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 유형분류와 적용에 신중을
요즘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해엔 심리학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기까지 하였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심리학을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은 아마도 성격유형검사, 행동유형검사, 애니어그램, 적성검사, 흥미검사 등 각종 유형검사일 것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MBTI 성격유형검사를 비롯해서 애니어그램, 홀랜드 흥미적성 검사 등은 모두 나름의 유형분류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이런 유형검사들이 사람들을 너무 쉽게 분류하고 진단하며 심지어 처방까지 하는 경우를 봅니다. 때로는 사람의 성격에 관해 고정적인 딱지를 붙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성격, 행동 등 각종 유혐검사의 분류와 적용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런 유형분류가 상당한 맹점을 지니고 있고, 이를 오용하여 불합리한 딱지를 붙인다면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시도라는 것을 알리고자 합니다.
▲가설 : 일정한 용기에서 돌의 부피보다 빈 공간(물의 부피)이 절반 정도는 될 것이다.
▲ 이 실험을 위해서 지난 1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하여 간단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래의 파란 글씨는 1월 19일 실험 직후 올린 글입니다.
【심리학 실험1】 다음 사진은 심리학 분야에서 널리 통용되는 이론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서 간단한 실험을 구상해 본 것입니다.
그림1-1. 조약돌 10가지
종류
그림1-2. 조약돌 10개와
물을 합하여 350ml 용기에 채운 모습
...
그 후 예정인 작업: 돌을 빼내고 남은 물의 용량을 측정할 것입니다.
여기서 여러분의 예상을 듣고 싶습니다.
★ 문제★ 전체 350ml 의 돌과 물 가운데 돌 10개 모두를 빼내고 남은 물의 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댓글로 달아주세요.)
▶ 돌과 물이 의미하는 바는 몇 일 후 공개하겠습니다. 지금 미리 알려드리면 순수하게 남은 물의 용량을 예상하지 않고 추측하기 때문입니다. 양해해 주세요^^
그림 1-1. 조약돌 10개 (10가지 유형 비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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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조약돌 + 물 = 350ml |
그림 1-3. 돌을 뺀 물의 양 (= 180ml), 조 약돌은 170ml (4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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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실험한 김에 한 차례 더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돌의 크기를 좀 더 크게 하면 즉, 성격이나 행동유형을 더 큰 단위로 분류한다면 어찌될까요? 얼핏 생각하기에도 빈 공간이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간단한 실험이기 때문에 그냥 더 큰 조약돌과 물을 사용해 실험해 보았습니다.
【심리학 실험2】
두 번째 실험은 조약돌의 크기를 좀 더 큰 것으로 5개로 정하고 용기도 조금 크게 하여 400 ml 크기로 하였습니다.
그림 2-1. 조약돌 5개 (5가지 유형 비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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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2. 조약돌 + 물 = 400 ml |
그림 2-3. 돌을 뺀 후 물의 양 (=230 ml), 돌=170 ml (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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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
저의 친구분들이 ‘남은 물의 용량’’을 적게는 50ml에서 많게는 200ml까지 다양한 예상을 해주었습니다. 하하, 댓글 형태라서 그 예상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50ml 등 적은 양을 예상하다가 늦은 댓글에는 무려 300ml까지 지나치게 예상해 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초기에는 일반의 예상보다 빈 공간이 적어 보이는 것입니다.
▲작은 결론과 시사점
이 번에 실시한 작은 실험은 성격등 유형분류를 시도하는 심리검사나 비슷한 검사들이 분류하는 유형은 사람들의 성격이나 태도를 전부 분류하기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유형분류가 대표하거나 반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성격이나 태도가 절반 정도는 될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을 해 왔는데, 이번에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도 첫 실험에서 용기에 조약돌 10개를 채워넣고 보니 빈 공간이 크지 않아보여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궁금했습니다. 처음의 가설이나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한 셈입니다.
즉, 간단한 결론과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사람들의 성격은 4가지, 16가지 혹은 그 이상 수십 가지여도 쉽게 분류하기 어려우며 그 유형 외에 빈 공간이 많다는 점입니다. 만일 수십 가지 이상 세밀한 분류를 하면 빈 공간이 줄어들겠으나 그것은 이미 유형분류로써의 가치는 떨어질 것입니다.
2.사람들이 겪는 정말 심각한 어려움이나 문제는 그 유형분류의 틀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형들 사이 혹은 상호작용에 존재하거나 그 유형 밖에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입니다.
3.임상, 상담, 코칭 등 실제 심리적 치유, 개선, 지원 사례들에서는 이와 같이 유형화하기 힘든 사례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상 궁금한 점을 직접 실험해 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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