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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4 영화 그랜토리노 시사회를 다녀와서
지난 3월 2일, 내 평생 세 번 째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다. 온오프믹스의 이벤트에 당첨돼서 작은 행운을 얻은 것이다. 당첨이란 말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사람을 기쁘게 한다.
초대받은 느낌! 개봉 전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쁨! 이런 것일게다. 감독이나 주연이 직접 나왔으면 금상첨화다.

아주 젊은 나이에는 영화를 꽤 좋아했는데, 30대 이후 한창 일하느라 영화를 자주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후기를 쓴다는 게 낯설다. 하지만,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우선, 요즘 시사회에 대한 풍경
몇 년 전 한국영화 시사회에 갔을 때 VIP 시사회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감독과 주연급 배우들이 무대에 직접 나와서 생생한 느낌을 받아 참 좋았다. 그런데 작년에 한 외국영화와 어제 본 영화는 시사회이긴 한데 좀 허전했다. 시사회장에 영화에 대한 어떤 홍보나 안내도 없이 그냥 영화만 볼 수 있었다. 관객을 귀찮게 하지만 않는다면 좀 더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가 있었으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영화 그랜토리노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제 영화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이 영화 그랜토리노(Gran Torino)는 미국 영화의 전설적인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의 작품이다. 그가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들은 거의 강렬한 액션씬이 나오거나, 영웅주의적 묘사가 많은 게 특징이다. 적어도 내가 본 영화들은 그랬다. '용서받지 못한 자'나 '앱솔루트 파워'가 그랬다. 반면에 10여 년 전에 개봉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서정적인 이미지와 솔직한 인간적 감정을 묘사한 드라마 스타일의 영화였다.

그렇다면, 그랜토리노는 어떨까?

그랜토리노는 1972년산  포드사의 자동차 모델명이다. 이 자동차 모델이 영화제목으로 발탁된 것은 노장의 힘, 즉 감독이자 주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역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전쟁 참전군인이었던 주인공이 아내를 사별하면서 혼자 살게 되는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완고한 성격이고 상당히 깔끔한 성격이어서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간섭받는 걸 싫어하는 고집불통 노인의 이미지다. 전쟁에서 젊은 상대방 군인을 비롯해 13명을 죽인 것을 인생의 상처로 여기지만 고해성사에서마저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가 전쟁의 기억을 아픈 상처로 기억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인생의 아무런 재미도 없이 한가로운 노년을 보내며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주인공 월트(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이웃집 몽족 소년 타오와 그의 누나와 맺게 되는 낯설고도 희한한 관계.

이제 이 영화의 제목 그랜토리노를 잠시 본다. 이 영화의 제목이 그랜토리노인 이유는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밝혀진다. 어쩌면 당연하고, 관객들을 시원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예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했던 서부활극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에선 겨를 없는 응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황혼을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전설적 배우이자 노감독인 그는 자신을 살라 복수함으로써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그랜토리노' 영화 속의 전쟁에 대한 아픈 추억만큼, 이전의 많은 영화 속에서 쏘아죽인 많은 인물에 대한 반전의 기회를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결국,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늙어간다. 이제 그는 화려하고 처절한 복수보다 우아하게 후세에 살아갈 젊은 영혼에게 무언가를 남겨야 했던 것이다.

잠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미국 상업언론이 극찬할 만큼 뛰어난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왜일까? 그들의 상업적 이기심과 복수심은 노감독의 결단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 놀랍지 않았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음 영화가 벌써 만들어진 것 같은데, 다음 영화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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