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건 작건 오늘의 뉴스 가운데 좋은 뉴스 3가지를 선정하여 내 블로그에 기록한다. 거의 모든 언론의 뉴스가 대부분 사건, 사고 등 부정적인 뉴스가 지배적이다.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비판적 으로 사고하는 것은 지성인의 양심이다. 그러나 나쁜 뉴스, 부정적 소식은 우리 각자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는 단점이 있다. 비록 작은 뉴스일지라도 <좋은 뉴스>를 매일 밤 간단히 편집하여 다음 날 오전 중에 올린다. <편집자: 서형준 주>


1. 고교생이 자선전시 기획한 따뜻한 마음

한 고등학생이 노숙인들에게 빵을 더 많이 드리기 위해 자선전시회를 직접 기획하는 장한 일을 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김건중 학생은 노숙인들을 무료진료 하고 있는 요셉병원과 노숙인을 돕기 위해 자선전시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에게 메일을 보내 취지를 설명했고, 11명의 작가들이 흔쾌히 응해주었다고 한다. 한 소년이 박애정신으로부터 어려운 분들에게 빵을 한 개라도 더 드리려고 알찬 전시회를 기획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단체나 기관에서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소년의 선행은 인간애(humanity)를 발휘한 좋은 뉴스이다.

(관련 뉴스)
▲ "요셉의원을 도와라"…고교생이 자선전시 기획 (SBS)


2. 장학금 쾌척한 농부

평생 농사만 지어온 90세 노인(원상희씨)이 인재육성을 위해 써달라며 지역의  양구고등학교에 1억원의 장학금을 쾌척했다. 그는 가난때문에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하면서 겪었던 설움을 자라나는 젊은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가난하여 배움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어린 청소년들이 가난때문에 배움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배어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후대를 위해 자신이 땀흘려 모은 재산을 바치는 행위는 억만장자 부자가 회삿돈으로 착한 일 하는 기부 퍼포먼스와는 차원이 다른 선행이다.

(관련 뉴스)
" 배움의 꿈 포기 안돼"..양구농부 장학금 1억 쾌척 (연합뉴스)


3. 영국 최고디자인상 받은 한국청년

한국에서 영국으로 유학간 청년 최민규(30세)씨가 영국의 중요한 생활용품의 하나인 전기플러그를 디자인해 지난 3월 영국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을 받았다. 영국의 전기플러그는 1946년 이래 굵고 투박한 것으로 이어져 왔는데 최민규씨의 창조와 끈질긴 노력으로 '접히는 플러그'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심사위원장이자 영국의 유명 설치미술가 겸 조각가인 앤서니 곰리는 “창조적인 발상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치하했다. 최민규씨는 “창조는 의문을 품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창조의 실현은 막연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끈질긴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창의력 못지않게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창의성과 호기심, 학구열과 열정은 지혜와 지식의 미덕을 실현하는 강점으로서 이를 잘 실현한 최민규씨의 디자인은 참 훌륭한 뉴스이다.

(관련 뉴스)

한국인이 만든 플러그, 영국 생활혁명 부른다 (중앙일보)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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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혁신없이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 왔지만, 실제 혁신의 성공확률은 극히 낮다. 혁신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쉽게 하는 말 한마디가 혁신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특성과 그 실천법을 알아본다. 
 
요즘은 기업하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 유행은 갈수록 더 빨리 바뀌고 경쟁은 날마다 더 심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력 상품 하나만 잘 만들어서, 유통망을 확보하고 싼 가격에 팔면 십 년씩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꾸 바뀌는 고객들의 요구에도 맞추어야 하고 경쟁상품과도 뭔가가 달라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계속 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품도 혁신, 가격도 혁신, 유통망도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혁신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Oracle)이 전세계 500명의 기업 리더들에게 물어본 결과, 세 명 중 한 명이 혁신을 못하면 삼 년 안에 기업의 생존이 위험하다고 보았다.
 
반대로 제품 몇 개만 혁신 잘해도 기업이 살고 기업 성공의 지표라는 시장가치가 올라간다. 최근 5년 사이 제품 혁신을 한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을 비교해 보면, 혁신을 한 기업의 시장가치가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700% 이상 더 상승했다(<표> 참조). 이 중 도요타는 개선(Kaizen) 방식을 통해 환경친화적 자동차인 프리우스를 개발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였다. 중형차 코롤라를 5도어 방식으로 개조한 모델도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런 제품 혁신들을 통해 도요타는 기업가치를 150% 상승시킬 수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업체인 GM은 도리어 시장가치가 저하되는 참패를 당했다. 한동안 고전하던 애플은 신상품인 아이팟의 성공에 힘입어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다. 시장가치가 5년 사이 일곱 배로 뛴 것이다. 생활용품 업계 초일류 기업인 프록터앤갬블의 성공비결 역시 전 세계에서 매출을 10억 달러 이상 올리고 있는 상품 16개 중 대다수가 최근 혁신의 결과물이라는 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위크가 매년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50개 기업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들을 보면 10년 후 누가 세계 100대 기업에 들어갈까 점칠 수 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제품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장기적 성공과 생존을 보장받는다. 그러니 수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제품 혁신에 쏟아 붓는다.


 
<표>제품혁신과 기업 시장가치의 변화(2002~2007)

<표>제품혁신과 기업 시장가치의 변화(2002~2007)


혁신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창출되어야 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났으면 사람들 앞에서 제안을 해야 하고, 제안된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만들어 시험해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의사결정을 거쳐 완성한다. 모처럼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봐도 그 중에 성공적으로 개발을 마쳐 실행되는 것은 몇 안 된다. 서양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는 십 원에 열 개씩 살 수 있다 (good ideas are a dime a dozen)”고 하는 데, 이것이 바로 이 실행의 어려움을 두고 하는 얘기다.  
 
통계적으로 보면, 신상품의 경우 3000개의 아이디어 중에 300개만이 제안이 되고, 제안된 300개 아이디어 중 100개만이 프로젝트화 되며, 100개 혁신 프로젝트 중 한개만이 신상품을 만들어 낸다. 말하자면, 혁신적 아이디어가 성공적으로 실행이 되는 확률이 1/3000이라는 것이다. 신약 개발이 생명인 제약업계의 경우는 더 심해서 10000개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개의 신약이 개발된다고 한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는데 개발 도중에 대부분이 죽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투자를 한 보람이 없다.  
 
혁신적 아이디어는 씨앗과도 같다. 한 사람의 새로운 생각이 조직 전체에, 그리고 나아가 시장 전체에 퍼져 결실을 맺어야 비로서 현실화되는 것이다. 똑같이 씨앗이라도 환경이 좋으면 꽃이 피지만, 환경이 열악하면 말라 죽을 수밖에 없다. 각 혁신 단계에서 한 개의 아이디어라도 더 다음 단계로 많이 넘어갈 수 있도록 해 주면 혁신이 성공하기 쉬워진다. 문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말 한마디에도 쉽게 수그러진다는 것이다.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혁신을 지지하는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각 혁신 단계에서 필요한 문화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런 문화를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보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마라” 
 
혁신을 위해 첫 단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이다. 문제는 혁신이 필요할 때는 기존의 팀에서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다 짜내어 쓰고 난 후라는 것이다. 그 위에 또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것은 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있는 아이디어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디치효과(Medicci Effect)라는 것이 있다. 중세 이태리의 메디치 가문이 여러 방면의 음악가, 미술가, 철학자 등을 한 자리에 모아 이들 간의 교류를 장려한 결과로 생겨난 시너지가 르네상스라는 혁신의 시대를 만들어 낸 데서 유래된  용어이다. 이러한 원리가 제품 혁신에 적용되려면 조직의 문화가 개방적이어야 한다. 개방성이라는 것은 분야 간의 장벽이 낮아 뜻밖의 아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주 접촉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접점에서 이때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게 된다.
 
최근 기업들은 이러한 협동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내부에서의 분야간 장벽을 허물고 뒤섞음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생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다른 회사와도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개발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Tapscott과 Williams는 위키노믹스(Wikinomics) 개념을 제시하면서 협력의 범위를 극단적으로 고객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를 수백만 명의 고객과 협력하여 개발하여 대대적으로 성공한 회사들을 보면 개방성의 힘을 알 수 있다. 프록터앤갬블이 새로 내놓은 글자를 넣은 감자칩 `프링글스`는 이탈리아 작은 빵집의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접목시켜 만든 상품이다.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이 동네 빵집에게 배울 것이 뭐가 있냐고 생각했더라면 프링글스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 분야도 아닌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말라”는 의식이 팽배하면 개방성이 생길 수 없다. 자연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는다. 혁신을 싹 수부터 자르는 것이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더욱 개발, 확장할 수 있어야 지속적 혁신이 가능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모르는 사람의 시각이 더 신선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구체적으로는 개방성을 높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장기적 효과를 원한다면 “모두 모여라”를 지금보다 두 배 자주한다. 미국의 혁신 컨설팅 업체인 갭 인터내셔날(Gap International)의 경우는 매 분기 이틀씩 전 사원이 모여 자기 분야의 목표와 성과를 이야기하고 재미있는 영화로 각색하여 보여준다. 자연스레 서로의 업무를 알게 되어 ‘잘 알지도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된다. 빠른 효과가 필요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는 “가장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 3가지에 아이디어 내기”와 같은 강제연상법을 쓰면 좋다. IBM이나 의류업체 고어(Gore) 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만 하는 시간을 할당하는 것도 좋다.
 
“된다는 증거를 대라”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면 많이 시도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가 많이 모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해 냈다고 해도, 제각기 생각한 아이디어 열 개 중에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 하나만 이야기한다면 장기적 혁신기업으로 가는 길은 요원해진다. 이 때에 어려운 점은 혁신적 아이디어는 기존의 방식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성공한 사례를 대라고 다그치면 마땅히 이야기할 사례도 아직 없다. 여기다 대고 “성과가 날 것이라는 증거를 대라” 또는 “비슷한 거 해봤는데 안됐어” 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막 올라온 어린 싹을 밟는 행위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면 어쩔까 두려워하는 분위기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럴 때 나의 감(感) 하나를 믿고 시도를 해보자는 얘기를 하는 것이 용기이다. 처음에는 엉뚱해 보이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용기가 있어야 다음 번, 그리로 또 다음 번의 성공적 혁신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다.  
<사례> 혁신에 성공하는 고어의 조직문화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를 설립한 릭 라시드 부사장은 2006년 한 인터뷰에서 연구개발자들이 초기단계에 어디에 이 아이디어를 쓸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용기를 가지게 하려는 노력들이다. 요즘 한국 기업의 수수께끼 중 하나가 왜 똑똑한 사람들을 뽑아놓았는데 이렇게 창의성이 없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은 창의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은 많은 데 말할 용기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철저히 믿고 실천하는 것이 용감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GE가 하듯이 실패 사례에서 좋은 점을 배우는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실패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고어가 한다는 실패 프로젝트 축하 파티를 열어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실패를 성공과 같을 정도로 좋은 것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내 업무가 아니다” 
 
혁신 프로젝트가 생겨도 구성원들이 이미 하고 있는 일로 바쁘기 때문에 이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내 실적과 평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가욋 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내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고 발뺌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는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우리 일을 내 일 같이’ 생각하는 지지자가 있어야만 시작될 수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 아이디어가 프로젝트가 되어 추진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조직의 성공을 나의 일 같이 생각하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주인의식이 강한 조직원이 많으면 혁신적 아이디어도 지지자를 찾기 쉽고,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시도될 수 있게 된다. 이 때 혁신적 아이디어 실험의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공식적 프로젝트의 리더일 수도 있고 아무 직책이 없는 임시직 말단직원일 수도 있다. 반드시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꼭 필요한 것은 누구든 주인이 된 사람이 이 혁신적 아이디어와 비전에 열정적으로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이다.
 
최근, 일본 굴지의 마쓰시다공업을 제치고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었던 미라이공업은 주인의식이 혁신의 추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 작은 회사의 1만8000종 아이디어 상품 중에는 90%가 특허 상품으로 구성되는 등 큰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야마다 사장은 사원들을 지시, 감독할 필요가 없이 사원들에게 믿고 맡기고 회사가 직원을 감동 시키면 사원은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을 하게 되어있고, 그것은 곧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생각을 하라”는 말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흔히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제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사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미라이공업에서는 이것이 실행된다. 사원들은 회사 시스템 개선에서 신제품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1년에 만여 건에 이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반대로 폴라로이드의 경우 주인의식이 결여된 환경이 혁신적 아이디어의 실행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폴라로이드 사진기는 아직 종종 볼 수 있지만 정작 이 회사는 망해 버렸다. 즉석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폴라로이드 사진기의 주된 무기였는데, 디지털 사진기술이 나온 것이다. 이 회사도 새 기술이 개발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디지털 시장에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새로운 분야를 내가 맡겠다고 자청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새로 개발한 인스턴트 사진기 I-Zone는 개발과 영업분야를 담당했던 임원들마저 중도 이직하며 시장 진출 시기를 놓쳤고, 디지털 사진기에게 시장을 완전히 빼앗겼다. 새로 영입된 CFO도 재정적 쇠락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했다. 임원들도 주인의식이 없는데 직원들이 주인의식이 있을 수 없다. 이 회사는 결국 2001년 파산했다.  
 
“내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없습니다” 라는 소리는 주인의식이 강한 문화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 “나의 일은 나의 일, 너의 일도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야 혁신이 제대로 실행되는 것이다. 주인의식을 높이려면 조직원들은 주인으로 만들고 그렇게 대하는 것이 최고다. 혁신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팀장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한 혁신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만일 아주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면, 법적으로 조직원들을 주인으로 만드는 종업원주주제도 있다.  
 
“아직도 하고 있어?” 
 
많은 혁신 프로젝트가 완성 기한을 넘기고 흐지부지되어 버린다.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혁신이라면 규모도 크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안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현저히 약화된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밀착성이 강해야 한다. 밀착성이라는 것은 기업의 구성원들이 서로 얼마나 자주 의견을 주고 받는가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동료와 상사들과 친하냐는 것이 아니다. 업무가 끝나고 같이 술을 자주 마신다고 밀착성이 높은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서로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업무에 관련하여 자주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 하지 못할 말이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혁신적 아이디어의 실행이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매일의 의사소통을 통해, 혁신의 완성에 필요한 다양한 의사결정 사안을 보다 빨리, 그리고 나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2003년형 코롤라 자동차의 가격혁신은 이 친화성이 효과를 본 좋은 예이다. 2003년형 코롤라의 생산주임연구원이 된 요시다씨는 생산가격을 15,000불로 유지하면서 디자인과 옵션을 고급화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는 즉시 큰 방을 마련하고 관계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각 부품마다 생산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토론하도록 하였다. 생산가격, 생산가격이란 말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자주 토론된 결과, 5년 만에 “15,000불의 고급화된 코롤라”라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한 내에 현실로 바꾸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조직문화는 극히 드물다.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사람도 한 달 내내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모처럼 생각하고 실험해 본 혁신적 아이디어도 어느새 잠잠해지기 쉽다. 미국 캐논에서는 조직원끼리 회의 석상 등에서 모두 석상 같은 얼굴을 하고 앉아있는 이스터 석상 효과 (Easter Island Effect)를 타파하고자 노력한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행하자고 모였는데 모두 큰 바위 얼굴을 하고 뚱하니 쳐다 보는 경우는 없었는가? “언제적 얘긴데 아직도 하고 있어?”하고 관심을 잃은 것이다. 밀착성을 높이려면 사람들이 보다 쉽게 서로 이야기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선호하는 의사소통 채널을 서로 알려주는 것이 좋다. 전화를 해서 연결이 안되면 이메일을 하고, 이메일로 안되면 방으로 찾아갈 수 있으면 좋다. 홍보와 의사소통을 업무의 일부로 지정하고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멀티미디어를 쓰거나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회의를 해 재미를 더 해주기도 한다. 누구든 재미있는 자리에는 한 번 더 가게 마련이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말 한마디라도 함부로 해서는 혁신은 시작도 되기 어렵다. 시작돼도 성공하는 확률이 천분의 일이나 만분의 일이 된다. 먼저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 우리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 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나 자신을 점검해 볼 일이다. 기업 안에서 내 업무에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사람을 몇이나 알고 있는가? 성공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정답이 아닌 답도 중요한 발언으로 보고 박수치고 있나? 내가 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살리는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몇 개나 있는가? 얼마나 자주 이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나? 둘러보면 주변에 틀림없이 혁신의 씨앗이 수없이 있을 것이다. 말 한 마디라도 혁신 팀의 기를 살리는 이야기를 하면, 내가 속한 기업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   <끝>
(2008. 1. 16. LGERI, 박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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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개개인에 잠재해 있는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하게 하는 것은 리더들의 몫이다.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리더들이 일상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창의성이 좌우된다. 구성원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리더의 행동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휴대용 음악 기기 분야의 히트 상품인 애플의 아이팟(MP3 플레이어)이 1억 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아이팟 이전에 1억 대 이상 팔린 제품이 또 있다. 소니의 워크맨이다. 워크맨은 1억 대가 팔리기까지 약 13년이 걸렸고, 아이팟은 그 보다 2배 이상이 빠른 5년 만에 1억 대가 팔렸다고 한다. 애플의 아이팟이든, 소니의 워크맨이든 이들 세계적 히트 상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창조적인 발상으로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준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사고 싶어하는 차별적 가치의 창조 능력, 즉 창조성이 히트 상품을 탄생시키는 비결이다. 이렇듯, 창의성은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힘이라 할 수 있다.     
 
기업에 있어서 창의성의 원천은 구성원 개개인이다. 따라서 조직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아이디어, 상상력, 호기심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창의성 발현에 영향을 주는 업무 환경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경영진을 비롯한 관리자들의 리더십이다. 구성원 개개인에 잠재해 있는 창의성을 밖으로 최대한 발현하게 하는 것은 리더들의 몫이다.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리더들이 일상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창의성이 좌우된다.  
 
어떤 리더는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하게 하는 반면, 어떤 리더는 오히려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창의성을 저해하는 리더들의 6가지 주요 행동 특성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1. 유아독존형 : 독선과 닫힌 귀 
 
조직에서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구성원 개개인이 생각하는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밖으로 표출할 수 있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다. 구성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자신의 생각을 격의 없이 이야기 할 수 없는 닫힌 조직에서는 창의성이 발현될 수 없다.  
 
특히, 상사가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의 인내심이 부족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독선적 성향이 강하면, 부하들은 입을 닫게 된다. 예컨대, 회의 석상에서 상사가 권위를 내세워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부하에게 화를 내거나 무시하면, 구성원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않고 상사의 눈치만 살피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조직의 문제를 숨기고, 아이디어가 있어도 말하지 않는 ‘침묵하는 조직’이 된다. 이런 침묵하는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상사가 시키는 것만 하게 되고, 스스로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주도적으로 일하지 않게 된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인재를 데려온다 하더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조직에 있어 어떤 혁신적 아이디어는 각 개인의 여러 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들이 상호 작용하여 융합되어짐으로써 창출된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의 상호 충돌과 융합 과정의 핵심은 바로 임직원들간의 치열한 토론과 대화이다. 그러나 상사가 독선적이고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내심이 없으면, 이러한 조직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상하간의 긴밀한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직위를 떠나 서로의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없으면, 조직의 창의성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일류 기업들의 조직 문화적 특징 중 하나는 경영의 이슈와 해법을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대화와 토론 문화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경청의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짐 콜린스에 따르면,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위대한 기업들은 임직원간에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매우 시끄럽고, 진실이 들리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를 가능케 하는 동인은 바로의 리더들의 열린 경청의 자세라고 하였다. 예컨대, 리더들이 답 보다는 질문을 많이 던지고, 말하기 보다는 듣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한다. 월 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은 자사의 성공 비결의 하나로, 경영진들이 직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귀를 여는 경청 노력을 꼽은 바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직원들과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2. 눈뜬 장님형 : 흡수 능력 부족 
 
리더의 경청 노력이 창의성 발현을 촉진하는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요인이라면,  창의성 발현을 위한 보다 실질적 요인은 아이디어에 대한 리더의 가치 파악 능력이다. 구성원들이 아무리 창의적인 혁신 아이디어나 지식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리더가 그 아이디어의 잠재 가치를 제대로 간파하고 활용하여 조직 성과물로 연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은 기존에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어딘가 어색해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시장과 미래를 보는 안목이 없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경시 될 수 있다. ‘그거 해서 성공하겠냐’, ‘내 경험으로 보면, 성공 못해’, ‘쓸데 없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여 아이디어의 싹을 자르기도 한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코핸 웨슬리 교수는, 성공하는 기업의 핵심 역량 요인으로 ‘흡수 능력(Absorptive Capacity)’이라는 것을 들었다. 흡수 능력이란, 어떤 아이디어나 정보에 잠재된 가치를 간파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리더가 이러한 흡수 능력을 충분히 갖지 못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러한 흡수 능력의 부족으로 아이디어의 가치를 간과하여 중요한 사업 기회를 놓친 기업 사례들이 상당히 많다. 예컨대,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직후, 한 전기회사를 찾아 갔으나 그 회사의 경영진은 ‘이런 장난감 같은 걸 뭐 하러 사냐’라고 하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안목이 없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놓친 것이다.  
 
고대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는 ‘무용지용(無用之用)’, ‘소용지이(所用之異)’라고 하였다. 무용지용이란, ‘언뜻 보기에 무용하게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유용하다’는 의미이다. 소용지이란, ‘사물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장자는 다음과 같은 고사를 비유로 들었다.  
 
“춘추 전국시대에 송나라 사람 중에 대대로 솜 빨래를 하는 직업으로 먹고 사는 집안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손이 트지 않는 약을 가지고 있어, 겨울에도 고운 손으로 순탄히 솜 빨래를 해왔다. 어떤 과객이 이를 듣고, 백금을 줄 테니 그 비방을 자신에게 팔라고 청하였다. 그 가족은 여태까지 솜 빨래로 번 돈 보다 훨씬 많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객에게 그 기술을 팔았다. 약의 비방을 얻은 과객은 오왕에게 달려가 전하였다. 얼마 후 월나라의 군사 행동이 있자 오왕은 그 과객을 장수로 삼았다. 그는 병사들에게 손 안트는 약을 바르게 하였고, 병사들의 전력이 높아져 겨울철 수전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오왕은 토지를 나누어 주고 그를 영주로 삼았다… 똑 같이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인데, 어떤 사람은 제후가 되고 어떤 사람은 평생 솜 빨래 꾼을 면치 못하였다. 사물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莊子, 네이버 지식iN 참조)
 
3. 일 중독형 : 감성 결핍 
 
부하의 감정이나 기분 등 내적인 심리 상태를 배려하지 못하고, 오직 일 밖에 모르는 일 벌레형 상사도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죽일 수 있다. 상사가 지나치게 일 중심으로 움직이고, 부하의 개인적 고충이나 스트레스 등 인간의 정서적인 측면에 대해 무감각하게 되면 창의성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상사가 지나치게 일 중심적으로 움직이면, 구성원들이 지치고, 피로도가 가중되어 조직적 탈진(Burn-out)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업무 강도가 약해도 문제지만,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도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감성이 결핍된 일 중심의 상사의 언행은 구성원들이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재미, 근무 의욕을 해칠 수 있다. 조직 창의성 분야의 전문가인 하버드대 경영 대학원의 테레사 아마빌 교수는, 일상적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사가 던지는 사소한 말과 행동이 부하들의 창의성과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감정과 기분을 해치지 않도록 말과 행동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 책임자들은 일을 중시해야 하고,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역할도 잘 해야 한다. 그러나, 한 두 해의 단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만 강조해서는 안된다. 구성원들의 심리적 만족감도 같이 배려하는 ‘일과 사람의 균형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낳는 창의성도 발현될 수 있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재임 시절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임직원들로부터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냉혹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반면에 직원들의 정서나 감정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섬세한 면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4. 완벽주의형 : 실패 불용 
 
작은 실수나 실패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 과도한 결과 중심적 관리도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상사가 작은 실수나 실패조차 용인하지 않으면, 부하들의 생각과 행동은 실패 위험이 적은 보수적인 쪽으로 흐르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창의적인 발상과 행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사업이든 제품이든 기존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창의적인 것일수록,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높은 불확실성이 동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오직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결과만 보고, 정당한 실패, 건강한 실패조차 절대 허용되지 않는 풍토에서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발현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점진적 개선’은 가능해도, ‘현상 타파적 이노베이션’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조직 행동 분야의 전문가인 리차드 파슨에 따르면, 혁신적인 제품/서비스가 창조되는 결정인 동인은 실패를 파괴적인 것이 아니라, 역량 축적을 위한 학습 과정 또는 성공으로 가는 이정표로 보는 실패 수용적인 문화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 수용적인 문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진을 비롯한 리더들이 ‘실패를 용인하는 리더(Failure-tolerant Leader)’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들은 말과 행동을 통해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적인 모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역동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2년 8월호 참조).
 
독특한 제품 아이디어, 감각적인 디자인, 뛰어난 신기술 등 창의성에 기반한 이노베이션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경우, 주목되는 문화적 특징 중 하나는 생산적 실패, 창의적인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포스트잇, 투명 테이프 등 수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을 창조해 내고 있는 3M의 경우, 표방하는 회사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정직한 실수에 대한 용인(Tolerance for Honest Mistake)’이다. 또한, R&D 프로젝트 등 중요한 과제를 추진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물어 벌을 주기 보다는 재도전하도록 고무하는 소위 ‘면책(Blame-free)’ 관행도 있다고 한다. 창의적 실패를 오히려 격려하려는 포상 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BMW의 경우, 구성원들이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도록 하는 의미에서, ‘이 달의 가장 창의적인 실수상’, ‘이달의 가장 바보 같은 행동상’과 같은 이색적인 포상 제도를 운영한 적도 있다고 한다.  
 
국가나 사회 수준에서도 오래도록 강성한 나라는 패자 부활의 기회가 주어지는 풍토가 있었다. 고대 로마 제국이 그렇다. 로마 제국과 패망한 카르타고간에는 상벌 관행에 있어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카르타고는 전쟁에 패한 장수에게는 사형 등 강력한 벌을 주었으나, 반면, 로마는 패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5. 복사기형 : 'Me-too' 의식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먼저 개척해 나가는 선도자적 실험 정신이 부족한 리더도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저해한다. 내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신이 없어 실행을 주저하다가, 나중에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따라 하는‘Me-too’의식이 많으면, 조직의 창의성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상품이든, 제도이든 그 아이디어가 참신한 것일수록 기존에 없었던,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그 실행을 위해서는 리더가 불확실성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된다. 구성원들이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더라도, 리더가 ‘그런 사례가 있느냐?’, ‘그 것이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가져와 봐라’라는 식으로 반응을 하게 되면 절대 실행에 옮겨질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아이디어 그 자체로 끝나버리고, 아이디어의 실행을 통한 성과 창출로 연결되지 않게 된다.  
 
세계적인 히트 상품들이 나오는 배경에는, 항상 어떤 창의적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믿고 실행으로 옮기는 리더들의 기업가 정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Wii 등 독창적인 상품으로 게임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닌텐도사의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창의성,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고 한다.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려 하지 말라.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독보적인 회사가 되는 데 힘써라. 회사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기 위한 뭔가를 창조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얼마든지 써라.”
 
6. 하루살이형 : 단기 운영 업무 중심의 관리 
 
마지막으로, 구성원의 창의성 발현을 저해하는 리더십 요인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리더들의 단기 성과 지향적인 오퍼레이션 중심의 업무 수행 패턴이다. 경영진을 비롯한 관리자들이 사업 모델, 전략, 미래 준비 등 큰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기존의 사업 틀 속에서 당장의 이익, 비용 관리 등 단기 성과 개선에 우선한 운영 업무에 치중해서는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리더들이 단기 성과를 우선하게 되면, 미래 가치가 있더라도 당장에 이익이 안 되는 아이디어들은 사장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구성원들이 수행 하는 일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큰 그림 보다는 운영 관리 업무에 치중하면, 현장에 대한 지시나 통제가 매우 세부적으로 이루어지고, 보고 등 잡무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잡무에 시달리기게 해서는 안 된다. 머리를 쓰고 지혜를 짜내게 하는 일을 많이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들은 끊임없이 의미 있는 일을 발굴하고 구성원들에게 적절히 부여하는 직무 메이커(Job Maker)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는 기업 경쟁력이 창의성에 의해 결정되는‘창의성 경제(Creativity Economy)’시대라고 한다. 과학적, 논리적 사고 등 합리성에 기반한 우뇌형 경영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창의성과 같은 좌뇌형 경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다른 기업을 모방하는 방식의 경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 상상력 등을 바탕으로 경쟁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차별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만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동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경영진을 비롯한 관리자들의 리더십에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끝> (2007. 4. 23. LGERI 이춘근)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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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나의 무대
- 미술 총감독 한유정


▶ 방송일시 : 2007년 1월 11일 (목) 밤 11시 40분, KBS 1TV
▶ CP : 김영묵
▶ PD : 황범하, 작가 : 허수빈

 

영화의 꿈이 시작되는 세계적인 영화 제작소 미국 할리우드.
할리우드는 배우나 감독 외에도 수많은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진검 승부를 펼치는 세계 최고무대다.
미술 총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은 세트 제작에서부터
작은 소품배치에 이르기까지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공간을 연출하는 영화제작 전문가.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미술 총감독 중 동양인은
불과 5% 미만에 불과하다.
그 엄격하고 냉혹한 할리우드의 벽을 넘어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미술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유정씨(34).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영화, TV쇼, 광고 등의 미술 총감독으로 활동한지
9년째가 된 그녀는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ESPN, MTV, NBC 등
유수의 제작사와 함께 일했다.
앞으로 5년 안에 미술 총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 세계 TOP 10에
들겠다는 당찬 계획을 갖고 있는
한유정의 할리우드 도전기와
할리우드를 무대로 펼치는 그녀의 활약상을 따라간다.


▶ 할리우드의 토종 한국인 미술 총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 한유정

한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손을 거친다. 그 중 카메라에 담기는 모든 공간을 창조하고 연출하는 총책임자가 바로 프로덕션 디자이너, 미술 총감독이다.
20년 전만해도 할리우드의 여성 미술 총감독은 극소수였을 뿐더러 특히, 외국인이
할리우드에 입성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그런 미개척지에 10년 전 도전장을 내밀고 당당히 할리우드에서 유일한 한국인 미술
총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유정씨. 교포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조기 유학파도 아닌
그녀가 자신의 한글 이름 ‘한 유 정’을 당당히 내걸고 할리우드의 냉혹하고 엄격한
무대를 누빌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리더십과 섬세한 미적 감각, 그리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자신감 때문이었다.

★ 할리우드는 겉보기에 그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화려한 꿈의 무대처럼 비춰지지만,  그 실상은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항상 나를 긴장하게 하며 나태해 지지 않게 잡아주는 그 할리우드의 전쟁터가 삶의 원동력이다. ★                        
-한유정 인터뷰 중-

▶ 할리우드에서 고교시절 꿈을 이루다.

지금은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 광고, TV쇼 등의 미술 총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
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본래는 연극이나 오페라의 무대 디자이너가 꿈이었다는
한유정씨. 고교시절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었던 때만 해도 한국의 무대 디자인 분야는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다. 한국의 대학에서 실내 환경 디자인과를 졸업, 1년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며 악착같이 포트폴리오를 준비한 것은 바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무대, 즉 미국으로 떠나오기 위함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1년간 매일 밤샘 작업했던 포트폴리오가 마침내 미국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무대 디자인 석사 과정에 입학허가를 가져다주었다. 유학시절 덩그러니 작업실에 홀로 남아 도면을
그리고, 무대를 세우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꿈에 매일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에 늘 행복했다.

★ 유정은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훌륭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미술 쪽의 이력, 시각적 역량, 상상력으로 봤을 때 그녀가 그 일을 분명
  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유정의 스승 ‘단 월런’(연극과 조교수)-

▶ 최고의 배경과 공간을 창조하는 미술 총감독, 한유정

대학원 시절, 연극과 대학원 학생들에게 의뢰받은 무대 디자인을 해주며 자신의 경력을 쌓아갔던 한유정씨. 당시 그녀에게 작품을 의뢰했던 대학원 학생 중에는 영화 프로듀서가 있었다. 뛰어난 미적 감각과 순발력, 그리고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뛰어났던 그녀는 대학원에서 만난 영화 프로듀서의 발탁으로 1999년 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러브>미술 총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을 맡았다. 이 후 무대 디자이너가 아닌 미술 총감독의 길을 걷게 됐다. 엔디 가르샤, 제임스 코번, 믹 제거 등 유명 스타들이 출연했던 영화에서부터 인디영화에 이르기까지 수십 편의 영화제작에 참여한 그녀는 특히
저예산으로 최고의 배경과 공간을 창조해내는 유능한 미술 총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녀의 능력은 2002년 선댄스에 출품됐던 저예산 영화, 베터 럭 투모로우
(Better Luck Tomorrow)의 신인감독이 일약 메이저급 할리우드 감독으로
성장하는데 숨은 공로를 했다.

★ YJ(유정)과 일하는 것은 매우 즐겁다.
그녀는 몇 가지 요소를 끄집어내어 마치 백만 불짜리처럼 공간을
만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 ‘게리파머’(카메라 감독) -

▶ 곧은 길 보다는 굽은 길로 간다.

가족을 떠나온 지 10년. 미국 땅에서 힘들 때 마다 그녀를 붙잡아준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마라, 미래만 생각해라’라고 늘 말씀해 주신 어머니였다.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한국음식과 드라마를 보면서 향수를 달랜다는 한유정씨. 한국의 전통
문양과 한옥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언젠가 할리우드에 한국의 이미지를 심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곧은 길 보다는 일부러 굽은 길을 택해, 장애물을 하나씩 넘으며 더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아가는 삶이 더 즐겁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 자신이 만들고 싶어 하는 공간에 대한 욕심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용기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한유정씨는 앞으로 5년 안에 할리우드 미술 총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 TOP 10에 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Posted by 서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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