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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2 강한 조직을 만드는 프렌드십 경영
  2. 2007.04.13 위기의 직장인, 이렇게 관리하라
직장인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는 단순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존재이다. ‘조직 내 프렌드십(Workplace Friendship)’은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한 몫 단단히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 6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HR 부문 세계 최대 학회 중 하나인 ‘2007 ASTD’에서는 주요 기조 연설을 통해 향후 HR 키워드의 하나로 동료와의 관계, 즉 ‘조직 내 프렌드십’이 제시되었다. 경영학계의 권위자인 피터 드러커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관계는 수평 관계이다. 만약 내가 알고 있는 경영자들이 배워야 하는 게 있다면, 권위와 명령이 존재하지 않는 조직 내 관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하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많은 것들 중에 프렌드십을 으뜸으로 여겼다고 한다. ‘프렌드십’ 하면 직장 생활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특히 최근 들어 심화되는 성과주의는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를 단순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쯤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인생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한 회사 안에 있는 직장 동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하에서는 조금 진한 ‘동료애’ 정도로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 데 한 몫 단단히 하는 ‘조직 내 프렌드십(Workplace Friendship)’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조직 내 프렌드십’이란 무엇인가 
 
조직 내 프렌드십은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신뢰와 헌신, 애정의 바탕 위에 관심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비배타적인 관계’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동료에 대한 단순한 친절이나 호의적인 행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적 네트워크 관리 차원에서 만나는 점심 파트너나 술자리 친구와는 다른 특별한 관계이다. 조직 내 프렌드십은 서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래주고 정신적인 위로와 업무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 절친한 친구 관계이며, 직장 생활의 즐거움과 나아가 인생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렌드십’ 하면 개인적인 친구와의 관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조직 내 프렌드십은 직장 동료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성별, 나이, 신분 등의 차이와 상관없이 직장 생활에서 맺어지는 다양한 관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일반적인 프렌드십과 차이가 있다. 반면, 경험의 공유를 통해 발전한다는 점에서나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존경과 배려, 신뢰와 기대감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상사나 선, 후배 등의 직장 동료와 프로젝트의 수행 등을 통해 목표, 가치, 경험을 공유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를 의존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기 마련이다. 근래에 많은 회사들이 구성원간의 협력이나 열린 커뮤니케이션 등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진정한 프렌드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개인 생활보다 직장 생활 속에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조직 내 프렌드십의 혜택 
 
「Vital Friends」의 저자이자 미국 갤럽 연구소의 컨설턴트인 Tom Rath는 조직 내 절친한 친구의 존재 여부가 구성원의 조직 몰입을 높이고 결국 성과도 높인다는 것을 입증 하였다(<표 1> 참조). 2002~2004년의 3년 동안 112개 국가 37개 언어로 총 451만 명을 조사하여 올해 ASTD의 기조 연설을 통해 발표된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 절친한 친구가 있는 직장인은 전체 설문 대상의 30% 정도 뿐이었다. 이들은 업무에 충실할 가능성이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일곱 배나 높으며,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50%p나 높다고 한다. 또한 이들 가운데 96% 이상이 현재의 직장 생활에 만족해 한다고 한다.   
 
올해 7월 9일자 뉴욕판 비즈니스 뉴스 다이제스트에 소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임원급의 50% 이상, 일반 종업원의 63% 이상이 동료와 사무실 밖에서 친구로 지낼 경우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를 주관한 채용 전문기업 Accountemps의 David Araldi는 “직장에 절친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일하는 날을 좋아하며 사무실에 출근하여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므로 결국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렇다면 조직 내 프렌드십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주요 효과를 살펴 보자.
 
1.조직 내 스트레스 감소 
 
시간과 업무에 쫓기는 현대 직장인들에게 같은 일터 안에 절친한 친구가 있다면 조직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조직의 특성상 구성원들간 친밀한 관계가 없으면 불안, 초조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직장에서 부담 없이 함께 웃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의 존재는 업무적 또는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창구이다.   
 
조직 내 절친한 친구는 일과 생활의 시간적, 물리적 구분에 대한 강박 관념에서 탈피하여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 직장과 개인 생활의 철저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 경계를 명확히 하려는 노력보다 시간적, 감정적인 조절과 조화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의 분리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은연중에 직장 동료와 개인 친구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고 심지어 함께 만나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난 절친한 친구가 많은데 굳이 스트레스 받는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가정과 직장의 관계를 연구한 Tim Judge 교수는 “가정과 직장의 경계는 쉽게 무너진다. 사람들이 집에 일을 싸 갖고 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깨어있는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직장 생활은 개인 생활과 분리될 수 없는 삶의 일부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업무 생산성 증가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조직 내 프렌드십은 구성원 개인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안정과 활력을 줄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업무 생산성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riendshift」의 저자인 Jan Yager 박사는 직장 내 친구는 업무 결과에 대한 진솔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더 즐거운 직장 생활을 갖게 해주며 다양한 대화를 통해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주장한다. 또한 상사와 부하간의 프렌드십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서울대 송석희 교수는 직장 안에서의 프렌드십은 업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유도하여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짓는다.   
 
직장 동료간 친밀도가 높아지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정보가 조직 내부에서 쉽고 빠르게 공유되므로 조직에 생기가 더해 진다. 일반적인 협력이 ‘내 것을 도와주면 나도 도와주겠다’ 이거나, ‘그 프로젝트가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라면, 조직 내 프렌드십이 만들어내는 협력은 가치와 경험의 공유에 기반한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것이다. 회사 업무의 대부분은 혼자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간 상호 협력적인 분위기는 업무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3.인재 확보와 유지 효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조직 내 구성원간 친하고 즐거운 직장을 일하기 좋은 일터, 즉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생각한다. 포춘 100대 일하기 좋은 기업의 선정 위원인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일하기 좋은 일터(GWP: Great Work Place)의 3요소로 조직 내 신뢰와 재미, 그리고 자부심을 꼽고 있다. 직장 동료간의 프렌드십은 좋은 일터의 3요소를 만드는 근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동료간 친밀한 관계 속에 이루어지는 활발한 협력과 커뮤니케이션은 회사의 가치를 쉽게 공유하게 만들고 조직에 대한 신뢰와 일하는 재미, 직무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장 분위기는 일하기 좋은 일터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외부의 관심을 끌게 되고 우수 인재가 몰리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동료들간의 끈끈한 인간 관계는 내부 직원의 조직 몰입도를 높여주고 인재의 이탈을 막는 리텐션 효과도 있다. 조직에 대한 자긍심은 약간의 높은 처우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프렌드십을 더 가치 있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설령 조직을 떠나더라도 언제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우호 세력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도 조직 내 프렌드십의 개발은 의미가 크다.
 
조직 내 프렌드십이 간과되어 온 이유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 한 개념인 조직 내 프렌드십이 그 동안 간과되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사례를 보면 일부 서구 기업들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조직 내 구성원들간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은행들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종업원들이 회사 밖에서 서로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내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었으며, 미국의 어떤 회사에서는 상사와 부하가 외부에서 만나는 것을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서구의 경우 관리자의 평가 공정성 훼손과 성희롱 이슈가 조직 내 구성원간의 프렌드십이 간과된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구성원간의 친밀함 때문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인격에 관한 문제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또 다른 이유로 볼 수 있는 구성원들의 로열티 저하나 독립적인 판단력 상실에 대한 염려는 조직 내 프렌드십의 효과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직 내 프렌드십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하였던 이유는 먼저 유교주의적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이에 의한 상하 관계와 직장 내 공사(公私)의 구분을 중시하는 유교주의적 전통은 개인적인 감정의 표현에서 출발하는 프렌드십을 조직 내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구성원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이 불필요한 정보나 불평 불만의 확대 재생산, 또는 구성원 소외나 조직 갈등 같은 문제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탓도 있다. 마지막으로 상사와 부하간 너무 친해지면 조직 기강이 흐트러질 수 있으며, 도전적 목표를 통한 챌린지가 어려워져 결국 조직의 성과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생각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조직 내 프렌드십은 생산적인 상하 관계와 일과 생활의 조화를 통해 개인과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요소이다. 구성원간 친밀한 관계가 회사 가치의 전파나 공유를 쉽게 하고 조직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의 공통된 연구 결과라는 점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지나친 위계 질서 문화는 조직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나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아 조직의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 내 프렌드십을 관리하라 
 
조직 내 프렌드십의 중요한 요소인 상호 개방적인 태도나 열린 커뮤니케이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격려 등의 요소는 현대 경영 전략에서도 매우 중요시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구성원들간 자연스럽고 활발한 교류를 유도하여 종업원과 관리자들이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이고 조직의 변화를 촉진하는 조직 내 프렌드십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은 조직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회사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서로 친구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회사의 관심과 의식적인 노력이 조직 내 프렌드십의 구축 기회를 넓히고 그 수준을 높이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Tom Rath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서로 모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둔 회사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내 절친한 친구를 가지는 비율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직원들의 휴식 공간에 대한 배려는 휴게실에 모인 구성원들이 이런 저런 대화를 활발하게 할 때 얻을 수 있는 소위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를 거둘 수 있게 해준다. 1990년대 말 미국 소매업계에서 급속하게 성장한 베스트바이는 워터쿨러 효과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본사 건물을 설계하였다. 본사가 있던 미니애폴리스의 14개 지역에 흩어져 있던 7,5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새 사옥을 지을 때, 조직 내 대화와 팀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옥 한가운데 거대한 공간을 두어 노천 까페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곳은 회사 내에서 커피를 사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푹신한 소파, 작은 회의실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회의나 개인적 만남을 위해 자연스럽게 모이고 더 많은 상호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같은 취미나 생각을 가진 동료들끼리 업무 시간 이외에도 함께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는 것도 조직 내 프렌드십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동호회나 Informal Group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경우 조직 내 프렌드십의 구축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함께 새롭게 조직에 합류하는 직원들이 보다 빨리 다양한 인간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소비재 생산업체인 P&G의 한 사업부에서는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기존 팀원들과 의무적으로 각각 한 시간씩 대화를 나누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업무를 제외한 가족과 취미 등 업무 외적인 관심사를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새로 합류한 직원들이 다른 회사에서보다 더 빨리 신뢰를 갖고 인간 관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조직 내 프렌드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빨리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조직 내 진실된 프렌드십은 구축하기도 어렵지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조직의 특성상 승진이나 근무지 변경 등으로 인해 서로 접촉할 기회가 적어지게 되면 친밀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 내 프렌드십이 개인의 행복과 함께 조직의 성공과 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회사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 하면 조직 내 프렌드십의 수준이 높은 회사는 그렇지 못한 회사보다 보다 강한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끝>
(2007. 7. 30. LGERI, 강진구)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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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건전한 긴장감 이상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반면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대화 상대는 별로 없다. 선진 기업들이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상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비결을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다.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일으킨 바 있다. 그들의 자살 원인 중 하나는 대중 인기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과 동료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밝혀졌다. 그들은 연예인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이러한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어려웠고, 그로 인해 고통을 키운 것이었다. 그리고 지인들은 그들의 정신적 고통을 눈치채지 못했다며 자살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최근 직장인들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무직 종사자들의 자살자 수가 2000년 268명에서 2005년 597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서비스업 종사자는 536명에서 1,016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비단 자살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에 걸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라인 취업 포탈인 잡링크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직장인의 약 80%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스트레스 정도가 심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약 40%에 달했다.
 
직장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더 이상 안전할 수 없다. 이러한 환경을 감안할 때, 이제 기업들도 구성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해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개인 문제로만 보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많은 직원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일부 보이면서 이들을 외면하고 있어, 스트레스에 대한 문제 의식조차 부족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위기의 직원, 회사가 관리해야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가 2001년 조사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보유율은 95%로, 미국(40%), 일본(61%)보다도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즉,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있고, 많은 부분이 직무 스트레스에서 기인되고 있다. 게다가 구성원들의 지나친 스트레스는 여러 측면에서 회사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첫째, 구성원의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기업의 생산성은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적절한 긴장감은 성과에 대한 도전 의식을 자극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성과 향상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의욕과 에너지를 떨어뜨리고 결국 성과 제고에 큰 장애 요인이 된다(<그림 1> 참조). 실제로 예일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근로자는 건강한 근로자보다 결근율이 2배 높고, 생산성의 손실은 7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일부 선진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였는데, 그 결과 업무 몰입도가 높아지고 기업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는 이직률이 35% 감소하고 생산성이 14% 향상되었다고 한다. 또한 3M은 사내 상담실을 이용한 구성원의 80%가 성과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둘째, 스트레스의 증가는 곧 산업 재해 또는 소송과 연결되면서 기업의 불필요한 손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1990년대 이전 산업 재해가 블루컬러 노동자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그 원인도 사고성 재해가 대부분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화이트컬러의 과로성 질병이 늘고 있다. 승진, 실적 부담, 고용 불안 등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돌연사 등이 늘고 있으며, 그 대상도 50~60대 뿐만 아니라 30대, 여성 인력, 전문가 그룹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스트레스 관련 산업 재해가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울증 등 정신적 질환으로 인한 산업 재해의 경우, 2000년 27건에서 2004년 10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인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산재 승인 건수도 2000년 1,950건에서 2004년 2,285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산재 승인 건수가 증가함에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손실액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2003년 우리 기업의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손실액은 6,6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셋째,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는 곧 직장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구성원을 감정적으로 잘 관리하는 회사가 인재들에게 일하기 좋은 직장(Great Workplace)으로 부각되는 반면, 구성원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소송이나 산업 재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회사는 직장 이미지 악화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거나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실제로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500대 기업의 95% 이상은 사내 전문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구성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듀퐁, HP, IBM, 릴리 등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해마다 상위권에 자리매김되는 선진 기업들의 경우, 이미 체계적인 구성원 상담 서비스를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반면, 구성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자살, 돌연사 등이 증가하고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이는 내부 구성원, 노동 시장 내의 외부 인재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에게도 좋지 않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이는 결국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과 이직, 외부 우수 인재 유치의 어려움 등으로 나타나 장기적으로 기업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넷째, 회사의 손실 측면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회사가 구성원의 스트레스 해소는 직장 상사의 일이라고 판단하여 리더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리더가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직원들이 리더에게 스트레스 원인에 대해서 깊은 얘기를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리더가 평가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하 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조직이나 상사에 대한 불만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 리더와 허심탄회한 대화가 불가능하다. 또한 리더 자신도 과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고용 불안이나 실적 압박,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막막함 등 직급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 또한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부하 직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사 리더가 도와주려고 해도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섣불리 개입했다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위기의 직장인 관리 성공 포인트 
 
기업이 이러한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면담을 통해 구성원에게 보다 적합한 직무를 제공하거나, 사내에 비공식 조직을 활성화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일부 기업은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기 위해 ‘Fun 경영’을 도입하며 각종 즐거운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 재미있는 조직이 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이는 자칫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칠 뿐,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상담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효과적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진로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많지만, 이를 동료나 상사에게 얘기했다가는 이직 의사가 있는 ‘요주의 인물’로 찍힐 것만 같아 입을 다물게 된다. 퇴출의 위기감으로 불안해하고 있지만, 이를 배우자에게 얘기하자니 가장으로서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나 동료와의 경쟁으로 인한 압박감을 친구들에게 얘기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혼이나 별거 등 가정사의 어려움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으면 회사에 소문만 퍼지면서 좋지 않은 인상만 주게 될 것 같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어디 가서 시원스레 털어놓고 싶지만, 털어놓을 대나무 숲도 없고, 대나무 숲에서 메아리가 울릴까봐 조심스러워 아예 입을 닫고 혼자 속앓이만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점(占)을 보는 직장인이 많다는 웃지 못할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2007년 취업 포탈 커리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미 신년 운세를 본 직장인이 약 30%, 운세를 볼 계획이 있는 사람이 약 25%로 합쳐서 약 50%가 넘는 직장인이 점을 보거나 볼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전문가의 협조를 통해 그들이 스트레스를 배설함으로써 해소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회사가 나서서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전문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담실이 운영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체계적인 상담실이 운영되어 왔고, LG도 최근 성공적인 상담실 운영 사례로 타 기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러나 상담실을 운영했다가 실패한 기업들도 적지는 않다.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상담실 운영, 그 성공 포인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기업 상담실 운영의 성공 포인트 
 
1. 보안이 생명 
 
상담실을 운영했다가 폐지한 기업들의 공통된 실패 원인은 상담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지 못한 데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상담 내용을 분석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일부 인사 부서나 리더들은 상담실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상담실 방문자 리스트를 요구하거나 상담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상담 전문가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실이 상담 내용이나 이용자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를 기업에게 제공할 경우, 그 상담실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잃고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상담가는 직업 윤리 의식에 입각하여 상담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될 것이고, 회사도 상담의 내용이나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2. 스트레스에 대한 회사의 인식 전환 
 
상담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리더나 회사가 스트레스가 높은 구성원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며 넘긴다면 구성원 개인과 조직이 모두 건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체적 질병으로 연결되기 쉽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낮춰주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직원을 ‘문제 사원’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듯,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 상담실을 찾아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에 대해 장려를 해야 한다. 이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을 경우, 구성원들은 상담실을 찾기 어려워지고, 더 심각한 고통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국내 한 기업의 경우, 상담실을 설치하면서 인사 관련 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상담에 대한 기본 교육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인사 부서 직원들부터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상담의 효과를 체험하며, 누구나 쉽게 찾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3. 전문 상담 내용 다양화 
 
구성원들이 상담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존 심리 상담에 치우쳤던 상담 내용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테크, 자녀 문제, 퇴직이나 경력 개발 상담 등도 병행하여 구성원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직장인 대상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8%가 자기 개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고, ‘사오정’, ‘삼팔선’ 등 퇴출에 대한 고민과 ‘은퇴증후군’이 30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SK는 ‘하모니아’라는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는 정신과 의사, 심리 상담사 뿐만 아니라 경력 관리 컨설턴트, 재테크 컨설턴트 등 10여명의 상담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고, 상담 주제에 따라 적절한 상담자가 연결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업무에서의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가정의 대소사도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를 보면 ‘로스’라는 남자 주인공이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심리 상담을 권유 받는다. 상담 결과 상담 전문가는 ‘로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며 한달간의 휴직을 권한다. 회사는 그에게 한달간의 휴직을 제공하였고, 한달 후 다시 상담을 통해 회사에 복귀하였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구성원들이 상담을 받고, 스트레스가 심해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회사에서 휴직을 권고하는 등 HR의 도움을 받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이 경영상의 위기를 관리하듯, 구성원들의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건전한 스트레스는 높이고, 회사의 손실을 불러일으키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줄이도록 회사가 구성원을 보듬는 것이 이제 HR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 우면 R&D 캠퍼스 내 상담실, 맘풀이(Mind-Free) 운영 사례 
 
LG전자 우면동 연구소 내에는 맘풀이라는 상담실이 마련 되어 있다. 상담실은 2006년 초에 설립되었고, 현재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4~5명의 연구원들이 상담 받고 있을 정도로 상담실의 이용율은 높은 편이다. 차부장급 연구원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고, 그에 못지 않게 대리나 신입 사원등 젊은 연구원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맘풀이 상담실이 구성원들에게 호응을 얻게 된 비결을 들어 보았다. 
 
● 상담실 운영의 성공 포인트 
 
운영의 성공 포인트 중 첫번째는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했다는 점이다. 이 곳에서의 상담은 무기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장기 상담의 경우, 이름을 물어보긴 하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하지는 않는다. 대신 회사에는 이용 건수에 대한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실 이용자의 성비와 직급만 보고를 하고 있다.
 
두번째는 의무실이나 휴게실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이다. 예를 들면 아로마 테라피시설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스트레스를 진단해주는 기계를 들여놓아 구성원들이 쉽게 드나들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휴게실 같이 편안하고 언제든지 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예약제 운영도 없앴다. 방문 시간이 겹쳐서 구성원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단점은 있지만, 잠깐 쉬러 오는 직원들이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되어 상담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줄어 들었다.
 
세번째는 상담실 위치에도 신경을 쓴 점이다. 일부 구성원들은 상담실을 찾을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업무 공간과 다소 떨어져 있고, 화장실과 회의실 바로 곁에 상담실을 두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상담하러 가는지 회의하러 가는지 알기 힘들도록 했다.
 
● 상담의 효과 
 
스트레스가 있다면, 이는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꾹 참고 있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객관적으로 자기 감정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문제의 본질을 스스로 찾게 되고 스트레스 또한 해소된다. 요즘 직장인들은 대화의 상대가 너무 절실한데, 사실 대화 상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담은 그런 부분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맘풀이 박경희 상담 실장과의 인터뷰 내용 정리>  <끝> (출처: LGERI 2007.4.10. 박지원)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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