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회의를 효과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CEO가 염두에 두어야 할 회의 비결을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CEO들의 회의법을 통해 살펴보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CEO. 이들은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쓸까? 통상적으로 하루 일과 시간의 절반 이상을 회의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유명한 경영학자 헨리 민쯔버그(Henry Mintzberg)가 5주간 IT 기업의 CEO 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일과의 약 70%, 하루 평균 약 8건의 회의 참석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회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일까? 전략 수립,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 인재 육성, 일선 현장의 경영 환경 파악 등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의 대부분이 회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쟁 가속화, 고객/시장의 다양화 등 CEO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요소가 증가하면서, CEO의 회의에 대한 시간 투자 비중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경영학자 월터 그린(Walter A. Green)과 해롤드 라자루스(Harold Lazarus)가 1000여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약 72%는 5년 전에 비해 회의 시간이 훨씬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50%는 5년 후에는 더 많은 시간을 회의에 투자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회의 잘하는 CEO가 성공한다 
 
회의에 대한 CEO의 시간 투자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CEO가 회의를 잘 하는 것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건이 될 수 있다.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유능한 경영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회의를 생산적으로 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회의 목적을 명확히 알아야 하며 회의가 쓸모 없는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회의를 효과적으로 잘 이끌어가야 성공하는 CEO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회의를 잘 함으로써 성공한 대표적인 경영자로 IBM의 전임 회장인 루 거스너(Louis V. Gerstner)를 들 수 있다. IBM의 성공적인 회생에 대한 연구나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회의 문화 개혁이었다. 루 거스너가 몰락해가던 IBM에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개혁의 칼을 댄 것이 바로 비효율적 회의 문화였고, 이는 IBM 부활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CEO들은 회의에 대해 그리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경영학자 폴 라이스(Paul L. Rice)가 600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약 33%의 CEO는 투자한 시간 대비 회의가 비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73%의 CEO는 사전 계획 부족, 안건의 부적절성 등으로 생산적 회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탁월한 CEO들의 회의 비결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주요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올바른 회의 문화 형성에 CEO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회의의 성공 여부는 CEO가 어떤 스타일로 회의를 운영하고 회의 석상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CEO가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회의 비결을 탁월한 CEO들의 회의법을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1. 들어야 할 때는 입을 닫는다 
 
회의(會議)는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논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CEO의 생각이나 회사 정책의 일방적 지시/전달이 아닌, 회의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해 논의하는 것이 회의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회의 본연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CEO가 참석하는 회의를 보면, 회의 참석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CEO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CEO라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회의 석상에서 위축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CEO가 권위를 내세우거나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여 말할 경우, 참석자들은 솔직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 경영학자 캐슬린 란(Kathleen D. Ryan)과 다니엘 오스트리치(Daniel K. Oestreich)가 미국의 관리자 26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약 70%의 관리자들은 회사의 문제나 이슈를 상급자에게 솔직히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EO가 회의 석상에서 귀를 닫고 말을 많이 하게 되면, CEO 외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조용한 회의 (Silent Meeting)’가 될 가능성이 높다(<박스 기사> 참조).  
 
활발한 토론과 논의를 위해서는 회의 시에 CEO가 때로는 입을 닫을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도 들으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구성원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회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CEO가 말하기 보다는 듣는 것을 더 많이 해야 한다. GE의 회장 제프리 이멜트(Jeffrey R. Immelt)는 “회의를 하다 보면 이미 내 머리 속에는 의사결정의 답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생각하는 답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듣는다. 회의 참석자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도록 그냥 놔두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말하지 않고 그냥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GM의 전(前) 회장이었던 알프레드 슬로안(Alfred Sloan)은 회의에서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중시했던 경영자였다. 슬로안은 일주일 중 6일 정도를 경영위원회 멤버들과 중요한 전략 사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이때 그는 회의 안건을 소개하는 역할만 할 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간혹 잘 모르는 내용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하곤 했지만, 그 이외에는 회의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슬로안은 자신이 토론 과정에 개입하면 참석자들이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기 위해서는 자신이 입을 다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3M의 CEO였던 디시몬(DeSimone L. D) 역시 구성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기 위해 특별한 회의 방식을 사용했다. 보통 회의에는 약 30~100여 명 정도가 참석했으며 사전에 안건을 정하지 않았다. 참석자들도 고직급자 중심이 아니라 참석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회의 방식도 사전에 특별히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의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가장 중요한 점은 회의를 할 때에 CEO인 디시몬은 발언을 가급적 자제하고 오직 듣기만 했다는 점이다.  
 
2.토론의 불을 지핀다 
 
CEO가 회의 시에 ‘토론’의 불을 지피는 것도 회의 참석자들간에 활발한 논쟁이 오가도록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진실은 사람들간의 논쟁을 통해 나온다”라고 말하면서 격의 없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피터 드러커 역시 “한 사람만의 지식과 경험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경험과 지식이 모아져야 한다”며 회의 성공 여부는 토론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 때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그저 ‘활발하게 토론합시다’라는 식으로 말한다고 해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CEO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토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미국의 첨단 기술 제품 생산 업체인 이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의 전임 CEO, 찰스 나이트(Charles F. Knight)는 전략 회의 시에 논쟁을 이끌어 내기 위해 황당하거나 비논리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예컨대 상대방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거나 거칠고 전투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신과 격론을 펼치도록 유도하였다. 나이트는 이러한 자신의 회의 스타일을 ‘비논리의 논리(Logic of illogic)’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인지 능력을 키우고 생각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차원에서 때로는 이러한 유형의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장비업체 코닝(Corning Incorporated)의 전임 CEO인 제이미 휴턴(Jamie Houghton)도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토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예컨대 그는 경영진과의 회의 시, 대등한 입장에서 허심탄회한 토론을 하고자 할 때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휴턴이 카우보이 모자를 쓴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CEO와 다른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카우보이 모자는 휴턴이 CEO의 신분이 아니라 다른 참석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동이었다고 한다.
 
인텔(Intel)의 전(前) CEO인 앤디 그로브(Andy Grove) 역시 독특한 방식으로 토론 중심의 회의를 유도했다. 예컨대 활발한 토론이 없이 회의가 일찍 끝날 기미가 보이면, 그는 의도적으로 ‘토론광’을 회의에 불러들였다. 소위 ‘싸움닭’을 투입한 것이다. 즉 회의 안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이나 거친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을 회의에 참석시켜 논쟁 없이 합의되어 가던 회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토론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이러한 토론식의 회의가 되기 위해 CEO가 한 가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CEO가 참석하는 회의에서 CEO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공명심에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깎아 내리고 자신만이 돋보이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CEO가 참석자들에게 상호 존중과 진실한 대화를 통해 최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로 회의의 목적임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표> 참조).  
 
3.앵무새식 발표는 금지한다 
 
보통 CEO가 참석하는 회의를 보면 회의 탁자 중앙에 CEO가 앉아 있고 발표자는 앞에서 빔 프로젝터를 켜고 슬라이드 내용을 읽는 경우가 많다. 소위 ‘자, 준비해 온 것을 읽어봐라. 한번 들어보자’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회의에서는 CEO와 발표자간에 격의 없는 토론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따라서 생생한 토론 중심의 회의를 위해서는 회의 시에 발표자가 자신의 ‘생각’을 직접 말하도록 해야 한다. 사전에 만들어 온 수십 페이지의 보고서를 회의 석상에서 그대로 소리 내어 읽는 소위 ‘앵무새’식 발표는 지양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전(前) CEO 스콧 맥닐리(Scott McNealy)는 “우리 회사에는 12.9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파워포인트 보고서가 있다. 내 생각에 이것이 우리 회사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쓰레기다”라고 말하면서, 1997년 파워포인트에 의존해 발표하는 회의 방식을 금지하였다.
 
앵무새식 발표에 따끔한 일침을 놓은 또 다른 CEO로서 모토로라(Motorola)의 에드워드 잔더(Edward Zander)를 들 수 있다. 잔더가 모토로라의 신임 CEO로 부임한 직후, 경영 회의의 일화이다. 한 임원으로부터 전략에 대한 보고를 받던 중, 잔더는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에 “당신이 말하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였다. 발표하던 임원은 슬라이드를 3 페이지 정도 뒤로 돌려, “네. 이 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러자 잔더는 “그 페이지는 좀 전에 보았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전략의 본질이 무엇이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일세”라고 다시 질문하였다. 그러자 그 임원은 다시 1 페이지 가량을 뒤로 돌리면서, “네. 그건 이 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잔더는 화가 나서 “당장 빔 프로젝터를 꺼라. 언제까지 슬라이드에 적혀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할 것인가? 나는 현재 우리 회사 전략의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P&G의 CEO 알랜 래플리(Alan G. Lafley)가 CEO로 처음 부임했을 당시의 상황도 모토로라의 경우와 비슷했다. 당시 P&G의 전략 회의는 ‘극장(Theater)’과도 같았다고 한다. 사업부장들은 자기 순서가 되면 단상으로 나가 이미 CEO 및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앵무새처럼 읽기만 했다. 이러한 극장식 회의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건설적인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모든 사업부장들은 “여기 슬라이드를 자세히 보시면, 왜 우리 사업부의 성과가 올해 좋지 않았는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와 같이 변명만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에 래플리는 이러한 비효율적 회의 방식을 개혁하기로 하였다. 우선 각 사업부장들에게 발표할 자료는 보고 전에 자신에게 먼저 제출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궁금한 사항이나 잘못된 점은 직접 적어서 피드백 해 주었다. 둘째, 실제 회의에서는 3장짜리 보고서로만 발표하게 하였다. 래플리는 “전략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했다면 1페이지까지 보고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두꺼운 보고서보다는 생각이 담긴 간결한 보고서를 요구했다. 셋째, 전략 안건에 대해 사업부장들은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닌, ‘어느 사업/시장에서 경쟁할 것인가’,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2가지 이슈에 대해 상호 토론과 논쟁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4.회의 장소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린다 
 
회의 장소는 사무실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는 것도 생산적 회의를 위한 포인트이다. 현장과 단절된 사무실에 파묻혀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기 보다는 직원과 고객이 있는 현장에 직접 나가서 거기에서 현장을 느끼고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사무실 중심의 회의를 하다 보면, 현장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CEO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료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비효율적 보고 문화가 싹 틀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는 CEO들은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도요타(Toyota)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회장은 “문제가 생기면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장에서의 회의를 강조하고 있다. 월마트(Wal-Mart)의 창립자였던 샘 월튼(Sam Walton) 역시 “회사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싶다면, 직원에게 물어봐라. 그러면 답을 알 것이다”라는 말하며, 보고서에 적힌 글보다는 현장의 말에 더욱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화이자(Pfizer)의 전(前) CEO인 존 맥킨(John McKeen)은 사무실 밖에서 구성원과 직접 만나서 대화하며 회사의 경영 현황이나 문제를 파악하는 활동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사내의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옆에 있는 구성원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지요? 잘 되갑니까? 문제는 없습니까?”라고 질문하곤 했다. 한번은 엘리베이터에서 한 지역에서 페니실린의 이월 주문을 담당하는 관리자를 만났다. 맥킨은 “페니실린 이월 주문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잘 처리되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관리자는 “네?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라며, 그러한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맥킨은 현장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회사의 문제나 경영 현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스타벅스(Starbucks)의 CEO 짐 도날드(Jim Donald) 역시 사무실 위주의 회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CEO 중 하나이다. 그는  업무 시간의 약 45% 이상을 스타벅스 매장 방문이나 직원들과의 만남에 사용하고 있다. 보통 일주일에 20개의 매장을 방문하여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하는가 하면, 매장의 카운터에서 앞치마를 입고 고객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고객 니즈를 경청하고 있다.   
 
5.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그 이후는 다 틀어지기 마련이다. 회의를 시작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가장 중요한 참석자인 CEO가 자리에 없다면 회의는 어떻게 될까? 다른 회의 참석자들은 이 회의가 정말 중요한 회의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거나, 기다리다가 지쳐버릴 것이다. 생산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CEO 자신부터 회의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CEO들이 회의를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회의 시간 지각’은 CEO들에게 나타나는 만성적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프라우드풋(Proudfoot)이 2,700여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CEO들은 10번 중 6번 꼴로 회의에 지각한다고 한다. 물론 바쁜 CEO이기 때문에 회의에 늦을 수는 있다. 그러나 CEO의 만성적인 지각으로 인해 버려진 시간들은 그 원인이 어떻다 하더라도 회사 차원에서 상당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씨티그룹(Citigroup)의 전임 CEO 샌포드 웨일(Sanford Weill)은 4명의 경영진과 회의 시, 자신이 15분 늦으면 4천2백여 달러가 손실이라며 회의 정시 도착을 매우 중시 여기고 있다.
 
인텔의 전(前) CEO인 앤디 그로브는 회의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었다. 그는 회의는 인텔의 생산성 향상의 기본이라는 신념 하에 이미 1970년대에 생산적 회의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였다. 예컨대 모든 회의는 반드시 시작 시간을 사전에 정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에 늦게 도착한 사람은 절대로 참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스타벅스의 CEO 짐 도날드 역시 회의 시간을 중시하여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CEO 중의 하나이다. 그는 통상적으로 회의 시간을 1시간으로 계획하되 실제 회의 시간은 45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15분을 절약함으로써 그 시간 동안 회의 결과를 머리 속에 정리하거나 다음에 할 일을 미리 생각해 두는 등 다른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도날드는 1주일에 8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회의는 이제 CEO의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특히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바로 이 회의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회의 문화는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적인 회의, 고품질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CEO가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2007. 8. 31. LGERI 최병권)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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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개인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적극 받아들였다. 이로 인한 기업 문화의 변화는 긍정적인 성과와 아울러 전통적 가치관과 충돌하는 부정적 양상도 함께 보이고 있다. 서구식 경영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기업문화의 변화 트렌드를 짚어보고, 성공적인 변화 관리 포인트를 살펴 본다. 
 
과거에 비해 직장 내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가 그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는 듯 하다. 예컨대, 과거 팀워크 다지기와 직원들 간의 유대감 증진의 중요한 매개체였던 회식 문화에 대한 생각만 보아도 ‘팀 회식을 갖지 못하면 직무 유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끼는 상사들과 회식 문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부하 사원들’ 서로 간의 생각이 너무도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세대 차이 탓으로 돌리기에 무리가 있다. 요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뿌리부터 바뀌고 있는 한국의 기업문화 
 
저명한 비교문화학자인 오이스만(Oyserman)은 2002년 국가 간 문화를 비교한 80여 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미국인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1970년대 초 IBM 전세계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가치관을 비교한 홉스테드(Hoefstede)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개인주의 점수는 18점으로 미국의 91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표 1>참조).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현재 한국인의 가치관은 근본적으로 바뀐 모습이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집단주의적 성향이 퇴색하고 있는 반면 개인주의적 가치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영호 교수(중앙일보, 2007)는 집단주의 성향에 대해 ‘회사는 제2의 가정이다’라고 직장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1995년에는 약 97%가 동의하였으나, 2007년 조사에서는 긍정응답률이 약 80%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변화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 볼 수 있겠지만,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글로벌화를 하나의 원인으로 꼽아 볼 수 있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개인주의적 가치와 합리주의에 기초한 소위 서구식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전통적인 관행이나 시스템을 버리기 시작했다. 대신 미국 등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로써 발 빠르게 도입해 왔으며, 이는 우리 기업의 조직 문화는 물론 가치관의 변화도 함께 가져왔다.
 
서구 경영 시스템의 확산으로 가치관 변화 
 
우리 사회에서는 서구화 트렌드라면 보통 미국식 경영 시스템과 미국 기업 구성원들의 가치관을 말한다.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제도, 통합 정보 시스템의 활용,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 등 미국 기업들 사이에 보편화된 체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불리며 우리 기업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통해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등 장점도 있다, 하지만, 미국식 사고 방식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정서와 맞지 않아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식 경영 시스템이 확산됨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우리 기업 가치관 변화의 특징을 살펴 보면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이하에서는 가치관 변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살펴 보기로 한다.
 
1.산업보국/가족 경영 → 주주 가치 중심
  
한국 기업의 사사와 이념에 대한 경영사학회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과거 우리 기업들의 역사가 국가와 민족의 발전이라는 이념적인 바탕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던 1960년대에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 기업의 향배를 결정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기업들의 경영 이념에 ‘민족’ ‘국가’ ‘산업’ 등의 키워드가 유독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기업 이념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적 기업관에서 벗어나, 주주 가치, 사회 공헌, 고객 등 서구적 기업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2005년 회원사의 경영이념을 분석한 결과 ‘고객’ ‘가치’ ‘인간’ ‘사회’ 등 서구적 가치중심의 키워드가 각각 20~40%를 차지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잘 말해 준다.  
 
특히 ‘주주 가치’는 정부가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을 내어 놓은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가 발표한 「기업 불투명성 지수(Opacity I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 지수는 2000년 초에 35개국 중 최하위였으나 불과 5년 만인 2004년에는 48개국 중 20위로 급상승하였다. 이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등 외부 통제뿐만 아니라, 내부 회계 관리 제도, 내부 신고 제도 등 내부 통제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 구조 측면에서도 38개 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는 등 복잡한 출자 관계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반면 지나치게 주주 이익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주가를 높이기 위해 실질적인 성과 개선 노력보다는 실적을 부풀리거나 대외적 이미지만 신경을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보다는 단기 실적에 매달려 주가 상승만 이끌어내면 된다는 식으로 주주가치 중시가 잘못 비춰지기도 한다.  
   
2.연공 서열 → 성과 중시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연공서열’은 매우 중요한 기업 문화의 요소로 여겨져 왔다. 2005년 노동경제연구원을 통해 발표된 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관행으로 인해 일정 기간 근무하면 급여를 일정 비율 올려주는 이른바 ‘정기승급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사무직의 경우 약 70%, 생산직의 경우에는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구 기업들은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와 ‘경쟁’을 통한 성과 향상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경쟁의 결과 더 나은 성과를 낸 사람이 더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성과와 관계없이 연봉을 더 높이 주는 연공서열식 급여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서구식 성과주의 인사 제도는 연공을 중시하던 한국 기업의 인사 관행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2005년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하여 결정하는 연봉제 도입 기업이 1996년 약 2%에 불과했던데 비해, 2000년 23%, 2005년에는 약 48%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였고, 향후 도입할 계획인 기업도 약 20%에 달한다고 한다. 승진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승진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 중 근속 연수가 차지하던 비율이 1996년 17%에서 2005년 14%로 감소했다. 반면 개인 실적이나 전문 지식은 10년 만에 14%나 증가한 53%를 차지하였다.  
 
연공주의 사회 풍조를 뒤바꾸고 있는 성과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성과주의로 인해 구성원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 즉 의식이 변화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연봉제로 인해 ‘종업원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응답이 45%에 이를 정도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성과주의 제도인 연봉제의 경우 일각에서는 ‘평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저성과자의 퇴출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강한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제도가 기존의 기업 문화와 맞지 않아 직원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 결과 구성원들이 이직을 준비하거나 자기 개발 활동에 집중하는 등 오히려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3.인치(人治)주의 → 시스템 중시 
  
한국의 전통적인 기업 문화는 ‘인치(人治)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새로운 계약을 발주할 때, 잘 아는 사람이 다니는 기업을 우선시 하기도 하였던 것도 이같은 정서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를 정하기에 앞서, 그 일을 해낼 만한 사람을 찾아 내는 데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서구 기업의 문화는 누가 그 일을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규정과 절차를 사전에 정해 두는 ‘매뉴얼’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서구 기업은 담당자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매뉴얼에 정의해 두거나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러한 행동 양식은 서구 문화를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던 로마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로마에서는 일반 병사들이 성을 지을 때 높이, 두께 등을 상세히 적어 둔 매뉴얼을 보고 그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개별 병사들의 기량의 차이가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구 기업의 앞선 일 처리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영 시스템을 들여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에 맞추어 일하도록 업무를 혁신하였다(< 그림 3>참조). 가장 관심을 끌어온 경영 시스템이 바로 전사적 자원 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시스템이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2007)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으로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약 80%가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서구식 정보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등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성공한 경우 못지 않게 부작용을 경험한 경우도 많은 데에는 문화적 격차를 이해하지 못하여 실행력이 떨어졌던 데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은 개인주의적 관행으로 담당자가 제안해서 일이 처리되기 때문에 비용 한도 내에서는 사전 지급하고 사후 결재를 하게 된다. 반면 한국은 상사의 비용 집행 결정이 이루어져야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진 회계시스템을 도입하고서도 예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선진 시스템 도입초기에 관행을 무시하고, 서구식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여 상당한 저항에 부닥칠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정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4.위계 조직 → 수평적 조직 중시 
  
홉스테드의 조직 문화 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위계적인 조직을 중시하여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미국 직장인들의 경우, 상사와 친구처럼 지내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이 경우 한국 기업문화처럼 일사분란한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담당자의 역량을 충분히 이끌어내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의 경우, 선진 기업을 따라잡아 경쟁에서 이기려면 목표 달성을 위해 한마음으로 매진할 수 있는 한국적 정서가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위계 조직은 경직된 상하관계로 인해 현장의 문제가 경영진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관리자 역할만 수행하는 중간 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위계 조직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직급, 직책을 줄여 단순화하고, 수평적인 팀제 조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계층 축소는 담당자들이 업무에 대해 책임지고 일하는 방식으로 업무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업무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져 회사 성과가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중간 계층이 감소하게 됨에 따라, 선배들의 역할이 줄어들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한국 기업은 선배가 후배를 육성하고 끌어주는 도제식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선배가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때로는 선후배 관계가 역전되어 후배가 팀장이 되고, 팀원으로 일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전통적 위계 문화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결국 선배들이 조기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젊은이들이 연공 중심의 인사 철학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세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 하겠다.  
 
서구화, 문화 충돌을 극복하라  
 
지금까지 미국식 경영 시스템 확산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한국 기업문화와 직장인들의 의식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 보았다. 서구식 경영 시스템 확산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장점과 함께 기존의 한국적 조직 정서와 충돌하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구적 가치관에 기반한 경영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겪게 되는 문화 충돌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포인트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뉴욕에서는 전세계 모든 사람을 만나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화 간 갈등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가치관의 차이를 상호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도 여러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각 문화적 특성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Microsoft사는 인종, 성별, 신체적 장애 등 사회적 편견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자발적인 커뮤니티(Employee Resource Group)의 조직과 운영을 적극 지원한다.  
 
같은 문화를 가진 직원들끼리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더 나아가 사업을 기획하기도 한다. 예컨대, 중국인 커뮤니티는 중국 문화에 대해서 공유하고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에서의 사업과 기술 개발을 제안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여 업무상 문제 해결과 자발적인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둘째, 선진 기업의 시스템을 도입할 때 무조건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에 맞추어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인 위계적 문화를 깨뜨리기 위해 수평적인 팀제를 앞다투어 도입했다. 반면 1980년대 미국 기업의 경우, 일본 기업에 실적이 뒤지면서,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구성원들 간의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깨닫고, 일본 조직 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여 미국식 팀제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최근 미국 기업들도 일본, 한국, 중국 등의 기업 문화를 연구하여 동양적인 가치에 기반한 여러 가지 조직 관리 기법들을 도입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문화의 서구화가 단순히 과거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미국식 경영 기법을 들여오는 것이라면 ‘양복을 입고 갓을 쓴’ 어색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문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구 기업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기법들을 접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과정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Bristol-Myers Squibb(이하 BMS)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적으로 기업문화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세계에 펴져 있는 각 지사까지 장기간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수행하였다. 초기에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글로벌 조직별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구체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 수준을 정하는 등 구성원들의 수용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현장에 실행할 때에는 각 국가에 위치한 지사별로 현지의 문화적 정서에 맞추어 구성원들이 갖춰야 할 가치관, 태도 등을 정하게 하였다. 이러한 체계적인 변화 과정 관리를 통해 BMS가 실시했던 다른 혁신 프로그램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될 수 있었다.  
 
한국식 경영 시스템을 꿈구며 
 
우리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서구식 경영 시스템은 서구 문화, 가치관이 녹아 든 산물이다. 이들 경영 시스템의 도입이 실험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구성원들의 의식이 서구 가치와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이 서구식 경영 시스템을 잘 소화하고, 한국적 가치를 담아 발전시켜 한국식 경영 시스템을 역수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끝>
(2007. 8. 27. LGERI 천성현)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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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인사는 기업의 전략과 연계된 창의적 인사를 전개해야 한다.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는지 살펴 본다. 
 
기업의 인사가 거듭난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경영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업의 전략과 비전에 맞는 창의적 인사를 전개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파트너로 변모하기 위해 인사 부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사, 왜 거듭나지 못했나? 
 
마찬가지로 인사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정작 그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머서 컨설팅(Mercer Consulting)에서 ‘인사 혁신(HR Transformation)’을 주제로 2006년 5개 대륙의 약 1,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인사 부서에서 실제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각각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한 결과, 아직 인사 기록과 같은 단순 업무에 필요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은 경영진이 바라는 수준의 절반밖에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그림 1> 참조).   
 
이 같은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인사가 기업의 성과에는 당장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경영진의 단기 성과 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실제 경영 활동에서는 인사의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 ‘인사가 만사(晩事)’가 되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직원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대해 ‘지금은 그런 일을 벌일 사정이 못 된다’며 미루는 것도 그러한 모습의 한 예가 될 것이다. 또, 인사와 관련한 활동을 비용의 관점으로 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인사 부서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 중의 하나다. 재무적 상황이 나빠지면 임금이나 교육 예산의 삭감, 나아가 인원 정리부터 단행하는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의 체계적 인재 육성 등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된 이러한 현상들을 탓하기 전에, 인사 부서가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했는지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고 경영자를 비롯해 현업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사 부서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하고, 준비해 왔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은 경영자들이 사업가적 인재 부족이나 성과 관리 제도 개선 등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인사가 사전에 이런 현상을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또한 그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 등 필요 역량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어떤 역량을 강화시킬 것인가?  
 
인사가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사 부문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향후 어떤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코넬(Cornell)대학 연구팀에서는 포춘(Fortune) 100대 기업 중 19개의 미국 대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기존 인사의 역량 중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인사에 대한 전문성’을 현재 수준보다 발전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다(<그림 2> 참조).  
 
●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란, 마케팅·재무·R&D 등의 영역에 대한 기본 지식과 현업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이러한 역량이 인사 담당자들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이유는 인사 부서에서 하는 일들이 그 기업의 전략과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는 기업의 전략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이는 현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내의 모 대기업에서는 인사 부서장을 선발할 때 다른 부서에서의 직무 경험을 높이 산다고 한다. 특히, 핵심 비즈니스 영역의 일선에서 근무한 경험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이것은 사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의 전략을 통찰할 줄 아는 사람이 인사 부서에서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 인사에 대한 전문성  
 
그 다음으로 강조되고 있는 역량은 인사 분야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문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던 행정성 인사 업무는 자동화되거나, 아웃소싱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제는 인사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한층 발휘하여, 특화된 인사 서비스를 조직에 제공할 필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령, 급여 담당자의 경우 정확한 급여가 지급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에 가치를 제공해줄 수 없게 됐다. 급여 시스템에서 파악된 인상률의 패턴 등을 분석함으로써 기업에 가치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인사에 대한 전문 지식을 토대로,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에 대한 이해, 리더쉽, 실행력 등을 고루 갖추고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다. 더불어, 끊임없이 변하는 지식에 대해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업데이트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가장 대표적인 역량 개발 방법으로는 직무순환제, 인사 실무와 연계된 육성, 그리고 현업과의 활발한 네트워킹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 직무순환제 
 
인사 담당자의 전문성과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선진 다국적 기업에서 가장 많이 실시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HR 리더쉽 개발 프로그램의 활용이다. 이것은 인사 부문의 리더가 될 만한 인재들을 발굴하여, 인사와 인사 외의 직무를 고루 경험하도록 하여 사업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리더로 양성시키는 프로그램이다(<표> 참조).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British American Tobacco사의 경우, ‘비즈니스 리더 양성 과정’이라는 이름 하에 이 같은 직무순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인재의 사관학교를 잘 알려져 있는 GE사는 올해로 벌써 50년이 넘도록 이 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기업체 교육 분야 잡지인 「트레이닝(Training)」誌에서는 2004년 인재개발 분야에서 선진적인 100개 기업들 중 50% 이상이 이와 같이 경력 계획을 토대로 한 체계적인 직무순환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도 아우르고 있는 다각화된 인재가 환영 받는 현재의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 실무와 연계된 육성  
 
직무순환제는 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핵심인재에 대한 투자의 성격이 짙은 프로그램이다. 또한 이미 업무 경험이 많은 중간 관리자 이상의 직원들에게 적용하기에 다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사 담당자들이 맡고 있는 실무와 직접 연계하여 역량을 개발하는 방안은 어떨까? 기업의 교육·개발 전문가인 허메즈-브룸(Hermez-Broome)과 휴스(Hughes)는 “기업의 교육·개발 전략은 임직원의 평상시 직무 안에 녹아 들어있을 때,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끼치며 그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이론을 도입시킨 대표적인 회사가 독일의 도이체뱅크(Deutsche Bank)였다. 글로벌화로 인해 급변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 도이체뱅크는 인사의 전문성을 격상시킬 필요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 위한 혁신의 일환으로, 이 회사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평상시 그들의 직무에서 파악된 문제나 한계점을 짚어내서 해결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가령 임직원의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단순한 제도의 운영을 넘어 제도를 조직의 가치에 맞도록 재편하는 과제를, 그리고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핵심인재에 대한 선발 규정을 보다 투명화시키는 과제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신이 맡은 업무를 ‘운영’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 그치면 배울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근거한 육성 방법이었다. 실제로 도이체뱅크의 인사 담당자들은 변화를 직접 주도하고, 인사가 부딪히는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문제 해결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개선하고자 하는 것들을 실제 조직에 적용했을 때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인사와 전체 조직간의 연계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현업과의 활발한 네트워킹  
 
인사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차·부장급 관리자들의 역량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들이 기업 내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인사 관리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업이 인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일찍 간파하여, 그에 맞는 인사 전략을 기획하고 이를 경영진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관리자 스스로 타 부서에서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어떤 인사 전략이 필요한지 판단하여 전개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현업과의 활발한 의사 소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업의 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증권사나 보험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지점장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런 기회를 통해 영업 현장의 이슈도 파악하고, 인사 관련 고충도 수렴하는 자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부서의 회의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또한 그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인사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IT업체인 퀀텀(Quantum)사도 인사 기능의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인사 부서장들로 하여금 직접 현장을 찾아가 현업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해주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덧붙여 현장과의 네트워킹뿐 아니라, 같은 직무를 하는 타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과 네트워킹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 중의 하나이다. 이를 통해 최근 인사의 트렌드와 타사의 선진기법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이런 자생적인 현업 인사 담당자들끼리의 커뮤니티나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 
 
인사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얼리치(Ulrich)교수는 ‘지금처럼 인사 부서에 몸 담고 있기 좋은 때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앞으로 인사 부서가 충분히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게다가, 임직원들의 육성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가 바로 인사이기 때문에 인사가 거듭 나기 위한 자기 혁신의 노력은 소홀히 될 수 없는 일이다.  
 
인사 담당자 스스로 ‘인사가 바로 서야, 기업의 경영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신념을 토대로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진에게 보다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도록 과감하게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사 담당자들의 이같은 노력이 축적된다면, 멀지 않은 시점에 지금까지 인사의 변신에 장애가 되어온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이나 조직의 풍토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2007. 8. 24. LGERI 이세원)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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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직위

(등급)

업무개요

자격요건

마감일

Principal Financial Management Officer

(PL4)

▸신규 프로젝트 심사에 투입되는 부서의 재무관리 부문 타당성․효율성 진단

▸재무관리분야 소속 프로젝트․프로그램 팀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프로그램 론칭 미션 참여

▸각종 부정행위와 자금손실 방지에 필요한 절차 및 세이프가드 마련

재정자원 요청의 타당성 및 효과적 배분/재분배에 대한 권고 및 기획

경영․회계․파이낸스 또는 관련 분야 학사 이상

CPA/CFA 소지자 우대

▸관련분야 근무경력 6년 이상인 자 우대

▸뛰어난 팀웍과 분석력․리더십

MS-Office 활용능력, SAP 대한 지식 및, 영어 또는 불어능력 보유. 제3외국어 가능시 우대

9.15일

Senior Agronomist

(PL5)

▸농산업 분야 프로젝트의 준비․평가․감독 등 각 부문의 사업활동 지원

▸역내 회원국 출신 운영진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가전략보고서 작성 등에 필요한 기술적․정책적 지원 활동

▸각종 사업에 필요한 컨설턴트 선발 및 컨설턴트 활동의 기술적 부문 감독

농경제학․농학 또는 관련분야 석사 이상

▸관련분야 근무경력 5년 이상인 자 우대

▸뛰어난 팀웍과 분석력․리더십 및 프로젝트 관리 능력

▸MS-Office등 컴퓨터 활용능력(SAP관련 지식 보유자 우대), 영어 또는 불어능력 보유. 제3외국어 가능시 우대

9.15일

Principal Livestock

Officier

(PL4)

▸역내 회원국 프로젝트의 발굴, 준비, 평가 업무 주도

▸은행이 지원하는 축산분야 프로젝트․프로그램․관련 연구 모니터링 및 감독

축산분야 개발과 관련된 내․외부 찬반여론에 대한 전략적 대응 업무(관련 보고서 작성․배포, 관련 부문 지역․국제회의에 은행 대표로 참여)

농경제학․농학 또는 관련분야 석사 이상

▸관련분야 근무경력 6년 이상인 자 우대

탁월한 팀웍 및 업무 조정능력

▸축산 프로젝트의 경재․재정․사회․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

▸MS-Office등 컴퓨터 활용능력(SAP관련 지식 보유자 우대), 영어 또는 불어능력 보유. 제3외국어 가능시 우대

9.15일

채용직위

(등급)

업무개요

자격요건

마감일

Lead Economist

(PL2, 4명)

▸국가전략과 기타 경제 업무에 투입되는 지역 경제학자들의 지도 및 역량 관리

국가원조전략의 기초작업 및 필요시 지역 경제 위원회들과의 회담 주관

▸정부, 공여국, 기타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는 국가 차원 회담의 정책 조언자 활동

▸주요정책․조사연구의 기획과 실행 및 은행의 업무 개선을 위한 개발정책혁신/프로젝트디자인 등의 업무 지원

▸외부 고객 및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경제 이슈에 관한 은행의 주요 대변인 역할

은행의 외부 고객 관리 및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창출

▸경제학 또는 관련 분야 석사 이상 및 아프리카 사회경제 개발이슈에 관한 지식 보유

▸관련분야 근무경력 8년 이상인 자 우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팀의 조직․관리 및 고객의 장기적 관심사를 충족시키고 파트너십을 형성시키는 능력

영어와 불어 2개국어 능숙자 및 포르투칼어 가능시 우대

▸은행 표준 소프트웨어(Word, Excel, Access, PowerPoint) 활용능력 보유

9.27일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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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사원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평판 조회(Reference Check)’가 인재 검증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평판 조회가 중요해지는 배경과 성공적인 평판 조회를 위한 요건에 대해 짚어 본다. 
 
몇 년전 미국에서 아동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였다. 어느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부모가 외출한 사이에, 어린 아이를 성추행 한 것이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이 경비원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었다. 피해 어린이의 부모는 해당 경비 업체를 법원에 고소했다. 경비원 고용에 충분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경비원 채용에 있어, 범죄나 사고 경력 등에 대한 조회를 충실히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경비 업체가 일정 부분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검증’은 채용의 핵심 조건 
 
위의 사례는 충분한 검증 없이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요즘과 같은 인재 전쟁의 시대에 사람을 찾고 데려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인가’, ‘믿을 만한 사람인가’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기업들의 인력 채용 현황을 보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수한 인재의 발굴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나, 발굴한 인재의 진면목을 가려내고 적합성을 따져보는, 소위 ‘검증’ 활동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학력 위조’ 사건도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위를 위조한 당사자의 비윤리성도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진면목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학벌이나 경력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채용하는 풍토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간판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철저한 검증 없이 무조건 채용하는 관행은 장기적으로 볼 때, 사업 성과나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용 후보자의 이력이나 성품 등을 확인하는 ‘평판 조회(Reference Check)’가 부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평판 조회의 시대가 열린다 
 
평판 조회란 ‘최종 합격 여부에 앞서, 채용 후보자의 이력(학력, 자격증, 직무 경험)이나 성품(리더십, 품성, 윤리성 등) 등에 대해, 해당 후보자의 주변인을 통해 사실 확인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평판 조회는 서구 기업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인재 검증 수단으로 인력 채용 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1998년 미국의 SHRM이라는 인사관리 기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약 80% 이상의 기업이 평판 조회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 역시 최근 평판 조회를 활용하는 기업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취업 전문 회사인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약 57% 기업이 평판 조회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 중 95% 기업은 조회 결과를 실제 채용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요즘 평판 조회가 주목 받는가?  
 
물론 과거에 기업들이 채용 후보자의 이력에 대해 확인하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 평판 조회가 더욱 부각되는 데에는 다음 세가지 이유가 있다.  
 
● 화려한 이력 포장 
 
청년 실업 등으로 구직자들의 일자리 구하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이에 구직자들은 취직의 일차 관문인 서류 전형을 통과하기 위해 인사 담당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중 하나가 다양한 경력으로 채워진 이력서, 미사여구로 가득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다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구직자들 중에서, 누가 진정으로 좋은 사람인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력서는 기본적으로 구직자 자신이 작성한 자료이기 때문에, 객관성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실 관계를 살펴보기 전까지는 그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마케팅 전문 회사 한프트 바이르네 라보이(Hanft Byrne Raboy)의 CEO인 아담 한프트는 ‘이력서는 자신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한 광고 전단지와도 같다. 심지어 거짓말로만 가득 차있기도 하다’고 말하며, 이력서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그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온라인 취업 사이트인 커리어 빌더 닷컴(CareerBuilder.com)이 2006년 약 천 여명의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약 57%는 ‘거짓 이력서’를 발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이력서의 신뢰성 결여는 우리 기업들 역시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2007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력·경력·특기 등을 과장/허위로 이력서에 기록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5.5%였으며, 구직 시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약 54%나 되었다. ‘이력서에 적힌 화려한 경력을 믿고 뽑았으나, 실제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푸념이 채용 실무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게 나오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면접의 달인 등장 
 
서류 심사를 제대로 했다 하더라도, 인사 담당자들이 뛰어 넘어야 할 또 다른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면접 시험이다. 심도 있는 면접을 한다고 하지만, 구직자의 이면을 속속들이 알기에는 여전히 1~2시간의 면접으로는 충분치 못한 감이 있다. 더구나, 최근 구직자들의 면접 스킬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치열한 구직 관문을 뚫기 위함이다. 서점에는 면접 성공 비결에 대한 책이 즐비하다. 구직자들은 인터넷의 각종 카페/블로그 등을 통해 면접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면접의 달인’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구직자의 면접 스킬의 발전 속도를 기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면접관 교육을 통해 옥석(玉石)을 가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구직자의 행동과 표정을 통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을 면접관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 예컨대, 면접관의 눈을 피하는 것, 말을 더듬는 것, 안절부절 못하는 것 등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러한 생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부질없는 자기 과신에 불과하다’며 따끔한 일침을 놓고 있다. 일례로, 다니엘 피셔라는 심리학자는 ‘면접의 달인은 거짓처럼 보이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면접관과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조용히 그럴 듯한 대답을 생각해낸다’고 말하면서, 면접에만 의존하지 말고 평판 조회를 반드시 하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정신의학분야의 심리학 교수인 파울 에크만 역시, 약 95%의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사람과 진실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거짓에 속아 넘어간 사람 중에는 심지어 노련한 수사원(FBI, CIA 등)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 고위 인력의 이직 증가 
 
예전에는 주로 신입 중심의 채용이 일반적인 인력 충원 수단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시 채용, 특히 경력직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노동 시장이 유연화되면서, 기업간 인력 이동이 수월해 졌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기업들을 보면, 고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고위직 인력을  경력직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사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잘못 뽑을 경우 사업 성과 하락이나 회사 명성의 훼손 등 부정적 효과를 끼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특히 고위직 인력의 영입 시에는 화려한 이력에 현혹되지 않고 철저하게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1996년 경영 위기에 빠져 있던 선빔(Sunbeam Corp)이란 가전업체는 구조 조정의 달인으로 불리던 앨 던랩을 CEO로 영입하지만, 오히려 던랩이 회계 부정을 저질러 회사가 파산하고 말았다. 당시 던랩은 경영난에 허덕이던 제지회사 스캇 페이퍼(Scott Paper)를 사업구조 조정, 인력 재정비,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불과 1년여 만에 주가를 2배 이상 올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화려한 성과가 선빔의 이사회가 던랩을 선택하게 만든 이유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던랩의 과거 이력에 대해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던랩은 이미 1970년 대에 맥스 필립스 앤 선(Max Philips & Son)과 니텍(Nitec Paper Company)의 2개 회사에서 회계 부정으로 해고된 적이 있었지만, 그의 이력서 어디에도 이에 대해 적혀 있지 않았다. 던랩에 대해 자세한 검증을 하지 않았던 선빔의 이사회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성공하는 평판 조회의 비결 
 
지금까지 인력의 진면목을 가늠하기 위한 평판 조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평판 조회에 대한 기업들의 니즈는 증가하고 있지만, 한편 회의적 시각도 일부 있다. 우선, 평판 조회에 들어가는 비용(시간, 인력 등) 대비 정보의 질(質)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 피상적인 인물 정보에 그친다는 의미다. 미국의 채용 전문 업체인 토마스 스태핑(Thomas Staffing)의 2001년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 응답자의 약 15%만이 평판 조회를 통해 얻은 정보가 유용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의 경우에도, 평판 조회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보인다. 예컨대, 채용 담당자의 개인적 인맥을 통해 입사 지원자를 잘 알만 한 몇몇 사람을 찾아, ‘이 사람 어때?’와 같은 몇 개의 질문을 던지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답변 역시 ‘그 사람, OO 하더라’는 식의 정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인물에 대해 심도 있는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평판 조회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대상을 좁혀라 
 
한 해에 적게는 수 십명, 많게는 몇 천명을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모든 채용 인력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사실, 평판 조회는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해당 입사 지원자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아 인터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된다. 통상적으로 인사 담당자들이 평판 조회를 실시하는데 업무 시간의 10%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또한, 외부의 리크루팅 전문 기관을 통해 평판 조회를 할 경우, 금전적 비용도 많이 든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인당 조회 비용은 편차는 있으나, 약 10달러에서 10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모든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조회보다는, 회사의 중요 직책을 담당할 사람, 기술/전문성 측면에서 핵심 인재 등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평판 조회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직무의 특성상 부적합한 사람을 채용할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평판 조회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현금을 다루는 재경 부서, 고객의 가정을 방문하는 배달 기사, 어린 유아를 상대하는 직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 충분한 검증을 실시하지 않고 부적합한 사람을 채용하여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2.깊이 파고들어라 
 
평판 조회를 통해 어떤 정보를 얻을 것인가에 대해 사전에 명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에 조회를 위해 질문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그저 이리 저리 전화를 걸어서 해당 입사 지원자에 대해 포괄적으로 물어보는 방식으로는, 그 사람의 실력과 품성 등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의 성과 창출 능력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A씨는 팀의 성과 창출에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라는 식의 답변은 큰 의미가 없다. 보다 중요한 점은 성과 창출 과정에서 어떤 공헌을 했는지, 일에 대한 전문성은 있는지, 팀웍은 원활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A라는 사람을 판단하는 의미 있는 정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를 보면, 평판 조회 시 반드시 검증해야 할 정보의 종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표> 참조). 구체적으로 보면, 직무 관련 정보(전문성, 성과 등)와 개인적 품성(일하는 스타일, 리더십, 윤리의식 등)은 기본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점이 2가지가 있다. 우선, 통상적으로 의심하지 않는 학력이나 이전 직장 경험 등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까지도 철저하게 다시 한번 검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신용 기록이나 범죄 기록 등 향후 문제 발생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까지도 폭 넓게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조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검증 포인트는 놓친 채, 신변잡기류의 질문만 던져,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적합한 사람을 채용할 위험이 있다. 미국의 평판 조회 전문 업체인 백그라운드 인포메이션 서비스(Background Information Service)의 CEO인 제이슨 모리스는 ‘미국의 경우,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직원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채용하는 ‘부주의한 채용(Negligent Hiring)’으로 소송에 휘말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으며, 이 경우 평균적으로 약 2백만 달러 정도의 배상금을 부담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3.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라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못지 않게, ‘누구로부터 정보를 얻을 것인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아무리 좋은 질문이어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일반적으로 평판 조회를 위한 대상자의 선정은 입사 지원자가 지목하여 제출한 명단에 의존한다. 그런데, 이 점이 바로 함정이 될 수 있다.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입사 지원자와 이미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서, 입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전에 부정적 평가를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이미 걸러졌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과거에 입사 지원자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이전 직장의 직속 상사나 팀 동료는 입사 지원자의 업무 수행 능력이나 품성 등에 대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입사 지원자가 제출한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평판 조회 인터뷰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4.한 사람의 말만 믿지 마라 
 
한 사람에게서 얻은 평판 조회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소한 2~3명을 대상으로 조회를 하고, 이 결과를 종합하여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평판 조회를 의뢰한 대상자의 평소 스타일이나 입사 지원자와 관계에 따라, 실제 모습을 왜곡하여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 대해 가능한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의 사람은 좋은 이야기만 할 수 있다. 학교 선후배 등 친분 관계가 각별한 사람 역시 칭찬만 가득한 말을 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데리고 일하던 직원이 이직을 하려고 하면서 타 회사로부터 평판 조회 요청을 받게 되는 경우, 해당 상사는 이에 화가 나서 의도적으로 부정적 이야기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평판 조회 정보는 왜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용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5.아웃소싱을 고려하라 
 
인사 전문 연구 기관인 CLC(Corporate Leadership Council)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기업 중 58%가 외부 전문 업체에 평판 조회를 아웃소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판 조회 중 일부분만 아웃소싱하는 회사들도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이력 정보나 전 직장에서의 근무 경험 등에 대한 조사는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개인 신상 정보(신용 조회, 과거 범죄 기록 조회 등)에 관한 조사는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아웃소싱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부적으로 평판 조회를 실시할 경우,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형식적인 조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CLC의 조사에서 내부적으로 평판 조회를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평판 조회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전문 업체는 평판 조회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폭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아웃소싱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충분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인터뷰 대상자의 적절성, 평판 조회 보고서의 충실도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레퍼런스 체크에서 우수한 인재로 판명된 사람이 실제로 높은 업무 성과를 내고 있는지 사후적으로 검증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의 과제 
 
평판 조회는 채용하는 인력의 이면을 철저히 검증하고, 제대로 된 인재를 뽑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그 활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평판 조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평판 조회를 당하는 개인은 물론 기업 역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외국의 경우, 평판 조회와 관련된 소송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명예 훼손이나, 불성실한 정보 제공으로 인한 소송들이다. 국내에서도 향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른 회사로부터 평판 조회 요청이 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 규정이나 정책을 마련해 두는 등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끝> (2007.8.17. LGERI. 한상엽)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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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목)자 서울신문「이공계ㆍ기술직엔 ‘아직도 먼 고위직’」 기사는 인사위 인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4급 이상에 진출한 기술직과 이공계 공무원은 전체 4급 이상 7531명 가운데 29.5% 1923명으로 이공계·기술직 확대 목표인 30.6%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고 있는 기사와 관련,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다음과 같이 중앙인사위원회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06년 4급이상 일반직 대비 기술직ㆍ이공계 임용실적(29.6%)이 목표비율 30.6%에 1%P 미달하였고, 일부기관의 이공계 전공자 진출이 저조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임용 목표인원 1,718명보다 205명을 초과하여 1,923명을 임용하였고, 총 49개 기관 중 29개기관(59.1%)이 ’06년도 임용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이는 과학기술인력의 적극적 확대를 위해 부처별 임용목표를 의욕적으로 높게 설정한 것과 승진대상풀 중 기술직ㆍ이공계 인력 부족, 업무 특성상 행정직 위주의 인력운영 등 기술직ㆍ 이공계 전공자가 정책결정 직위로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5급 기술직 일괄특채를 정례화하고, 개방형ㆍ계약직 채용을 확대하는 등 기술직ㆍ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4급 복수직위 확대 및 복수직위에의 기술직ㆍ이공계 출신자 보임 강화 등을 통해 기술직 임용기반을 구축하고,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ㆍ인사감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부처별 기술직 인사관리 실태를 점검함으로써 목표달성을 독려해 나갈 것입니다.

아무쪼록 과학기술인력의 공직진출을 확대하고 이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등을 통해 국가정책결정과정에 과학기술지식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2007년 8월 16일

중앙인사위원회 박상희 균형인사과장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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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일 고령화희 영향과 파급효과> (일본의 JRI-일본총합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의 공동 연구과제) 논문 가운데 제 1부 한국의 고령화 추세와 대응과제의 요약편(Executive Summary)입니다.

저는 이 글의 주된 주장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로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이고 각 개인의 삶과 커리어(직업 및 일과 관련한 역사의 전과정)에도 심각한 문제제기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때 이 논문은 나름대로의 가치와 중요성을 띠고 있으며, 각자의 삶과 커리어에 투영하여 전략과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현명한 읽기와 생각하기가 필요합니다.
(전문은 SERI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구독할 수 있습니다 - 서형준 주)---------------

한국의 고령화 추세와 대응과제

현재로서는 한국의 고령화 상황이 그리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그 부정적 영향이 단기간에 크게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8년에 65세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이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며,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8%)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38.2%로 세계 최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고령화는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이러한 파급효과는 크게 거시경제적 측면, 금융시장 측면, 기업경영 측면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거시경제적 파장으로는 총인구가 2019년부터 감소하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동시에 생산가능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50세 이상의 생산가능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2005년 20.5%에서 2050년에 40.9%로 급증할 전망이다. 또한, 기대수명 연장으로 소비증가율이 연평균 2%p씩 감소하고, 생산가능인구 비중의 하락으로 총저축률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5% 수준인 GDP 잠재성장률이 2020년에 3%, 2030년에 2%, 2050년에 1%대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 면에서 한국은 여타 국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소득은 감소하지만 소비는 일정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유 자산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장년층 이상으로 가면서 주택으로 대표되는 실물자산의 비중이 금융자산에 비해 크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주택을 구입한 고령층의 경우 금융자산의 보유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위험기피 성향이 높아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노년층은 금융자산의 관리를 전문가에게 위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과 2005년 12월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으로부터의 방대한 자산운용 수요로 인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이들의 역할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이 활용가능한 연령대가 주로 25세~54세인 것을 감안하면, 고령화의 파고는 훨씬 더 빨리 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5~54세의 인구는 2009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어, 이 때부터 기업체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이 연령대 근로자수가 2009년에 정점을 이루고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고 할 때, 기업은 한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18년보다 9년 더 일찍 인력고령화를 실감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 비용증가를 포함한 인력관리 전반의 변화에 미리 대비함과 동시에, 보다 효율적인 자본활용과 기술채택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2005년 말 156조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35년에 1,715조원으로 최고점에 도달하게 되고, 2036년에 당년도 수지적자가 발생한 이후 기금잠식이 급속히 진행되어 2047년에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김용하, 2005). 따라서 급속한 이구고령화 과정속에서 생산적 자본축적의 과다한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제도를 확정지급형으로 계속 유지해 나가는 방안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고령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경제, 금융시장, 기업경영 및 사회보장제도의 네가지 측면에서 정책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진보와 인적자원의 질 제고가 필수이며,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향상되어야 한다. 또한,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취약한 지식기반서비스업, 사회서비스업, 문화.관광서비스업 등의 유망업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산인구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참가자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 가족친화적인 근로문화를 조성하고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하여 여성과 고령인력의 경제활동참가를 확대하고,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외국인력도 활용해야 한다.

둘째, 간접투자상품 확대와 다양화로 자본시장의 규모와 폭을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주식 및 채권형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확대하고 부동산 및 해외증권 등 대상 펀드의 개발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과 운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의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급인력 양성과 금융상품의 단계적 개방 등 장기적으로 금융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하겠다.

셋째, 기업경영관련 정책과제로서는 기업시각을 반영한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여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기업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연구방식과 결과만이 정부 이니셔티브의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국가경쟁력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외국 제품이 국내시장에 유입될 것이며 고령자들은 보다 넓은 선택범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보다 경쟁력있고 혁신적인 기업들을 육성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인구고령화와 기업내 인력고령화와 관련해, 기업 인사제도 및 관행의 다양화를 촉진하고 외부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급속히 증가할 재교육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보험급여를 축소하여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포괄수가제를 확산시키고 국민건강 수준을 제고하여 건강보험의 비용 절감을 도모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급여를 축소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복지기능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세기반 기초연금을 도입하여 복지기능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행위 별 수가제도(fee for service)를 포괄수가제로 개혁하고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중등교육 과정에서 보건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자치단체를 통해서 건강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2007.8.1)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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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는 단순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존재이다. ‘조직 내 프렌드십(Workplace Friendship)’은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한 몫 단단히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 6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HR 부문 세계 최대 학회 중 하나인 ‘2007 ASTD’에서는 주요 기조 연설을 통해 향후 HR 키워드의 하나로 동료와의 관계, 즉 ‘조직 내 프렌드십’이 제시되었다. 경영학계의 권위자인 피터 드러커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관계는 수평 관계이다. 만약 내가 알고 있는 경영자들이 배워야 하는 게 있다면, 권위와 명령이 존재하지 않는 조직 내 관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하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많은 것들 중에 프렌드십을 으뜸으로 여겼다고 한다. ‘프렌드십’ 하면 직장 생활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특히 최근 들어 심화되는 성과주의는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를 단순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쯤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인생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한 회사 안에 있는 직장 동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하에서는 조금 진한 ‘동료애’ 정도로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고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 데 한 몫 단단히 하는 ‘조직 내 프렌드십(Workplace Friendship)’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조직 내 프렌드십’이란 무엇인가 
 
조직 내 프렌드십은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신뢰와 헌신, 애정의 바탕 위에 관심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비배타적인 관계’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동료에 대한 단순한 친절이나 호의적인 행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적 네트워크 관리 차원에서 만나는 점심 파트너나 술자리 친구와는 다른 특별한 관계이다. 조직 내 프렌드십은 서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래주고 정신적인 위로와 업무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 절친한 친구 관계이며, 직장 생활의 즐거움과 나아가 인생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렌드십’ 하면 개인적인 친구와의 관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조직 내 프렌드십은 직장 동료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성별, 나이, 신분 등의 차이와 상관없이 직장 생활에서 맺어지는 다양한 관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일반적인 프렌드십과 차이가 있다. 반면, 경험의 공유를 통해 발전한다는 점에서나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존경과 배려, 신뢰와 기대감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상사나 선, 후배 등의 직장 동료와 프로젝트의 수행 등을 통해 목표, 가치, 경험을 공유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를 의존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기 마련이다. 근래에 많은 회사들이 구성원간의 협력이나 열린 커뮤니케이션 등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진정한 프렌드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개인 생활보다 직장 생활 속에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조직 내 프렌드십의 혜택 
 
「Vital Friends」의 저자이자 미국 갤럽 연구소의 컨설턴트인 Tom Rath는 조직 내 절친한 친구의 존재 여부가 구성원의 조직 몰입을 높이고 결국 성과도 높인다는 것을 입증 하였다(<표 1> 참조). 2002~2004년의 3년 동안 112개 국가 37개 언어로 총 451만 명을 조사하여 올해 ASTD의 기조 연설을 통해 발표된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 절친한 친구가 있는 직장인은 전체 설문 대상의 30% 정도 뿐이었다. 이들은 업무에 충실할 가능성이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일곱 배나 높으며,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50%p나 높다고 한다. 또한 이들 가운데 96% 이상이 현재의 직장 생활에 만족해 한다고 한다.   
 
올해 7월 9일자 뉴욕판 비즈니스 뉴스 다이제스트에 소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임원급의 50% 이상, 일반 종업원의 63% 이상이 동료와 사무실 밖에서 친구로 지낼 경우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를 주관한 채용 전문기업 Accountemps의 David Araldi는 “직장에 절친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일하는 날을 좋아하며 사무실에 출근하여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므로 결국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렇다면 조직 내 프렌드십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주요 효과를 살펴 보자.
 
1.조직 내 스트레스 감소 
 
시간과 업무에 쫓기는 현대 직장인들에게 같은 일터 안에 절친한 친구가 있다면 조직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조직의 특성상 구성원들간 친밀한 관계가 없으면 불안, 초조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직장에서 부담 없이 함께 웃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의 존재는 업무적 또는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창구이다.   
 
조직 내 절친한 친구는 일과 생활의 시간적, 물리적 구분에 대한 강박 관념에서 탈피하여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 직장과 개인 생활의 철저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 경계를 명확히 하려는 노력보다 시간적, 감정적인 조절과 조화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의 분리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은연중에 직장 동료와 개인 친구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고 심지어 함께 만나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난 절친한 친구가 많은데 굳이 스트레스 받는 직장에서 친구를 만들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가정과 직장의 관계를 연구한 Tim Judge 교수는 “가정과 직장의 경계는 쉽게 무너진다. 사람들이 집에 일을 싸 갖고 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깨어있는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직장 생활은 개인 생활과 분리될 수 없는 삶의 일부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업무 생산성 증가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조직 내 프렌드십은 구성원 개인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안정과 활력을 줄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업무 생산성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riendshift」의 저자인 Jan Yager 박사는 직장 내 친구는 업무 결과에 대한 진솔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더 즐거운 직장 생활을 갖게 해주며 다양한 대화를 통해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주장한다. 또한 상사와 부하간의 프렌드십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서울대 송석희 교수는 직장 안에서의 프렌드십은 업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유도하여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짓는다.   
 
직장 동료간 친밀도가 높아지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정보가 조직 내부에서 쉽고 빠르게 공유되므로 조직에 생기가 더해 진다. 일반적인 협력이 ‘내 것을 도와주면 나도 도와주겠다’ 이거나, ‘그 프로젝트가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이라면, 조직 내 프렌드십이 만들어내는 협력은 가치와 경험의 공유에 기반한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것이다. 회사 업무의 대부분은 혼자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간 상호 협력적인 분위기는 업무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3.인재 확보와 유지 효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조직 내 구성원간 친하고 즐거운 직장을 일하기 좋은 일터, 즉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생각한다. 포춘 100대 일하기 좋은 기업의 선정 위원인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일하기 좋은 일터(GWP: Great Work Place)의 3요소로 조직 내 신뢰와 재미, 그리고 자부심을 꼽고 있다. 직장 동료간의 프렌드십은 좋은 일터의 3요소를 만드는 근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동료간 친밀한 관계 속에 이루어지는 활발한 협력과 커뮤니케이션은 회사의 가치를 쉽게 공유하게 만들고 조직에 대한 신뢰와 일하는 재미, 직무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장 분위기는 일하기 좋은 일터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외부의 관심을 끌게 되고 우수 인재가 몰리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동료들간의 끈끈한 인간 관계는 내부 직원의 조직 몰입도를 높여주고 인재의 이탈을 막는 리텐션 효과도 있다. 조직에 대한 자긍심은 약간의 높은 처우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프렌드십을 더 가치 있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설령 조직을 떠나더라도 언제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우호 세력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도 조직 내 프렌드십의 개발은 의미가 크다.
 
조직 내 프렌드십이 간과되어 온 이유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 한 개념인 조직 내 프렌드십이 그 동안 간과되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사례를 보면 일부 서구 기업들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조직 내 구성원들간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은행들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종업원들이 회사 밖에서 서로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내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었으며, 미국의 어떤 회사에서는 상사와 부하가 외부에서 만나는 것을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서구의 경우 관리자의 평가 공정성 훼손과 성희롱 이슈가 조직 내 구성원간의 프렌드십이 간과된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구성원간의 친밀함 때문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인격에 관한 문제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또 다른 이유로 볼 수 있는 구성원들의 로열티 저하나 독립적인 판단력 상실에 대한 염려는 조직 내 프렌드십의 효과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직 내 프렌드십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하였던 이유는 먼저 유교주의적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이에 의한 상하 관계와 직장 내 공사(公私)의 구분을 중시하는 유교주의적 전통은 개인적인 감정의 표현에서 출발하는 프렌드십을 조직 내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또한 구성원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이 불필요한 정보나 불평 불만의 확대 재생산, 또는 구성원 소외나 조직 갈등 같은 문제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탓도 있다. 마지막으로 상사와 부하간 너무 친해지면 조직 기강이 흐트러질 수 있으며, 도전적 목표를 통한 챌린지가 어려워져 결국 조직의 성과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생각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조직 내 프렌드십은 생산적인 상하 관계와 일과 생활의 조화를 통해 개인과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요소이다. 구성원간 친밀한 관계가 회사 가치의 전파나 공유를 쉽게 하고 조직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의 공통된 연구 결과라는 점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지나친 위계 질서 문화는 조직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자유로운 토론 문화나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아 조직의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 내 프렌드십을 관리하라 
 
조직 내 프렌드십의 중요한 요소인 상호 개방적인 태도나 열린 커뮤니케이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격려 등의 요소는 현대 경영 전략에서도 매우 중요시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구성원들간 자연스럽고 활발한 교류를 유도하여 종업원과 관리자들이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이고 조직의 변화를 촉진하는 조직 내 프렌드십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은 조직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회사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서로 친구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회사의 관심과 의식적인 노력이 조직 내 프렌드십의 구축 기회를 넓히고 그 수준을 높이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Tom Rath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서로 모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둔 회사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내 절친한 친구를 가지는 비율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직원들의 휴식 공간에 대한 배려는 휴게실에 모인 구성원들이 이런 저런 대화를 활발하게 할 때 얻을 수 있는 소위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를 거둘 수 있게 해준다. 1990년대 말 미국 소매업계에서 급속하게 성장한 베스트바이는 워터쿨러 효과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본사 건물을 설계하였다. 본사가 있던 미니애폴리스의 14개 지역에 흩어져 있던 7,5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새 사옥을 지을 때, 조직 내 대화와 팀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옥 한가운데 거대한 공간을 두어 노천 까페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곳은 회사 내에서 커피를 사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푹신한 소파, 작은 회의실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회의나 개인적 만남을 위해 자연스럽게 모이고 더 많은 상호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같은 취미나 생각을 가진 동료들끼리 업무 시간 이외에도 함께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는 것도 조직 내 프렌드십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동호회나 Informal Group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경우 조직 내 프렌드십의 구축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함께 새롭게 조직에 합류하는 직원들이 보다 빨리 다양한 인간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소비재 생산업체인 P&G의 한 사업부에서는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기존 팀원들과 의무적으로 각각 한 시간씩 대화를 나누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업무를 제외한 가족과 취미 등 업무 외적인 관심사를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새로 합류한 직원들이 다른 회사에서보다 더 빨리 신뢰를 갖고 인간 관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조직 내 프렌드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빨리 갖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조직 내 진실된 프렌드십은 구축하기도 어렵지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조직의 특성상 승진이나 근무지 변경 등으로 인해 서로 접촉할 기회가 적어지게 되면 친밀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 내 프렌드십이 개인의 행복과 함께 조직의 성공과 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회사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 하면 조직 내 프렌드십의 수준이 높은 회사는 그렇지 못한 회사보다 보다 강한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끝>
(2007. 7. 30. LGERI, 강진구)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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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반짝하는 성과를 내다가 사라지는 기업이 아니라, 오랜 기간 꾸준히 높은 성과를 거두면서 장수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모든 경영자들의 바램이다. 장수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끊임없는 변신을 통한 적응 능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적응 능력의 핵심 원천은 사람 특히,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경영자 선정의 대표적인 방식과 육성의 주요 포인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40년에 불과하며, 일본과 유럽 기업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욱 짧은 13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욱이 단순히 생존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경우에도 환경 변화에 따른 끊임없는 변신과 적응 능력은 장수기업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신과 적응을 주도하는 것은 바로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 변수는 역시 최고 경영자가 아닌가 싶다. 최고경영자 선임에 따라 그 기업의 주가가 변동하는 현상이나, 월 스트리트 저널에 외부 영입 CEO에 대한 기사가 빈번하게 실리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하나의 예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근래 수요에 비해 리더급 인력의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듯 보인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그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경영자 자원 왜 부족한가? 
 
그렇다면 최고 경영자의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런 결과는 지식경제로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비해 지금은 사업의 규모와 범위, 성격 등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복잡해졌다. 이는 최고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경험과 스킬 등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도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가 작고 사업 성격이 단순한 조직의 경영은 별다른 훈련과 경험의 축적이 없이도 성공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조직의 경우에는 자연발생적인 리더의 성장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곤란해지게 된다.
 
또한 과거에 비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내지 기회를 찾아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도 유능한 최고 경영자 확보가 어려운 한가지 이유일 수 있겠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일은 실패의 확률(Risk)이 높은 반면,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학습의 기회(Opportunity)를 얻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훌륭한 사업 리더가 키워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자 자원,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인가? 
 
그렇다면 유능한 경영자 부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외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외부 영입을 통해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육성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 시스코(Cisco)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시스코는 최고 경영자(CEO)인 챔버스(John Chambers)를 비롯하여 최고 개발책임자(CDO) 쟌카를로(Charles Giancarlo), 최고 마케팅책임자(CMO) 보스트롬(Susan Bostrom) 등 주요 직책의 임원들 역시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인수한 기업에서 성장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기업은 경영자 사관학교로 널리 알려진 GE이다. 혹자는 GE를 ‘최고경영자를 만들어 내는 공장(CEO facto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 중에서 보다 바람직한 접근 방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한 일률적인 답을 구하기보다 좀 더 다른 포괄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먼저 조직의 최고 경영자를 선정하는 방법은 2가지 관점에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후임 CEO 선정 과정에 누가 주도권을 갖고 관여하는가의 측면이다. 즉, 현재의 최고 경영자가 상당부분 권한을 갖고 주도하는 경우와, 반대로 현 최고 경영자는 배제하고 이사회 등 제 3자에 의해 선정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CEO 선정 방식을 구분하는 관점은, 후보에 대한 선호(Preference)가 이미 정해져 있는가 여부이다. 예를 들어, 이미 차기 CEO로 고려중인 단일 후보자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냐, 아니면 제로 베이스에서 후보자 풀(pool)을 구성하고 선정하느냐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최고 경영자 선정 방식은 왕위 계승 방식(Crown heir), 경마 방식(Horse race), 이사회 추천 방식, 헤드헌팅을 통한 광범위한 탐색 방식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표> 참조).  
 
1.왕위 계승 방식(Crown heir) 
 
왕위 계승 방식이란, 현재의 최고 경영자가 자신의 후임자를 일찌감치 지정해서 육성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차기 최고 경영자 후보는 1인이며, 자신이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기 개발을 위한 다양한 기회가 제공된다.  
 
1993년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의 마이클 스핀들러(Michael Spindler)가 존 스컬리(John Sculley)에 이어 최고 경영자로 취임한 것이 왕위계승 방식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스컬리는 퇴임 3년 전부터 후계자를 공식화하고 매일의 경영 의사결정에 자연스럽게 후계자를 참여시킴으로써, 후계자가 CEO 업무를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방식은 가장 전통적인 승계 방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방식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최고 경영자가 비록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후보로 선정하더라도, 단계적으로 내외부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춘추전국시대 제 1대 패자인 제환공이다. 관포지교로도 잘 알려진 명재상 관중의 보필을 받아 당대에 천하의 패자가 된 제환공이지만, 말년에는 후계자 선정에 실패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다. 장자인 공자 무휴를 세자로 옹립한 결정을 뒤엎고 공자 소로 세자를 변경하려는 과정에서 합리적 사유나 투명성이 결여됨으로써 골육상쟁의 내부 분란이 발생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자신의 사후(死後) 2개월이 지나도록 장례가 치러지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했던 것이다. 제 2대 패자인 진문공은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제환공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일찌감치 세자를 지명하고 대신들에게도 이를 명확히 주지시켰다. 그런 다음, 세자 이외의 아들들은 다른 나라로 보내 벼슬에 살게 하는 등 승계 과정을 자신의 생전에 완전하게 마무리 지음으로써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해 두었다. 이를 통해 진문공은 치세와 승계 모두에 성공한 현명한 군주로 후대에 기억되고 있다.
 
이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의 하나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후계자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고 운영책임자(COO)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는 등 성과 창출이나 외부 노출의 기회를 통해 사전에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인정받게끔 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2.경마 방식(Horse race) 
 
경마 방식이란, 복수의 후계자 후보를 사전에 선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일정기간의 경쟁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을 새로운 CEO로 선정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경마 방식은 최종 선정된 후계자의 정당성(legitimacy) 측면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수용도 측면에서는 가장 우수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실패로 판명된 애플사의 두 전임 CEO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무능한 CEO가 대물림되는 문제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경마 방식도 왕위 승계 방식과 마찬가지로 후계자 육성과 검증을 위한 오랜 승계 기간이 요구된다. 그리고 때로는 오랜 경쟁을 통한 검증 과정을 끝내고도 적임자가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고, 결국 외부에서 후임자가 영입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임자인 스메일(John Smale)의 뒤를 이어 새로운 CEO에 선임된 프록터 앤 갬블(P & G)사의 알츠(Ed Artzt)의 경우도 이러한 경마 방식에 따른 후계자 선정 사례의 하나이다. 그는 자신(당시 56세)보다 11살이나 젊고 유능한 경쟁자가 있었음에도, 국제 부문 책임자로 취임 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끌어 내는 등 뛰어난 성과를 냄으로써 차기 CEO로 선정된  케이스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GE의 후계자 선정 방식도 경마 방식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사례의 하나다. 후보들은 각자 도전적인 직무를 부여 받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후계자로서의 검증과 더불어 더 큰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게 된다. 제프리 이멜트와 제임스 맥너니, 밥 나델리 등 GE 후계자 선정 경쟁의 마지막 주자들은 모두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훌륭한 리더십 역량을 육성하고 개발함으로써, GE 또는 3M과 보잉, 홈 데포 등의 CEO를 역임했거나 현재 CE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이사회 추천 방식 
 
이사회 추천 방식이란, 현직 CEO의 관여는 최소화되고 사외 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1인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후계자 선임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단기간 내에 후보자를 선정하여 진행하는 방식이므로, 충분한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기는 비교적 어렵다. 그리고 후임 선정과정에서 이사회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루머로 떠돌게 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 모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좋은 경영 성과를 거두고 있던 최고 경영자가 이사회의 의도에 따라 연임에 실패하고 교체가 되면서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언론매체에 소개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차기 CEO를 선정하는 노력이 중요함을 잘 알 수 있다.
 
이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너럴 모터(General Motors)의 잭 스미스(Jack Smith)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부진한 매출로 인해 재정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이사회가 주도하여 전임 CEO인 스템플(Robert Stempel)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여 사임시키고 후임자로 스미스를 선정한 바 있다.
 
4.헤드헌팅 방식 
 
외부 헤드헌팅 방식은, 이사회 추천 방식과 마찬가지로 현직 CEO가 아니라 이사회가 주로 관여하여 외부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물색하고 그 중에서 적임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후보 선정은 조직의 변화 방향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요건을 갖춘 사람을 우선적으로 발탁하게 된다. 그러나 당초 의도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완벽한 후보자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발 기준(Criteria)은 때로 변경될 수도 있다.  
 
코닥(Kodak)사의 휘트모어(Kay Whitmore)의 후임으로 선임된 피셔(George Fisher)의 경우가 헤드헌팅 방식으로 선발된 경우이다. 전임 CEO인 휘트모어는 새로운 기회의 모색보다는 비용 절감에 치중하면서 이사회의 바램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당시 사외 이사였던 코카콜라사의 고이주에타가 주도하여 외부의 임원 리크루팅 회사를 통해, 외부인이면서 마케팅 배경을 갖춘 여러 명의 후보를 비밀리에 조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후보자를 찾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기술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강한 비전을 가지고 있던 당시 모토로라의 CEO였던 피셔를 새로운 CEO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후 피셔는 재직기간 동안 수렁에 빠졌던 코닥을 디지털이미지 사업분야의 선두 주자로 화려하게 재기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업별 상황에 따른 접근 필요 
 
적절한 CEO 후계자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4가지 방법 중에서 해당 기업의 상황과 인력 풀 등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여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전략 방향과 정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조직의 경우에는 왕위 계승 방식에 의한 후임자 선정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반면, 경영의 연속성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고,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은 경우라면 오히려 외부인재를 헤드헌팅 방식으로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충분한 후계자 양성 시간이 주어진 상황이라면, 다양한 유형의 경영자 후보를 조기에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경마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해당 기업의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식을 우선 실행하되, 장기적으로는 조직내 각 계층의 경영자 풀을 충분히 육성하여 리더십 파이프라인에서의 흐름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영자 후보의 내부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보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한 경영자 양성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내부 육성의 추진 절차는 주간경제 945호 「차기 CEO 양성의 비결」 참조). 여기에서는 특히 후계자 육성의 방법론 측면에서 보다 유의해야 할 이슈를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잠재력이 높은 후보를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미래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서,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식별하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의 안목’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적인 인재의 발굴과 육성 차원에서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의 하나가 높은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단계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실제 육성에는 소홀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 리더를 찾아내는 데 천재로 알려진 앤드루 카네기의 말처럼, “사람을 계발하는 것은 금을 캐는 것과 같다. 1온스의 금을 얻기 위해서는 1톤의 돌을 치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심정으로 효율성 보다는 효과성을 제고한다는 관점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한다면 이와 같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또한, ‘좋은 리더는 태어날지도 모르지만, 위대한 리더는 길러진다(Good leader may be born, but great leader is made)’라는 말처럼, 선발 자체보다는 육성에 보다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사람의 육성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오해의 하나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사람을 키우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재의 육성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한 육성’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학습 유형은 크게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과 관찰을 통한 대리학습(learning by example, 또는 vicarious learning)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성인 교육 분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은 들은 것의 10%, 본 것의 50%, 말한 것의 70%를 기억하고, 듣고 보고 말하고 실제로 해본 것은 90%를 기억한다고 한다. 따라서, 스스로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도전적 과제의 수행과 그 과정에서 때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실패의 경험은 개인의 성장에는 매우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 GE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도 액션 러닝을 중심으로 편성하는 등 ‘실행’을 가장 중요한 육성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 책임의 범위상 초급관리자에서부터 전체 기업차원의 관리자에 이르는 각각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본사 기능 분야 스탭에서 성장한 인재를 단일 사업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책의 경험도 생략한 채 복수 사업의 총괄직책을 부여하는 식의 오류를 흔히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초급자 슬로프를 거치지 않고 상급자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 같이 자칫 본인과 조직에게 부정적이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SIGNA, 체이스 맨해튼, GE 등 여러 선진 기업의 경우에는 초급관리자에서부터 초급관리자의 관리자, 영역전담 관리자, 사업총괄 관리자, 복수 사업 총괄 관리자, 최고 경영자의 각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게 하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 
 
유능한 경영자를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육성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제도나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People first)’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상위 1퍼센트 내에 드는 정말로 성공적인 리더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팀원들을 발전시키고 성공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8년간의 영의정 재직 기간을 포함하여 23년간 재상으로 일한 황희 정승도 일찍부터 김종서를 재상감으로 지목하여 혹독하게 단련시켰다고 한다. 이타적인 이유에서건 이기적 이유에서건 조직의 상위 계층에서부터 솔선수범하여 사람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이고, 나아가 이런 사람을 키우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끝>
(2007.7.25. LGERI, 노용진)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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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기 CEO감을 잘 키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 선택한 CEO는 100년 동안 쌓은 공든 탑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차기 CEO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이는 많은 기업인들과 학자들의 오랜 질문 중의 하나이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최고 경영자(CEO)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업의 전략적인 방향을 결정하고 자원을 투입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들의 대부분이 CEO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CEO도 중요하지만, ‘다음 CEO를 누구로 할 것인가’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에 있어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잘 성장하던 회사가 잘못 선택한 CEO 한 사람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코카콜라를 보자. 코카콜라는 CEO를 잘못 선택하여 어려움을 겪게 된 대표적인 회사로 손꼽힌다. R. 고이주에타 전임 회장 당시 90달러를 호가하던 코카콜라의 주식은 후임자인 D. 아이베스터가 CEO가 된지 2년 만에 60달러 대로 주저 앉았다. 이는 동일 기간 경쟁사인 펩시가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아이베스터는 전략상의 실패, 성과 부진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CEO 자리에서 물러 났지만, 그 이후에도 코카콜라는 상당 기간 마땅한 CEO를 찾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잘못된 CEO 선택’이라는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음 CEO감을 일찌감치 잘 키워 놓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날 GE, P&G, 존슨 앤 존슨 등 많은 선진 기업들이 후계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P&G의 CEO인 A.G. 래플리는 “P&G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리더들을 키우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업무 시간의 절반 정도를 미래의 리더를 발굴, 양성하는 데 쏟고 있다고 한다.  
 
물론 CEO감을 내부에서 육성하기보다 외부로부터 영입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미리 키워 놓은 인재가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쓰는 방법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부에서 영입하는 CEO들의 경우 문화에의 부적응, 기존 구성원들의 거부감,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내부 출신의 CEO들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볼 때 결국 유능한 후계자를 확보하는 보다 바람직한 길은 내부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차기 CEO감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기 CEO 양성의 바람직한 프로세스를 찾아 보자.
 
될 성 싶은 나무, 빨리 찾기 
 
차기 CEO감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한 첫걸음은 우수한 재목들을 빨리 찾아내 후계자 Pool을 구성하고, CEO로서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시키는 것이다. 슈퍼 스타 CEO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R. 차란은 “CEO감을 제대로 키우려면 최소한 10년 정도 훈련시켜야 한다”며, 후계자 발굴과 교육은 가능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미국의 생활용품 업체인 콜게이트의 경우를 보자. 콜게이트는 입사 1년 차인 사원들에 대해서도 향후 CEO감으로 키울 만한 재목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록 연차는 낮지만 콜게이트 내 최고의 인재(Global Talent)로 분류된 사원에 대해서는 고속 승진의 절차를 밟게 하는 등 본격적인 육성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콜게이트의 HR 담당 임원은 “입사 1년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한 CEO 후보자 논의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CEO감을 제대로 키우려면 가능한 빨리 우수 인재를 가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CEO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경험을 보다 체계적으로 쌓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CEO감 발굴을 빨리 시작하라고 말하고 있다.  
 
손익 책임을 맡겨 진정한 사업가로 키워라 
 
우수한 CEO 후보감들을 선발해 놓았다 하더라도, 이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다면 그 노력들이 용두사미 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CEO 후계자 육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손익을 책임질 수 있는 사업 단위를 맡기는 것이다. 즉, 마케팅에서부터 연구개발, 생산, 영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을 관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의 경우, 후계자 육성을 위한 방법으로 손익 책임을 맡기기 보다는 주로 기능 중심의 직무 이동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후계자들에게 있어 각 기능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세세히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면 자칫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경영자를 만들 수 있다. 각 기능들을 관리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전략적 관점을 가지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업가를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코카콜라의 전 CEO인 D. 아이베스터가 이러한 예에 가깝다. 그는 20년간 코카콜라의 다양한 부서에서 업무 경험을 쌓았지만, ‘사업 경험’을 풍부하게 가진 경영자는 아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베스터의 이러한 기능 중심의 경력을 그의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즉, 그는 기능 중심의 경력으로 인해 조직 내부 관리에는 탁월했지만, 사업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데는 상당히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예에서 보듯 향후 회사의 전체 사업을 이끌 CEO감을 키울 때에는 가능한 충분한 사업 경험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하나의 제품을 맡기든, 대규모의 사업을 맡기든 일단 모든 기능을 총괄하여 자신의 사업을 운영해 보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후계자들이 기능 중심의 단견적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 사업과 시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마인드를 갖추도록 해 줘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IT 기업인 톰슨사의 경우를 보자. 톰슨사에서는 후계자들에게 손익 책임이 명확한 사업을 맡김으로써 이들이 사업가의 시각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톰슨사의 HR 담당 임원인 J. 스미스는 “손익 책임을 맡기는 것이야말로 리더를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훌륭한 차기 리더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후계자 정보, 체계적으로 관리하라 
 
후계자 Pool을 만들어 놓고 육성하기 시작하면, 이들의 다양한 활동과 그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확보/관리해야 한다. 차후에 누가 더 바람직한 후계자인지 선별하고 가려내기 위해서는 별도의 데이터 베이스를 갖추어 각 후계자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축적해 놓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후계자 Pool을 잘 만들어 놓고 열심히 육성을 한다 하더라도 누가 더 CEO에 적합한 인재인지 가려낼 만한 정보가 없다면, 그 모든 활동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G의 경우를 보자. P&G에서는 ‘인재 개발 시스템(Talent Development System)’을 구축해 놓고, 후계자를 포함하여 핵심 인재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하고 있다. 이 정보 시스템 안에는 개인별로 입사 직후부터 받은 모든 평가, 육성 정보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P&G는 이러한 정보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필요 시 후계자 검증 및 관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 획득해야 할 정보의 내용 
 
후계자들에 대해 확보해야 할 정보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영 관리 능력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여기에는 실적과 리더십이 포함된다. 즉, 재무적인 사업 성과를 기대 수준 대비 어느 정도 창출해 내었는지에 대한 부분과,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사기(Morale)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으로, 경영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전문성에 대한 정보도 수집되어야 한다. 이는 각 후계자들이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한 정보다. 예를 들자면, 어떤 제품이나 사업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기능(재무, 영업, 마케팅, 유통, 물류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지, 어떤 전략적 상황(위기 극복, 비용 절감/혁신, 신규 사업 육성 등)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놓는 것이다. 이는 회사의 상황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떤 인재가 보다 CEO로 적합할지 판단할 수 있는 핵심 근거 자료로서 작용할 수 있다.  
 
● 정보 획득 방법 
 
이러한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다.  
 
첫째, 서베이 등 다양한 평가 툴(Tool)을 활용하여 공식적이고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이다. 둘째,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틀에 박힌 평가 방식으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은 리더십이나 전문성과 관련된 부분은 당사자나 주위 사람의 평판을 직접 모니터링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대면 접촉은 시간이나 장소의 문제 등으로 인해 CEO가 모든 후계자를 자주 만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때는 HR 담당 임원 등의 도움을 받아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한 예로 GE의 전 CEO인 잭 웰치의 경우, 조직 내 주요 핵심 리더들의 개별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전담 부서를 마련하였다. 이 부서는 리더들을 개별적으로 만난 후 그 결과를 정리하여 J. 웰치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J. 웰치는 조직 내 핵심 리더들에 대한 정보를 보다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구성원과 함께 선별하라 
 
후계자들에 대한 정보들이 축적되면, 이를 바탕으로 누가 더 CEO감으로 적합한지 주기적으로 스크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보다 검증된 인재들을 중심으로 인재 Pool을 재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층 더 심도 있는 관리와 육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후보들을 효과적으로 스크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즉, 누가 더 CEO에 적합한지 판별할 수 있는 ‘CEO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요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향후 전략 방향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전략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CEO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 리더십 등의 구체적인 세부 자질 요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를 보자. BOA의 전임 CEO인 H. 맥콜은 당시 은행들의 주요 성장 방식이었던 합병에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의 후임을 선택하기 위한 논의 자리에서 이사회 등 주요 참석자들은 우선 향후 회사의 전략 방향에 대해 논의하면서, 앞으로 합병보다 내부 통합에 주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에 따라 여러 후계자 중 내부 통합에 재능과 전문성을 보인 K. 루이스를 차기 CEO로 선정하였다. 이렇듯 전략 방향과 후계자의 적합성을 검토함으로써 BOA는 조직 변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 반드시 구성원과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CEO가 주도적으로 검증 절차를 리드하기보다는, HR 임원이나 일부 이사회 구성원 등 후계자들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CEO가 주도하여 후계자들을 평가할 때 많이 나타나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기존 CEO와 유사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후계자로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하고, CEO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인재들은 후계자 Pool에서 소리 없이 밀려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전략적 방향이 크게 변하지 않거나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는 후계자를 잘못 선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리더십 분야의 전문가인 L. 블랙맨은 “후계자들을 검증할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이 반영되도록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보다 적합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별하는 데 있어서, CEO 혼자만의 의사결정으로는 오판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라 하겠다.  
 
CEO가 앞장 서야 한다! 
 
후계자에 대한 양성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가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어떤 제도이든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CEO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지만, 특히 CEO 후계자 양성과 관련된 제도의 경우는 CEO가 앞장 서 나서지 않으면 조직 내에 정착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현직 CEO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CEO감을 육성하자는 이야기를 꺼낼 만한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대내외 업무로 바쁜 CEO에게 있어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힘겨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의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는 회사를 보며, ‘내가 회사의 성공 기반을 닦았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미래를 그려 본다면, 얼마든지 즐겁게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끝>
(LGERI, 2007.7.18. 황인경)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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