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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7 인사부서가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길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인사는 기업의 전략과 연계된 창의적 인사를 전개해야 한다.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는지 살펴 본다. 
 
기업의 인사가 거듭난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경영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의 전략과 비전에 맞는 창의적 인사를 전개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파트너로 변모하기 위해 인사 부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사, 왜 거듭나지 못했나? 
 
마찬가지로 인사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정작 그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머서 컨설팅(Mercer Consulting)에서 ‘인사 혁신(HR Transformation)’을 주제로 2006년 5개 대륙의 약 1,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인사 부서에서 실제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각각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한 결과, 아직 인사 기록과 같은 단순 업무에 필요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은 경영진이 바라는 수준의 절반밖에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그림 1> 참조).   
 
이 같은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인사가 기업의 성과에는 당장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경영진의 단기 성과 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실제 경영 활동에서는 인사의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 ‘인사가 만사(晩事)’가 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직원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대해 ‘지금은 그런 일을 벌일 사정이 못 된다’며 미루는 것도 그러한 모습의 한 예가 될 것이다. 또, 인사와 관련한 활동을 비용의 관점으로 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인사 부서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 중의 하나다. 재무적 상황이 나빠지면 임금이나 교육 예산의 삭감, 나아가 인원 정리부터 단행하는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의 체계적 인재 육성 등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된 이러한 현상들을 탓하기 전에, 인사 부서가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했는지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고 경영자를 비롯해 현업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사 부서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해 왔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은 경영자들이 사업가적 인재 부족이나 성과 관리 제도 개선 등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인사가 사전에 이런 현상을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또한 그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 등 필요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어떤 역량을 강화시킬 것인가?  
 
인사가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사 부문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향후 어떤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코넬(Cornell)대학 연구팀에서는 포춘(Fortune) 100대 기업 중 19개의 미국 대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기존 인사의 역량 중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인사에 대한 전문성’을 현재 수준보다 발전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그림 2> 참조).  
 
●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란, 마케팅·재무·R&D 등의 영역에 대한 기본 지식과 현업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이러한 역량이 인사 담당자들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이유는 인사 부서에서 하는 일들이 그 기업의 전략과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는 기업의 전략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이는 현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내의 모 대기업에서는 인사 부서장을 선발할 때 다른 부서에서의 직무 경험을 높이 산다고 한다. 특히, 핵심 비즈니스 영역의 일선에서 근무한 경험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이것은 사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전략을 통찰할 줄 아는 사람이 인사 부서에서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 인사에 대한 전문성  
 
그 다음으로 강조되고 있는 역량은 인사 분야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문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던 행정성 인사 업무는 자동화되거나, 아웃소싱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제는 인사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한층 발휘하여, 특화된 인사 서비스를 조직에 제공할 필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령, 급여 담당자의 경우 정확한 급여가 지급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에 가치를 제공해줄 수 없게 됐다. 급여 시스템에서 파악된 인상률의 패턴 등을 분석함으로써 기업에 가치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인사에 대한 전문 지식을 토대로,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에 대한 이해, 리더쉽, 실행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다. 더불어, 끊임없이 변하는 지식에 대해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업데이트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대표적인 역량 개발 방법으로는 직무순환제, 인사 실무와 연계된 육성, 그리고 현업과의 활발한 네트워킹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 직무순환제 
 
인사 담당자의 전문성과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선진 다국적 기업에서 가장 많이 실시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HR 리더쉽 개발 프로그램의 활용이다. 이것은 인사 부문의 리더가 될 만한 인재들을 발굴하여, 인사와 인사 외의 직무를 고루 경험하도록 하여 사업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리더로 양성시키는 프로그램이다(<표> 참조).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British American Tobacco사의 경우, ‘비즈니스 리더 양성 과정’이라는 이름 하에 이 같은 직무순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인재의 사관학교를 잘 알려져 있는 GE사는 올해로 벌써 50년이 넘도록 이 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기업체 교육 분야 잡지인 「트레이닝(Training)」誌에서는 2004년 인재개발 분야에서 선진적인 100개 기업들 중 50% 이상이 이와 같이 경력 계획을 토대로 한 체계적인 직무순환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도 아우르고 있는 다각화된 인재가 환영 받는 현재의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 실무와 연계된 육성  
 
직무순환제는 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핵심인재에 대한 투자의 성격이 짙은 프로그램이다. 또한 이미 업무 경험이 많은 중간 관리자 이상의 직원들에게 적용하기에 다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사 담당자들이 맡고 있는 실무와 직접 연계하여 역량을 개발하는 방안은 어떨까? 기업의 교육·개발 전문가인 허메즈-브룸(Hermez-Broome)과 휴스(Hughes)는 “기업의 교육·개발 전략은 임직원의 평상시 직무 안에 녹아 들어있을 때,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며 그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이론을 도입시킨 대표적인 회사가 독일의 도이체뱅크(Deutsche Bank)였다. 글로벌화로 인해 급변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 도이체뱅크는 인사의 전문성을 격상시킬 필요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 위한 혁신의 일환으로, 이 회사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평상시 그들의 직무에서 파악된 문제나 한계점을 짚어내서 해결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가령 임직원의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단순한 제도의 운영을 넘어 제도를 조직의 가치에 맞도록 재편하는 과제를, 그리고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핵심인재에 대한 선발 규정을 보다 투명화시키는 과제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맡은 업무를 ‘운영’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 그치면 배울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근거한 육성 방법이었다. 실제로 도이체뱅크의 인사 담당자들은 변화를 직접 주도하고, 인사가 부딪히는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문제 해결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개선하고자 하는 것들을 실제 조직에 적용했을 때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인사와 전체 조직간의 연계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현업과의 활발한 네트워킹  
 
인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차·부장급 관리자들의 역량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들이 기업 내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인사 관리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업이 인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일찍 간파하여, 그에 맞는 인사 전략을 기획하고 이를 경영진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관리자 스스로 타 부서에서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어떤 인사 전략이 필요한지 판단하여 전개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현업과의 활발한 의사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업의 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나 보험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지점장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 기회를 통해 영업 현장의 이슈도 파악하고, 인사 관련 고충도 수렴하는 자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부서의 회의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또한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인사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IT업체인 퀀텀(Quantum)사도 인사 기능의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인사 부서장들로 하여금 직접 현장을 찾아가 현업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해주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덧붙여 현장과의 네트워킹뿐 아니라, 같은 직무를 하는 타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과 네트워킹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 중의 하나이다. 이를 통해 최근 인사의 트렌드와 타사의 선진기법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런 자생적인 현업 인사 담당자들끼리의 커뮤니티나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 
 
인사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얼리치(Ulrich)교수는 ‘지금처럼 인사 부서에 몸 담고 있기 좋은 때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앞으로 인사 부서가 충분히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게다가, 임직원들의 육성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가 바로 인사이기 때문에 인사가 거듭 나기 위한 자기 혁신의 노력은 소홀히 될 수 없는 일이다.  
 
인사 담당자 스스로 ‘인사가 바로 서야, 기업의 경영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신념을 토대로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진에게 보다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도록 과감하게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사 담당자들의 이같은 노력이 축적된다면, 멀지 않은 시점에 지금까지 인사의 변신에 장애가 되어온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이나 조직의 풍토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2007. 8. 24. LGERI 이세원)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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