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봄의 첫 시작 3월이다.
3월 1일 첫날을 나는 마라톤으로 시작했다.
겨우내 체력관리와 운동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알아보는 첫 시험무대이다.
많은 달림이들이 추운 겨울동안 움츠리지 않고 건강은 물론 달리기 실력을 과시하는 날이기도 하다.
2주 후면 2만명의 풀코스 완주경험자들이 경합을 벌이는 동아마라톤이 있어 예행연습삼아 달리기도 한다.
정식 코스는 아니지만 3.1절 마라톤에서는 30km가 가장 긴 코스이다.
나 역시 30km코스를 지원해 달렸다.

지난 해에는 연습도 많이 하지 못했고, 대회 주최측의 코스 측정 및 표시 실수로 유난히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올해는 그런 문제는 없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연습이 부족한 나의 문제!

조금 쌀쌀하지만 맑은 날씨!
출발전 한 시간 가량 일찍 도착해 몸도 풀고 대회장 이곳 저곳도 둘러 보았다. 대회 때마다 종종 만나는 분들도 역시 만날 수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가볍게 몸을 푼다.

드디어 출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앞 평화공원을 출발하여 한 바퀴 선회하고는 강변북로를 따라 이어진 한강둔치 자전거도를 달리는 코스이다. 반환점을 돌아와야 하는데 그 반환점이 한남대교 북단이니 제법 먼 거리이다. 쌀쌀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지만 달리기엔 큰 어려운 날씨는 아니다. 다만 손이 조금 시려울 뿐이다. 컨디션이 괜찮다면 속도를 조금 앞당기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음을 느낀다. 발목 부위의 약간의 통증이 심하지는 않아 반환점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2.5km마다 공급되는 물이나 이온음료를 꼬박꼬박 마셨다. 초코파이를 주는 곳도 있었고, 바나나를 주는 곳도 있었다. 연습 부족이 틀림없는 것일까. 타고난 체력이 약한 것일까. 달리기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건만 달릴 때 마다 사투를 벌여야 한다. 반환점 이후 돌아오는 코스는 맞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왜이다지 달리기가 벅차는 것일까. 앞서 달리는 세 명의 달림이들이 연두색 환한 조끼를 입고 달렸다. 그래 저 사람들을 따라가보자. 수 킬로를 그 분들을 따라 제법 힘차게 달렸다. 앞서가던 많은 사람들을 뒤로 제치며 달렸다. 한참을 달리고 바나나를 주는 곳에서 나는 바나나를 먹었다. 앗! 그런데 그 분들은 먹지도 않고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먹고 뒤따라 잡으려 열심히 달렸다. 약 백 미터 정도 뒤졌을까. 한동안 따라 잡는가 싶더니 굽어진 도로에서 아예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외로운 달리기~

20킬로, 25킬로, 마지막 고비 28킬로를 돌아서니 죽음의 언덕이 나타난다. 앞서 달리는 사람들을 보니 지쳤는지 언덕 길을 달리지 못하고 걸어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마음의 고집을 좀 부렸다. 좋다, 아무리 느리게 달리더라도 쉬지 말고 달려보자. 아주 천천히 톺아오르는데 역시 힘들기 짝이없다. 거친 숨을 참기 위해 최대한 코로만 호흡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골인지점의 장내 아나운서가 힘겹게 골인하는 선수들을 격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으로는 힘차게 달려들어가고 싶은데 발이 빨리 나아가지 않는다. 무리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호흡이 되고, 발이 나아가는 만큼만 최선을 다했다.
골인지점에 오니 가족들이 소리친다. 사진도 찍나보다.

하하! 드디어 골인!
30킬로 내 최고기록 3시간 9분보다 못한 3시간 11분 52초다.
역시 난 기록을 당기는 것보다 달리는 것 자체에 만족해야겠다.

그나마 이번 30km 달리기에서 조금 보람되는 것은 한 번도 걷지 않고 달렸다는 점이다. 2주 후에 있을 동아마라톤에서 죽지 않기 위해서 풀가동해 보았는데 역시 쉽지 않음을 알겠다.
쉬지 않고 달린 것이 무리가 되었을까? 달리고 나서 아는 분들과 식사하러 갔는데 그 곳에서 그만 다리에 온통 쥐가 난다. 다리 근육이 에일리언 처럼 꿈틀대다 딱딱하게 굳어진다. 으~ 나는 왜 이렇게 쥐가 평생 잘 나는지 모르겠다. 하하! 그래도 역시 마라톤은 골인하고 나서 다음을 기약하는 성취와 도전에 있다.
신나게 달리다, 힘겹게 달리고, 너무 힘겨우면 좀 쉬고, 다시 달리고, 결국 골인한다.
마라톤! 역시 인생과 참 닮았다.
그래서 나는 힘들지만 마라톤이 좋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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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2007년 4월 22일) 마라톤 풀코스에 세번 째 도전했습니다.
아름다운 코스를 찾아 달리는 것은 마라톤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이번엔 춘천의 호반마라톤을 택했습니다. 영화 '말아톤'의 형진이가 달렸던 그 코스입니다.
호반의 가로에는 화사한 벗꽃이 꽃그늘을 드리우기도 하고, 바람으로 달려와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몸을 잠시 시원하게도 해 줍니다.

요즘엔 지난 해에 비해 강의가 많아져서 여기 저기 지방으로도 다니다 보니 공연히 바쁜 일정이 돼 버렸습니다. 핑계가 된 것인지 달리기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에 일요일 하만 십 몇 킬로를 달렸으니 모자란 연습이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속으로 완주는 자신있었습니다. 세번 째 완주이니 시간단축은 못해도 완주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얼마 전 달리기 연습할 때 무릎 부상은 그런대로 거의 다 나아갔습니다. 날씨는 참 좋아서 아주 무덥지도 않고 약간 흐린 날씨여서 달리기엔 참 좋은 날씨였던 것 같습니다. 춘천의 코스는 초반 4킬로미터까지가 가장 어려운 난코스입니다. 계속 오르막길이죠. 그래서 초보자는 오버페이스를 하기 쉬운 곳입니다.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오버페이스를 자제하면서 천천히 달렸습니다. 봄풍경과 호반풍경을 적당히 즐기면서 달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42.195 킬로미터의 반을 지날 무렵 지난 대회와는 다르게 조금 힘이 부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0킬로 지점은 왜이렇게 먼 것인지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5킬로 단위로 설치된 음수대에서마다 물을 마시고, 10킬로마다 있는 간식도 먹고 다리도 적당히 풀고 달렸지만 힘이 모자라기 시작했습니다. 30킬로를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지점부터는 발걸음을 옮기기 힘에 겨웠습니다. 도저히는 더는 달리지 못해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멈추어 서서 다리를 푸는데 앰뷸런스를 내 뒤를 따라왔습니다. 속으로 창피했습니다. 앰뷸런스 자원봉사자가 나오더니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줍니다. 내가 쥐가 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고 물으니 방법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다시 달렸습니다. 천천히 통증이 점점 심해져 오는 다리를 간신히 옮기며 달렸습니다. 이번 대회는 큰 대회는 아니어서인지 풀코스 신청자가 160명 가량 되어서인지 너무 외로웠습니다. 3백미터 가량 앞에 한 사람 있고, 2백미터 쯤 뒤에 한 사람 있는 외로운 행로였죠. 솔직한 심정으로 너무 힘들고 아파서 달리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회수차량을 탈까 생각했습니다. 순간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한참을 서서 고민했습니다. 얼마간 천천히 달리는데 수지침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 손가락을 스무 군데도 넘게 사혈을 하고 다시 달렸습니다. 100리가 넘는 거리는 정말 짧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지난 대회까지 풀코스를 두 차례 완주했기 때문에 방심했던 나의 안일을 마라톤이라는 한계는 나를 꾸짖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걷다 달리다를 반복하여 운동장의 트랙을 천천히 돌아 간신히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제한 시간 4분을 남겨놓은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죠.
역시 인생과 닮았습니다, 마라톤은!  또 그렇게 힘들게 달렸는데도 달리고 나면 그 쾌감으로 멈출 수 없는 달리기 본능.

삶의 무게를 안고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에게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꾸준히 연습하고 자신을 관리하면서 달리는 것이 인생입니다. 달리며 '질주본능'이란 말은 떠오르는데 하염없이 빠르게만 달릴 수 없는 그런 인생입니다. 그렇지만 풀코스의 한계도 연습에 의해 정복되었듯이 인생 또한 나의 열정과 노력으로 조금씩 순응시켜 나갈 것 같습니다. 내가 인생에 순응하고, 인생이 내 앞에 순응하여 하나가 되는 그 날까지 나는 계속 달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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