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분제사회에서 사람의 귀천은 그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갈렸습니다.
근대를 넘어 현대사회에서 귀천은 무엇으로 구분할까요?
보통의 시각은 부(富)에 따라 귀천이 나뉜다고 보는 것이 현실일 것 같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 법앞의 평등과 같은 근대 천부인권사상의 기준은 한낱 보기좋은 문구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재벌들의 과도한 횡포는 그것을 절감하게 합니다.
전근대 사회에서 신분이 세습되었다면 요즘은 부(富) 즉, 돈이 세습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왕이 그의 아들 향에게 하는 말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싱그러운 말이었습니다.
정조의 아들 향은 당시 천한 신분인 어미 성씨의 소생으로 대궐 안에서 천한 신분의 소생임을 수근거리는 것을 듣고 시무룩해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아버지 정조가 아들에게 그 연유를 묻자.
사람의 귀함과 천함에 대해 오래 남을 말을 들려줍니다. 그 대사의 대목을 잠시 다시 봅니다.

향- 아바마마 천하다는 것이 무엇이옵니까?
산- 무슨 소리냐. 왜 갑자기 그런 것을 묻는 게야?
향- 제가 그림배우기를 좋아하는게, 그것 때문이옵니까?
산- 누가 원자한테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아비가 아주 혼을 내줘야겠구나. 틀렸다. 천하다는 것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란다. 자, 이 아비가 귀한 것과 천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일전에 원자가 기르던 새가 죽었을 때 원자는 어찌했더냐?
향- 너무 슬퍼서 제 손으로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산- 또 일전에 한 나인의 실수로 원자의 얼굴에 상처를 내었을 땐 어찌했더냐?
향- 저 때문에 벌을 받을까봐 걱정이 돼서 누구인지 아무한테도 말을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산- 그래. 그랬었지. 그런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귀한 사람이란다. 천한 사람은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하고 누군가를 약하고 힘이 없다고 그것을 손가락질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야. 자, 이 아비의 말대로라면 원자는 귀한 사람이냐 천한 사람이냐?
향- 귀한 사람이옵니다.
산- 그래, 그렇다. 원자는 세상 누구보다 귀한 사람이다. 그건 네가 이 아비의 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바로 네가 어마마마의 고운 심성을 물려받아 어진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아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향- 예, 아바마마.

우리는 오늘과 같이 물질만능과 속도만능의 시기에도 사람의 진정한 귀함에 대해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이 워낙 고되고 험해서 그것을 뒤로 물려놓을 뿐입니다.
힘(權)과 부(富)로 유지되는 인위적 질서는 그리 아름다운게 못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향이와 같은 어진 마음이 세상으로부터 다치지 않도록 정조같은 훌륭한 아버지들이 좀더 힘내기를 바랍니다. 평범한 아버지들이 더 힘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성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c)서형준 코치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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