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갑자기 이직하게 되면 회사는 당장 일손이 모자라게 되고 공백을 메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인재의 이직은 회사와 리더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회사가 유지해야 할 인재가 이탈할 때 보이는 징후와 예방책에 대해 알아본다.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옮기려고 합니다. 다음 주부터 OO사로 출근할 예정입니다.” 팀장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이다. 아끼던 부하 직원과 퇴직 면담을 하고 나면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이럴 수가…’하는 배신감이 앞선다.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써보지만 한 번 퇴직을 결심한 사람의 마음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인재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라! 
 
기업에서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새로운 인재가 입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사유로 퇴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업이 생존을 위해 인력 구조 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퇴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회사가 꼭 유지하고 싶은 인재가 떠나게 되면 조직 입장에서는 유무형의 손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직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퇴직할 경우 인당 1만 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고급 직무인 경우에는 2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그림 1> 참조). 이러한 추가 비용은 인력을 모집하고 채용하는 직접 비용과 함께 생산성 하락 등과 같은 기회비용이 고려된 수치이다. 이외에도 단골 고객의 이탈, 동료들의 동요, 사기 저하나 개인이 축적한 노하우, 조직 경쟁력 감소 등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인재의 이직으로 인한 손실을 염두에 두어서 인지,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기업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08년부터 노동 시장에서 구직자가 기업의 수요보다 적은 노동력 부족(Labour Shortage) 상황에 직면하면서, 기업마다 구인 전쟁에 돌입하였고, 직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닌 듯 싶다. 우리 기업들도 이직 방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우선 이직자의 절대 규모가 증가하면서, 경쟁사로의 이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인력난 현상이 심각한 R&D 분야 등 전문 인력 이직자 중 75%, 현장의 기능종사원 이직자 중 72%가 동일한 직업 즉, 경쟁사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또한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노동 시장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감소하여 ’10년~’15년에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인력난 현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한국노동연구원,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2005~2020」, 2005). 이젠 우리 기업도 인재 확보뿐만 아니라 인재 유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나가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반면 우리 기업의 인재 유지 관리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 기업 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원이 이직 의사를 밝힌 후에도 회사 차원의 대응이 전혀 없었다는 응답이 40%에 이르고 있다. 대응 방식도 연봉 인상이나 불만 사항 개선 등 응급 처방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이직을 하면 개인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경고를 하는 경우도 15%에 이르렀다. 결국 대다수의 이직자는 전 직장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우리 기업의 이직관리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는 이유는 이직을 조기에 발견하고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알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이직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결국 또 다른 인재가 떠나 가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만다. 다음에서는 인재 이탈을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 인재들이 퇴직하기 전에 보이는 징후들을 살펴보고 선진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예방하는지 알아본다.
 
이직의 징후들 
 
한국노동연구원이 장기간 동일한 패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이 비록 직장에 대한 불만족하더라도 곧바로 이직 행동(Turnover Behavior)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임금 인상 수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반복되는 업무보다는 새로운 경력과 비전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든지 하는 환경적인 요인들이 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방아쇠(Lever)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이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직의 환경, 개인적인 상황, 행동적인 이직 징후를 살펴 본다.
 
1.이직을 야기하는 환경적 요인 
 
구성원이 이직을 고민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회사와 부서가 처한 환경적 요인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선 직장의 안정성이 낮아지게 되면 이직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하고, 비정규직·아웃소싱 등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이렇듯 직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게 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우수한 인력도 분위기에 휩싸여 좀 더 안정적인 직장 또는 임금이 높은 직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게 되면 명예 퇴직 등을 통해 기대하는 고용조정도 이루어지지만, 불가피하게 인재가 유출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게 된다.
 
둘째, 이직을 야기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동종업계의 경력직 채용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경쟁기업이 경력직 채용 공고를 내면, 우리 회사의 이직 징후가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신규 졸업자 대상으로 60% 이상 채용이 이루어지던 채용 관행이 ’04년도에는 경력직 채용이 80%에 달하는 상황으로 반전되었다(통계청, 2005). 이에 따라 경력직 헤드헌팅 산업이 수수료만 해도 500억 이상 되는 큰 시장으로 급성장하면서 좋은 인재들에게는 유혹의 손길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경력직 채용 수요가 IT산업, 외국계 기업 중심에서 국내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기업 구성원들의 이직 기회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실무형 경력자, 중간 허리를 보강하기 위한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대리, 과장급 직원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동료의 퇴직이 이직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Loyalty)보다는 직장 동료와의 ‘사회적 유대감(Social Tie)’이 클수록 직장 생활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사회적 유대감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동료와 함께 업무 이외에 여가 활동을 함께 보내다 보면 사회적 유대감이 형성되어 회사에 계속 다니고자 하는 의욕을 불어 넣기도 하지만, 반대로 동료가 이직하게 되면 부정적인 영향도 커지게 된다. 한 취업 포탈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 의사를 밝힌 사람 중 70%가 ‘동료가 이직하는 것을 보면 매우 부러울 때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커리어다음-국민일보 공동, 2006). 이러한 생각은 조직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는 한편, 이직 의사가 있는 직원들에게는 ‘나도 이직해 보겠다’는 행동을 부채질하여 ‘이직 전염병’을 낳기도 한다.
 
2.이직을 고려하게 되는 개인적 상황 
 
직원의 연령, 과거 경험, 재정 상태 등 개인적인 상황도 이직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선 연령이 낮을수록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새로운 경력을 쌓기 위해 이직을 쉽게 결정해 버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 근로자 평균 근속기간은 4년 6개월에 불과하다. 첫 취업의 근속기간이 1년 9개월에 그쳤으며, 3년 이상 근무한 경우의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통계청, 「경제활동부가조사」, 2006~2007). 첫 취업 직장에서 이직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임금, 근로 시간 과다 등 근로 여건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족적 이유,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등 직장 생활 초기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3~4년 정도 직장 생활에 적응하여 실무에 능숙해지는 단계에 이르러서도 도전적이고 적성에 맞는 경력을 찾아 이직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둘째, 과거 직장을 옮겨 본 적이 있거나, 이직하려고 했던 경험이 있다면 상사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이직 경험자가 다시 이직할 확률이 더 높게 나왔다. 이직 경험자의 경우 다시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50%에 달하였으나, 이직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36%에 그쳤다. 2년 이상 근속자 비율은 이직 경험자 중에는 25%에 불과한 반면, 이직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43%에 달했다(통계청, 「청년층 경제활동부가조사」, 2006). 미국 기업들은 직원 선발 시에 5년 내 근무한 직장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는 이직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사람을 뽑는데 신중을 기한다. 이직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퇴직과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안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이직이 잦은 경우에는 이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또한 이직을 통해 연봉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회사를 옮겨야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한다.  
 
셋째, 짧은 기간 안에 스트레스가 갑자기 높아질 때, 직원은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직무 스트레스는 과도한 성과 목표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고, 쉽게 처리하기 힘든 민원, 업무 상 소송 등 복잡한 문제로 인해 갑자기 높아질 수도 있다. 한편 금전적인 손실이 생기거나, 이혼 등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직원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3.이직을 고려할 때, 나타나는 행동 
 
일단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 직장 생활에서 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우선 회사, 부서, 상사, 동료에 대해 이전과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예를 들면, 회사의 전략이나 미래에 대해 논의하거나, 상사에 대해서 얘기할 때 과거와 달리 격한 논쟁을 벌여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던 직원이 어느 날 업무에 대해 상사와 격론을 벌이며 ‘이런 식으로 운영하니 많은 문제가 발생되어 온 것이다’라는 식의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렇게 태도가 바뀌게 되는 데에는 이미 회사를 떠나겠다는 마음이 가슴 한 켠에 자리잡았기 때문일 수 있다.
 
둘째, 이직하려는 사람은 부서원 중 누군가에게 사전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반드시 알린다. 마치 자살하려는 사람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듯이, 이직 의사를 미리 밝혀 나중에라도 자신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도록 ‘대리인’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주변을 정리하고 외부와의 통화 내용을 숨기는 등 어색한 행동을 보인다. 이직자들은 자신이 일해 왔던 업무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상사나 동료에게 일하는 모습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로 인해 어색한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구직을 위해 외부와 연락을 취하거나, 면접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는 과정에서 구직 활동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적당하게 둘러 대는 경우도 생긴다.
 
이직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마련하라! 
 
이상에서 이직 행동을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조직의 환경, 개인적인 상황, 행동적인 이직 징후를 살펴 보았다. 직원들의 이직 징후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리더들이 꼼꼼한 이직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먼저 회사 차원에서는 사내의 조직과 직원의 분위기에 대해 개별적으로 조사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이직 징후를 예측해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회사가 정기적으로 직원 만족도 조사(Employee Survey), 360도 리더십 피드백 조사, 이직자 면담 등을 통해 조직 분위기를 조사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시행하는 여러 조사들을 통합 분석하여 이직률을 조기에 경보하는 ‘이직 예측 시스템(Turnover Prediction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운영 원리는 여러 조사 문항 중에 이직자와 근속하는 직원의 응답 간에 차이가 많은 문항을 골라 내고, 이 문항들에 대해 이직자와 유사한 패턴으로 응답한 부서나 직원들을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문항에 이직자의 응답은 평균 2.7점이고, 근속자들은 3.8점이라면 이 문항이 이직자를 예측할 수 있는 문항이라고 가정한다. 조사 결과 이 문항에 대해 2.7점 미만으로 응답 한 부서나 직원들이 발견되면, 이 부서나 직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직 예방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그림 3>참조).
 
리더들은 구성원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직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대응하는데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리더들이 인사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리더는 직원에 대한 평가자로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다. 그러다 보니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고, 부하들도 상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란 더욱 쉽지 않기 때문에 이직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에는 선발할 때부터 이직 위험이 높은 직원을 가려내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함으로써 이직률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표 1> 참조). 리더는 항상 부하 직원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이직의 징후가 높아질 경우에는 사전적으로 면담을 하거나, 이직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서 논의했던 조직 환경, 개인 상황, 행동적 측면의 이직 징후들을 종합하여 예시적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표 2> 참조).
 
핵심 인재의 이탈이 가져오는 손실과 사기 저하 등 유무형의 비용을 고려해 보면, 기업도 개인의 이직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비결을 알아야 한다. 선진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들은 직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축적하여 이직 위험을 관리하는 노하우 면에서 부족하다.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춰나감으로써 뜻하지 않게 귀중한 인재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끝> (2007. 6. 1. LGERI 천성현)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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