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으나, 원화 강세, 고유가 등은 여전히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일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설문 조사를 통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살펴 본다. 
 
다사다난했던 2007년도 이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왔다. 한 해의 농사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농부의 심정처럼, 기업들도 그 동안의 성과를 되돌아 보고 다가올 2008년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KOSPI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경기 회복의 신호들이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상당수 기업들의 매출이나 이익 증가세가 지난 해에 비해 두드러졌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모처럼 웃으며 연말을 맞이하는 풍성했던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다가오는 2008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 원화 가치 상승, 고유가 시대의 지속 등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걸림돌이 도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올해의 성과에 만족하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외 경영 환경의 어려움이 예상될수록 기업은 경각심을 갖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대응 방안들을 강구할 수 있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행복한 직원들이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고 이것이 경영환경 악화를 극복하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직원이 성과 창출의 원동력 
 
얼마 전 국제노동기구(ILO)가 54개국을 대상으로 근로시간과 생산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근로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2,305시간으로 가장 긴 반면,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68% 수준에 불과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많지만, 일한 시간만큼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많은 선진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의 해답을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서 찾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직장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때 기업의 성과도 향상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매년 포춘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Place to Work)’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웨그먼스 푸드 마켓(Wegmans Food Markets)도 ‘고객보다 직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동사의 CEO인 대니 웨그먼(Danny Wegman)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때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즐겁게 쇼핑할 수 있다. 그래서 최고의 매장을 만들기에 앞서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는데 더욱 노력한다”고 말한다. 행복한 직원이 고객의 만족을 낳고 이것이 기업 성과 창출의 원동력이 되는 일련의 연결고리를 기업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직원들의 행복을 챙기려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각종 휴가 제도나 사내 이벤트 등을 통해 높은 업무 강도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지쳐 있는 직원들에게 활력을 북돋우는 기업도 있다. 사내 심리 상담실이나 육아시설, 탄력 근무제 등을 도입하는 회사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저마다 ‘신바람 경영’, ‘펀(Fun) 경영’, ‘휴(休) 경영’ 등 기업들이 내세우는 모토는 각양각색이지만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고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만족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설문 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2007년 직장인 행복 지수 조사 개요 
 
금년도 직장인 행복 지수 조사는 한국갤럽의 자회사 ㈜베스트사이트에 의뢰하여 20대~50대 직장인 548명을 대상으로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본 조사는 ‘직장 생활의 비전’, ‘직장 상사/동료와의 관계’, ‘업무 만족’, ‘보상과 인정’,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 등 다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총 20개 설문 문항에 대해 직장인들이 느끼는 만족도 수준과 직장 생활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각 문항의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물었다. 또한 올해는 조직 문화와 행복 수준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12개의 관련 문항들을 추가하여 설문 조사했다.
 
2007년 직장인 행복 지수 51.5점...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51.5점으로 작년(49.7점)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어느 해보다 기업들이 행복한 일터 만들기에 다양한 노력을 했던 것에 비해,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행복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항목별로 보면, ‘직장 상사/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57.2점)가 가장 높은 반면, 적절하게 여가 시간을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는 만족도(45.8점)가 가장 낮았다. 여가 활동 및 가정 생활에 대한 관심과 기대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업무 강도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남성(51.9점)과 여성(50.8점)이 느끼는 행복 수준은 비슷했으나, 상대적으로 여성이 직장에서의 성장 비전(‘직장 생활의 비전’ 항목 중)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성의 경우는 과거에 비해 업무가 많아져서 야근, 휴일 근무가 증가했다(‘일과 삶의 균형’ 항목 중)는 응답이 많았다.  
 
업종별로는 최근 증시 활황 등 금융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금융/보험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55.2점)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회사의 장래 성장 가능성(‘직장 생활의 비전’ 항목 중)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직군별로는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53.5점)가 가장 높은 반면, 생산/제조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가(49.1점) 가장 낮았다. 영업/마케팅의 경우, ‘보상과 인정’ 항목에서 다른 직군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는데, 이는 상사의 주관적인 판단 보다는 매출액 등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 가능한 지표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 기업(51.1점)보다는 외국계 기업(55.2점)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행복 지수가 다소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직장에서의 성장 비전이나 자율, 주도적인 업무 수행 문항에서 만족도 차이가 컸다.
 
● 행복한 직장인의 3대 키워드는 ‘성장 비전’, ‘회사의 장래성’, ‘업무 적성’  
 
주변을 돌아보면 자신을 쳇바퀴 속 다람쥐에 비유하는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하루 일과를 바쁘고 신바람 나게 일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행복한 직장 생활의 비결, 과연 어디에 있을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직장인들(행복 지수 상위 25%)과 그렇지 않은 직장인들(행복 지수 하위 25%)을 비교해 본 결과, 행복한 직장인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회사의 장래성)에서 뚜렷한 목표 의식(자기 성장 비전)을 가지고 적성에 맞는 업무(업무 적성)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성장성 만큼이나 자신이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앞으로의 경력을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명확한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두 집단 사이에 ‘직장에서의 자기 성장 비전’에 대한 만족도 차이가 44.5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나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 표류하는 30대 직장인 
 
연령대별로 행복 지수를 보면, 40~50대 점수가 높은 반면, 30대가 50.2점으로 가장 낮게 조사되었다. 특히, 3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현 직장에서의 자기 성장 비전(‘직장 생활의 비전’ 항목 중)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48.7점)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결과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갤러리족(주인 의식을 갖기 보다는 구경꾼처럼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 ‘메뚜기족(한 직장에서 계속 경력을 쌓기보다는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직장인)’이 증가하는 원인을 설명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흥미로운 결과는 30대 ‘대리’의 경우 행복 지수가 46.6점으로 나타나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 수준이 크게 낮은 것이었다. 역시 현 직장에서의 불투명한 미래가 불만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되었으며, 이직 의향도 56.3%로 나타나 전체 평균(44.5%)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직장 생활의 등대 역할을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고 직장 생활에 흥미를 잃으면서 쉽게 이직을 고려하는 세태가 반영되어 나타났다.
 
● 대기업 과장,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 많아 
 
갈수록 성과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면서 직장인들이 느끼는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과장의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급별로 ‘성과 스트레스 점수’를 살펴본 결과, 과장이 65.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대기업 과장의 경우에는 71.0점으로 스트레스 정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발탁과 퇴출이 일상화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과장 때부터 엄격한 승진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수록 개인 생활보다는 직장 업무에 매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장 직급의 경우, ‘업무 과다로 인해 야근, 휴일 근무가 증가했습니까?’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50%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 자투리 업무 때문에 일할 의욕 상실 
 
남들과 똑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핵심적이고 성과에 직결되는 일을 한다면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직장 생활에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이 자투리 업무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 일할 의욕을 잃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과에는 큰 영향이 없는 쓸데없는 일이 늘었습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직장인들 10명 중 5명은 ‘그렇다’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서면 보고를 중시하는 기업 분위기, 매일 되풀이 되는 잦은 회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자업체에 다니고 있는 K씨도 “하루에 보통 3~4번 회의를 하는데, 내가 왜 참석해야 하는지도 잘 모를 때가 있다. 회의에 참석하고 나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회의가 부서간 의견 조율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할 수 있으나, 뚜렷한 목표나 주제 없이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직장인들의 생산성 향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젊은 세대일수록 현 직장의 안정성 낮다고 인식 
 
IMF 이후, 10년 동안 직장인들 사이의 두드러진 의식 변화 중 하나는 아마도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 직장인들은 한 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일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현 직장을 경력 개발을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3~4번의 이직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런 생각은 젊은 세대일수록 강한 것으로 보인다. ‘현 직장에서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20~30대의 젊은 직장인들 중 약 30% 정도만 ‘그렇다’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30대 전후의 대리, 과장을 중심으로 한 경력직 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이 그 원인으로 판단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 직장은 없다’라는 사고가 퍼지면서 실제로 이직 기회를 찾는 직장인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직장인들 중 약 46% 정도는 ‘실제로 이직 기회를 찾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젊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입사원 이탈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핵심 인재 유지 비율을 부서장들의 성과 평가에 포함시키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조직 문화와 직장인 행복 사이의 관계 
 
성격 느긋한 김대리, 민첩한 고과장, 고집 센 이부장 등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조직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 관계가 튼튼해서 팀웍이 잘 발휘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어떤 조직은 엄격한 상하 관계가 형성되어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도 있다. 이처럼 조직 전반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를 조직 문화라고 부르는데,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곤 한다. 때문에 조직 문화 또한 직장인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직장인들 중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따돌림을 당하거나 이직하는 경우도 상당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 문화는 내/외부 중심적이냐, 자율/통제 중심적이냐에 따라 크게 네 가지, 가족적인 문화, 서열 중시 문화, 일 중심 문화, 혁신 지향 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 본 설문에서는 12개의 문항으로 직장인들이 인식하는 조직의 문화를 조사하고, 조직 문화와 직장인 행복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 가족적인 분위기가 행복 에너지의 원천 
 
상대방의 말 한마디, 마음 씀씀이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아닐까? “그것밖에 못해?”라고 질책하기 전에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내가 좀 도와줄까?”라는 말이 직장인들에게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상사, 부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동료와의 갈등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상사, 금성에서 온 부하’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했을까? 상사들도 요즘은 ‘후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조직 문화와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서로 비교해 본 결과,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조직의 직장인들이 가장 행복(54.1점)한 반면,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 분위기의 직장인들은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46.3점)가 가장 낮았다. 협력과 팀워크를 중시하면서 상사, 동료 사이에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가족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인들의 행복 에너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 대기업일수록 서열 중시 문화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가 ‘가족적인 문화’라고 응답한 직장인들이 39%로 가장 많았으나, ‘서열 중시 문화’라고 응답한 직장인들도 32%로 상당히 많았다. 서열 중심의 조직 문화가 형성되어 있을 경우,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는데, 특히 직장 내 차별이나 성과에 대한 평가, 보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또한, 조직 규모가 클수록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많았다. 종업원 500명 이상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10명 중 5명이 자신의 조직이 위계 질서와 공식적인 절차를 중시한다고 응답했다. 과거 관료주의 등으로 문제시되었던 대기업병이 잔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규모가 커질수록 일관성 있는 조직 운영을 위해 규칙과 질서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나, 그에 따라 계층간 또는 부서간 장벽이 생기거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부작용들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요소라 생각된다.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위한 제언 
 
행복한 직장 생활은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일할 의욕이 넘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이 높은 직원들이 많을수록 회사의 성과는 좋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매년 포춘에서 발표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과 ‘S&P 500’ 기업의 7년간 연평균 성과 지표들을 비교했을 때, 전자가 후자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직원들이 좀 더 직장 생활에 만족할 수 있도록 회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올해 기업들이 보여준 노력에 비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은 많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복리 후생이나 휴가 제도 등의 개선에 기업의 노력이 집중되었고, 이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소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직장인들이 정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비전만큼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중요 
 
해를 거듭할수록 직장 생활에서의 비전이 중요해 지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고,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직장인들도 자신의 위치에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보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도 한다.
 
한편, 비전 못지않게 요즘 직장인들은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에 비해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보상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금액의 차이가 커지다 보니 직장인들도 자신이 창출한 성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고 공정하게 보상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장인들의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평가, 보상 제도의 운영 방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제도는 서구 선진 기업들의 것을 도입하면서, 기존과 같이 승진 대상자 중심으로 평가하거나 연공서열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보상 제도를 운영한다면 직원들의 불만족을 초래할 뿐이다.
 
● 일하는 방식의 구조조정 
 
정해진 업무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만 있다면 일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직장인들이 ‘내가 왜 이 업무를 해야 할까?’,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업무에 대한 몰입도나 만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실제 성과에는 큰 영향이 없는 자투리 업무 때문에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성과 관점에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LG전자의 경우 사람과 일하는 방식에 있어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 부수적인 일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각 부서별로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낭비 제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원 페이지 보고서 만들기, 집중 근로 시간 제도, 불필요한 업무의 아웃소싱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기업들도 있다.
 
● 직장 생활의 ‘웰빙’ 지원 
 
지난 해에 비해 소폭 개선이 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주 5일 근무제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야근에 허덕이고,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주말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들이 이처럼 휴식 없이 일에 내몰릴 경우,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고 생산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스트레스 관리 학회(Stress Management Society)의 창립자인 네일 사(Neil Shah) 박사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의 뇌는 정보의 20~40% 밖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직장인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진 기업의 경우, 구성원들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적절하게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재택 근무 제도나 탄력적인 업무 시간 제도, 장기 휴가 제도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관리자의 평가 항목에 구성원들의 휴가 사용 여부를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관계’를 경영하는 지혜가 필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직장 상사, 동료와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직장에서의 대인 관계 갈등이 이직 사유 1위라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들은 부모 같은 상사, 형, 누이 같은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조직 분위기를 갈구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들의 노력이 우선되어야겠지만 기업 차원의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직원들이 성과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간에 대인 관계 갈등이나 스트레스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면 기업의 손해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GE의 경우, 직장 상사와 부하 간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Employees-Leader Connection Program)을 운영 중에 있다고 한다. 평소 직장 생활에서 상사와 부하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이나 기대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피드백을 줌으로써 갈등 없는 인간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스스로의 행복 만들기도 중요 
 
올해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었고, 지난 해에 비해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위해 기업의 남다른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덧붙여 직장인 스스로도 회사에 무엇을 기대하기 전에 자신의 행복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흔히 치열한 전쟁에 비유되는 직장 생활이라고는 하나,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심리적인 만족도는 크게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성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할 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지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5년, 10년 뒤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고, 단계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보자. 목적 없이 방황하는 직장 생활은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약간의 충격에도 심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직장인들이 행복한 일터에서 웃으면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
(LGERI, 2007.11.23 조범상)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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