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공을 위한 바람직한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의 조직 운영 시스템으로 다가올 미래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요즘 기업 경영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최대 이슈 중 하나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불안정한 경영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튼실한 조직 체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전략이 있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조직 시스템이 탄탄하지 못하면 애초 기대했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신 기술로 제작된 수준 높은 설계도와 품질 좋은 재료가 있더라도 건물의 뼈대가 부실하면 결국 붕괴되고 마는 건축물의 이치와 같다. 따라서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비전 달성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미래 조직의 설계는 현재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직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완벽한 조직 운영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경영 환경의 큰 변화 흐름을 포착하고 조직의 강점과 약점, 역량 수준과 전략적 목표를 충분히 고려하는 진화론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 목 차 > 
 
Ⅰ. 現 조직은 미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가?
Ⅱ.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미래 조직의 키워드’
Ⅲ. 맺음말
 
 
 
I. 現 조직은 미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가? 
 
 
오늘날 기업들은 저마다 고유의 조직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조직 운영 시스템을 일일이 열거한다면 아마 기업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마다 사업 전략이나 규모, 특성이 다르고, 경쟁하는 시장과 고객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기업들의 조직 운영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크게 두 가지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상하간의 명확한 계층을 기반으로 하는 ‘피라미드형’조직 운영 시스템을 첫 번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이는 20세기 초 독일의 막스 베버(Max Weber)에 의해 최초로 체계화된 조직 형태로서 계층별로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으며, 위에서 아래로의 지시와 통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 형태이다. 의사 결정 시에는 개개인의 판단이나 감정보다 이미 설정된 역할이나 규정이 우선된다. 상하간 계층 구조에 입각한 피라미드형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위에서 명령을 해야만 움직이는 ‘관료주의(Bureaucracy)’라는 병폐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 형태는 여전히 월마트(WalMart)나 맥도날드(McDonald) 등의 글로벌기업을 지탱하는 조직 운영 시스템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 번째로 사업 단위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부제 조직 운영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사업과 제품이 다양화되면서 나타난 것으로서, 각 사업이나 제품 단위의 조직이 개별 기업처럼 운영되는 형태이다. 즉 연구개발, 생산, 영업, 물류 등 주요 기능들을 각 사업부 조직에 포함시키고, 이들 조직이 사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독립적 운영 체계이다. 사업부제 조직 운영 방식은 1920년대 GM을 이끌던 알프레드 슬로언(Alfred Sloan)에 의해 체계화되었고 수십 년간 GM 성장의 견인차가 되면서 많은 기업들로 확산되었다. 그 인기의 주된 비결은 사업부제 조직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예컨대 사업부별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성과 제고를 위한 사업부간 경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특징은 오늘날 많은 기업에서 조직 운영의 기본 사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이라면 “피라미드형 조직, 사업부제 조직 운영 시스템으로 미래에도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상하간 명령이나 명확한 성과 책임에 기반한 자기 완결형 조직이라는 면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뒤따르는 치명적인 한계점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라미드형 조직 체계에 익숙해진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직면할 때마다 창조적이고 자율적 판단 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변화된 고객과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매번 다시 설정하고 교육하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다시 말해 피라미드형 조직의 합리적 운영 방식은 경영 환경이 안정적일 때에는 강점이 되지만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업부제 조직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부간 경쟁의 심화로 기업 전체 차원에서의 협력과 시너지 창출이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업부들은 각기 자신들의 성과 목표 달성에 급급하기 때문에 타 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창출한다거나 외부 변화에 미리미리 대응하는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의 속도와 예측불가성을 고려해 볼 때 새로운 조직운영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기업경영자에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고 있다. 현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공을 담보할 새로운 체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미래 통찰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래조직의 트렌드와 효과적인 공략포인트를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Ⅱ.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미래 조직의 키워드’ 
 
 
성공하는 조직을 위해 경영자가 주목해야 할 미래 조직의 키워드는 변화(Change), 지식(Knowledge), 조화(Combination), 그리고 인간(Human)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하에서는 각 키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사례를 중심으로 시사점을 모색해 본다.

1. 변화 (Change) 
 
미래 조직의 첫 번째 성공 키워드는‘변화(Change)에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성공에 매몰되어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시대이다. 경영 환경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의주시 하면서 남보다 먼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시대라는 의미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페로 시스템(Perot Systems Corporation)의 회장으로 조직 변화 일원의 권위자인 제임스 챔피(James Champy)는“조직은 끊임없는 여행과도 같다. 성과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면서, 지속적으로 민첩하고 유연하게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변화 대응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시장과 고객 중심의 조직 운영이라 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날로 다양화되고 있다. 또한 고객 니즈의 변덕스러움과 까다로움도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다. 예컨대 핸드폰 경우‘통신 수단으로만 여기던 과거와 달리‘액세서리’,‘ TV’,‘ 인터넷 검색’등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방식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또한 한 조사에 의하면 고객들의 핸드폰 교체 주기는 약 6개월이라 할 정도로 고객의 입맛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고객과 시장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미래 조직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포인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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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징후의 선도적 포착 
 
시장 변화 대응의 선결 요건은 변화 감지 역량이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주파수가 고객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일선의 모든 직원이 고성능의 안테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직접 신제품을 체험해보는 고객들의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기호나 생각의 생생한 변화를 파악하여 제품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경영진이 일선 현장을 체험하거나 고객 체험관을 운영하는 등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고객지향성이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객 접촉이 지속적으로 체질화되도록 조직 운영 시스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였던 갈브레이스는 기존의 제품 중심(Product-centric)조직에서 고객 중심(Customer-centric)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품과 고객를 두 축으로 하는 하이브리드형 조직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에는 제품 자체보다 제품을 둘러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키아(Nokia)는 고객의 니즈를 재빨리 파악하고 반영하기 위해 전후방 하이브리드형 조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그림 2> 참조). R&D 분야의 경우에도 고객 또는 시장 관점의 제품 개발과 원천 기술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전후방 분리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일례로 도요타(Toyota)는 최종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전방의 개발센터와 별도로 후방에 기술센터 및 도요타 중앙연구소(Toyota CRDL)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06년 미국 내 전기/전자 업종의1위에 오른 에머슨(Emerson Electric)의 경우에도 4개의 기술센터(Advanced Technology Center)를 후방에 두고 전방 사업 조직과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환경의 변화가 기술 연구에 반영되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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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대응력의 체질화 
 
변화를 감지했다면 이에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변화 대응력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능력으로 체질화되어야 한다. 이는 평소 고객 접점에서 적절한 의사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팀 조직’활성화를 들 수 있다. 일선 현장 구성원들이 해당 팀의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율적이고 즉각적인 결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평소에 훈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조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구글(Google)이다. 구글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소규모 자율 조직에서 출발한다. 여러 계층의 대규모 조직 대신 3명 정도의 작고 자율적인 엔지니어링 팀을 만들고 각자 작업 진행에 대해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들 팀간에는 관리자의 개입 없이 정보교환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상황과 여건에 최적화된 의사 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일본 기업 교세라(Kyocera) 역시 최근‘아메바’라는 소규모 자율경영 팀조직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그림 3> 참조). 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창업 당시부터 경영 여건이 여의치 않아 한정된 인재와 설비로 시장 동향에 따라 최적의 임기응변을 발휘해야만 했다. 따라서 현장 리더의 판단에 따라 수시로 팀이 이합집산 할 수 있는 체제가 불가피하였다. 그 결과 시장 상황이나 내부 전략 또는 성과 달성 정도에 따라 사업부 등 큰 규모뿐만 아니라, 아메바 단위 조직까지도 통합과 분할이 빈번한 조직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교세라는 지금도 조직도가 매달 새로 작성되어 배포될 정도로 변화 대응의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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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식 (Knowledge) 
 
기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 조건 중 하나는 혁신(Innovation)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적 혁신이 성공하려면 구성원 개개인의 지식과 창의성에 기반한 조직 창의력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루어야 한다. 결국 남들이 아직 하지 않은,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상품화 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 생존의 근간이 된다.
 
조직의 지식 창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 운영 방식도 남달라야 한다. 즉 지식의 흡수와 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지식 창출’프로세스가 체계화되어야 한다.  
 
사실 지식은 20세기 후반부터 조직 성공의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경영학의 권위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미래에는 지식이 기업의 가치 창출과 개인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지식 근로자가 조직의 핵심이 되는‘지식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라고 예견한 바 있다. 또한 앤더슨 지식역량센터(Anderson Center for Thought Leadership)의 대표이자 최고경영자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아이언 소머빌(Iain Somerville)은 “향후 최고 경영자의 역할은 지식 자산을 평가하고, 인정하고, 그것에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시장을 창조하는 지식 자본가의 역할로 변할 것이다”라며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 역량의 효과적 제고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대표적인 부문으로 R&D 조직을 들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대부분의 R&D 분야는 제품 중심적 조직으로 적절한 타이밍의 제품 출시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반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대부분 기술 중심적 메트릭스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이처럼 기반 기술 즉, 전문성을 중시하는 미래형 R&D 조직 구조의 대안 중 하나로 기술 중심의 메트릭스 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등극한 도요타는 CE(Chief Engineer)라고 불리는 최고 엔지니어를 제품 개발의 총괄 담당으로 운영하는 독특한 메트릭스 조직 구조를 발전시켜 왔다(<그림 4> 참조). 제품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CE가 총괄하되 각 개발 단계별로 기술 조직으로부터 지원과 협력을 통해 하나의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가는 형태이다. 일본 제일의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생활용품 업체 가오(Kao) 역시 기술 중심 메트릭스 조직을 통해 핵심 기술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중앙연구소인 Kao Global R&D는 상품개발 연구소와 기초 기반기술 연구소가 서로 협력하는 전형적인 기술 중심적 메트릭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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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재창출 프로세스의 정착 
 
보다 발전된 형태의 지식 창출 조직은 이른바 지식경영 조직 또는 학습형 조직으로 알려진‘하이퍼텍스트형 조직(Hypertext Organization)’이다. 지식 이론의 전도사로 불리는 일본의 노나카 이쿠치로 교수가 저서 「지식창조기업 (The Knowledge-Creating Company)」에서 소개한 하이퍼텍스트 조직은 사업단위, 프로젝트팀, 지식기반이라는 세 개의 층을 주요 단위로 한다. 각 계층은 상호 연결되어 마치 인터넷에서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하이퍼텍스트 문서 형태와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동일 조직 내에 존재하는 완벽하게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층에서 외부로부터의 지식 습득, 체화, 재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전자 기업 샤프(Sharp)를 들 수있다(<그림 5> 참조). 조직의 중심은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사업 단위로 기능 중심의 계층 구조이다. 최상층은 프로젝트팀으로 여러 부서에서 모집된 인원이 프로젝트 조직을 이루어 신제품 개발과 같은 지식 창조 활동에 집중한다. 맨 아래 계층은 지식기반층으로 위의 두 계층에서 생성된 지식을 재분류하고 재구성한다. 지식기반층은 조직적인 실체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비전, 문화, 기술 등에 구현되어 나타나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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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화(Combination) 
 
이미 많은 경쟁 영역에서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 경영대학원 프라할라드(Coimbatore K. Prahalad) 교수는“미래에는 대규모에서 소규모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다국적 기업들이 탄생할 것이다. 기업의 성격과 크기를 결정하는 데 세계화의 영향은 더욱 더 커지게 될 것이다”라며 글로벌화의 영향력을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화는 필연적으로 사업의 지리적 확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조직 운영 측면에서 여러 지역에 퍼져있는 조직이나 기능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조화(Combination)’또는‘통합(Integration)’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경영을 글로벌 현지에 너무 위임만 할 경우에 소위 탈중심화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브랜드의 호텔임에도 지역마다 동일 메뉴에 대한가격과 서비스가 상이하여 고객 불만이 발생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다른 예로 1992년 실적 악화로 파산 위기에 놓였던 IBM에서는 전사적인 목표와 개별 사업부 목표가 일치하지 않아 일어나는 부작용을 경험하였다. 판매사원들이 고객 앞에서 타 사업부의 제품을 비방하는가 하면 동일 고객에게 IBM의 각기 다른 사업부가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등 폐해가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널리 퍼져있는 다양한 조직들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기업의 전략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통합 정보 시스템’을 들 수 있다. GE, 지멘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중전기 업체로 꼽히는 ABB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시스템인‘ABACUS’는 전 세계에 5천여 개의 이익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분권화 조직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ABB는 필리핀의 복합 싸이클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4개국의 ABB 자회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었으며 영국/프랑스 해협의 해저고속철도 환기 시스템 사업에는 30여 개 국의 ABB자회사들이 협력하는 등 글로벌 통합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기업 내부의 수평적 통합과 조화 
 
위와 같이 IT를 활용한 정보 시스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운영시스템 관점의 근본적인 대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의 다양한 기능들이 별개로 움직이지 않고 일련의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횡적 통합이 그것이다. 1990년 함머(M. Hammer)는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 프로세스 조직을 소개하였는데, 그 핵심 사상은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 이론이다. 기업이 획기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조직 구조뿐만 아니라 사람, 직무, 경영관리 시스템, 가치관 등 총체적인 비즈니스 시스템이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세스 조직에서는 전통적인 조직의 기능별 세분화와는 다른 조직 분화가 일어난다. 즉, 임무의 진행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기존의 종적 계층 구조가 아닌 횡적인 다기능(Cross-functional) 구조로 구성되는 것이다. 조직 운영의 초점은 상하간의 지시와 통제보다는 수평적인 업무 협조와 조정에 맞춰져 있다. 직무는 세분화, 전문화보다 통합과 시너지 효과가 중시된다. 또한 내부적인 관리보다는 고객의 요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조직 내 원활한 정보의 흐름도 자연스러워져 조직간 장벽 현상이 최소화될 수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이다.
 
프로세스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로 포드(Ford)사의 고객서비스 부문(FCSD)를 들 수 있다(<그림 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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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별 조직이었던 FCSD는 1990년대 들어 부서간 장벽의 발생으로 부문간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고객 요구에 대응이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 서비스가 표준화되지 않아 지역에 따라 고객 만족도의 편차도 커지고 있었다. 신차 구입 1년 후의 고객 만족도는 독일 자동차 회사의 절반도 안되었고 10년 후 만족도는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였다. 문제를 인식한 회사는 1995년‘Ford 2000’을 선포하면서 고객 가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4개의 핵심 프로세스를 규명하였다. 이에 따라 기능 조직으로 운영되던 고객서비스 부문을 프로세스 조직으로 개편하였다. 그 결과 FCSD의 고객만족도 및 생산성은 크게 증가하였으며 종업원 만족도 역시 다른 기능 부문에 비해 프로세스 조직에서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외부와의 연결과 협력 
 
또 다른 형태의 수평적 조직의 형태로‘네트워크 조직’을 들 수 있다. 향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차별화된 핵심 역량의 보유는 성공의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 조직은 중요한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고 필요한 다른 역량은 아웃소싱 등을 통해 외부 전문 역량을 활용하는 형태로 핵심 역량 확보에 매우 유리하다. 네트워크 조직의 이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1995년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와 부품업체 연합체가 구성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인터넷 정보망 ANX(Automotive Network Exchange)를 들 수 있다(<그림 7> 참조). ANX를 통해 자동차 회사는 부품 공급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 동시에 자사 내 필요한 곳에 역량을 집중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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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형태의 조직 운영 시스템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부문 중 하나가 제약 분야이다. 제약 기업의 특성 상 신약 개발을 위해 다른 제약 기업, 바이오벤처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과 공동 연구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지식 생산 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약회사인 머크(Merck)는 뉴저지와 펜실베니아 등 미국내 연구소 외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지에 8개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카(Zeneca)라는 제약회사와 항생제 연구 제휴를 맺는 것을 비롯하여 12개의 바이오 벤처기업 및 2개의 대학교, 1개의 병원 연구소 등과 네트워크 형태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PC업계의 돌풍을 몰고 왔던 델(Dell) 컴퓨터 역시 네트워크형 조직 구조가 성공의 견인차로 평가되고 있다. 칩 생산자와 부품 생산자, 악세서리 생산자와의 완벽한 정보 네트웍트를 구축하였던 것이다. 고객의 주문이 바로 협력업체로 전달되도록 하고 포장과 운송 등 물류 관리는 아웃소싱함으로써 델컴퓨터는 오직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마케팅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120여 개국의 5천 개 이상의 소매점을 거느릴 의류 회사 베네통(Benetton) 역시 본사와 본사 내 자체 공장, 하청 공장, 판매 대리인과 소매점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 조직의 혜택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4. 사람 (Human) 
 
마지막으로 미래의 기업 환경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로 ‘인간 가치(Human Value)’를 들 수 있다. 종업원 개인 가치는 조직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된 경향이 있었다. 기업의 존재 이유로 이윤 극대화가 강조되었던 탓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 기업에서는 전통적인 조직의 추구 가치에 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토마스 말론(Thomas Malone)은 저서 「노동의 미래(The Future of Work)」에서“미래에는 인간적 가치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놓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에는 부의 축적이 비즈니스의 유일한 목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수만트라 고샬(Sumantra Ghoshal) 교수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석좌 교수인 크리스토퍼 바틀렛(Christopher Bartlett)은 공동 저서인 「개인화 기업(The Individualized Corporation)」에서 제도적인 장치보다는 개성과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본주의적 가치의 중시 
 
실례로 윤리 경영의 모범으로 회자되고 있는 존슨앤존슨(Johnson and Johnson)은 사훈에서 고객, 종업원, 지역사회의 이익을 주주의 이익보다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존슨앤존슨에는 정직(Honest), 존경(Respect), 공정(Fairness), 신뢰(Trustworthy) 등의 요소를 포함한 크레도(Credo)라 불리는 60년 이상 다듬어진 조직의 가치 체계가 있다. 사실 존슨앤존슨의 모범적인 윤리경영은 크레도가 조직 내에 체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계 굴지의 전력 회사로 1981년 설립된 미국의 AES(Applied Energy Services) 역시 기업 경영의 목적을 공정(Fairness), 정직(Integrity), 사회적 의무(Social Resposibility), 재미(Fun)라는 비경제적인 가치로 천명하고 있다. 이런 원칙은 모든 종업원이 작은 CEO가 되어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정보의 외부 유출 위험보다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위해 직원 모두가 경영자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구성원을 경영자로 신뢰하는 AES는 지난 20년이 넘도록 눈부시게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활력 넘치는 회사로 주목 받고 있다.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미래의 조직 모델로‘민주화 조직’을 들 수 있다. 구성원 개인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형태이다. 고어텍스(Gore-tex) 방수천으로 잘 알려진 고어앤드어소시에이츠(W. L. Gore & Associates)에서 볼 수 있는 민주적 의사 결정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는 사장과 비서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공식 직함 없이 서로를 동료(Associate)라고 부른다.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기보다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동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한 관리자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프로젝트는 진행할 수 없다. 심지어 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급여 결정의 주된 고려 사항은 동료들이 쓴 업무 평가서이다. 직원의 됨됨이는 동료들이 가장 잘 안다는 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참여적 의사 결정 시스템은 활기차고 창조적인 일터를 조성하는 근본 동력이 되고 있다. 고어사의 직원 97%가 근무조건에 만족하고 있으며 공식적 R&D 부서가 없는데도 회사는 일반 직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 덕분에 매년 혁신적인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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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조직의 또 다른 형태로 인터넷 경매 회사 이베이(eBay)를 들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 구매자와 매매자간 활발하게 교류되는 다양한 의견은 회사의 중요한 지식 자산이 된다. 또 회사의 고객인 구매자와 매매자 모두 마치 사이트의 운영자인 것처럼 회사의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이베이의 웹사이트와 온라이 커뮤니티에는 수십 개의 토론장이 갖추어져 있으며 중요한 결정은 온라인 토론을 통해 사용자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된다. 이런 운영 시스템 덕분에 1995년 피에르 오미디아르(Pierre Omidyar)에 의해 설립된 이베이는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바탕에는 대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인의식을 고취시키는 온라인 민주주의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 운영 방식이 있다.
 
 
III. 맺음말 
 
 
피터 드러커는 미래 조직에 관한 비유로 오케스트라형 조직을 자주 인용하였다.“ 훌륭한 오케스트라처럼 미래에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와 최고경영진이라는 두 개의 계층이 존재하는 조직만이 남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구성원 모두가 일류 전문가인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연주 하나하나를 지시하지 않는다. 각 연주자는 자신의 악기가 가진 최대의 표현력으로 전체 흐름에 기여한다. 변화와 지식, 조화와 인간이라는 미래 조직 키워드가 모두 녹아 있는 조직 모델의 비유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내, 외부적 환경에 적절한 조직 운영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최고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최고경영자의 조직 설계 역량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 구조 개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을 검토할 때에는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접근하거나 특정한 성공사례를 무분별하게 모방하는 오류를 주의해야 한다. 현재의 문제점에만 집착하는 대증요법적 대처나 임기응변도 피해야 한다. 지나치게 혁신적, 급진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반발을 야기하거나 수용도가 지나치게 낮아 문제 해결은커녕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든 니즈를 충족시켜줄 이상적인 조직 운영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조직 설계는 지금까지의 성공 요인과 강점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당면하고 있는 제약 조건과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에서 출발해야 한다. 동시에 조직의 역량 수준과 분위기는 어떠한지, 조직이 기대하는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려하는 진화론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참고 문헌> 
 
이쿠지로 노나카, 히로타카 다케부치, “The Knowledge-Creating Company,” (Oxford University Press Inc., 1995). 
 
Ghoshal, Sumantra, Bartlett, Christopher, “The Individualized Corporation,” (1997). 
 
Hesselbein, Frances, “The Organization of the Future,” (Jossey-Bass Inc., 1997). 
 
Malone, Thomas, “The future of work: How the new order of business will shape your organization, your management, and your lif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2005). 
 
Mohrman, Susan A., Glbraith, Jay R., Lawler, Edward E. III, “Tomorrow’s Organization; Crafting winning Capabilities in a Dynamic World,” (Jossey-Bass Inc., 1998). 

(LGERI, 2007. 12. 10. 강진구)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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