도 취소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심지어는 “그나마 여건이 좋은 기업은 몸이라도 사리면 그만이다. 허나 이미 도산 위험에 놓인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라며 무거운 마음을 표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위기가 따로 없는 것 같다. 
  
CEO의 진가를 시험 받는 무대 
 
이 같은 위기의 시대를 흔히 난세(亂世)라고 한다. 난세에는 잘 나가던 기업이나 그렇지 못한 기업 모두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최고 수장인 CEO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CEO들은 좌불안석으로 하루 하루를 맞이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때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불황은 회사를 좌초시킬 위험성도 그만큼 높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게 된다.   
그렇다고 새해를 맞는 CEO들이 걱정만할 수 없는 노릇. 불황의 한파가 더 거세지기 전에 위기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꼭 유념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위기의 시대에는 시스템적인 요소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에서는 시스템만으로도 별 사고 없이 잘 돌아갔지만, 지금과 같은 불안한 위기 속에서는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것이 지금의 위기 상황 속에서 CEO의 리더십에 거는 기대가 커지는 이유이다.  
따라서 2009년은 기업 CEO들이 자신의 진가(眞價)를 시험 받는 무대가 될 것 같다. 좋았던 시절보다 더 많이 사업을 챙기고 조직과 사람 돌보기에 매진해야 한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리더십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CEO는 어떤 모습일까?  
불황 극복 CEO의 리더십 포인트 7

  
불황 극복 CEO의 리더십 포인트 7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흔히 난세에 적합한 리더로 ‘변혁적 리더(Transformational Leader)’를 꼽는다. 이미 1978년도부터 이 개념을 소개한 바 있는 제임스 번스(James M. Burns) 교수는 “변혁적 리더는 비전을 향해 구성원들의 의식과 가치관, 태도를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카리스마적인 특성’과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관심’ 그리고 ‘구성원에 대한 끊임 없는 지적 자극과 격려’ 등이 남다르다.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변화와 위기로 가득한 현대 조직의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라고 말한다. 
 
실제 불황기에 위기를 돌파한 리더들의 다양한 사례와 진면목 속에도 이와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 ‘흔들림 없는 소신’, ‘희망의 불씨가 되는 진정성’, ‘무난함에 대한 경계심’, ‘사소함에 대한 관심’, ‘바닥을 두루 살피는 소통’, ‘용맹정진의 초심’ 등이 바로 그것이다(<그림> 참조). 이하에서는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본다.  
  
1.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
 
  
불황기에는 모두가 두려운 마음을 갖기 마련이다. CEO에게는 ‘이러다 부도가 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를,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혹시 실직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문제는 두려움의 전염성이다. 특히 CEO에게서 보이는 두려운 기색은 일파만파로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CEO가 직원들에게 두려움이 전염되지 않게 하려고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근거는 없는 기대감을 심어주려 해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적다거나 두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두려움을 지배할 줄 아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CEO들은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면 좋겠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 이후 8년간 포로로 잡혀 있으면서 생존한 미국의 3성 장군이다. 20회가 넘는 심한 고문을 겪는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부하들의 정신적·실질적 리더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가 수많은 포로들이 죽어가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이 흥미롭다. 그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풀려나겠지라는 식의 낙관적 태도가 처참한 포로 생활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모호한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실망과 절망으로 바뀌고, 결국 삶에 대한 미련마저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스톡데일은 계속되는 고문 속에서도 언젠가 가족의 품에 돌아가서 이런 현실을 회고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란 확고한 믿음만을 간직했다. 끔찍한 현실만을 직시하며 고스란히 그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두려움을 다스리는 스톡데일의 지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거짓된 낙관주의보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 보자’는 메시지로 부하들을 독려했다. 
  
2. 흔들림 없는 소신
 
  
위기에 빠진 닛산社를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은 회사가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한 CEO로 유명하다. ‘버릴 것은 철저히 버린다’며 어려운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진가는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였던 그의 소신과 어려운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했던 용기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닛산과 같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에게는 구조조정이란 카드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평소에는 인재와 구성원의 소중함을 외치던 회사들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쉽사리 정리해고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소신도 없이 ‘남들이 하니까’라든지, ‘줄이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절대 금물이다.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불황을 대하는 CEO들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일본전산社의 성공 신화를 만든 CEO 나가모리 시케노부는 “평상시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호통치지 않는 CEO! 직원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공부시켜 경쟁력을 갖추게 해주지 않는 CEO! 이들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은근슬쩍 ‘정리해고’ 카드나 내미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CEO 자격이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소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여유가 있을 때는 기회도 많으니 적당히 하면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불황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인재는 어려울 때 더욱 힘을 발휘한다. 어렵다고 함께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사람을 움직이고, 그 사람들은 또 자신을 움직여서 회사를 살려야 한다. 스피드가 5할이고, 중노동이라 할 만큼의 노력이 3할이다. 능력은 1할 5푼, 학력은 고작 3푼이다" 이것이 10년 불황에도 10배의 성장을 이룬 일본전산社의 불황 돌파 비결이다. 
  
3. 희망의 불씨가 되는 진정성
 
  
불황 극복을 위해서는 CEO의 흔들림 없는 소신도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그 안에는 꼭 진정성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희망의 불씨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CEO가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해야만 희망이 싹틀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것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고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거창한 비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때로는 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말장난이란 냉소적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오히려 구성원들은 CEO의 진정성에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곤 한다. 진정성은 구성원의 마음을 얻고 희망을 심어주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조건 ‘너부터 졸라매라’라는 식이 아니라, CEO가 ‘나부터 졸라매겠다’라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를 실천할 때야 비로소 구성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위기 극복의 신,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위기 극복의 神이라고 하는 파나소닉社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보라. 그는 23살에 회사를 창업해 94세에 사망할 때까지 70여 년간 그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불황을 극복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929년 대공황기에 회사는 매출 급감과 쌓여만 가는 재고로 위기에 직면했다. 한 회사 간부가 “종업원을 반으로 줄여야 합니다”라고 하자, 당시 병상에 누워있던 고노스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장래에 마쓰시타를 더욱 키우려고 한다. 때문에 한 사람도 해고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사는 생산을 반으로 줄이고, 반일 근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직원의 월급은 전액 지급하는 대신 휴일에도 전 사원이 재고품을 팔기로 한다.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2개월 후 재고는 모두 처리되었고, 직원들의 사기는 충만해졌다. CEO의 진정성이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결과이다.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경올림픽 이후 과잉설비, 수요정체, 판매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회사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고노스케는 아타미 호텔에서 영업점 사장들을 모아 놓고 모든 불만 사항을 경청한다. 고노스케는 지금의 위기가 회사가 소매점들에게 밀어내기식 영업을 해온 결과라는 것을 확인한다. 간부진과 3일간의 열띤 토론 끝에 고노스케는 소매점으로 넘긴 제품을 전량 회수해 회사가 직접 관리하며 소매점이 현금으로 대금 지불시 판매장려금까지 지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회사는 2년에 걸쳐 300억 엔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고노스케는 이를 감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아 회사는 구성원들이 앞장선 경비절감 등의 효과에 힘입어 손실이 아닌 이익을 기록한다.  
  
4. 무난함에 대한 경계심
 
  
호황기에는 사업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핵심역량을 발굴하고 이에 집중하기보다 주주나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에 휩쓸려 사업을 확장하기에 바쁠 수 있다. 좋은 시절이다 보니 어중간하고 무난한 리더십만으로도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황의 위기 앞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CEO에게 무난함은 독(毒)일지 모른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를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기업은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난함의 함정에서 벗어나 보다 빠른 결단력과 일관된 실행력으로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모토로라社의 사례는 이에 대해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당사는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발명하는 등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였다. 그런데 2000년 당시 CEO였던 크리스토퍼 갤빈은 PC사업, 메인 프레임 컴퓨터, 인공위성 사업 등 여러 분야에 역량을 분산시킨 바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휴대폰 시장의 위기 속에서 때마침 휴대폰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졌고, 이는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노키아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2003년 갤빈은 해임되고 만다. 평소 그의 무난한 리더십은 호황기에는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위기가 느껴질 때라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었던 탓이다. 
  
5. 사소함에 대한 관심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창조적 영감을 자극해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CEO들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창의성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社의 빌 게이츠나 애플社의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사실 이를 모르는 CEO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들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반전의 기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곳에 깃들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 면도날을 갈아야 하는 불편함처럼 사소한 문제가 킹 질레트(King Gillette)에게 일회용 면도기를 개발하게 했다. 위기의 시대에는 이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활용할 줄 아는 CEO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
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CEO들도 기존의 관행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무언가 대단한 것만이 창조적 영감을 자극하고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사소함 속에서도 ‘안 되는 일’보다 ‘되는 일’을 찾으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하나마나 소시지社의 흥미로운 사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이 회사는 우연한 기회를 살려 80년대 중반 일본의 불황기를 견뎌낸 대표적인 기업이다. 당시 회사는 매출이 급감하며 곤경에 처하자, 궁여지책으로 대대적인 가격세일을 펼쳤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속이 타던 사장이 하루는 공장을 돌아보다가 부러진 소시지를 재가공하는 공정을 목격하였다. 조금은 내키지 않았지만 사장은 “그것 말이야, 그냥 팔지. 가격도 많이 내렸는데…”하고 부러진 것들도 그냥 포장해서 팔도록 지시한다. 며칠이 지나자, 의외로 부러진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게 나타났다. ‘싼 이유가 부러진 것 때문이라면,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소비심리가 제품 판매를 부추긴 것이다. 우연한 발상으로 회생의 기회를 맞이한 사장은 오히려 “다 부러뜨려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6. 바닥을 두루 살피는 소통
 
  
9·11테러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는 재앙 속에서 직원들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 따르면, “많은 리더들이 위기에 직면하면 몸을 사리게 된다. 잃지 않으려는 심리 탓이다. 그런데 인명 구조와 잔해 해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장 대원들과 긴밀히 의사소통하며, 이들을 격려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현장에서는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장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통이 부족한 조직만큼 위험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켄터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놓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은닉, 비난, 회피, 무기력증과 같은 조직 병리 현상(Organizational Pathology)들이다. 이는 회사의 조직문화를 망쳐 다시는 회생하기 어려운 길로 이끈다”라고도 경고한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소통이다. 특히, CEO가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그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Mach3라는 블록버스터급 제품들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질레트社도 2000년대 초반 조직 병리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자 소매상들에게 분기 마지막 날이면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재고를 밀어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그런데 회사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문제를 감추며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 회사의 어려움을 키우게 했다. 사실상 현장 가까이에 있지 않는 CEO들이 이러한 문제를 좀처럼 알아채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그게 문제였구나!’라고 뒤늦은 후회를 할 뿐이다. 그런데 2001년 2월 짐 킬츠라는 새로운 CEO를 맞이하면서 회사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취했던 행동은 조직 전반에 원활한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그는 모든 임원과 직원들을 만나 본인이 손수 만든 ‘My Style’이라는 보고 장표로 자신을 소개했다. 몇 달 전부터 외부인의 시각에서 질레트의 강약점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성원들과 진솔하게 대화하였다. 그리고 주간 스텝 미팅, 주간 글로벌 경영자들과의 사업 리뷰 미팅, 분기별 경영층과의 이틀짜리 오프 사이트 미팅, 사내 인트라넷에 CEO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해 현장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홈페이지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올리면 CEO가 직접 답변을 해주었다. 사실 킬츠가 더욱 신경 썼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양보다 질이었다. 투명한 대화로 숨겨진 사실들을 노출시키는데 주력했다는 얘기다. 과거 실수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해결책 마련에 집중했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위기 돌파의 묘책을 구상한 것이다. 이것이 질레트의 악순환 고리를 끊은 계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불황일수록 민심은 흉흉해지고 얼어붙기 마련이다. 질레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평소 CEO가 구성원들과 얼마나 친밀하게 소통해 왔는지가 중요하다. 현장 속 깊이 들어가 바닥을 두루 살피며 문제 해결을 게을리한 CEO라면 지금부터라도 위축된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직원들과의 소통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7. 용맹정진의 초심
 
  
사실 CEO는 경쟁사를 이기고 고객, 종업원,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뇌하며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그 와중에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이 때 일이 순순히 잘 풀리면 좋겠지만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더 많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는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뛰어야 하나’,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처럼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진 상황에서는 적지 않은 CEO들이 좌절을 하거나 깊은 회의 또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불교에서 말하는 초심(初心)은 CEO들에게 혜안을 줄 것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첫 마음을 초심이라고 한다. 첫 마음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반드시 도를 깨친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이 첫 마음이 차츰 퇴색하게 마련이어서 수행 과정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 한다.  
 
어찌 보면 위기를 대하는 CEO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심으로 일관하는 작은 마음가짐 하나가 ‘불황을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고노스케는 위기때 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을 자주했다. 리더십의 대가 로버트 퀸 박사도 “위대한 리더는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자신이 보유한 근본적인 리더십 상태(Fundamental State of Leadership)를 점검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CEO들이 처음 그 자리를 맡았던 초심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닐까. 따라서 요즘 CEO의 가슴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어떠한 시련도 극복하겠다는 ‘용맹정진(勇猛精進)’의 초심이 깊이 새겨져 있길 기원한다.  <끝>
(LGERI, 2009. 1. 5. 김현기)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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