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면서부터 저절로 형성되기 시작해서 평생에 걸쳐 풀기 어려운 숙제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우리의 삶이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친구, 직장, 연인과 배우자로 이어지는 관계의 사슬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 존재론을 중시한다면, 동양사상에서는 관계론이 그 핵심이다. 사람이 곧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한 사람을 이해할 때도 그 사람 자체는 물론 관계 속에서만 참된 이해가 가능하다. 혼자 하는 성공은 없다. 나아가 행복하기 위해서 편안한 인간관계는 필수적인 요건임을 많은 연구들이 보여준다.

R경제 시대

어떤 경제학자는 지금을 R경제시대라고 한다. 여기서 R은 인간관계(Relationships)를 뜻하는 말이다. 오늘의 급변하는 경제.경영 환경은 대기업을 비롯한 전통적인 기업들 뿐만 아니라, 1인 기업들과 프리랜서들이 많아, 특히 사람들의 관계를 강조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대기업과 1인 기업이 거래하고, 1인 기업들이 소비자 사이를 누빈다. 어제의 노쇠한 상사가 내일 잘 나가는 1인 기업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업상의 좋은 기회는 절친한 사이보다는 약간 친한 사이에서 온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인적 네트웍을 강조하기도 한다. 실제로 신뢰에 바탕을 둔 좋은 관계는 기회를 가져다 주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교수 한 분을 알게 되었다. 나의 글과 책에 나타난 생각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했다. 한 달 후 어느 지방대학에서 교수들을 상대로 특강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학교의 처장님의 부탁을 받고 내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단 한 번 만난 관계에서 중요한 일을 의뢰 받게 된 것이다. 나의 프로필을 확인하고도 나는 강단에 설 수 있었다. 박사가 아닌 사람들이 수 십 명의 박사들에게 강의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진짜, R경제시대이다.

관계의 균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야 말로 모든 행복과 불행의 기초가 된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보내게 되는 직장과, 사랑의 보금자리 가정, 친구사회의 관계가 대표적이겠다. 특히, 직장과 일은 가정의 물질적 담보는 물론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관계여서 그 비중이 크다. 근무하고 있는 직장을 떠나고 싶을 때, 상사와의 갈등을 비롯한 인간관계의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에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장 사표 쓰고 싶은 순간은 상사가 나를 샌드백으로 생각할 때(20.7%)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동료와 오해가 쌓여 관계가 안 좋을 때(10.9%)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자유경쟁이 깊어 가는 직장 내에서는 함께 일하는 가정이란 모토아래 일과 돈독한 관계를 통한 행복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그래서 가정과 직장, 사회(친구들)에서의 인간관계의 균형과 절묘한 조화가 중요해졌다.

역시! 관계의 핵심은 대면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발달로 관계맺기는 쉬워졌다. 이메일, 메신저, 카페, 블로그, 인맥관리 사이트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친구(1st)의 친구(2nd), 그 친구의 친구(3rd)까지 수백 명을 연결할 수 있다. 과연 이 네트웤을 인맥이라 할 수 있을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거나 중요한 관계로 이어가고 싶다면 아날로그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얼굴을 마주한 대면 만남이야말로 목소리와 표정이 빚어내는 관계의 아날로그 미학이다. 심리학자 메라비언이 자신의 연구에서 밝혔듯이, 의사소통에서는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7%, 목소리 38%, 표정(30%), 태도(20%), 몸짓(5%)등의 바디랭귀지가 55%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만큼 대인커뮤니케이션에서 목소리나 표정이 중요하다. 실제로 부하직원들은 웃으면서 꾸중하는 상사보다, 인상 찌푸리면서 칭찬하는 상사를 훨씬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 경청

일방적 카리스마 리더십의 시기는 지났다. 요즘 비즈니스에서도 적극적 리더십은 생산적인 관계형성이 핵심이다. 나와 너를 이어주는 관계는 양방향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다.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나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먼저 듣는 것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처럼 경청은 상대를 흥분시킨다. 고객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것이고, 부하나 동료라면 일할 맛을 주는 것이다. 위기극복의 신으로 불리는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인재경영의 첫 번째로 부하의 말을 잘 경청하라고 가르친다. 1964년 동경올림픽 후 과잉설비와 수요정체, 판매부진으로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아타미호텔에서 영업점 사장들을 모아 토론을 벌여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전설처럼 회자된다. 고노스케는 영업점 사장들의 모든 불만 사항을 경청한다. 3일간의 열띤 토론 끝에 소매점으로 넘긴 제품을 전량 회사가 직접 관리하며, 소매점이 현금으로 대금 지불시 판매장려금까지 지급한다는 결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이로 인해 마쓰시타 전기(, 파나소닉) 2년에 걸쳐 300억 엔의 손실이 예상되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구성원들이 앞장선 경비절감 등의 효과에 힘입어 손실이 아닌 이익을 기록한다. 위기에서 더 빛을 발하는 고노스케의 강한 의지와 사람을 먼저 챙기는 진정성이 희망의 불씨가 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한다. 우리를 이루는 너와 나의 거리도 가장 가깝고도 먼 거리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거리를 가장 가까운 그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한라건설 사보, 2009년 2월호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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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 가고 기축(己丑)년 새해 2009년이 밝았다. 새해의 시작이 따뜻한 봄날이었으면 좋을 텐데 올해의 시작도 여지없이 한겨울 복판에서 시작되었다. 한 해의 끝과 시작이 왜 가장 추운 겨울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을까?
언제나 희망으로 시작하는 한 해는 1년 동안 지치고 낡은 해가 된다. 1년의 세월은 우리 사람들에게 많은 에너지와 지혜를 주느라고 지치게 된다. 버리고 가야 할 낡은 것들이 많아진 것이다. 낡은 해의 찌꺼기들이 추운 겨울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에 새해의 시작이 겨울의 한복판에 자리한다고 한다.
새날의 시작도 가장 깊은 한밤중에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는 해를 보내고 새해 첫날을 맞으며 추운 거리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도 한다. 가장 춥고 어두운 때 새해와 첫날이 시작되는 것이다. 낡은 해는 무거우니 겨울을 건너지 못하고 사라진다. 지난해와의 완전한 작별이야말로 새해 새날을 맞는 우리의 각오로 할 만하다.

작심삼일인 까닭

해마다 작심삼일을 한탄하는 소주잔 부딪히는 소리와 탄성이 들린다. 작심삼일은 지난해와의 철저한 결별 없이 세워진 마음 때문일 것이다. 바탕이 깨끗하지 않아서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이치와 같다. 깨끗한 마음에 새긴 새로운 각오가 아니어서 흐려지기 쉬운 것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이 좋다는데 올해는 작심하지 않는 것도 괜찮겠다.
대신 지난 해와의 철저한 결별을 해보면 어떨까.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누구나 아쉬움이 남는다. 고통스러운 기억들과 어려웠던 순간들이 스쳐간다. 하반기에서 세밑으로 올수록 어두운 기억이 지배한다. 새해를 시작하며 고통과 어려움을 잊어버리는 것은 지혜로운 자세이다. 하지만, 고통과 어려움을 잊지 않는 것은 더 큰 용기이다. 한 해를 열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잊고, 무엇을 간직할지 생각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한 시작이다.

 

위기의 경제, 위기의 직장인

 2007년 후반기 미국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1년 만에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경제주체마다 체감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97년 경제위기 시기에 못지않은 징후들이 보인다. 기업파산, 인원감축, 가계부채 증가, 임금삭감, 실업, 고용 대란 예고는 낯선 소식들이 아니다. 자본주의 최고의 경제학자, 금융공학자들이 막지 못한 것을 우리 각자가 막을 순 없다. 강도예측 불능의 쓰나미급 경제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이번 위기가 아니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위기는 언제 어디서부터이건 반드시 온다. 피해보려고 노력하지만 피할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이다.

 

위기경영 시대

위기가 상시화된 오늘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열심히 일해온 직장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나갈 것인가? 일시적으로 피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채택할 전략은 위기를 경영하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위기를 경영한다.
우리 각자가 위기를 경영하는 방법은 먼저 위기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위기를 증오하지 말고 이해하고 친해지는 것이 좋다. 그 다음 자신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성찰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는 마음처럼 버릴 것 버리고, 간직할 것을 간직하며 나아간다.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다. 장기적인 목표에 따라 올 한해 성취할 작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다. 글로 쓰고, 기한을 정해야 진정한 목표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들을 리스트로 만든다. 리스트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실행한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기는 기회의 성난 모습일지 모른다. 위기의 다른 이름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경영되어야 한다. 회사도, 개인도, 커리어도, 가정도 그리고 위기도 경영되어야 한다. 위기를 경영하는 CEO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Evil() 뒤집으면 Live(산다)

영어단어에 ()을 뜻하는 evil이란 단어를 뒤집으면 Live가 된다. 위기일수록 산다는 것이 아름답게 돋보이는 것이다. 각자가 뛰어난 인재이고,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휘할 것이다. 동료 간, 부하와 상사 사이에 심장을 오가는 경청과 배려는 각자의 힘을 몇 배로 강화시켜 주는 힘이 된다. 불황타개를 위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제시하는 전략 방향은 간단하다. 불황기는 우리를 차별적으로 인식시킬 기회이다. 불황기일수록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라.고 제시한다. 이것이 위기를 경영하고, 위기를 다루는 장기적인 관점일 것이다.

새해이다. 위기 속에 빛나는, 일하는 사람의 멋진 행진이 한껏 기대되는 한 해이다. (현대산업개발 사보 2009년 1월호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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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책장에서 21세기형 성실 꺼내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온달산성의 평강공주)

 

지난 세기 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선 좋은 인재의 요건에 성실성이 꼭 따라다녔습니다. 어느 정도의 지식과 외국어 수준, 사규를 잘 지키고 성실하게 일하면 좋은 인재라고 평가받았습니다. 아주 단순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월과 시장은 빠른 속도로 많이 변했습니다. 오늘날 국내 선두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선진기업의 인재상은 전문능력과 변화주도역량, 도덕성과 인간미를 지닌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사견이 아니라 실제로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표방하고 있는 인재상입니다.

 

20세기의 책장에서 21세기 성실을 뽑아들다

 

21세기 초국적 경쟁환경에서 성실이 인재의 중요한 가치이자 덕목이라고 하면 낡은 교과서 냄새가 물씬 묻어납니다. 중용이나 대학과 같은 동양고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덕목이지요. 변화주도역량이 각광받으면서 창의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대개 우리는 창의성이 성실성을 지양하고 호기심으로 나아갈 때 체득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세기의 성실성이 지나치게 가볍고 손쉽게 이해된 까닭입니다. 또한 창의성을 그 무슨 괴짜들만이 펼칠 수 있는 독특한 장기라고 생각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물론 창의성은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에 바탕을 둔 특성입니다. 그렇지만 생산적이고 지속 가능한 창의성은 끊임없는 반복과 혁신, 성실한 연습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 창의성의 대가들이 지적하는 바입니다. 아인쉬타인은 99번의 성실한 실패를 통해 한 번의 큰 성취를 이룩합니다. 모짜르트는 24개의 미숙한 교향곡을 작곡한 후에야 후세에 길이 남을 25번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었습니다. 탁월한 창조는 중단 없는 성실한 노력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성실한 반복과 연습이 창의성을 낳습니다.

 

모닝페이지라는 말을 들어본 본들이 많을 줄 압니다. 모닝페이지는 원래 90년 전에 미국에서 고안된 글쓰기 훈련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세 장의 종이에 자기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모닝페이지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거듭해 그 유명한 <아티스트웨이>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쓸 것이 없을지언정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와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함으로써 창의성을 꽃피게 하는 연습의 방법입니다. 오늘날 지구상의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각기 나름의 모닝페이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모닝페이지는 정말 성실함을 요구합니다. 필자도 몇 달 전부터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습니다만, 어떤 날은 정말 한 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쓸 말이 없다. 도대체 무엇을 쓰란 말인가? 내가 나 자신에게 꼭 무엇을 써야만 하나? 하루쯤 그냥 넘어가면 안되나? 라고 이런 말들을 쓰다 보면 이내 내면의 두뇌는 운동을 하기 시작해서 상당한 양을 쓰게 됩니다. 모닝페이지는 그야말로 성실한 창의성 연습에 다름 아닙니다. 성실한 반복과 연습 없이 창의성은 없습니다.

 

인간미 넘치는 사람

 

또한, 21세기 인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덕성과 인간미입니다. 성실과 책임, 헌신은 도덕적인 인간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동안 성실한 사람이 손해 본다., 성실한 사람은 인정받지 못한다.라는 말을 진리라 믿었습니다. 성실한 사람의 최대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성실함입니다. 그 반대는 불성실함입니다. 회사생활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도 불성실함은 관계의 미덕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선 관계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이 조직에게, 조직이 개인에게, 개인간에 믿음직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예측가능한 신뢰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성실한 사람만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현대의 탁월한 경영학자들은 이런 특성을 인간미가 넘치는 인재라 합니다. 한마디로 운이 따르고, 사람이 따르는 인재를 말하는 것입니다. 조직과 자기 자신에 성실한 사람이 곧 조직과 자기 자신에 헌신하는 사람이며 이런 사람이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인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갑니다.

 

앞에서 저는 성실과 헌신의 미덕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무한경쟁이 우리 삶의 지배원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오늘 성실하다는 말은 곧 어리석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현명하거나 지혜롭지 못하고 우직한 일꾼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우직한 어리석음이 현명함과 지혜로움과 다른 편에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현명함과 지혜로움의 바탕이자 컨텐츠인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인류와 산업 및 기업발전의 역사가 어리석은(=성실한)자들의 우직함으로 인해 조금씩 바뀌어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눈부시게 푸른 하늘빛 5월에 우리가 성실과 헌신을 생각하는 여유와 지혜입니다. ()
(c)서형준 코치 (현대산업개발 사보 2008년 5월호, 테마커리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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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백서 “일과 가정의 양립과 고용시스템”

일본후생노동성은 8월 3일 노동경제백서를 공표하였다. 올해는 일과 가정의 양립(Work-Life Balance)에 분석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핵심적인 결론만 소개하기로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사회적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 일과 가정의 양립은 인구감소사회의 노동력 공급제약 상황하에서 보다 많은 취업참가를 실현함으로써 취업률의 향상과 노동력 확보에 이바지하고, 효율적인 일 추진을 통하여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이끌어내 높은 노동생산성을 실현한다. 이러한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유연한 취업기회를 보다 널리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처우가 확보되어 누구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과잉근로를 시정하고, 남성의 가사 및 육아시간을 증가시켜 여성의 취업참가 가능성을 한층 높여야 한다.

둘째, 일과 가정의 양립은 생산, 분배, 지출로 이어지는 국가 경제순환을 원활하게 전개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비지출과 내수중심의 경제성장의 실현을 위해 인건비 삭감만을 목적으로 하는 안이한 비정규직 활용을 시정함과 함께, 청년층에게 정규직의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업능력 형성과 그에 맞는 착실한 처우개선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과 가정의 양립은 경제활동의 전제인 사회기반을 강화하고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남녀가 균형 있는 취업참가를 통해 결혼이나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희망을 갖게 되고, 근로자의 자유시간 증대를 통하여 지역사회의 여러 활동에 참가하여 가정과 지역이라는 사회적 기반을 확고하게 하여 인구감소사회하에서 안정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

후생노동성은 위와 같이 일과 가정의 양립의 의의를 확인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긴밀한 노사정의 커뮤니케이션과 확고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 같은 대응을 통하여 개개인이 생기가 넘치게 일 할 수 있는 고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무리를 짓고 있다.

이러한 고용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첫째, 장기고용의 인재육성기능과 고용안정기능을 살려나가면서 과잉근로를 시정할 것,
둘째, 전일제 근로뿐만 아니라 단시간근무나 재택근무 등 유연한 취업형태를 정비해 나갈 것, 셋째, 근로자가 생애를 통하여 균형 있는 근로가 가능하도록 가령(加齡)에 따른 다양한 근로선택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후생노동성은 제언하고 있다.
(2007-08-17 한국노동연구원, 일본 후생성 홈페이지 내용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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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활의 균형이 조직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시키고 훌륭한 인재를 확보/유지하는 중요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진들에 있어 일과 생활의 균형은 아직 낯선 개념이다.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기업의 경쟁력도 제고하는 관점에서 기업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본다.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란 기업에 근무하는 개인들이 일과 생활을 모두 잘 해내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에 있어 일과 생활의 균형 개념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하지만 현재 경영진을 구성하는 연령대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은 다소 사치스러운 개념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이 가족이나 개인적인 삶의 문제를 직장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조직 분위기를 흐리고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내 일과 생활 문제에 대해서 특별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이는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내가 도움을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도 있다. 잭 웰치(Jack Welch)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을 가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신은 가족 또는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위해서 가고 싶은 곳은 없나요?’라는 질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회사와 일을 우선시하던 우리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개인의 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신세대들은 일 못지 않게 자신의 취미 및 여가 활동을 중시한다. 더욱이 조직에서의 성공보다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더 이상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은 이제 급여, 승진 등과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훌륭한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과 생활의 관계를 보는 관점 
 
일과 생활의 관계를 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분리(Segmentation) 관점은 일과 생활이 서로 연결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관리의 중점은 어떻게 직무와 가정의 경계선을 유지하느냐에 두어진다. 과거와 같이 직장과 가정에서 수행하는 업무와 역할이 자연적으로 구분된다면 이 관점의 적용이 보다 용이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이 바로 서야, 회사의 성과도 향상된다는 가사불이(家社不二)의 공감대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 있어 이러한 관점의 활용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두번째, 보상적(Compensatory) 관점은 일과 생활 중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만족을 느끼는 쪽에 몰입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다른 쪽에서의 불만족을 상쇄시켜 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GE의 CEO인 이멜트(Jeff Immelt)는 25년 이상을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을 해왔다고 한다. 일주일에 100시간이라는 수치는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한다 해도 2시간이 모자라는 시간이다. Fortune誌는 이런 그를 ‘Bionic Manager’라고 칭하였다(낙하산 사고로 오른쪽 팔과 양다리를 잃고 생체공학 인간이 된 특수 공작원의 활약상을 그린 1970년대 인기 TV 외화 시리즈 ‘소머즈’의 원 제목이 ‘The Bionic Woman’이었다). 보상적 관점에서 보면 이멜트는 일 쪽에 시간과 관심을 집중 할당함으로써 가치 있는 보상을 창출하였고, 이를 통해 이멜트 자신의 총체적 만족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보상적 관점에서 경영진이 해야 할 과제는 이멜트같이 보다 일에 몰두하여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번째, 파급(Spillover)적 관점은 한 영역에서의 태도와 행동이 다른 영역에서의 태도와 행동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업무 상황에서 발생한 심리적 반응은 가정에서의 심리적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족 생활 역시 업무 수행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파급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이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보다 명확해 진다. 일 또는 생활 어느 한 쪽에서 발생하는 불만족은 다른 부문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성과와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악순환(Vicious Circle)의 고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달성하려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적절히 관리된다면, 구성원 개인들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기업은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하다. 기업 경영진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 달성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자.
 
1.조직 가치에 부합하는 구성원을 채용하라 
 
보상적 또는 파급적 관점 모두 기업 입장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 달성을 위한 출발점은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를 정의하고 채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사업/직무 특성 및 문화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그 기업의 핵심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에서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동시에 생활의 만족도도 높아져 전체 만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콜린스(Jim Collins)가 그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변화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경영진은 자사에 적합한 사람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부합하는 인적자원을 선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Fortune誌가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2006년 1위, 2007년 2위로 선정한 제넨텍(Genentech)을 보자. 제넨텍은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있다. 제넨텍이 속해있는 생명공학 분야는 산업 성격상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급여, 타이틀, 개인적 발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보다는 10년 이상의 연구 과정을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몰두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제넨텍은 지원자를 5~6회 정도 방문하고, 20여 회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2.구성원들이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해라 
 
파급적 관점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일과 생활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면, 경영진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바로 구성원들이 일을 통해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직무를 통해 구성원들이 보다 많은 정신적 보상을 얻는다면, 이는 바로 생활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들이 왜 일을 하는지 의미를 명확히 해주고, 업무를 통해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전적인 업무의 부여, 파편화된 업무보다는 전체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것 등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구성원들이 보다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 및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즐거워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달성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Fortune이 2007년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로 선정한 구글(Google)을 살펴보자. 구글의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이 과연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구글에서 계속 일하게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구글은 구성원들의 행복을 측정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구글은 설문조사를 통해 구성원들이 얼마나 회사 일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지, 성실히 임하게끔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고 또 일에 대한 애정이 식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구성원들과 관리자들이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흥미로운 일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지, 그리고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어떤 혜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구한다. 구글은 이러한 조사 결과들을 직원 개개인의 경력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스톡옵션을 주거나 연봉을 올려주는 것보다 그들의 경력 개발을 돕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수 인재를 확보/유지하고 조직 성과를 높이는데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글은 엔지니어들이 그들의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5일 중의 하루를 자신이 선택한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이크리닝, 세차, 저녁식사 예약 등 업무 외 소소한 잡일을 회사가 대신 처리해 줌으로써 구성원들이 보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집에서 전화 회의를 통해 급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전화 요금은 회사가 부담한다. 그리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 회의 스케줄을 잡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구글은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동시에 일과 생활의 균형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3.구성원들을 존경하고 신뢰하라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뢰하고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기업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일, 노력, 개성을 존중받기 원한다. 경영진이 구성원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고 신뢰하면, 구성원들은 창의력을 발휘하여 더 열심히 일한다. 동시에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자부심과 만족도가 높아지게 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은 직원들이 작업 현장에서 그들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라고 권장한다. 즉, 직원들을 신뢰하고 경험이 적은 직원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많은 직원들이 그들의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회사 일을 자신의 재주와 재능을 마음껏 펼쳐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무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그들의 서비스를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미, 즐거움, 성취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사우스웨스트의 한 관리자는 “우리는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간 직원을 나무란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회사가 그들을 성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실제로 성원을 합니다. 우리가 직원들을 심하게 나무라는 유일한 경우는 상식을 따르지 않았을 때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 예를 살펴보자. 사우스웨스트의 한 고객은 비행기를 타고 난 다음에 공개 좌석제, 비행기 색깔, 탑승 절차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평 편지를 계속 보내왔다. 이러한 불만 편지가 계속 쌓이게 되자, 결국 담당자는 ‘이 문제는 회장님께서 처리해 주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당시 CEO였던 캘러허(Herb Kelleher)에게 처리를 부탁했다. 캘러허는 60초 만에 “우리는 당신과 헤어지게 된 것을 섭섭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사랑을 보내며, 허브”라는 답신을 써주었다.
 
사우스웨스트는 기업이 직원들을 보살피면 직원들은 고객을 보살피고, 직원이 행복할 때 고객도 행복할 수 있다는 직원 우선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회사가 ‘직원이 첫째’라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서 시스템, 구조, 정책, 절차, 실천 방안을 운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은 회사를 신뢰하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된다. 구성원들이 그들의 일을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환경에서 일할 때, 그들이 진정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구성원들은 자신감을 갖고 훌륭한 성과를 창출하고 직장과 생활 양쪽 모두에서 큰 만족을 얻게 된다.
 
4.결과 중심으로 평가하라 
 
우리는 종종 일과 시간이 끝나고 자신이 현재 처리할 시급한 일이 없는데도 단지 상사가 퇴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서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구성원들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상사가 구성원들의 이러한 태도를 음으로 양으로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다수의 관리자들은 자신의 부하들을 투입(input)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때로는 적절한 투입과 그 과정을 잘 관리해야 훌륭한 성과(output)가 창출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지식 활용과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에 인풋만 가지고 시시콜콜하게 참견을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우선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지게 된다.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찾고 그 실행 과정을 관리하느라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성원들의 자질과 스킬을 과소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은 조직에 헌신하려 하지 않고 근무 의욕도 상실한다.  
 
결국 관리자들은 성과 중심의 관점에서 목표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실행을 위해 필요한 주요 기준을 결정한 다음,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는 특히 지식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목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게 되고, 이의 달성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강구함으로써 구성원들에 대한 내재적인 동기부여가 가능하게 된다. 동시에 이를 통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과 생활의 균형도 높일 수 있게 된다.
 
5.구성원의 선택을 존중하라 
 
파급적 관점에서 보면,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업무 생산성 및 효율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업은 업무 외 상황에 대한 고려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에 있어 기업이 깊숙이 개입하는 것도 쉽지 않고,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다. 물론, 상담소 등의 제도를 통해 일과 생활의 고충 사항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때로는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구성원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GE는 1990년대 말 밀워키에 위치한 의료기기 사업부의 인사관리 업무 담당자로 루이빌에 위치한 가전 사업부의 인사관리 팀장인 수잔 피터스(Susan Peters)를 임명하였다. 그 소식을 그녀에게 전해주었을 때, GE 경영층들은 그녀가 빠르고도 간략하게 “좋아요, 언제 시작하죠?”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해결해야 할 가족 문제가 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GE의 경영층은 수잔의 사생활에 대해 한번도 생각 해본 적이 없었으며, 그녀도 그것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잠시 휴식기간을 달라고 하니 GE의 경영층은 당황했다. 그러나 GE의 경영진들은 곧 ‘이런 식으로 수잔 피터스 같은 유능한 사람을 우리가 얼마나 잃었는가? 그들의 일과 생활에 대해 우리가 아무 말 안하고 있었던 것에 대하여 우리를 무관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GE는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했다. 2년 후 그녀는 가족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알렸고, GE는 그녀를 NBC의 인사관리 책임자로 승진시켰다. 현재 그녀는 페어필드에 있는 회사 전체의 인사관리 담당 부사장이다. GE 인사관리 임원의 2인자가 된 것이다.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우리 기업들도 일과 생활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근무 형태 다양화, 가족 대상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기업 경쟁력도 제고하는 Win-Win 체제를 구축하는데 있다. 이러한 목적은 기업과 구성원 상호 간의 책임성과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조직은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어야 하고, 구성원들은 조직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잭 웰치는 그의 저서 「위대한 승리(Winning)」에서 ‘만약 당신이 성과만 제대로 올린다면 대부분의 상사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적 변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일과 생활의 균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지속적으로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이중적이거나 헌신적이지 않거나 혹은 무능력하거나 아니면 이런 특성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된다’라고도 말했다. 그의 견해에 100% 공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는 제도는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단시간 내에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올바르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관찰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끝> (LGERI, 2007.5. 14. 김범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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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족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끝난다. 아이에게 무지개를 보여주는 동안 일은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무지개는 당신이 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패트리샤 클래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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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읽다 보면 사뭇 전쟁 중이란 생각이 듭니다. 취업난, 구인난, 인재전쟁 등 세 가지 전쟁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습니다. 3차 대전일까요, 3차원 전쟁일까요?
이 세 가지 전쟁의 공통점은 직업과 직장, 일에 관한 전쟁이란 점입니다. 그만큼 현대경제와 직업, 직장생활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수사들입니다. 이러한 전쟁 강박적인 말들은 인생의 다른 중요한 축인 가정과 사랑에 관해 소홀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살아남고 보자는 논리일 것입니다.
또한, 많은 책들이 직장에서 일 잘하고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외치고 있습니다. 가정은 문제가 터질 때만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독신의 증가, 출산율 감소, 맞벌이 부부의 증가, 이혼 증가, 출산과 육아문제, 혼외연애의 증가, 편부모 가정의 증가, 재혼, 섹스리스부부 증가 등이 그것들입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풀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질문도 접하게 됩니다. ‘성공이 먼저일까, 행복이 먼저일까?’, ‘성공하면 행복해질까, 행복하면 성공하게 될까?’ 이 또한 가정과 일(직장)의 우선순위 만큼 난해한 질문들입니다. 다행히 최근 심리학자들은 점차 행복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대해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행복과 긍정심리학의 영향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성공은 주로 재정적 성공을 의미하였기 때문에 성공과 행복을 혼돈하였던 것 같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일에 몰입하여 성공을 거두어야 훌륭한 가장이 되었고 가정도 행복하다고 믿었습니다. 그것은 모래 위의 화려한 성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정을 가지고 있고, 일하기 위한 휴식과 일의 성취물인 보수도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조금씩 자리잡아 가고 있는 듯합니다. 일과 삶, 직장과 가정의 균형이 중요한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셈입니다.

가정과 직장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은 인재를 일터로 내보내는 후방 기지이며, 승리의 혜택을 누리는 곳입니다. 가정 없이 직장 없고, 직장 없이 가정 없다고 하면 너무 줏대 없는 의견일까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니까요. 옛 가르침 가운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이 있습니다. 가정에서의 화목과 행복이 세상일을 도모하는 직장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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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행복은 주로 가정에서 싹틉니다.
부모로서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로서 부모를 사랑하고,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일 것입니다. 반면에 부모, 자녀, 부부간의 사랑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큰 불행을 느낄 것입니다. 가정과 가족, 일과 직장, 친구와 사회, 돈과 경제, 건강과 운동, 마음의 평화 등 여섯 가지 인생의 면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면이 가정과 가족의 면입니다. 성공한 뒤에 왕따 당하는 가장과 CEO가 늘고 있다는 것은 가정의 포근함과 매서움의 양날을 웅변해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축복받는 곳, 즉 가정에서 행복은 싹트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HR컨설팅회사인 타워스페린의 2003년 조사에 의하면, 핵심인력의 이직사유 가운데 첫 번째가 승진 및 상사와의 관계문제이며 두 번째가 일과 생활의 균형문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오로지 일 중심의 행복관에서 일과 삶, 직장과 가정의 균형적인 행복관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2.가정에서 행복한 사람이 일에서도 성공합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말이 많은 경우 사실이 아니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행복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합니다. 가정은 사랑과 안정을 주기 때문에 인재를 더욱 의욕 넘치게 만듭니다. 평안한 가정을 출발한 인재는 직장에서 불타는 열정으로 일하고, 일에서의 성취와 건설에 대한 기쁨으로 또 하나의 행복을 느낍니다. 가정이 평안하지 못한 사람은 직장에 출근하여 일할 때도 부정적인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커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일을 통한 행복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가정에서의 행복은 특히 일에서의 실패와 난관을 이기는 중요한 힘이 됩니다. 일에서 항상 성공할 수 없는 우리에게 가족은 든든한 코치이며 멘토이기도 한 것입니다.

3.가정과 직장, 일과 삶의 균형은 선진경영 추세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기업과 정부에서 가족친화적인 경영 프로그램들과 WLB(Work Life Balance) 프로그램들이 도입되는 추세입니다. 서두에서 말한 맥킨지의 1998년 보고서, ‘인재전쟁(War for talent)’에서 이미 WLB 를 핵심인재 확보의 주요 축으로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개인에게 있어서 전혀 새로운 시대, 즉 커리어시대를 맞이해서 개인경영, 커리어경영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하는 때입니다. 적어도 50년 내지 60년을 일해야 하는 시대에 개인의 경영은 가정과 직장의 균형과 조화, 상호 시너지를 통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긴 레이스인 것입니다. (현대산업개발 사보 2007년 5월호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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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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