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취업관련 커리어코칭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1
"친구나 동료, 선배들이 제가 취업 상담 받으러 간다면, 틀림없이 많이 혼나고 올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왜 선생님은 저를 혼내지 않으세요?" 라고.
하하하, 웃지 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아무리 경쟁력 있는 대학 출신이어도 취업이 쉽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드물게 자신의 취업전망을 낙관하거나 자신에 찬 모습이 있지만, 대개는 걱정스러운 표정이나 마음을 읽게 됩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의 준비상태와 시장의 어려움을 직감하고 오는 것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어떠한지 들여다봅니다. 이른바 취업전문가들은 취업시장의 어려움, 국내외 경제의 긴박함 등을 거론하며 내담자(피코치)를 한층 긴장시킵니다. 그렇게 하면 상담자나 코치 2는 일단 이 내담자를 자신의 전문가적 틀로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사람의 이른바 스펙이나 취업 준비상태를 검토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가 많을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충분한 상태라면 상담이나 코치 받으러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담자나 코치는 좋게 보면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미리 준비하지 못한 학생을 야단치거나 핀잔을 주는가 봅니다. 3
이런 모습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흔치 않게 보이는 취업컨설팅 현장의 모습으로 짐작됩니다.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선의의 눈으로 볼 때,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에서 '야단'을 할 수 있겠습니다. 조금 꼬집는다면 전문가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와 내담자 사이의 격차를 크게 보이게 하고자 하는 안 보이는 의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전문가의 방어적 태도인 셈입니다. 전문가(상담자 또는 코치)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능력과 아량이 부족한 아마추어의 모습을 드러내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유사한 모습을 인터넷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강의에서도, 상담과 코칭에서도 말입니다.
나는 취업 도움의 현장에서 이런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담자를 꾸짖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좋은 모습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이론적, 실천적 근거도 없는 얼치기 상담과 코칭입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찾아오는 취업준비생들이 온다는 것은 얼마나 절박한 요구 때문이지 짐작이 갑니다. 야단맞을 줄 알면서도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에 일단 우리는 동정을 갖게 됩니다.
내담자들은 어떤 방향에서건 도움이 필요해서 온 사람입니다. 아무리 준비상태가 안 되어 있어도 일단 심리적으로 지지를 받아야지 전문가에게 평가받고, 야단쳐서는 안 됩니다. 또한, 상담이나 코칭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전문가는 일단 내담자와 같은 입장임을 공통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전문가와 내담자가 같은 위치에 서 있다는 튼튼한 연대감이야말로 라포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라포형성을 통해 신뢰와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취업세계의 현실과 이야기가 따뜻한 생명력을 지닙니다. 이른바 스펙 4과 일자리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5
실무적으로도 준비가 부족한 취업준비생을 야단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에 ~했더라면'식은 도움을 주는 전문가답지 못합니다. 취업준비생을 돕고 싶으면 일단 경청하고, 현재의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지지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고, 준비 안 된 조건이라도 방안이 없진 않습니다. 넉넉한 선택은 아니어도 반드시 길은 있습니다. 그 길이 좁고 위험한 길이어도 길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므로 전문가는 그 길이라도 안내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 좁고 위험한 길이 내담자가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자극해서 더 좋은 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역사상 어떤 그럴듯한 혁신과 변화도 안전했던 길이 없습니다. 이 절박하고 위험한 순간이 어쩌면 그 내담자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운명의 주인이 되는 순간일지 모릅니다. 6
그러니 우리 전문가들은 끝까지 내담자를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취업준비생과 전문가는 한 배를 탄 운명입니다.
(2014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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