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건 작건 오늘의 뉴스 가운데 좋은 뉴스 3가지를 선정하여 내 블로그에 기록한다. 거의 모든 언론의 뉴스가 대부분 사건, 사고 등 부정적인 뉴스가 지배적이다.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비판적 으로 사고하는 것은 지성인의 양심이다. 그러나 나쁜 뉴스, 부정적 소식은 우리 각자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는 단점이 있다. 비록 작은 뉴스일지라도 <좋은 뉴스>를 매일 밤 간단히 편집하여 다음 날 오전 중에 올린다. <편집자: 서형준 주>


1. 뇌사 12살 소년 장기기증, 7명에게 새생명 선물

지난 8일 물놀이 중 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12살 소년(하이든 군)이 장기기증을 통해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하군은 심장과 간장, 신장, 각막을 기증했고, 간장은 분할 이식하는 방식으로 두 명에게 이식됐다고 한다. 소년의 아버지 하헌준 씨는 "이든이와의 이별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로 기억하길 원해서 장기기증을 결심했다"며 "이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장기이식을 받은 분들도 베푸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당신의 아들이 뇌사에 빠지는 땅이 꺼지는 아픔 속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하이든 소년과 그 부모님의 마음이야말로 오늘 우리에게 절실한 선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전에 장기기증서약을 통해 나누고 믿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하이든 소년과 그 부모님의 놀랍고 아름다운 선행은 참 고마운 뉴스이다.

(관련 뉴스)
▲ 뇌사 10대 소년, 일곱 명에게 새 생명 선물 (연합뉴스)


2. 교사들이 성적 집착않을 때 성적 더 좋아진다

영국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시험 결과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을 때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더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교육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을 때 학생들은 동기부여를 더 잘 받으며 더 올바르게 행동하고 더 독립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반면 정부 정책은 갈수록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집중하도록 몰아붙이고 있다고 이 연구의 책임자 크리스 왓킨스가 지적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눈여겨 참고할 연구결과이다. 새로운 지혜와 지식을 탐구, 발견한 뉴스는 앎에 이르는 지혜로운 뉴스이다.

(관련 뉴스)
"교사들이 성적 집착않을 때 성적 더 좋아진다" (연합뉴스)


3. 제주 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이야기

일본 식민지시대 제주도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어두운 운명을 건너야했던 아버지의 한을 풀고자 땅굴을 파는 이가 있다. 제주도 가마오름 평화박물관 이영근 관장이다. 그는 온통 땅굴에 미친 사람으로 통한다. 그의 아버지가 제주도 최대 규모의 일본군 땅굴진지가 있는 이곳이 그의 아버지께서 태평양 전쟁 당시 2년6개월간 강제 노역을 했던 비극의 현장에 평화박물관을 세웠다. 평생 벌어온 사재를 털고 빚까지 내어 평화박물관을 세운 것이다. 이 곳에는 부자가 모았던 전쟁 및 일본의 강제노역동원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 곳에는 일본인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데 이영근 관장이 직접 아버지의 삶을 전하며 역사적 진실과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관장님과 같은 분에게 지원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의 발굴과 평화메시지는 최근 일본 새 총리의 강제병합 인정과 사과발언 이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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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교훈 일깨우는 이영근씨 (연합뉴스)
그는 왜 땅굴에 미쳤나?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SBS)
- 제주도의 땅굴을 파헤치며 아버지를 기록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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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저물어가는 12월 28일 제주로 향했습니다.
아마 올 해의 마지막 공무가 될 여정이었습니다. 다른 일행은 모두 당일 저녁 비행기를 탔지만 나는 하루만 더 머물기로 했습니다. 낯선 섬에 내 친구 이담이 있었기에.

다음 날 오전 여유있게 갈 수 있는 곳만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섬은 바다를 보아야 합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무렵, 나는 그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거칠게 일렁이는 파도를 보고싶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본 환상적인 모습의 오름도 꼭 보아야 하지만 이번 일정은 여행아닌 여행이었으므로 바다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시 북쪽에서 서쪽으로 일주하였습니다. 제주 서북 해안 애월리의 <키친 애월>이란 카페에서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난 카페라떼, 내 친구는 카푸치노.
진한 커피향이 주인장의 소박하고 환한 인상만큼 마음을 풀어줍니다. 알고보니 이 카페는 지역 언론에도 몇 차례 보도되고, 인터넷 상의 여행정보에도 자주 등장하는 꽤 유명한 맛집이었습니다.

이 카페 밖에 현무암으로 조각된 해녀 동상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일하는 여성의 전형을 보는듯한 그 모습에 웬지모를 친근한 마음이 듭니다. 또한, 바람많은 섬 제주에서 일하는 해녀에게 부끄럽기만 한 하얀 나의 손이 슬그머니 감추어지기도 합니다.


해녀 동상을 지나 바다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맑고 푸른 바다가 그 맑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온통 현무암뿐인 해안은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조그만 산보길을 만들어 놓았나봅니다. 수 백미터에 이르는 바다에 접한 길을 따라 걷노라면 빛이 다른 여러 개의 바다가 나타납니다. 참 신기합니다. 어떤 곳은 열대의 바다처럼 맑고 잔잔합니다. 또 다른 곳은 푸르디 푸른 짙은 빛을 뿌려줍니다. 마치 작은 풀장처럼 현무암 돌담으로 물을 가두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잠시 착각에 빠집니다. 내가 아주 먼 이국땅에 와 있는 듯한 느낌말입니다. '집나서면 개고생'이란 말을 나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자꾸 자꾸 멀리가고 싶어합니다. 먼 여행이 어디어디 가보았다는 말치장이라면 그 말은 사실일 것입니다. 나는 집에서 비행시간까지 총 3시간이면 올 이 곳이 왜 멀리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사람들이 왜 먼 곳으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여행은 어떤 자연과의 만남이자 잊고있던 자기 자신과의 만남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상의 자기는 집에 두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올 때 여행의 참맛에 가까이 이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에서도 벅차게 일하지 않았지만, 그 바닷가가 좋았습니다. 웬지 모르게 글을 쓰거나 책을 쓰면 잘 써질 것 같았습니다. 집중하여 책을 쓰기 위해 산중사찰이나 인적드문 곳을 그려본 적이 있습니다. 혹 이 곳에 몇 달 머물면서 글을 쓰고 싶은 욕심도 납니다. 숙소는 대충 정하고 수시로 낚시를 하여 싱싱한 물고기로 끼니를 떼우면 돈이 많이들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하. 이렇게 마음 속으로 허풍을 떨어보는 것도 여행의 맛인가 봅니다.

빠르게 이동하면서 돌담으로 줄지어 서있는 하가리도 들러보았습니다. 갈대 밭도 지나면서 잠시 짬을 내어 지켜봅니다. 해발고도가 높아지자 도로의 눈이 녹지 않은 채로 있습니다. 겁이 많은 나이지만, 친구는 익숙한 듯 거침없이 차를 몰아갑니다. 신비의 길에 차를 멈추어 중립으로 놓고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길을 그냥 흘러내려가 봅니다.

이렇게 때로는 호흡을 길게, 빠르게 하면서 거의 제주도의 4분의 1을 순환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제주의 진짜 멋있는 곳, 맛있는 곳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제주의 구석구석을 잘 아는 친구와 동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바삐 돌아도 이틀 밖에 남지 않은 2009년을 다 정리하기엔 마음이 벅찹니다. 이틀 동안 내 마음이 차분하게 서둘렀으면 합니다. 그것이 올 한 해 바쁜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를 찾고 내년 여행을 떠나는 마음을 추스르는 올 해 나의 마지막 일이자 쉼표일 것입니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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