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육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27 인재 육성을 방해하는 고정 관념들
  2. 2007.09.28 차세대 리더 육성이 경쟁력이다
인재 육성에 있어 일을 통한 육성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그러기에 많은 기업들이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을 잘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일을 통해 육성한다고는 하지만 그 실상은 그저 일을 맡겨두고 방임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근본 원인은 인재 육성에 대해 잘못된 통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 육성의 책임자는 HR이다', '전문가가 되려면 한 우물을 파야 한다' 등이 그 대표적인 고정 관념이다. 인재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이런 잘못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재 육성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고정 관념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 목 차 > 
  
Ⅰ. 인재 육성은 일을 통해서 
Ⅱ. 잘못된 고정 관념들과 극복 방안 
Ⅲ.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
 
  
  
Ⅰ. 인재 육성은 일을 통해서  
  
 
영어로 전문가를 뜻하는 ‘Expert’란 단어는 라틴어의 ‘시도하다, 실험하다’를 의미하는 ‘Experiri’가 변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시도와 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과 지혜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이것이 인재 육성에 대해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현장의 업무 수행 과정 속에서의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례로 ‘Deep Smart(역서 명: 비즈니스 내공 9단)’의 저자인 도로시 레오나르드는 “리더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통찰력 있는 지혜로움(Deep Smart)’은 독서나 교육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다. 오로지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통찰력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인데, 이는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현장에서의 인재 육성이나 리더십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과 경험을 통한 육성을 자사의 리더십 개발과 핵심 인재 육성 방안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시스코사의 경우 자사의 인재 육성의 기본 원칙으로 ‘3E Development Framework’를 내세우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번째 E에 해당하는 경험(Experience)을 통한 육성으로 70%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세 번째 E에 해당하는 노출(Exposure) 역시 업무 수행 과정 속에서 주어지는 리더의 코칭/멘토링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볼 때, 사실상 시스코사의 인재 육성 활동의 90%는 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그림 1> 참조).   

 
그런데,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일을 통한 육성을 표방하지만, 실제의 모습은 그저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방임해둔 것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일을 통한 육성이란 것에 대해 우리가 잘못된 고정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Ⅱ. 잘못된 고정 관념들과 극복 방안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는 말처럼 일을 통한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인재 육성에 대한 기본 생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회사 안의 어떤 규정집에도 ‘이렇게 해야만 한다’라고 적혀 있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고정 관념을 깨지 않고서는 일을 통한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우리 기업의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가지 고정 관념을 하나씩 살펴 본다. 
 
고정 관념 1 : 인재 육성의 책임자는 HR이다  
 
가장 대표적인 고정 관념 중 하나는 인재 육성에 대한 모든 책임을 HR 부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말마다 이루어지는 회사의 성과 리뷰 미팅을 한번 상상해 보라. 의례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실패하거나 성과가 저조한 사업에 대한 원인의 하나로 ‘인재가 제대로 육성되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틀린 분석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은 자연스럽게 HR 부서로 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인재 육성은 더 어려워지고 또 다시 사람이 없어서 사업이 실패했다는 반성이 되풀이될 뿐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보다 앞서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R&D 부문 구성원들의 역량 수준이 부족해서, 즉, 인재가 육성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HR 부서에서 R&D 인재 육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HR 부서원들이 연구 인력을 대상으로 첨단 기술 동향을 가르칠 수 있을까? 아니면, 눈 앞의 연구 과제를 풀어갈 작은 힌트라도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사실, HR이 연구 인력 육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나 일을 통한 인재 육성에는 더욱 그러하다. R&D 인재 육성은 R&D 부문의 리더나 선배들의 역할과 책임이 더 크다 하겠다. 비단 R&D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있어서 마찬가지다.    
 
인재 육성에 있어서 HR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인재 육성을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이에 필요한 제도나 시스템과 같은 외형적인 틀을 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재 육성이 활성화되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해 HR이 인재 육성을 위한 기본 토양을 만든다면, 그 틀 안에서 실질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책임자는 일선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선 현장의 리더들이 사람을 키우는데 무관심하면 인재 육성은 이루어질 수 없다. 맥킨지 컨설팅의 2006년 조사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9개 기업의 경영진과 HR 담당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여 도출한 인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의 상위 8개 요인 중 7개 요인이 리더들과 관련된 것이었다(<그림 2> 참조). 비단 일을 통한 육성뿐 아니라, 인재
육성에 있어서 리더들의 역할과 책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이 일을 통한 인재 육성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일선 리더들이 인재 육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를 키우고자 노력하는 리더들이 인정받고 우대되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개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의해 뛰어난 경영 사상가 중 하나로 꼽혔던 데이비드 마이스터는 “많은 경우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 인재 육성형(People Oriented) 리더들은 성과 지향적(Businesslike)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조직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한다”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 말처럼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이 조직에서 살아 남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람을 못 키웠다고 경영진으로부터 야단을 맞는 경우는 없지만, 사업 성과를 못 내면 100% 야단을 맞게 되는 문화에서 누가 사람을 키우는데 신경을 쓰겠는가?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일선 리더들의 인재 육성에 대한 책임감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더들의 성과 평가에 인재 육성 성과를 반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몬산토사는 리더들의 인센티브 중 50%는 리더 본인의 자기 개발과 팀원의 육성 성과에 의해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 펩시콜라사의 경우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사업 성과와 별개로 육성 성과를 평가하는 ‘이중 평가(Dual Performance Rating)’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평가 결과는 보너스는 물론 기본급 인상에도 반영된다고 한다(<그림 3> 참조).  

 
고정 관념 2 : 인재를 육성할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가운데 하나는 인재 육성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중에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해져 버린 것들도 적지 않은 듯 하다. 다양한 강의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GE의 육성 담담 임원이었던 노엘 티치 역시 강의실 교육은 대개의 경우 지적 유희(Intellectual Entertainment)에 그칠 뿐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인재 육성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을 통한 육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것처럼 여전히 인재 육성을 논할 때에는 제도와 시스템의 도입이 먼저 언급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나 시스템의 도입은 매우 구체적인 것들이기에 눈에 잘 보인다. 예를 들어, ‘올해 CDP(Career Development Plan)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다’라는 식의 예산 계획을 수립하기도 용이하고, ‘강의실 교육에 몇 명이 참여했다’ 혹은 ‘전 구성원 중 00%가 CDP를 수립했다’ 등으로 성과를 측정하기도 쉽다. 반면, 일을 통한 육성은 계획을 수립하기도 성과를 보여주기도 애매하다. 그렇다 보니, 일을 통한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경영진으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인재 육성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는 HR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손쉽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후계자 육성 계획을 세우는 등의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인재 육성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재 육성 시스템과 제도 또한 이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또한 시스템이나 제도만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인재들이 육성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맥콜 교수도 “멋진 공식적인 시스템이 인재 육성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효과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선진 기업들이 잘 하는 점도 여기에 있다. 이들 기업은 제도나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육성 활동을 더욱 강화한다. 일례로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인 델의 경우, ‘일하는 중간에 모르는 것이 생기면 10분 이내에, 5~10분 정도의 짧은 교육’을 가장 이상적인 육성 방법론으로 추구하고 있다. ‘10분 이내’를 강조하는 것은 업무를 수행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겨서 답답함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장 높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동사의 글로벌 인재 육성 담당 임원인 존 콘은 이를 ‘On-demand Learning’이라고 부르면서 인재 육성의 핵심은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의 학습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동사에는 약 100여 개에 달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고정관념 3 : 전문가가 되려면 한 우물을 파야 한다  
 
흔히 전문가가 되려면 하나의 일을 오래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한 우물 파기’식의 업무 부여는 숙련도를 높이고 충분한 경험이 쌓인다는 점에서 나름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첫째, 업무가 반복될수록 이를 통한 육성 효과는 적어진다는 점이다. 맥콜 교수는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깊이는 조금 더 생길 지 모르지만, 학습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즉, 두 번째 이후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처음 경험보다 적으며, 대개의 학습은 유사한 내용의 복습이라고 한다.   
 
둘째, 한 직무에서만 오랜 경험을 쌓은 경우, 나중에는 다양한 경험이 부족해 폭넓은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을 키운다. 따라서 문제가 조금만 복잡하고 변형된 형태로 발생할 경우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특히, 다양한 부서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복잡성이 높은 이슈를 다뤄야 하는 경영진의 자리에 올라가는 경우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같은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당연히 일에 대한 몰입도 떨어지고, 업무 수행도  ‘이미 여러 번 해봐서 뻔히 아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대충하게 되기 십상이다. 또한 한 직무에만 너무 오래 근무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 새로운 직무를 기피하는 성향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성향은 직급이 높아갈수록 더 커진다. 사원 대리 시절에야 새로운 업무를 맡아 수행하던 중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져줄 리더들이 있다. 그러나, 리더급이 된 이후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새로운 직무로 옮겨가 또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인재들이 조직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직무를 맡아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게끔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리더십 개발 전문 기관인 CCL의 앤 모리슨 이사도 "새로운 직무 이동이 제공하는 변화의 폭이 클 수록 인재가 받게 되는 도전의 강도도 증가하고, 도전의 강도가 높을수록 이를 제대로 극복한다면 배우는 것도 많다"고 조언한다.  
 
이런 맥락에서 구성원들이 한 직무에 지나치게 오래 머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일을 통한 육성을 잘하는 기업의 특징 중 하나다. 좋은 예가 바로 제약 회사인 엘리 릴리사다. 이 회사는 일을 통한 육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직무 전환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직무에 배치된 시점에 상사와 당사자간에 ‘육성 합의서(Developmental Agreement)’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그림 4> 참조). 육성 합의서에 담긴 육성 목표가 달성되면 또 다른 직무로 이동하여 새로운 경험을 통해 육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선 리더들의 저항이다.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부서의 리더는 인재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타 부문으로부터 인재를 받게 될 리더는 아무리 다른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발휘했던 인재라 하더라도 이곳에 와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여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인재의 육성을 위한 인재 이동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기업에서는 최고 경영진이나 본사의 HR 부서에서 인재의 이동 배치에 깊이 관여하기도 한다.  
 
미국의 통신 회사인 프로스트사의 사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로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프로스트사에는 ‘핵심 인재 중개인(HIPO Broker)’이라는 독특한 직책이 있다. 중개인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회사 내의 핵심 인재들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향후 육성 포인트를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회사 내에서 인재 육성을 위해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할 수 있는 주요 포지션에 공백이 발생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셋째, 공백이 발생할 주요 포지션에 육성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인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재들의 잠재성을 파악하는 것이나, 인재별로 적절한 육성 경험을 부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인재 중개인은 주로 사업 조직과 스탭 조직을 두루 거치면서 20년 이상 동사와 일해온 경력이 있는 상위 HR 임원이 담당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주요 포지션의 업무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을뿐더러, 인재의 이동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일선 리더들과 원만한 교류 관계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 관념 4  : 직무에 맞는 인재 배치가 최고다  
 
일을 통한 육성이 이루어지려면 사람을 배치할 때도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맥킨지가 6천 여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10%만이 ‘우리 회사는 직무 배치를 사람 육성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경영진이 중요한 자리에는 그 일에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을 앉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설문 결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업무를 부여함에 있어서 첫 번째로 고려하는 요인은 ‘누가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즉, 성과를 창출함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단기 성과만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인재 육성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성과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버드 대학의 에드몬슨 교수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나치게 단기 효율만을 극대화하려는 방식은 잠시 동안은 높은 성과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또한 에드몬슨 교수는 일시적인 성과 하락은 장기적인 관점의 성과 향상을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투자 비용이라고 말한다. 이 말처럼 일을 통한 육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육성 관점의 인재 배치와 더불어 효율 중심의 업무 수행에서 벗어나 학습과 육성 관점에서 일상 업무 수행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표> 참조). 

 
그렇다고 해서 효율 중심의 접근 방법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조직 전체 차원에서 본다면 단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재 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며, 인재 배치의 80~90%는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인력 이동이 육성 관점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조직의 장기적인 성공은 커녕 지금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성과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 효율과 장기적 인재 육성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전체 중 일정 부분은 육성 관점에서 단기 성과의 하락을 감내하는 인재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슐룸버그사가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슐룸버그사에는 핵심 인재들의 배치를 2종류로 구분한다. 하나는 대부분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 보유 여부를 중심으로 사람을 배치하는 ‘통상적인 이동(Obvious Move)’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업부장이 공석이 되면 그 사업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이 사업부장으로 승진하는 경우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재를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업무에 배치하는 ‘비통상적 이동(Non-Obvious Move)’이다. 공석이 된 A사업부의 리더로 B라는 전혀 생소한 사업부에서만 일해온 사람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동사의 경영진은 비통상적 이동이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에 더 적은 비용 부담과 높은 사업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통상적인 이동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육성 비용이나 사업 실패 비용 등이 적게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얻을 수 있는 육성 효과가 적어 인재들이 충분히 육성되지 않아 추가 육성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을 써야 된다는 것이다(<그림 5> 참조). 슐룸버그사의 방식은 어찌 보면 너무 위험한 사고 방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법도 하다. 그러나, 동사의 HR 임원인 피에르 버무스는 “비통상적 이동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육성된 인재가 없어서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아무런 지원 없이 배치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고정 관념 5 : 일을 부여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육성된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장 오랜 시간 근무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주 40~50시간 이상씩 죽도록 일하지만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은 잘 되지 못한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아마도 막연히 일만 오래한다고 해서 능력이 개발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을 통한 육성에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얼마나 오래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가 아닐까? 
 
“연습이 천재를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라고 하지만, 모든 연습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플로리다 대학의 에릭슨 교수는 말한다. 단순 반복적인 연습이 아니라 ‘신중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연습을 할 때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중한 연습은 이와는 달리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면서 지속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면서 연습하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혔던 나탄 밀슈타인이 소개한 일화를 보자. 어릴 적에 자신의 스승인 아우어 교수에게 하루에 몇 시간이나 연습해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스승의 답은 ‘손가락만으로 연습을 한다면 하루 종일 연습해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머리를 쓰며 고민과 집중이 곁들여진 연습을 하면 하루 2시간이면 족하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 조언으로 인해 밀슈타인은 평소의 연습 방식을 바꾸게 되었고, 뛰어난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면서 일하게 할 수 있을까? 조직 심리학자인 조지 홀렌백이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도했던 방법이 부족하나마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승진한 경영진을 1년간 관찰하면서 연구진은 매주 다음과 같은 2개의 질문을 던졌다. “지난 주에 어떤 일들을 하셨습니까? 그리고 그 일들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 한 동안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경영진이 없었다고 한다. 바쁜 일상에 치여 지내다 보니,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조차 잘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영진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연구 프로젝트가 종료될 시점에 한 경영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도전적인 성과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하루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 후로부터는 나의 업무로부터 배울 만한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부하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2개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의 학습을 자극하고 있다. 구성원들 역시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학습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바둑의 복기(復碁)와 같은 반성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복기란 한 판의 바둑을 끝낸 후에 처음부터 다시 바둑돌을 놓아보면서 ‘이렇게 두었으면 어땠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복기는 바둑 서적을 통해 정석이나 묘수를 배우는 것 이상으로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킹스턴 대학의 진 우드웰 교수도 ‘체제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의 반성회(Institutionalize Disciplined Reflection)’가 이루어질 때 학습의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반성회의 일환으로 담당했던 업무의 실전 매뉴얼을 만들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무 전반을 되짚어 보고 정리하면서 나름의 체계를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적절한 시점에 그 간의 경험을 통해서 배웠던 것들을 돌아보면서 정리하는 기회를 주는 것은 일을 통한 육성 과정에서 자칫 지쳐버리기 쉬운 인재들에게 일종의 휴식과 재충전의 과정이 될 수가 있다. 우드웰 교수는 "안타깝게도 반성회와 같은 시간을 갖는 것을 장려하는 회사가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반성회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구성원들이 업무 수행에서 잠시 벗어나야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반성회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반성회를 통해서 인재들이 학습할 때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부터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꾸준히 추진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고정 관념 6 : 강한 Challenge만이 인재를 키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일을 통한 육성은 개인이 기존에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업무를 부여 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 초기에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혹독한 챌린지만이 인재를 키운다’는 믿음으로 리더들이 강하게 챌린지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육성의 효과를 거두기는 커녕 잠재력 높은 인재들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자신을 지원해주지 않는 리더나 조직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재는 상처만 받고 조직 성과의 급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만 얻을 가능성이 크다. 챌린지도 적절한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란 얘기다.  
 
일을 통한 육성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새로운 직무를 부여 받은 초기에 부드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실수나 실패를 어느 정도 감싸 안아 주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일을 하다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을 통한 육성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없이 높은 도전적인 업무가 주어지고, 리더의 강한 질책만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일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큰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시도를 함으로써 배우기보다는 남들이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는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 이에 더하여 남들과의 상대적 비교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남들이 못하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나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호 학습을 위한 정보 공유나 협동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것이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온정주의나 낮은 성과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구성원들은 즐겁게 일을 하기는 하지만, 일에 대한 몰입이 낮아지고 학습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대학의 에릭슨 교수도 사람의 속성 상, 자신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자극은 육성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Ⅲ. 실행 의지를 보여야 할 때 
  
 
피터 드러커는 “어떤 결정이 실제로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는 한, 그것은 의사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기껏해야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인재 육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이라는 것을 표방하는 것은 기업의 의지이다. 그러나, 이런 의지는 실제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모든 기업이 어려운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을 통해 육성하자면 다소의 실패는 불가피한 것이란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기가 일을 통한 인재 육성에 있어서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어수선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역할, 소비 침체로 적자에 빠진 사업을 되살리는 역할 등 사업이 잘 되고 있는 시기라면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업무 기회가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전적인 업무를 통해 단련되는 인재는 미래에 기업의 성공을 이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끝> (LGERI, 2009. 3. 2. 한상엽)
  
 
< 참고문헌 > 
  
Acceleration Executive Development, Corporate Leadership Council, 2000 
Developing Executives Through Work Experience, Morgan W. McCall Jr. Human Resource Planning 1988  
Establishing Performance Management as an Organizational Priority, Corporate Leadership Council, 2002 
The Competitive Imperative of Learning, Amy Edmondson, Harvard Business Review 2008. July-August  
The Making of an Expert, Ericsson et al. Harvard Business Review 2007. July-August   
Toward Effective Management of High-potential Employees, Corporate Leadership Council, 2000 
The People Problem in Talent Management, The McKinsey Quarterly, 2006. No. 2. 

Posted by 서형준
,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리더 계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미래 경영자 양성에 대한 관심이나 체계적인 육성 노력의 부족으로 인해 리더 계층의 안정적 재충원에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리더 계층의 공백이 가시화될 경우 기업들 사이에 역량있는 리더급 인재를 뺏고 빼앗기는 ‘리더 전쟁(War for Leader)’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글에서는 리더 육성에 뛰어난 선진 기업에서 어떻게 경영자 후보를 선발하고 육성하는지를 살펴보고, 미래 경영자 육성과 관련한 우리 기업들의 향후 과제와 대응책을 짚어보고자 한다. GE, P&G 등 경영자 공장(CEO Factory) 또는 인재 육성 기계(Talent Machine)로 불리는 기업들은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에게 실제 사업을 중심으로 폭 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최고 경영진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코칭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는 등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선진 기업들의 성공 노하우를 거울 삼아 인재의 육성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최고 경영진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것은 물론, 최고 경영진의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 부문과 인사 담당자들의 역량 강화 및 적극적 실행 노력도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 목차 > 
 
Ⅰ. 차세대 경영자 육성, 왜 중요한가
Ⅱ. 선진 기업의 경영자 육성 비결
Ⅲ. 모방이 아닌 재창조의 지혜가 필요
 
 
I. 차세대 경영자 육성, 왜 중요한가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신인사제도, 연봉제, 역량 중심 평가제도, 성과 인센티브 제도 등 사원 계층의 인사 제도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책임을 지닌 리더 계층의 육성에 대해서는 의외로 많은 논의가 부족한 듯 하다. 주로 임원 계층의 필요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리더십을 평가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리더의 양성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경영자 육성의 문제가 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인재 확보와 유지, 지배구조 고도화, 인구구조 변화 등의 관점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임원의 경쟁력이 곧 그 회사의 경쟁력(Organizations are only as strong as their leaders)’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임원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 의사결정과 구성원을 리드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이는 당연한 얘기일지 모른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리더 육성 측면에서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상위 20개 기업과 S&P 500 기업의 5년 평균 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s Return)은 매우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리더 계층의 개발은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기업 내의 인재를 확보, 유지하는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리더 육성에 열성을 기울이는 기업의 경우, 그러한 노력 자체가 인재들이 떠나지 않게 만드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좋은 리더가 많은 조직은 그러한 명성이 고용 브랜드(Employer Brand)에도 영향을 미쳐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편, 최근 지배구조 개선과 맞물려서 소유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체제로 바뀌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문경영체제로의 전환은 3가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책임 경영과 규율의 강화, 둘째는 경영 관리 시스템의 정비, 셋째는 경영자의 개발이다.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기업 고유의 가치와 경영 방식을 체계화하고, 이를 전략 수립 및 실행과 관련한 경영 관리 시스템에 반영함으로써 비교적 단기간에 기본적인 체제를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영자의 개발은 단기간이 아니라 10년 정도의 육성 기간이 지나야 결실을 볼 수 있는 장기적 과제이다. 따라서 전문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경영자 개발과 관련한 실행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인구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리더 계층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이면 현재의 CEO 및 임원 계층의 절반 이상이 은퇴할 연령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더 이상 남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베이붐 세대가 이미 중년을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재 전쟁(War for Talent)에 이어, 조만간 우리 기업들은 ‘리더 전쟁(War for Leader)’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경영자 인력 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내 기업의 경우에도 외국계 기업 출신의 최고 경영자들이 영입되어 성공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아직 일부 소수에 불과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미국과 달리 경영자 특히, CEO 인력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한 우리 실정을 감안하면 외부 영입을 크게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이제 우리 기업들도 내부 경영자 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영자를 성공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 먼저 선진 기업들은 경영자를 어떻게 육성하고 있는지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II. 선진 기업의 경영자 육성 비결 
 
최근 인사분야 컨설팅회사인 헤이 그룹(Hay Group)에서 매출 80억 달러 이상의 전 세계 564개 기업을 대상으로 리더 육성에 있어 성공적인 기업들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GE, P&G, 펩시코(PepsiCo), 시티그룹(Citigroup), Johnson & Johnson 등이 상위 20위 기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GE는 전통적으로 경영혁신 방법론의 선구자라는 명성과 함께 경영자 사관학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회사다. 그리고 GE에서 출발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은 여타 많은 기업에 영향을 미쳐 유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나타날 정도이다. P&G 역시 ‘P&G 출신을 데려다 쓰면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재 영입의 타겟이 되는 대표적인 회사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GE와 P&G를 비롯한 이들 회사들은 어떻게 인재 양성의 최고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일까? 이들 기업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요인을 분석하여 종합해 보면, 인재 파악 노력을 통한 조기 인재 발굴, 개인별 육성 계획을 토대로 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경험의 부여, 최고 경영진의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 등이 주요한 공통점이다.
 
1. 인재의 조기 발굴과 검증 
 
리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 분야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미래 리더를 파악하는 데 3년, 그리고 CEO로 양성하는 데 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따라서, 미래 리더를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원 단계에서부터 핵심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십 개발 분야 자문회사인 나인스하우스(NinthHouse)사가 포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의 기업들이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 리더(High Potential Leader)를 선발하고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생활용품업체인 콜게이트(Colgate)사도 그 중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회사는 입사 1년차인 신입 사원들에 대해서도 장래 CEO감으로 키울만한 인재인지를 검토한다. 그래서 잠재력이 있는 사원에 대해서는 빠른 승진 기회의 부여와 더불어 체계적인 육성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IBM도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현 CEO인 샘 팔미사노(Sam Palmisano)도 미래 리더(High Potentials)로 선발되어 1989년 당시 CEO였던 애커스(Akers)의 보좌역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따라서, 미래 경영자를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재 선발과 육성에 일찍 투자하여 각 계층 단계별로 풍부한 리더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객관적인 리더 검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도 검증할 인재가 부족하다면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① 미래 잠재력을 기준으로 한 선발 
 
미래 리더를 선발하는 단계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문제 중 하나는 개인의 잠재력을 어떻게 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과거에 높은 성과를 창출했다는 성공 경험만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그리고 새로운 직무 책임을 맡고도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스러운 접근일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가 반드시 최고의 명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의 내용과 고객, 활동 범위 등에 따라 필요 역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능력을 벗어난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본인의 무능력을 드러내 보이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 성과가 미래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상황에만 특수한 성과였는지를 면밀히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잠재력(Potential)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하나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과 미래 역할간의 적합성 관점이다. 조직 책임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CEO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개인의 현재 역량과 비교해 보아야 한다. 그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선발의 기준으로, 장기적으로는 육성의 기준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 요소들(Growth Factors)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식이나 스킬이 아니라, 폭넓은 사고와 학습 열망 등 보다 근본적인 자질을 검증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② 제 3자적 관점의 객관적 평가 
 
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개인의 잠재력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많은 기업들이 과거 평가 결과나 어학 능력을 기본 요건으로 하여 직속 상사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직속 상사로 구성된 관리자팀의 논의 과정을 통해 미래 리더 후보를 선발하고 있다. 이는 직속 상사의 주관적 판단과 고려 요인에 따라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한 사례로 GE사의 경우를 살펴볼 수 있겠다.
 
흔히 GE내부에서 ‘Session C’로 불리우는 인재 논의 과정은 2단계의 평가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먼저, 매년 20~25명의 미래 리더 후보들이 선정되면, 이들을 2명의 타 사업본부 인사 책임자들이 3~4시간동안 구조화된 인터뷰를 진행한다. 성장한 지역, 사고방식에 대한 부모의 영향, 성공 및 실패 경험 등이 주 내용이 된다. 구조화된 인터뷰를 통해 신입 사원 채용을 진행해 본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해 1~2시간만 대화를 나누어도 그 사람의 장단점과 가치관 그리고 직업에 대한 열망과 기대 등을 매우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따라서 이 과정은 인재를 파악하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360도 피드백과 평판 조회(Reference Check), 상사 및 부하, 동료 그리고 고객 인터뷰 등 조직 내·외부로부터 광범위한 사실 중심의 자료 수집(Fact-finding Mission)이 실시된다.  
 
여기서 한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인사담당자들이 충분한 면담과 평가 스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리더의 요건과 특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구체적인 행동이나 이야기 속에서 판별해 내는 일은 전문적인 지식과 스킬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미국의 대형 보험회사인 시그나(Cigna)사의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평가 인터뷰(Structured Evaluation Interview)’ 스킬을 훈련시키는 워크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사담당자들은 개인에 대한 심층 평가 기법, 평가 결과 작성 스킬 및 개발 실행 계획 수립에 대한 스킬을 배우게 된다. 특히, 이들은  과거 성과를 바탕으로 각 개별 후보자들의 미래 잠재력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런 평가의 전 과정에는 시그나의 핵심 가치(Core Value)와 바람직한 리더십 행동들이 반영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사람이 진정 미래 리더로서 적합한 인물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③ 단계적 검증을 통한 선별 
 
미래 리더의 선발은 인재의 조기 선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상위 단계로의 성장 가능성을 검증해 나가는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 잠재력 있는 인재를 조기 발굴하여 중간 관리자에서부터 CEO 후계자 단계까지 전사적인 인재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사례로 미국 최대의 의료보험 업체인 웰포인트(WellPoint)사를 들 수 있다. 2007년 가장 존경받는 미국 기업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이 회사는 각 직급별로 후계자 군을 구축하여 전사적인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2월에 부장급 전원을 대상으로 업적과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여 사업부 후계자 군을 선정한다. 연이어 3월에는 지역 본부장 후계자, 4월에는 부사장, 사장급 후계자, 5월에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CEO 후계자를 선정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대로, GE도 매년 4월과 5월에 각 사업부에서 사업 책임자와 인사 담당자들이 모이는 ‘Session C’를 통해 사원 단계에서부터 미래의 리더 후보자들을 엄격히 검증해 나간다. 이 회의를 통해서 현 종업원들의 강약점, 향후 개발 포인트, 장단기 육성 목표, 상사의 평가 기록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미래 GE의 성장을 책임져 나갈 리더와 핵심 인재들을 선별해 나간다.
 
2. 직무 경험을 통한 체계적 육성 
 
잠재력 있는 미래 리더 후보를 선발하는 것은 경영자 양성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육성 활동의 실행이다. 특히, 준비된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향후 리더가 되었을 때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리더 육성 모습을 보면 주로 훌륭한 리더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리더십 역량을 분석, 정의하고 이를 리더의 선발이나 교육에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공 리더의 자질을 파악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며, ‘성공한 리더십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개념 규정만으로 리더가 개발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성공 리더의 특성을 주로 활용할 경우 비록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더라도 개별 회사가 처한 고유한 상황에는 잘 들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난점이 있다. 따라서 역량을 개발시킬 수 있는 직무 경험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접근 방법이 될 것이다.
 
① 폭넓고 다양한 직무 경험 기회 부여 
 
자사의 특수한 상황이나 미래에 예견되는 변화 방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실전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재로 하여금 일을 통해 경험을 체득하게 하고, 자사의 고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현장에서 스스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상위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스킬을 체계적으로 학습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도 제공해 주어야 한다.  
 
특히 경험을 통한 리더 육성이 성공하려면, 미래 리더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부문간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인재의 부문간 수평적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사 관점에서 인재를 전환 배치시키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헤이 그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 중 45%의 기업들이 미래 리더(High Potential Leader)들이 폭넓은 리더십 스킬을 배울 수 있도록 직무를 순환시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사내 인력의 이동을 보다 유연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 A사에서는 커리어 마켓(Career Market)제도를 통해 구성원이 희망하는 부서를 지원하면 ‘선(先)전보, 후(後)충원’함으로써 부서 이기주의가 작용할 여지를 없애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 기능 분야를 경험하기 위한 이러한 직무 순환과 더불어,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도전적인 업무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고 나아가 개인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리더십 관련 연구로 유명한 맥콜(Morgan McCall)교수는 CEO에게 필요한 경험의 예로, 쓰러져 가는 위기의 조직을 재건하고 당면한 시련을 극복한 성공 체험, 훌륭한 리더 혹은 나쁜 상사와 근무한 경험, 까다로운 부서원을 관리하는 경험 등을 들고 있다. GE의 이멜트(Jeff Immelt) 회장의 커리어 성장 과정도 이러한 요소들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사례> ‘GE 이멜트 회장의 성장 과정’ 참조).  
 
② 실효성 있는 육성 계획의 수립과 실행 
 
다양한 직무 경험을 부여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육성 계획의 수립과 실행일 것이다. 현실성 없는 개발 계획이나 실현되지 못할 개발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경영자 후보 개발 계획은 대체로 창의적이거나 통찰력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다.
 
B사의 CEO 사례를 살펴 보자. B사는 지난 1990년대 말 후계자군에 대한 평가를 통해, 담당 사업 분야에 정통하며 성과도 탁월했던 한명의 후보를 발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점은 해당 후보의 경력이 한 분야(silo)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해당 후보에 대한 면접을 담당했던 고위 경영자는 향후 개발과 육성 차원에서 타 사업 경험이나 해외 경험 등을 통해 이 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러나, 이 제언은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그 후보자는 CEO로 선임된 후 상대적으로 경험이 없던 분야의 사업 성과 부진으로 몇 년만에 퇴임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지적될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입 임원 시절 등 적절한 육성 시기를 이미 놓치고 난 때늦은 육성 조언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단기적인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육성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실천 노력의 부족이다.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미래 리더를 선발한 이후 적절한 시기별로 직무 순환과 담당 직무에서의 해결 과제 부여, 성과 리뷰를 통한 자기 성찰(After Action Review) 등 다양한 방안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 실제 사업 이슈에 기초한 육성 프로그램의 활용 
 
반면, 리더 양성에 효과적이지 못한 제도에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헤이 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임원 계층에 대한 EMBA(Executive MBA) 연수나, 웹 기반의 리더십 자기 학습 프로그램 등은 실제 육성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구미 기업보다 일본과 한국 기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야외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 역시 그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야외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에는 주로 극기 훈련식의 프로그램 등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국내 한 기업은 리더십 과정 입소자들에게 과정 첫날 한강 도하(渡河)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력과 자신감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일회성 이벤트는 실제 경영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웰포인트(WellPoint)사의 경우, 향후 부장급 이상의 리더십 포지션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인재들을 대상으로 ‘경영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경영 체험 프로그램’은 1주일 정도 워크샵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들에게는 향후 경영자가 되었을 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CEO를 비롯한 선배 경영진들이 패널 토의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프로그램 기간 내내 이들의 멘토가 되어 교육의 효과를 크게 높이고 있다.
 
3.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 
 
이와 같은 미래 경영자 후보의 선발과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최고 경영진의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다. GE의 전 CEO 잭 웰치(Jack Welch)가 자신의 시간의 절반을 인재 육성에 할애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P&G의 CEO인 앨런 래플리(Alan G. Lafley)는 리더 개발에 1/3 또는 1/2의 시간을, 펩시코의 전 CEO인 웨인 컬러웨이(Wayne Colloway)는 미래 리더 발굴에 2/3의 시간을, IBM의 전 CEO인 루 거스너(Lou Gerstner)와 현 CEO인 샘 팔미사노(Sam Palmissano)는 잠재 리더(High Potential Leaders) 검토만을 위한 시간으로 일년 중 최소 2주를 할애한다고 한다. 인재 육성에 뛰어난 조직에서는 이처럼 인재 육성에 헌신적인 최고 경영자를 반드시 찾아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리더 양성은 하위 조직의 각 조직책임자가 담당해야 할 몫이라는 인식을 최고 경영자가 갖고 있는 경우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훌륭한 리더의 배출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또한, 자신의 임기 연장이나 안위에 급급한 CEO가 있다면, CEO 후계자 육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영진은 단기적인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재능 있는 인재들이 경험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향후 회사가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에 부합하고 미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GE의 전임 CEO인 잭 웰치가 재직시절에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은 GE의  주가 상승이나 회사의 매출 확대가 아닌 이멜트(Jeffrey Immelt)라는 유능한 CEO의 발굴이었다고 평가되는 배경이나, 이멜트의 CEO 선임 시 그가 의료 사업부 책임자 시절에 보여준 인재 발굴과 육성 노력이 높이 평가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 기업들도 이사회의 최고 경영자 선발 시에 개별 후보자들의 인재 육성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보다 비중있게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III. 모방이 아닌 재창조의 지혜가 필요 
 
지금까지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리더 육성에 대한 주요 접근방법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선진 기업들의 구체적인 경영자 육성 방법은 그다지 많이 공개되어 있지 않은 탓에, 이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훌륭한 육성 방안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육성의 구체 방법론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기업 고유의 인재 육성 노하우(Know-how)가 공개될 경우 경쟁사에서도 리더십 개발에 활용하게 될 것이고, 자연히 기업의 경쟁 우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반면, GE나 존슨앤존슨 등과 같이 아무 꺼리낌 없이 자신의 방법론을 공개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여기에는 이 기업들의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즉, 진정한 성공은 구체적인 기법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그 열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GE와 존슨앤존슨 등과 같은 회사는 바로 그 실행 단계에 있어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자신들의 비결을 다른 기업들이 쉽게 흉내낼 수는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이들이 똑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별로 사업의 성격과 처한 상황 등이 다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친 경험과 시행 착오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기업에 딱 맞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 육성 머신(Talent Machine)이라 불리는 GE의 인사 정책과 제도들도 대부분 랄프 코디너(Ralph Cordiner)를 비롯한 4명의 역대 CEO에 의해 지속적으로 구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랄프 코디너가 기초를 닦았다면, 인사 제도 및 관행을 체계화시킨 공로는 보쉬(Borsch)와 존스(Jones)의 몫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시스템을 최고의 성과로 연결시킨 사람이 바로 잭 웰치(Jack Welch)다. 즉,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여러 사람의 전폭적인 지원과 스탭들의 고민,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되어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도 이들 기업의 기법을 단순히 배워오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자기 조직의 문화와 구조에 맞게끔 실행함으로써 사업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인사 담당자들은 경영진의 지원과 관심 부족을 탓하기 이전에, 주도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경영진의 시간은 유한하다. 그들에게 경영자 후보들에 대한 일상적인 멘토링과 정기적인 리뷰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히 추가적인 부담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경영진이 사람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인사 부문은 보다 구조화된 방식으로 유용한 정보와 데이터를 생산해서 지원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 참고문헌 > 
 
C. A. Bartlett, A. N. McLean, GE’s Talent Machine : The Making of a CEO, 2006. 
 
M. R. Sobol, P. Harkins, T. Conley ed., Linkage Inc’s Best Practices for Succession Planning, 2007. 
 
M.W. McCall, G.P. Hollenbeck, Getting Leadership Development Right, Leadership Excellence, Feb. 2007. 
 
R. Charan, Ending the CEO Succession Crisis, Harvard Business Review, Feb.2005.

(LGERI, 2007. 9. 18. 노용진)
Posted by 서형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