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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1 100년 기업의 성공 토대, 리더십 파이프라인
  2. 2007.05.25 조직 운영의 통념을 버려라
잠시 반짝하는 성과를 내다가 사라지는 기업이 아니라, 오랜 기간 꾸준히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장수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모든 경영자들의 바램이다. 장수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끊임없는 변신을 통한 적응 능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적응 능력의 핵심 원천은 사람 특히,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 선정의 대표적인 방식과 육성의 주요 포인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40년에 불과하며, 일본과 유럽 기업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욱 짧은 13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욱이 단순히 생존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경우에도 환경 변화에 따른 끊임없는 변신과 적응 능력은 장수기업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신과 적응을 주도하는 것은 바로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 변수는 역시 최고 경영자가 아닌가 싶다. 최고경영자 선임에 따라 그 기업의 주가가 변동하는 현상이나, 월 스트리트 저널에 외부 영입 CEO에 대한 기사가 빈번하게 실리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하나의 예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근래 수요에 비해 리더급 인력의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듯 보인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그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경영자 자원 왜 부족한가? 
 
그렇다면 최고 경영자의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런 결과는 지식경제로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비해 지금은 사업의 규모와 범위, 성격 등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복잡해졌다. 이는 최고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경험과 스킬 등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도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가 작고 사업 성격이 단순한 조직의 경영은 별다른 훈련과 경험의 축적이 없이도 성공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조직의 경우에는 자연발생적인 리더의 성장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곤란해지게 된다.
 
또한 과거에 비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내지 기회를 찾아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도 유능한 최고 경영자 확보가 어려운 한가지 이유일 수 있겠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일은 실패의 확률(Risk)이 높은 반면,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학습의 기회(Opportunity)를 얻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훌륭한 사업 리더가 키워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자 자원,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인가? 
 
그렇다면 유능한 경영자 부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외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외부 영입을 통해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육성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 시스코(Cisco)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시스코는 최고 경영자(CEO)인 챔버스(John Chambers)를 비롯하여 최고 개발책임자(CDO) 쟌카를로(Charles Giancarlo), 최고 마케팅책임자(CMO) 보스트롬(Susan Bostrom) 등 주요 직책의 임원들 역시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인수한 기업에서 성장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기업은 경영자 사관학교로 널리 알려진 GE이다. 혹자는 GE를 ‘최고경영자를 만들어 내는 공장(CEO facto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 중에서 보다 바람직한 접근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한 일률적인 답을 구하기보다 좀 더 다른 포괄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먼저 조직의 최고 경영자를 선정하는 방법은 2가지 관점에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후임 CEO 선정 과정에 누가 주도권을 갖고 관여하는가의 측면이다. 즉, 현재의 최고 경영자가 상당부분 권한을 갖고 주도하는 경우와, 반대로 현 최고 경영자는 배제하고 이사회 등 제 3자에 의해 선정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CEO 선정 방식을 구분하는 관점은, 후보에 대한 선호(Preference)가 이미 정해져 있는가 여부이다. 예를 들어, 이미 차기 CEO로 고려중인 단일 후보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냐, 아니면 제로 베이스에서 후보자 풀(pool)을 구성하고 선정하느냐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최고 경영자 선정 방식은 왕위 계승 방식(Crown heir), 경마 방식(Horse race), 이사회 추천 방식, 헤드헌팅을 통한 광범위한 탐색 방식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표> 참조).  
 
1.왕위 계승 방식(Crown heir) 
 
왕위 계승 방식이란, 현재의 최고 경영자가 자신의 후임자를 일찌감치 지정해서 육성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차기 최고 경영자 후보는 1인이며, 자신이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기 개발을 위한 다양한 기회가 제공된다.  
 
1993년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의 마이클 스핀들러(Michael Spindler)가 존 스컬리(John Sculley)에 이어 최고 경영자로 취임한 것이 왕위계승 방식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스컬리는 퇴임 3년 전부터 후계자를 공식화하고 매일의 경영 의사결정에 자연스럽게 후계자를 참여시킴으로써, 후계자가 CEO 업무를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방식은 가장 전통적인 승계 방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방식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최고 경영자가 비록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후보로 선정하더라도, 단계적으로 내외부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춘추전국시대 제 1대 패자인 제환공이다. 관포지교로도 잘 알려진 명재상 관중의 보필을 받아 당대에 천하의 패자가 된 제환공이지만, 말년에는 후계자 선정에 실패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장자인 공자 무휴를 세자로 옹립한 결정을 뒤엎고 공자 소로 세자를 변경하려는 과정에서 합리적 사유나 투명성이 결여됨으로써 골육상쟁의 내부 분란이 발생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사후(死後) 2개월이 지나도록 장례가 치러지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했던 것이다. 제 2대 패자인 진문공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제환공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일찌감치 세자를 지명하고 대신들에게도 이를 명확히 주지시켰다. 그런 다음, 세자 이외의 아들들은 다른 나라로 보내 벼슬에 살게 하는 등 승계 과정을 자신의 생전에 완전하게 마무리 지음으로써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해 두었다. 이를 통해 진문공은 치세와 승계 모두에 성공한 현명한 군주로 후대에 기억되고 있다.
 
이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의 하나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후계자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고 운영책임자(COO)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는 등 성과 창출이나 외부 노출의 기회를 통해 사전에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인정받게끔 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2.경마 방식(Horse race) 
 
경마 방식이란, 복수의 후계자 후보를 사전에 선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일정기간의 경쟁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을 새로운 CEO로 선정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경마 방식은 최종 선정된 후계자의 정당성(legitimacy) 측면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수용도 측면에서는 가장 우수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실패로 판명된 애플사의 두 전임 CEO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무능한 CEO가 대물림되는 문제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경마 방식도 왕위 승계 방식과 마찬가지로 후계자 육성과 검증을 위한 오랜 승계 기간이 요구된다. 그리고 때로는 오랜 경쟁을 통한 검증 과정을 끝내고도 적임자가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고, 결국 외부에서 후임자가 영입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임자인 스메일(John Smale)의 뒤를 이어 새로운 CEO에 선임된 프록터 앤 갬블(P & G)사의 알츠(Ed Artzt)의 경우도 이러한 경마 방식에 따른 후계자 선정 사례의 하나이다. 그는 자신(당시 56세)보다 11살이나 젊고 유능한 경쟁자가 있었음에도, 국제 부문 책임자로 취임 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끌어 내는 등 뛰어난 성과를 냄으로써 차기 CEO로 선정된  케이스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GE의 후계자 선정 방식도 경마 방식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사례의 하나다. 후보들은 각자 도전적인 직무를 부여 받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후계자로서의 검증과 더불어 더 큰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게 된다. 제프리 이멜트와 제임스 맥너니, 밥 나델리 등 GE 후계자 선정 경쟁의 마지막 주자들은 모두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훌륭한 리더십 역량을 육성하고 개발함으로써, GE 또는 3M과 보잉, 홈 데포 등의 CEO를 역임했거나 현재 CE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이사회 추천 방식 
 
이사회 추천 방식이란, 현직 CEO의 관여는 최소화되고 사외 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1인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후계자 선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단기간 내에 후보자를 선정하여 진행하는 방식이므로, 충분한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기는 비교적 어렵다. 그리고 후임 선정과정에서 이사회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루머로 떠돌게 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 모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좋은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던 최고 경영자가 이사회의 의도에 따라 연임에 실패하고 교체가 되면서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언론매체에 소개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차기 CEO를 선정하는 노력이 중요함을 잘 알 수 있다.
 
이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너럴 모터(General Motors)의 잭 스미스(Jack Smith)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부진한 매출로 인해 재정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이사회가 주도하여 전임 CEO인 스템플(Robert Stempel)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여 사임시키고 후임자로 스미스를 선정한 바 있다.
 
4.헤드헌팅 방식 
 
외부 헤드헌팅 방식은, 이사회 추천 방식과 마찬가지로 현직 CEO가 아니라 이사회가 주로 관여하여 외부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물색하고 그 중에서 적임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후보 선정은 조직의 변화 방향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요건을 갖춘 사람을 우선적으로 발탁하게 된다. 그러나 당초 의도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완벽한 후보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발 기준(Criteria)은 때로 변경될 수도 있다.  
 
코닥(Kodak)사의 휘트모어(Kay Whitmore)의 후임으로 선임된 피셔(George Fisher)의 경우가 헤드헌팅 방식으로 선발된 경우이다. 전임 CEO인 휘트모어는 새로운 기회의 모색보다는 비용 절감에 치중하면서 이사회의 바램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당시 사외 이사였던 코카콜라사의 고이주에타가 주도하여 외부의 임원 리크루팅 회사를 통해, 외부인이면서 마케팅 배경을 갖춘 여러 명의 후보를 비밀리에 조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후보자를 찾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기술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강한 비전을 가지고 있던 당시 모토로라의 CEO였던 피셔를 새로운 CEO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후 피셔는 재직기간 동안 수렁에 빠졌던 코닥을 디지털이미지 사업분야의 선두 주자로 화려하게 재기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업별 상황에 따른 접근 필요 
 
적절한 CEO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4가지 방법 중에서 해당 기업의 상황과 인력 풀 등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여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전략 방향과 정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조직의 경우에는 왕위 계승 방식에 의한 후임자 선정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반면, 경영의 연속성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고,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은 경우라면 오히려 외부인재를 헤드헌팅 방식으로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충분한 후계자 양성 시간이 주어진 상황이라면, 다양한 유형의 경영자 후보를 조기에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경마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해당 기업의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식을 우선 실행하되, 장기적으로는 조직내 각 계층의 경영자 풀을 충분히 육성하여 리더십 파이프라인에서의 흐름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영자 후보의 내부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보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한 경영자 양성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내부 육성의 추진 절차는 주간경제 945호 「차기 CEO 양성의 비결」 참조). 여기에서는 특히 후계자 육성의 방법론 측면에서 보다 유의해야 할 이슈를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잠재력이 높은 후보를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미래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서,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식별하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의 안목’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적인 인재의 발굴과 육성 차원에서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의 하나가 높은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단계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실제 육성에는 소홀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 리더를 찾아내는 데 천재로 알려진 앤드루 카네기의 말처럼, “사람을 계발하는 것은 금을 캐는 것과 같다. 1온스의 금을 얻기 위해서는 1톤의 돌을 치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심정으로 효율성 보다는 효과성을 제고한다는 관점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한다면 이와 같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또한, ‘좋은 리더는 태어날지도 모르지만, 위대한 리더는 길러진다(Good leader may be born, but great leader is made)’라는 말처럼, 선발 자체보다는 육성에 보다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사람의 육성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오해의 하나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사람을 키우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재의 육성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한 육성’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학습 유형은 크게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과 관찰을 통한 대리학습(learning by example, 또는 vicarious learning)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성인 교육 분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은 들은 것의 10%, 본 것의 50%, 말한 것의 70%를 기억하고, 듣고 보고 말하고 실제로 해본 것은 90%를 기억한다고 한다. 따라서, 스스로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도전적 과제의 수행과 그 과정에서 때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실패의 경험은 개인의 성장에는 매우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 GE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도 액션 러닝을 중심으로 편성하는 등 ‘실행’을 가장 중요한 육성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 책임의 범위상 초급관리자에서부터 전체 기업차원의 관리자에 이르는 각각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본사 기능 분야 스탭에서 성장한 인재를 단일 사업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책의 경험도 생략한 채 복수 사업의 총괄직책을 부여하는 식의 오류를 흔히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초급자 슬로프를 거치지 않고 상급자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 같이 자칫 본인과 조직에게 부정적이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SIGNA, 체이스 맨해튼, GE 등 여러 선진 기업의 경우에는 초급관리자에서부터 초급관리자의 관리자, 영역전담 관리자, 사업총괄 관리자, 복수 사업 총괄 관리자, 최고 경영자의 각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게 하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 
 
유능한 경영자를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육성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제도나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People first)’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상위 1퍼센트 내에 드는 정말로 성공적인 리더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팀원들을 발전시키고 성공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8년간의 영의정 재직 기간을 포함하여 23년간 재상으로 일한 황희 정승도 일찍부터 김종서를 재상감으로 지목하여 혹독하게 단련시켰다고 한다. 이타적인 이유에서건 이기적 이유에서건 조직의 상위 계층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사람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이고, 나아가 이런 사람을 키우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끝>
(2007.7.25. LGERI, 노용진)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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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짜여진 조직 구조’,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가는 각 부서와 기능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바라는 조직 운영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는 이와 같은 질서 정연한 조직 운영이 오히려 변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처할 방안 마련에 수 많은 경영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다. 2006년 맥킨지 컨설팅사가 전 세계의 1,500여 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9명의 경영자는 ‘향후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경영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Agility)과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조직의 민첩성과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 중 50%가 ‘과도하게 집중화된 의사 결정 및 관리 프로세스가 민첩성과 스피드를 높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y)이 핵심 성공 요인이었던 기존의 경영 환경 하에서는 상부의 명령에 따른 일사불란한 실행, 그리고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관리는 분명 강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수직적으로 잘 정렬된 조직 구조와 중앙 집중식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상부 조직에 보고를 하고 의사 결정을 기다리는 경영 시스템으로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미래의 불확실성에 적절히 대응할 수가 없다.   
 
조직 운영의 통념을 버려라 
 
이코노미스트誌의 편집장인 팀 하인들(Tim Hindle)은 변화하는 시대에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 50년 간 절대적인 진리처럼 믿어 왔던 ‘명령과 통제(Command & Control)에 의한 체계적 조직 관리를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기존의 조직 운영 방식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한 듯 하다. “흔히 사람들은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을 바라볼 때는 만족감을 느끼지만 어지럽게 물건이 놓여 있는 걸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회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 내 각 조직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게 결정되어 있지 않고 중복이 있거나, 업무 처리에 있어서 지켜야 할 규칙이 명확하지 못할 때,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를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완벽한 혼란(A Perfect Mess)」의 저자인 콜럼비아 대학의 에릭 애브라함슨(Eric Abrahamson) 교수의 말이다.
 
이 말처럼 거의 모든 경영자들은 자신의 회사가 보다 질서 정연하고 합리적인 조직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 재설계, 내부 운영 프로세스 개선, 매뉴얼/규정 등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인력을 투입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조직도,  각 조직 별로 명확하게 규정된 역할과 책임, 적절한 견제와 균형, 일사 분란한 명령 체계 등이 있을 때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조직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생각은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을 보면 대개 비전이나 사업 전략에 맞게 일관된 조직을 가지고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브라함슨 교수는 “경영자들이 바라는 것처럼 완벽하게 질서 정연한 조직을 만든다거나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고 있다. 덧붙여 “최근과 같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잘 정돈되고 질서 정연한 조직은 변화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 구조나 운영에 있어 어느 정도의 무질서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무질서의 혜택 
 
1.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독특한 경영 방식을 가지고 있는 셈코(Semco)사의 CEO인 리카르도 세믈러(Ricardo Semler)는 “많은 경영자들이 질서, 안정, 그리고 예측 가능성을 바라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영역, 모든 경우에 대해 규칙을 만들려 한다. 그리고, 종이에 깔끔하게 정리된 규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잘못된 착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세믈러는 오히려 이런 규칙들은 경영자를 비롯한 관리자들에게 기존의 규칙만 잘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면서 변화에 둔감하게 만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눈 앞에 두고도 기존의 규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에 세믈러는 자신이 경영하는 셈코사에서 각종 정책과 규칙을 없애고 대신 직원들간의 토의와 합의를 통한 ‘직장 민주주의’를 도입했다. 더 나아가 세믈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라도 직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나와 자신의 계획을 피력할 수 있다. 위원회에서 제안이 통과된다면 그 일을 직접 맡아서 할 수도 있다. 셈코사는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해간다<박스 기사, 셈코 : 무규칙의 성과 참고>.  
 
2. 상호 이해와 부문간 협력 유도 
 
명확한 조직간의 역할 구분을 통해 각 조직의 책임감과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 간 중복으로 인한 낭비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는 조직 운영에 있어 기본적인 원칙이다. 매우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고, 논리적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경영 현장에 적용해보면, 오히려 조직간의 갈등이나 분열 등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 간에 중복되는 부문이 전혀 없을 경우, 조직도 상으로는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정보의 흐름이나 각 부문 간의 협력이 부족하여 오히려 일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게 되기도 한다.  
 
조직간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여 나타나는 중복을 낭비나 비효율로 보기보다는 부문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여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지식의 공유와 창조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식 경영의 대가인 이쿠지로 노나카(Ikujiro Nonaka) 교수가 그 대표적인 학자로 조직적 지식 창조를 위해서는 ‘중복성 (Redundancy)’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일례로 캐논(Canon)사의 경우에는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러 개의 연구 개발팀을 운영했었다. 캐논의 경영진은 조직의 중복으로 인해 자원의 낭비가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중복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고, 서로의 지식이 공유되면서 창의력이 높아지고, 결국 회사는 최고의 성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여러 개의 소규모 개발팀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공유하면서 일을 진행한다.  
 
조직 별로 역할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무질서해 보이는 조직 운영 방식은 보다 현실적인 의사 결정과 부문간 협력을 이끄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1920년대에서 50년대까지의 GM사의 변화 과정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GM사는 사업본부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며, 일상적인 생산, 영업 등을 수행하는 사업본부(Operating Division)와 전사 차원의 전략 수립, 자원 배분, 성과 관리 등을 수행하는 본사(Corporate Headquarter)간에는 명확한 역할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조직 구성 원리를 따르고 있었다. 당시 CEO였던 알프레드 슬로안(Alfred Sloan)은 이를 ‘연방적 분권화(Federal Decentralization)’라고 불렀다.  
 
그러나, 경영사학자인 위스콘신 대학의 로버트 프리랜드(Robert Freeland)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는 슬로안의 암묵적인 승인 하에 각 사업본부 리더들은 수시로 전사 차원의 의사 결정에 많은 개입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본사는 고객과 현장에 가까운 사업본부 리더들로부터 시장의 상황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들으면서 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으며, 사업본부 리더들은 자신들이 계획 수립에 참여했기 때문에 본사의 방침에 더 높은 수용성과 몰입을 보였다. 그 결과 GM은 포드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20여 년 동안 꾸준히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슬로안이 은퇴한 이후에야 비로소 GM은 조직 구조에 맞게 사업본부 리더들의 발언권을 제한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직 구조에 맞게 명확한 역할 구분을 둔 결과, 본사와 사업본부간에는 불신과 갈등이 싹텄고 GM의 성과는 급격하게 하락했다<박스 기사, GM : 연방적 분권화 참조>.  
 
3. 새로운 발상과 혁신 
 
무질서를 허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효용은 서로 전혀 다른 분야, 다른 생각들의 결합이나 창조적 갈등을 통한 혁신이다. 왓튼 스쿨의 이안 맥밀란(Ian MacMillan)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적인 신제품/신기술은 서로 관련이 없던 새로운 영역 간의 만남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애브라함슨 교수는 질서가 잡혀 있는 상태에서는 서로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결합이 쉽지 않지만, 무질서한 상황에서는 그와 반대의 현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해럴드 리빗(Harold Leavitt) 교수와 클레어몬트 대학의 진 블루먼(Jean Bluemen)교수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지금보다 덜 ‘조직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다. ‘덜 조직적’이어야 한다는 표현의 의미는 각 조직 별로 명확한 역할을 규정하고,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의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기업들의 경우, 명확한 규정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규칙의 준수, 질서 유지를 중시하게 되고, 기존의 규칙에 어긋나는 것은 조직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하면서 억누르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조직은 점점 창의성이나 유연성 등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서 변화하는데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과거의 질서정연한 조직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창의성이 중요한 지식 기반 산업에 속한 기업에서 이런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1969년 설립된 통신 기술 서비스 기업인 SAIC(Science Application International Corporation)는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이 그렇듯이 몇 푼 안 되는 자본금과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연 매출이 7조원에 달하고, Fortune誌의 500대 기업 순위에도 올라 있는 기업이다. 동사의 창업자인 로버트 베이스터(Robert Beyster)는 관리를 포기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공이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에 대형 방위산업체에 다니다가 관료주의적인 조직 문화를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베이스터는 과학자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연구 모임 중 열정적이고 도전 정신이 강한 그룹을 찾아내 스카우트한 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SAIC사는 이들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통제의 역설 
 
지금까지 소개한 기업들의 사례는 평범의 범주를 벗어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진리가 된 이 시점에 이들 기업이 주는 시사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의 저자인 톰 피터즈(Tom Peters)의 ‘요즘과 같은 혼돈의 시기에 통제력을 확보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통제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라는 역설적인 조언을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끝> (LGERI 2007.05.21 한상엽)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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