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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5 인사고과 오류에 빠진 상사의 유형
올바른 인사의 출발점은 상사의 공정한 인사고과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평가의 속성 상, 공정하지 못한 인사고과를 하는 상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사고과 오류에 빠진 상사의 유형을 살펴보고, 그 해결 방안들을 모색해 본다. 
 
흔히, ‘사람을 제대로 쓰려면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한다.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인사고과’이다. 인사고과는 구성원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성적표’와도 같은 것으로서 인재가 누구인지를 가려내어 보상하고 일을 맡기는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인사고과’는 조직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인사고과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은 좀처럼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고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개인적 친분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등 그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LG경제연구원이 직장인 5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 지수」 조사에서도 직장인 4명 중 1명은 ‘내 실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그림 1> 참조).
 
공정한 인사고과의 1차 책임은 상사에 있다 
 
그렇다면 인사고과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당연히 자신을 평가한 ‘상사’일 것이다. 혹여 상사의 평가 결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으면, 구성원들은 상사로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 받고 있는지 상사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상사에 대해 불만과 불신을 갖기 십상이다. 그만큼 인사고과의 공정성은 조직에서의 상하간 신뢰 형성은 물론,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사도 할 말은 있다. 사람이기에 여러 상황과 여건들을 고려하다 보면 인사고과의 오류들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순수하게 성과나 역량 수준만을 보고 평가하자니, 승진 대상자나 후배들이 눈에 밟히기도 한다. 또한 성과를 떠나서 평소 자신을 잘 따르는 직원이 있는 반면, 성과도 좋고 똑똑하지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약해 보이는 직원들도 있다. 이런저런 요소들을 고려하다 보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인사고과의 오류에 빠져 공정한 평가를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사고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상사 스스로가 인사고과의 오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사고과 오류에 빠진 상사의 유형들을 살펴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을 짚어본다.  
 
인사고과 오류에 빠진 상사의 유형 
 
인사고과 오류에 빠진 상사의 유형은 크게 6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그림 2> 참조).
 
1.내사람 챙기기…보스(Boss)형 
 
흔히, 영화에서 보면 조직의 보스가 등장한다. 보스의 특징 중 하나는 조직과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충성하면 보답을 받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인사고과에서도 이러한 유형에 빠진 상사가 있다.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거나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구성원에게 의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주는 상사들이 그들이다. 마치 ‘나에게 충성을 다하면 평가나 승진은 책임져 준다’는 식이다. 그래서 종종 자신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거나 상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에게는 성과와 상관없이 혹독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다소 계층간 구분이 뚜렷한 조직, 특히 상사가 독재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경우, ‘보스형’ 상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사가 이렇게 인사고과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말 한마디에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조직에 충성하는 직원들을 선택해서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사가 있는 조직에서는 ‘내 사람 챙기기’ 풍토가 형성되어, 조직 내 ‘패거리 문화’를 만들 우려가 있다. 결과적으로 상사의 보호를 받는다고 인식되는 직원들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사이에 질투와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2.모든 사람에게 후하게…인기추구형 
 
인사고과를 자신의 인기 형성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사 유형이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과 인기를 얻고자 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심리이다. 직장 상사도 ‘인사고과 점수가 짜고 독하다’는 비난보다는 ‘후하고 인정도 많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실제 성과보다 좀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상사의 리더십에 대한 부하의 상향 평가가 증가하면서 이런 유형의 상사들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부하들에게 점수를 낮게 주면 ‘저 상사는 정당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구성원간 위화감만 일으킨다’는 등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줘서 미움을 사지 않아야 자신도 부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이다.  
 
인기추구형 상사가 있는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힘들다는 점이다. 잘 하나 못 하나 모두 후한 점수를 받으니, 직원들이 좀 더 잘 해보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게 된다. 즉, 귤과 탱자를 철저히 가려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 마디로 욕 먹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하자는 ‘적당주의’가 조직 내에 자리잡을 수 있다.  
 
3.분위기부터 살핀다…눈치형 
 
프로세계의 연봉 협상 과정을 보면, 눈에 튀는 특징이 하나 있다. 인기 있는 선수들의 연봉 협상은 통상 늦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 프로 선수의 경쟁자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섣불리 연봉을 계약했다가 나중에 경쟁자가 몸값을 더 높게 또는 낮게 책정하면 프로구단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구단의 연봉협상 결과를 눈치 보게 되는 것이다.  
 
조직에서도 부서의 인사고과를 하기 전에 회사나 옆 부서의 분위기를 먼저 살피는 상사들이 있다. 올해 회사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모든 직원들의 평가를 짜게 주고, 회사 성과가 좋으면 평가를 후하게 주기 위해서다. 튀지 않으려고 다른 부서의 인사고과 결과를 예의주시하기도 한다. 자신도 CEO나 직속 상사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다른 부서장들에 비해 자기 부서 직원들에게만 유독 좋게 혹은 나쁘게 평가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 부서의 평가 결과에 따라 자기 부서의 평가 결과를 맞추게 된다.  
 
이처럼 상황적인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경우, 직원 개개인의 성과나 역량에 대한 판단은 인사고과 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평가의 초점이 구성원이 아니라 외부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분위기에 따라 부서 전체의 성적을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하게 되면 직원들도 그러한 평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4.순위부터 매기고 점수를 조정한다…조정자형 
 
일반적으로 기업의 인사고과 시스템은 항목별 점수를 채점한 뒤, 종합 점수와 순위가 결정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상사들은 이 순서를 반대로 적용하기도 한다. 머리 속에 미리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두고 종합 점수를 낸 후에, 항목별 점수들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입사 순서대로 직원들을 줄 세우는 경우나, 올해 승진 대상자를 1순위에 두고 지난 해에 승진한 사람은 성과에 상관없이 최하위에 두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상사가 이렇게 평가를 하게 되면 항목별 점수가 부하의 성과나 역량을 공정하게 반영하기 힘들다. 이리저리 항목별 점수를 조정하다 보면 실제와는 다르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부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어떤 점을 더 개발해야 할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게 된다.  
 
5.성과보다는 감정이 우선…감정의존형 
 
개인적인 호(好), 불호(不好)가 분명한 상사들이 있다. 이런 상사는 평소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춰주거나 호감 가는 외모를 가진 직원들에게 유독 좋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상사가 평소 ‘자네는 어쩌면 그렇게 내 뜻을 잘 아나?’, ‘예쁘니깐 일도 잘하네!’라는 말들을 자주 한다면 성과보다는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인사고과를 할 확률이 높다.  
 
상사도 사람이기에 부하 직원 개개인에 대해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상사가 감정에 치우쳐 인사고과를 하게 되면 직원들은 성과 향상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평소 상사의 눈치를 살피고 심기를 맞추는 일을 우선시 할 수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창업자 도요타 기이치로는 ‘상사가 좋아할 것인지 싫어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것만큼 조직을 빨리 퇴보시키는 것은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6.좋은 게 좋은 거지…갈등회피형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심정으로 개인간 차등을 적게 하거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생각으로 볼멘 소리를 하는 직원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상사들도 있다. 인사고과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이나 불협화음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행여 이런 잡음들이 외부로 퍼진다면 자신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갈등회피형’ 오류를 범하는 상사들의 심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상사가 이런 형태로 인사고과를 하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줄일 수 있지만, 평소 일 잘하고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의 숨은 불만은 키울 수 있다.
 
인사고과에 임하는 상사의 자세 
 
인사고과는 부하 직원들의 성과와 역량 수준을 상사의 눈으로 관찰하고 판단한 결과이다. 이러한 인사고과 결과는 상사의 경험과 시각에 따라 사실과는 다르게 왜곡될 소지가 많다. 이를 방지하려면 인사고과 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는 상사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수적이다(<그림 3> 참조).
 
● 밀실 인사에서 벗어나라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우리 조직의 인사는 ‘밀실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상당 수 상사들이 ‘인사권은 상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상사의 고유 권한 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인사고과의 과정은 부하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다 공정하다는 인식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상사가 간혹 놓칠 수 있는 부분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인사고과는 직원들의 참여나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상사의 독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대기업(51개)과 외국계 기업(45개)의 인사 평가 방식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72.5%가 상사의 하향식 평가에만 의존하는 반면, 외국계 기업은 34.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사에만 의존하는 인사고과 방식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사 자신도 자칫 오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제는 상사도 책상에만 앉아 외부와 단절된 채 직원들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여러 채널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야 한다. 함께 일해 본 동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피평가자의 자기 평가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참고할 자료가 많아질수록 상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사고과 시 대화를 통해 상사와 구성원들 사이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상사가 평가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이고 각 개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최소한 서로의 인식 차이로 인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평소 구성원의 성과와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라 
 
인사고과가 마치 연말 행사처럼 여겨져서는 곤란하다. 상사가 밀린 숙제를 하듯 연말에 닥쳐서 평가를 하게 되면 직원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기억의 한계 때문에 옛날 일보다는 최근의 일들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고,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일들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인사고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 상사는 부하 직원의 연중 모든 성과를 균형감있게 반영하기 보다는 최근 몇몇의 성과에 의존하거나, 잘한 일 보다는 한 두 가지 못한 일을 떠올리며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상사가 인사고과를 연말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기나 반기별로 기간을 나누어서 하는 것이 좋다. 더 나은 방법은 평소에 직원들의 행동이나 성과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예컨대, 상사가 직원 각 개인별로 수행한 업무들을 기록하고 기여 포인트나 개선할 점들을 메모해 두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연말에 실제 평가할 요소별로 관찰하고 기록해 두는 것도 좋다. GE의 전임 CEO였던 잭 웰치도 평소에 부하 직원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특이한 사항들은 간단히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인사 고과 시, 이 메모들을 참고하여 현재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하거나 좀 더 잘하는 업무를 찾아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 바른 평가는 학습에서 나온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상사라고 다를 수 있을까? 사원에서부터 계속 평가를 받기만 하다가 부서장으로 승진하여 막상 부하 직원들을 평가하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경험 미숙, 평가 스킬 부족 등으로 부하 직원들의 성과에 대해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 없이 평소 인상이나 감(Feeling)에 의해 ‘애매한’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진 기업들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평가자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에 앞서 상사 스스로가 회사의 평가 시스템에 대해 학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평가 시스템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무엇을 관찰하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사고과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한다면 최선의 평가는 가능할 것이다. 인사고과 오류에 빠진 상사의 유형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끝>
(2007. 6. 15. LGERI 조범상)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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