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면서부터 저절로 형성되기 시작해서 평생에 걸쳐 풀기 어려운 숙제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우리의 삶이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친구, 직장, 연인과 배우자로 이어지는 관계의 사슬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 존재론을 중시한다면, 동양사상에서는 관계론이 그 핵심이다. 사람이 곧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한 사람을 이해할 때도 그 사람 자체는 물론 관계 속에서만 참된 이해가 가능하다. 혼자 하는 성공은 없다. 나아가 행복하기 위해서 편안한 인간관계는 필수적인 요건임을 많은 연구들이 보여준다.

R경제 시대

어떤 경제학자는 지금을 R경제시대라고 한다. 여기서 R은 인간관계(Relationships)를 뜻하는 말이다. 오늘의 급변하는 경제.경영 환경은 대기업을 비롯한 전통적인 기업들 뿐만 아니라, 1인 기업들과 프리랜서들이 많아, 특히 사람들의 관계를 강조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대기업과 1인 기업이 거래하고, 1인 기업들이 소비자 사이를 누빈다. 어제의 노쇠한 상사가 내일 잘 나가는 1인 기업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업상의 좋은 기회는 절친한 사이보다는 약간 친한 사이에서 온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인적 네트웍을 강조하기도 한다. 실제로 신뢰에 바탕을 둔 좋은 관계는 기회를 가져다 주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교수 한 분을 알게 되었다. 나의 글과 책에 나타난 생각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했다. 한 달 후 어느 지방대학에서 교수들을 상대로 특강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학교의 처장님의 부탁을 받고 내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단 한 번 만난 관계에서 중요한 일을 의뢰 받게 된 것이다. 나의 프로필을 확인하고도 나는 강단에 설 수 있었다. 박사가 아닌 사람들이 수 십 명의 박사들에게 강의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진짜, R경제시대이다.

관계의 균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야 말로 모든 행복과 불행의 기초가 된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보내게 되는 직장과, 사랑의 보금자리 가정, 친구사회의 관계가 대표적이겠다. 특히, 직장과 일은 가정의 물질적 담보는 물론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관계여서 그 비중이 크다. 근무하고 있는 직장을 떠나고 싶을 때, 상사와의 갈등을 비롯한 인간관계의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에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장 사표 쓰고 싶은 순간은 상사가 나를 샌드백으로 생각할 때(20.7%)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동료와 오해가 쌓여 관계가 안 좋을 때(10.9%)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자유경쟁이 깊어 가는 직장 내에서는 함께 일하는 가정이란 모토아래 일과 돈독한 관계를 통한 행복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그래서 가정과 직장, 사회(친구들)에서의 인간관계의 균형과 절묘한 조화가 중요해졌다.

역시! 관계의 핵심은 대면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발달로 관계맺기는 쉬워졌다. 이메일, 메신저, 카페, 블로그, 인맥관리 사이트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친구(1st)의 친구(2nd), 그 친구의 친구(3rd)까지 수백 명을 연결할 수 있다. 과연 이 네트웤을 인맥이라 할 수 있을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거나 중요한 관계로 이어가고 싶다면 아날로그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얼굴을 마주한 대면 만남이야말로 목소리와 표정이 빚어내는 관계의 아날로그 미학이다. 심리학자 메라비언이 자신의 연구에서 밝혔듯이, 의사소통에서는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7%, 목소리 38%, 표정(30%), 태도(20%), 몸짓(5%)등의 바디랭귀지가 55%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대인커뮤니케이션에서 목소리나 표정이 중요하다. 실제로 부하직원들은 웃으면서 꾸중하는 상사보다, 인상 찌푸리면서 칭찬하는 상사를 훨씬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 경청

일방적 카리스마 리더십의 시기는 지났다. 요즘 비즈니스에서도 적극적 리더십은 생산적인 관계형성이 핵심이다. 나와 너를 이어주는 관계는 양방향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다.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나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먼저 듣는 것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처럼 경청은 상대를 흥분시킨다. 고객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것이고, 부하나 동료라면 일할 맛을 주는 것이다. 위기극복의 신으로 불리는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인재경영의 첫 번째로 부하의 말을 잘 경청하라고 가르친다. 1964년 동경올림픽 후 과잉설비와 수요정체, 판매부진으로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아타미호텔에서 영업점 사장들을 모아 토론을 벌여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전설처럼 회자된다. 고노스케는 영업점 사장들의 모든 불만 사항을 경청한다. 3일간의 열띤 토론 끝에 소매점으로 넘긴 제품을 전량 회사가 직접 관리하며, 소매점이 현금으로 대금 지불시 판매장려금까지 지급한다는 결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이로 인해 마쓰시타 전기(, 파나소닉) 2년에 걸쳐 300억 엔의 손실이 예상되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구성원들이 앞장선 경비절감 등의 효과에 힘입어 손실이 아닌 이익을 기록한다. 위기에서 더 빛을 발하는 고노스케의 강한 의지와 사람을 먼저 챙기는 진정성이 희망의 불씨가 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한다. 우리를 이루는 너와 나의 거리도 가장 가깝고도 먼 거리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거리를 가장 가까운 그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한라건설 사보, 2009년 2월호에 기고한 글)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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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007년 2월 12일은 제법 뜻깊은 날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만든게 1월 19일이니까, 꼭 23일만이죠.
저의 블로그 방문객이 하루 1천명을 처음 돌파한 날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부담적게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다른 분들과 글로써 접촉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닌 걸 알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저의 글을 담아서 소중하게 활용해 주시는 것을 보면 보람되기도 한 나날입니다.
이전에 다른 블로그와 달리 티스토리의 블로그는 그야말로 인터넷의 검색과 오픈 세상을 맘껏 느끼게 해준 고마운 저의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세상을 향해 제 이야기를 천천히 해 나가고 싶어집니다.

하루 1천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자세히 읽건 흘려 보내건 그것은 제게 사뭇 흥분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제 생각과 글을 아끼는 만큼, 다른 분들의 글과 창작도 열심히 읽고 보고 배우겠습니다.

어제는 또 하나 기억할 날입니다. 제 아들이 유치원을 졸업한 날입니다. 아빠들은 별로 참석하지 않는다기에 바쁜 핑계를 대고 저도 참석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들녀석이 대견하게도 건강하게 자라줘서 참 고마운데 유치원을 졸업했다니 기특합니다. 아들이 큰 만큼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1천명을 훌쩍 넘어섰나 봅니다.

우리 아이도, 저도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2007년 1월 19일 이후로 매일 포스트를 올리며 숨가쁘게 달려온 듯합니다. 그런데, 달리기를 즐겨하는 이디오피아의 마라톤 소년 꿈나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숨이 차면 더 빨리 달리면 돼요! 그건 결승점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하하, 마라톤을 조금 해본 저로서는 숨이 차면 더 빨리 달리면 조금 위험하단 생각을 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 소년 마라토너의 말에는 소박한 진리가 담겨있어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숨이 차면 쉬거나 천천히 가야할텐데 이 소년은 결승점, 미래를 보고 달린 것이니까요. 제 나이가 소년의 기백을 따를 수야 없겠지만 소년을 배우는 마음으로 쉬지 않고 달려볼 생각입니다.
풀코스 마라톤에서 이제 겨우 1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한 것일까요? 앞으로 달리기를 즐기듯이 블로그와 더불어 세상과 더불어 커리어와 삶에 관한 너무 무겁지 않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는 앞으로 내용과 형식을 좀더 알차고 재미있게 꾸며서 저의 생각과 느낌, 일과 사랑을 기록하는 나만의 미디어로 만들어 볼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만나게 될 블로그 이웃, 동료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2007년 2월 13일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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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경영과 블로그

바야흐로 블로그 전성시대

 

1994 web의 탄생과 더불어 인터넷은 그야말로 전지구를 대상으로 거미줄을 뻗쳤다. 더욱이 인터넷 환경의 발달이 빨랐던 우리나라는 인터넷으로 인해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벋어나 요란한 인터넷 공화국이 되었다. 인터넷 사용자 수와 정보의 폭발적 증가는 21세기라는 새로운 시대와 만나 1인미디어 시대를 활짝 열었다. 1인미디어의 대표적인 예가 블로그다. 블로그는 이전까지의 개인홈페이지를 빠른 시간내에 대체하여 성장해 왔다. 블로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란 다소 특이한 시작이었다. 2004년을 전후해서 미니홈피 하나 정도 없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웬지 미니홈피는 10, 20대의 취향에 잘 맞고 그 윗 세대에는 다소 친숙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1997년경 weblog 라는 단어로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블로그는 오늘에 와서 수많은 사용자와 만나고 기술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이후 개인 및 기업의 공식블로그가 꾸준히 늘어나 이미 개인은 물론, 기업과 고객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블로그를 주목하는 이유

 

나는 마케팅 전문가는 아니어서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에 관해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이전에는 저자와 독자가 구분되어 있었다. 소수의 저자와 다수의 독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전문적인 컨텐츠 생산자보다 사용자(user)의 생생한 컨텐츠가 더 인기를 끌기도 한다. 블로그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력한 1인 미디어이다.

2005년과 올해에 블로그가 많이 생겨났다. 좋은 블로그, 특색있는 블로그도 많고 아직은 남의 글을 퍼담기에 바쁜 블로거도 많다. 기업들도 블로그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며 조심스러운 시도와 접근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블로그는 대세가 될 것이다.

그것이 가지는 개인성, 역동성, 비즈니스를 지향하되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은 담백한 포스트들. 이런 점들이 블로그를 일반 웹사이트와 구별하며 역동적인 블로그의 급성장을 만들었다.

 

커리어경영이 블로그를 만날

 

필자는 이 섹션을 통해서 줄곧 커리어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각이한 글로 표현해 왔다. 그런데 그것은 세상에 떠도는 것처럼 가벼운 스킬(skill)이나 팁(tip)만으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을 시장과 만나게 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30,40대는 평균수명상으로 볼 때 70세까지는 일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에선는 40대 초반이면 흔들어댄다. 어디로 갈 것인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이런 각도에서 볼 때 블로그는 개인의 커리어와 다년간의 일을 통해 개인이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매체이다. 상당수의 블로그는 직접 저자한 글보다 스크랩한 글들로 가득 채우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짧고 단순하더라도 자신이 생산하는 컨텐츠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 컨텐츠는 베스트셀러일 필요도 없고, 누가 뭐라하지도 않는다. 매일매일 돌 하나 얹어 높은 탑을 쌓는 마음으로 블로깅을 하면 자신의 전문분야 혹은 주관심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의 컨텐츠들은 주요검색엔진의 사랑을 받으면 검색율도 높아서 1인미디어이지만 세상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행복한 블로거를 꿈꾸며

 

나는 올해(2006년)부터인가 블로그를 시험삼아 포털사이트의 서비스형 블로그를 택해 시험운영중이다. 과거에 쓴 글도 올리고, 질문하는 사람에게 답도 해주었다. 사생활의 일부도 공개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재밌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생긴다. 지방의 어떤 열혈 대학생은 취업동아리를 운영중인데 나를 만나기 위해 머나먼 천리길을 마다 않고 올라왔다. 야외벤치에서의 재미있는 담화는 블로그가 아니었더라면 잡기 어려운 기회였다.

개인미디어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블로그의 미래 어떤 모습일까? (2006-10-16 작성)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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