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2006년)따라 송년모임이 많아졌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고교동기회, 반창회, 대학 학과동창회, 동아리 송년회, 옛직장 후배들송년회, 또 다른 모임 송년회들. 어떤 모임에서 강의한 수강생들과의 종파티 겸 송년회 등.

30대 초반에는 동창회, 송년회 이런 모임이 재미가 덜 했다.
그런데 요즘 모임은 제법 인간미가 묻어나서 아주 재밌다.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은 고교동기회, 반창회다. 심지어는 고교 2학년 반창회도 올해는 했다.

40을 넘어서니 친구들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회사원, 공무원, 사업가, 학자, 예술가, 정치가 직업도 다양하다. 모임마다 특징도 있는데 고교동기회나 반창회는 그 세월의 크기로 보면 아주 오랜 세월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허물없이 가까워지는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못마시는 술을 조금씩 홀짝거리며 쟁쟁 잔을 부딪히며 마시는 술은 그대로 우정을 마시는 것일게다.

고1때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20년이 훨씬 지나서 만났다. 그 시절 한강 둔치에서 하던 야구시합도 기억해 냈다. 그 친구다 던지다 난조에 빠지자 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둥의 이야기는 너무 재밌고 신나는 기억들이다. 같은 반인적이 없어서 얼굴도 생경하던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 주기도 하고, 내가 일하는 업무를 알고 앞으로 재밌게 해보자는 전화도 받게 된다. 그 당시 서로 좋은 인상으로 호감을 가졌던 친구로부터 기회를 잡아 소주 한잔 하자는 메일도 받았다. 뛸듯이 기쁜 일이다. 마치 오랫동안 짝사랑한 남녀가 한 쪽의 고백으로 만남을 앞둔 사람들처럼.

앞으로 늙어 이 생명을 허공에 날릴 때까지 친구들을 다 기억하고 기억속에 자리잡을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한 해 한 달 하루를 살면서 조금씩 친구들 삶을 지켜보고 때론 마음으로 거들기도 할 거다.

옛직장 후배들이 잊지 않고 1년에 서너번 모임을 갖는 건 또한 참으로 기쁜 일이다. 이번엔 딱딱한 탁자와 자욱한 술자리를 벗어나 와인파티를 한단다. 재밌는 아이디어다. 어느 스튜디오 하나를 가볍게 빌릴 수 있어서 각자가 와인 한 병씩을 가져오란다. 그런데 참 그 중 선배격인 나는 술을 못마신다고 그냥 맨 손으로 와도 좋단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난 언제나 술을 잘 마실 수 있을까.

어제는 대학친구들 송년회 였는데 나더러 술 좀 늘었단다. 아닌데~ 그냥 똑같은데.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송년회들이 한 해를 마감하는 자리이기도 한데, 그건 결국 나의 몫이란 걸 안다. 그 친구에겐 그 친구의 몫이고. 송년회는 내게 친구란 것, 믿음이란 것, 의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요즘 경제경영, 자기계발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때 인맥관리 운운하는 말들이 많다. 그런데 정작 소중한 친구들, 선후배들과의 인연과 믿음을 인맥이란 경제자산과 같은 말로 대치하는 것은 너무 값싸서 안내킨다. 믿음과 의리로 이어지는 인맥 이상의 가치, 그것이 우리들 사람들에겐 우정이다. 사랑이다. 사람들 사이다. 사람이다.  (2006/12/06 00:17 작성)

Posted by 커리어심리학자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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